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83)
983화 죽음을 자초하는 사도기 (1)
동제 순양도문에는 진무교의 육장류와 한구사, 천사부의 장도령과 현룡자가 모여 있었다. 독고유아가 환생했다는 소식은 너무도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서 삼대 도문은 지금까지의 냉랭했던 관계를 바꿔서 함께 대책을 상의하기로 했다.
장도령이 미간을 찡그렸다.
“초휴 그자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왜 지금 같은 때에 곤륜산에 오르려 하는 걸까요? 독고유아의 환생을 맞이하려는 거라면 막아야 하지 않소?”
천사부는 서초에 있었기 때문에 초휴와 부딪힐 일이 적어서 그의 성격도 잘 몰랐다. 능운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막을 필요 없소. 초휴가 지금 서곤륜에 오르는 것은 그가 당황했다는 증거요. 우리로서는 오히려 잘된 일이라 해야겠지.”
“어째서 그렇습니까?”
“초휴 그자는 승냥이 같은 야심을 지녔소. 보기 드문 효웅(梟雄)이기도 하지요. 윗세대 마도 거물들보다 나을지언정 못한 구석이 없단 말이오. 그런 인물은 결코 남의 아래에 서려 하지 않소이다. 옛날 그는 청룡회를 배신하고 관중형당에 들어갔지만, 실제로는 관중형당의 뿌리를 파먹고 결국은 관사우가 천문 나신군의 손에 죽은 틈을 이용해서 관중형당을 장악했소. 그 뒤에는 북연과 손을 잡고 진무당을 세웠지. 꽤 충성스럽게 일하는 것 같았지요. 하지만 북연 황제 항륭이 죽은 뒤에는 본래 정해졌던 태자를 폐위하고 자신의 꼭두각시를 황제 자리에 앉혔소.
그의 행동은 계속해서 그런 식이었소. 여러분은 초휴 같은 자가 기꺼이 남 앞에 엎드려 구분하게 굴 것 같소? 더군다나 그는 원래 은마권 적통 출신도 아니오. 곤륜마교나 독고유아에 이렇다 할 경외심이 없을 거란 말이오. 그러니 이번 그의 행동에는 한 가지 의미밖에 없소. 독고유아가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먼저 곤륜산을 점거하겠다는 것이지요. 마도 정통의 자리를 차지하여 기선을 제압하려는 속셈이오.”
장도령이 물었다.
“만일 독고유아가 정말 다시 나타나면 어찌하는 게 좋겠소?”
능운자가 냉소했다.
“그거야 그때 상황을 봐야겠지요. 환생이라, 누구나 들어본 일이지만 아무도 실제로 본 적은 없지 않소. 독고유아가 환생하여 또다시 천하를 탄압하는 마주가 된다면, 초휴는 아마 제 발로 나서서 곤륜산을 바치고 자신이 마교를 위해 선봉에 섰노라고 할 거요. 만일 독고유아가 환생한 후 무슨 일을 당했다면? 기억을 잃었거나 오백 년 전의 힘이 없다면? 그렇다면 초휴는 그대로 곤륜마교를 점거하고 자신이 마도의 정통이라 하겠지요.”
능운자는 초휴와 몇 번을 부딪쳤고 번번이 애를 먹었다. 해서 초휴의 행동 방식을 연구해 보았는지라, 자신이 초휴를 잘 안다고 여겼다.
사실 독고유아의 환생이 초휴가 짜놓은 거짓 판이 아니라 진짜로 벌어진 현실이었다면, 초휴는 정말 능운자가 말한 대로 행동했을 것이다. 먼저 곤륜산부터 점거한 뒤 돌아가는 상황에 따라서 숙일지 어떨지를 결정했으리라.
장도령은 머뭇거렸다.
“그렇다 해도 그냥 방관할 수는 없지 않소. 곤륜산은 이미 오백 년 동안 봉인되어 있었소. 지금 독고유아가 환생했다는 소식이 온 강호에 다 퍼졌는데, 초휴가 곤륜산에 다시 올라가기까지 한다니. 이건 우리 정도로선 심각한 타격이오.”
능운자가 무겁게 말했다.
“방관할 수는 없지요. 나서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 막판에 나서야 하오. 최근 들어온 소식으로는 저무기가 초휴와 싸웠답디다. 그래서 은마권에서 뼈가 굵은 무사들을 데리고 진무당을 떠났다고 하오. 초휴가 나타나기 전까지 위서애 일맥에서 실력과 잠재력이 가장 강한 자는 저무기였소. 필경 그 일맥의 후계자가 될 사람이었고, 은마권의 지배자가 될 가능성도 있었지요. 그러나 초휴가 온 후로 위서애는 이전의 공평하던 태도를 싹 바꾸고 오로지 초휴만 감싸고 돌았소. 저무기가 불만을 품은 것도 당연한 일이지. 게다가 초휴가 곤륜산에 올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린 일은 은마권 적통 무사들의 불만을 사기에 딱 좋은 일이 아니겠소. 그러니 분열은 필연이오.”
“독고유아의 환생도 아직 찾아내지 못했는데 은마와 배월교 쪽에 참견할 때가 아니오. 그들끼리 내분이 벌어졌다니 일단은 싸우게 두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잊지 마시오. 곤륜산에는 곤륜마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곤륜 천문도 있소. 초휴는 천문 신장을 죽여 이미 천문과 원수지간이 되었고 말이오. 지금 곤륜산에 간다면 천문에서 초휴한테 출수할지도 모르오. 이렇게 초휴 앞에 온갖 장애물이 놓여 있는데 우리가 급하게 나설 게 뭐가 있겠소. 일단은 구경이나 하다가 구경이 끝나면 그때 움직여도 늦지 않소.”
능운자가 그렇게 말하자 육장류와 장도령도 더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금 그들에게는 독고유아의 환생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인지라 다른 것은 다 나중으로 미뤄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속으로는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초휴가 정말 능운자를 지독하게도 몰아붙였구나 싶었다.
능운자는 순양도문 장문이요, 당당한 천지통현의 지존 강자가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까지 상세하게 초휴의 정보를 찾아보고 한참 어린 후배 무사인 초휴가 어떻게 생각할지를 일일이 추측해야 한다니. 그것도 생각하면 딱한 일이었다.
그리고 능운자가 초휴에게 너무 심하게 당한 것은 사실이었다. 몇 번이나 싸웠다지만, 정말 일 대 일의 생사결이었다면 천지통현인 능운자가 질 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매번 최후의 순간마다 초휴가 발휘하는 뜻밖의 패에 몰려 물러나야 했다. 그로서도 답답하기 짝이 없어 결국 초휴의 성격과 수법을 상세히 연구했던 것이다.
* * *
곤륜산에 오른다는 건 미치광이 같은 짓거리였다. 예전 같았으면 초휴가 사람들을 이끌고 서곤륜에 가기도 전에 정도 강자들이 무리를 지어 길목을 막아섰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초휴가 곤륜산에 오르려는 게 심상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독고유아가 환생했다는 소식이 온 강호를 뒤흔드는 상황이 아닌가. 이런 판에 초휴에게 신경 쓸 틈이 어디 있단 말인가.
특히 저무기가 초휴와 틀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정도 종문들은 더더욱 그 일에 관여할 필요를 못 느끼게 되었다. 대부분은 능운자와 생각이 같은 것이다.
독고유아는 강호 전체의 재앙이다. 그러나 초유는 좀 위협적이기는 해도 독고유아와 비교하면 부스럼 정도에 불과했다. 이제 은마 안에서 내분까지 일어났다니 서로 물고 뜯게 내버려 두었다가 끝날 즈음에 나서서 해결하면 되지 않겠는가.
위군 경계에는 사도기와 사무애, 그리고 진무당에 쫓아가 이득을 보려던 무사들이 모두 모였다. 그들의 제자와 도손까지 모였으니 거의 세력 전체라 할 수 있었다.
근간 사도기 무리는 퍽 고되게 지내왔다. 본래 그들도 은마권에서는 원로급 인물이었다. 비록 누리는 권력이 작아도 원로의 지위는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 셋이 초휴와 틀어지고, 이추적마저 초휴에게 죽은 뒤로 사도기와 곤막은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되었다. 몇 번이나 초휴에게 욕을 먹으면서 체면이란 체면은 다 구겨졌고 결국 그들은 은마권 안에서 아무런 위세를 떨치지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은마권 전체가 분열한 상태였다. 은마의 대부분을 자기편으로 만든 초휴는 이제 명실상부한 은마권의 지배자라 할만했다.
위서애 일맥, 무상마종, 그리고 은마권 낭인 무사와 중견급 인물 대부분이 초휴 편이었다. 물론 중립을 지키려는 소수의 세력도 있긴 했다. 예컨대 지마산인 유마애처럼 단독으로 움직이는 낭인이나 적련마종 같은 이들이었다.
사도기 같은 이들은 거의 은마에서 내쫓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의 가련한 제자와 도손을 제외하면, 따르는 사람도 없다시피 했다.
그래서 사무애가 찾아오자 마치 살길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신이 나서 손을 잡고 초휴의 뿌리를 파먹으러 찾아간 것이다.
강산각이 위군에 세워 놓은 위성(衛城) 앞에서, 사무애가 무거운 어조로 물었다.
“저무기가 여기 있단 말인가?”
사도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무기는 본래 위국의 황족이었잖소. 초휴와 싸운 뒤 자기 사람들을 이끌고 위군으로 왔지요.”
사무애는 성문을 바라보며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원래 원시마굴에는 수많은 고수와 강자가 갇혀 있었으나 자신 같은 마도 무사는 정도 사람들과 처지가 달랐다. 정도 사람들은 팔백 년이 지났어도 그들의 종문으로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천신만고 끝에 푸른 하늘을 다시 보게 되었건만 종문이 사라진 뒤였다. 아무 데도 갈 곳 없는 외톨이가 된 것이다.
사무애 같은 자들은 저마다 마도 대문파의 종주였거나 장로급인 인물들이었다. 그러니 이런 상황을 견디기 힘들었다.
그래서 초휴의 근간을 뿌리 뽑아 은마에서 한 몫을 차지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은마가 그런 상황에서조차 타협을 거부할 줄은 몰랐다.
저무기가 초휴와 틀어졌다는 소식은 사무애에게는 기회였다. 다시 은마권의 지분을 손에 넣을 기회 말이다.
그러나 정작 사도기는 망설이는 기색이었다.
“사 형, 이번에는 그만두는 게 어떻겠소? 교주가 환생했다는 소식이 온통 퍼졌으니 말이오. 이럴 때 일을 벌여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은데······. 차라리 인내심을 갖고 좀 기다렸다가 교주의 환생이 정말 나타나면, 그때의 상황을 봐서 움직입시다.”
사도기는 몇 번이나 초휴에게 고생을 하지 않았던가. 솔직히 말해서 이제는 초휴가 좀 두렵기까지 했다. 그러니 다시 초휴와 맞서는 게 선뜻 내키지 않았다.
물론 그 역시 진화련신의 강자이자 나이든 마도 원로였으니, 조용히 기다렸다가 변화에 대처할 생각이었다. 독고유아가 정말 나타나면 즉각 교주에게 투신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교주 앞에서 초휴의 못된 행동을 모조리 고할 작정이었다.
만일 독고유아가 계속 나타나지 않는다면? 저무기도 초휴와 싸웠겠다, 그때 가서 기회를 보아 초휴와 날을 세우는 것도 좋을 터였다. 여하간 지금 움직이는 것은 좀 꺼려졌다.
사무애가 미간을 찡그렸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시간은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 법이오. 이런 기회를 그냥 보내고 언제까지 기다릴 셈인가? 사도 형, 잘 알아두시오. 초휴 세력은 쇳덩이와 같소. 그의 수하들이 분열을 일으킨 적은 손에 꼽을 정도가 아닌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후회막급일 거요.”
그는 어느 정도 사도기 무리를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다. 사무애 세대의 무사들은 난세에 태어나 강호와 조정을 종횡하며 죽기로 싸웠다. 쥐고 있던 권력도 지금의 대문파 장문과 견줄 만했다.
그러나 사도기 등은 실력이 그리 약하지도 않으면서 이 꼴로 살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한참 아래 후배인 초휴에게 모욕까지 당하며 지내니 하찮아 보일 수밖에 더 있겠는가.
그리고 사무애는 독고유아의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별로 실감이 나질 않았다. 원시마굴을 벗어난 뒤 사무애 일행도 온갖 방법을 써서 지금의 강호, 특히 마도 세력을 이해하려 노력을 했다. 그러면서 제일 많이 접한 이름이 바로 독고유아라는 네 글자였다.
온갖 소문과 전설은 독고유아가 얼마나 강했는지, 얼마나 신비한 존재였는지를 묘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사무애는 그 시대를 겪어 보지 않았고, 사도기 무리처럼 어려서부터 독고유아의 전설을 들으며 자란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독고유아에 대한 모든 이야기가 과장된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니 허황하고 아리송한 독고유아의 환생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고픈 생각이 없었다.
사무애의 확고한 태도를 보고 사도기도 더는 말하지 않았다. 먼젓번 사무애와 함께 은마권의 근간을 흔드는 데 실패한 후, 그는 은마와는 완전히 결렬한 꼴이 되었다. 심지어 중립이었던 진조선 같은 사람들조차 그 일 뒤로는 만나주려 하지 않았다.
그때 진조선 등도 초휴를 돕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같은 은마 아닌가. 돕지 않는 것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불난 집에 강도질까지 하러 쳐들어간 것은 지나쳤다는 게 진조선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들어갑시다.”
사무애가 휙 손짓하자 다들 위성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