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89)
989화 성화가 꺼지지 않는 한, 마도는 영원하리라! (2)
“원길!”
“소인, 여기 있습니다.”
원길이 즉시 사람들 속에서 나왔다.
“저 진법을 깰 수 있겠소?”
초휴의 질문에 그는 울상이 되고 말았다. 그도 귓구멍이 뚫려 있으니 저무기의 설명을 다 들었다.
수보리선원의 천지통현 강자 한 명과 진화련신 강자 여섯 명이 폐인이 되다시피 힘을 쏟아붓고서야 가까스로 구축해낸 초강력 대형 진법을 자신더러 깨라고?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자신은 당대 제일 진도종사(陣道宗師)가 되고도 남았을 게 아닌가.
하지만 못하겠다는 소리를 하기에는 초휴의 눈빛이 너무도 부담스러웠다. 하여 이판사판 고개를 끄덕였다.
“천곡마존이 남긴 진도 자료 중에 불문 진법 파훼를 겨냥한 진법들이 적지 않더군요. 어쨌든 시험은 해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소인의 실력이 부족하니 여러 대인께서 힘을 좀 보태주셔야 할 듯합니다.”
이에 초휴가 대뜸 나서며 말했다.
“그럼 나부터 힘을 써보도록 하지.”
원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공간 비전함에서 진법을 파훼할 만한 자재들을 한 무더기 꺼내놓고 작업에 들어갔다. 초휴는 여태 자기 수하를 박대한 적이 없었다.
하여 원길이 가진 자재들은 하나같이 극상품들로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뭐니 뭐니 해도 초휴의 이 많은 수하 중, 진법에서는 원길이 단연 최고 실력자인지라 아낌없는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원길은 한나절이 지나서야 도합 세 개의 진법을 구축했다. 그는 육도부도왕생대진을 기준으로 세 개 방향에 하나씩 이를 설치했다. 진법이 가동되는 것을 확인한 원길이 소리쳤다.
“초 대인, 조화천마기를 사용하면, 깃발에 축적된 마기가 힘을 발하면 잠시나마 용맥의 힘을 억제할 수 있을 겁니다!”
초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기에 흠씬 젖은 커다란 깃발 한 장을 펼쳐 진법의 정중앙에 꽂았다. 그 순간 지독한 마기와 불광이 충돌을 일으켰다. 어찌나 그 충격의 여파가 강렬했던지, 곤륜산 정상의 풍운이 통째로 출렁이며 격변을 일으킬 정도였다.
“초 대인! 지금입니다! 다 함께 출수해서 진법에 힘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원길의 외침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초휴와 상천량, 그리고 저무기 등에 이르기까지, 진화련신 무사들이 죄다 달려들어 진법에 힘을 주입하기 시작했다.
진법이라는 것은 대개 영속적이지 못했다. 아무리 완벽하게 구축했어도 진법에 쓰인 자재가 파손되는 경우만도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자그마치 오백 년이 흘렀다. 장구한 세월의 힘을 어찌 당하겠는가. 육도부도왕생대진의 근간에도 어느덧 훼손된 부분이 생겼다.
초휴 등이 힘을 합쳐 집중적으로 막강한 힘을 주입하자 진법 군데군데에 균열이 일기 시작하면서 불광 속 범문의 힘 역시 약해졌다. 마기의 힘에 강자들의 힘까지 더해져서 압박의 수위를 높인 끝에 마침내 ‘쾅’하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드디어 진법이 완전히 파괴된 것이다!
원래 대진의 힘에 둘러싸여 있던 무근성화는 크기가 엄지손가락만 하고 색깔도 회백색이 도는 것이 여차하면 꺼질 듯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대진이 파괴되자 용맥의 힘을 되찾은 성화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그맣던 불꽃이 삽시간에 십여 장도 넘는 크기의 불기둥이 되어 하늘 높이 솟구치는 게 아닌가. 그리고 희멀겋던 색채도 더없이 순정한 은색을 띠었는데, 그 기이한 모습이란 초휴가 진화연신을 이룰 당시 응집해냈던 내력진화와도 어느 정도 비슷해 보였다.
육강하는 찬탄을 금치 못했다.
“저것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무근성화는 우리 성교에 있어 공로가 지대한 존재라 할 수 있지. 지난날 성교 내 모든 진법이 성화의 힘을 근간으로 해서 구축된 셈이었으니까. 병기는 또 어떻고. 죄다 천곡마존이 무근성화로 만들었단 말이지. 원래 나는 병기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천곡마존이 놀고만 있는 꼴을 보는 게 배가 아파서, 내 신병도 만들어내라고 했지. 하지만 아깝게도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겠구먼.”
진조선 등은 육강하의 이름만 들어보았을 뿐, 실제로 이렇게 가까이서 그를 접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오백 년 전에는 사대마존 바로 다음가는 존재였다던 전설 속 혈마당주가 어째 기대했던 모습과는 좀 거리가 있지 않은가.
어딘가 모르게 좀 치졸하고 쩨쩨해 보인다고 할까. 본인은 병기를 쓰지도 않으면서 굳이 남 노는 게 배 아파 일을 시킬 건 또 뭐란 말인가? 천곡마존이 순순히 요구를 들어준 것만 보더라도 심성이 그리 악한 자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초휴는 육강하가 뭐라고 떠들어대건 간에 온 신경이 무근성화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조화천마기를 제대로 펼쳐서 옆에 세우자 강력한 마기가 무근성화로 흘러들었다.
마기의 불기둥이 거세게 불타오르며 다시 구중천까지 솟구치니, 그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광경에 보는 이들은 가슴이 웅장해지는 듯했다.
“오늘부로 나 초휴는 마교를 재건한다. 성화가 꺼지지 않는 한, 마도는 영원할 것이다!”
초휴의 장중한 외침에 육강하마저 종전의 경박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더없이 엄숙한 표정으로 사람들을 따라 큰소리로 외쳤다.
“마도는 영원할 것이다!”
* * *
무근성화가 다시 용맥과 연결되면서 천하의 기운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하여 무근성화의 봉쇄가 해제된 바로 그 순간, 수많은 사람이 이를 느낄 수 있었다.
제일 먼저 이것을 감지한 건 수보리선원 제자들이었다. 육도부도왕생대진은 수보리선원 측에서 구축했던 것이니만큼, 모종의 기묘한 감응에 의해 연계되어 있었던 것이다.
수보리선원 뒷산의 돌무더기 틈에서 웬 석상 하나가 움직거리는가 싶더니 고목처럼 비쩍 마른 팔 하나가 불쑥 뻗어 나왔다. 사실 그건 석상이 아니라 가부좌를 틀고 앉아있던 승려였다.
나이가 몇 살인지도 가늠이 되지 않았다. 온몸이 희뿌연 먼지에 뒤덮인 채로 기나긴 세월을 지내다 보니 그 먼지가 돌처럼 딱딱히 굳어 석상처럼 보인 것이었다.
몸 전체에 켜켜이 쌓인 먼지를 털어내는 그 노승의 앞에 어느샌가 나마가 서 있었다. 그는 노승에게 공손히 예를 갖추었다.
“불공상사(不空上師), 드디어 출관하셨습니까.”
수보리선원 내 나마의 배분이 그리 높지 않다고는 하나, 방장의 신분인 그가 이렇듯 깍듯이 예를 갖출 만한 상대는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다. 그러니 불공상사라 불린 노승의 지위가 종문에서 얼마나 높은지 알 만했다. 불공상사로 귓속 깊숙이 한 무더기 깔려있던 흙먼지를 마지막으로 털어내더니 괴이한 음성으로 물었다.
“육도부도왕생대진이 파괴되고 무근성화가 다시 피어올랐군. 독고유아가 돌아온 것인가?”
나마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자세한 상황을 말씀드리자면 복잡합니다.”
나마는 곤륜마교의 멸망에서부터 지금 일어난 일에 이르기까지 소상한 설명을 시작했다. 정오 무렵에 시작된 설명은 날이 저물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러나 왜 설명을 곤륜마교의 멸망 시점에서부터 했을까? 그것은 불공선사가 오백 년 전 존재였기 때문이다!
당금 강호에서 공인받은 최고령 실력자는 노천사라고 봐야 했다. 곤륜마교의 최고 전성기 시절에 그는 한창 젊은 나이였고, 곤륜마교를 멸망시킨 일전도 직접 목격했으니 말이다.
다만 곤륜마교 멸망 당시 그의 실력은 지금만큼은 아니었고 천사부에서의 지위도 한참 아래였다. 하지만 불공화상은 곤륜마교를 무너뜨린 역사적인 일전에 직접 참전했음은 물론이려니와, 당시 사대마존과 교전을 벌이기도 했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육도부도왕생대진의 구축에 참여하기까지 했던 인물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수보리선원은 대진 구축을 위해 천지통현 한 명과 진화련신 여섯 명의 무공이 전폐 되는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당시 진화련신 여섯 명은 대진 구축을 마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절명했고, 유일하게 불공상사만이 살아남았다.
이는 ‘불사선(不死禪)’이라 불리는 수보리선원의 매우 특수한 비법을 수련한 덕분이었다. 불사선은 정말로 죽지 않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 아니었다.
일단 죽기 직전에 이르러 자신의 마지막 생기와 진령(眞靈)을 봉인한다. 그리고 장장 백 년에 걸쳐 참선에 들면서, 풍상우로(風霜雨露)에 몸을 내맡긴 채 천지의 힘을 공급받음으로써 다시 생기를 빚어내게 되는 것이다.
이론상으로는 백 년 동안 그렇게 버티기만 하면 생기가 복원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참선자가 생기와 진령이 모두 봉인된 채 혼돈의 상태로 있으니, 당최 시간의 흐름을 알 길이 없다는 데 있었다.
의식조차 없건만 어찌 스스로 때맞춰 깨어날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남이 어설프게 깨우려 들었다가는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격이 되어 그 즉시 생기가 소멸하고 말 터였다. 이런 이유로 지난 세월 동안 불사선을 수련한 무사들 가운데 구 할 이상이 사실상 ‘식물인간’ 상태에 머물러 있어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처지였다.
불공상사는 불사선 참선에 들어간 지 무려 오백 년이 지났다. 수보리선원 사람들은 그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영원히 잠들어 있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가 자력으로 깨어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초휴 덕분이라 해야 했다. 그가 직접 가담해서 구축한 육도부도왕생대진을 초휴가 파괴하는 바람에 그의 심신이 요동치지 않았다면 영영 깨어날 길이 없었을 것이다. 나마의 설명을 모두 들은 불공상사가 탄식을 내뱉었다.
“성화가 되살아났으니 다 꺼져가던 마도의 불씨도 다시 타오르겠군그래. 강호가 또 한바탕 힘들어지게 되지 않았나. 그러나 빈승이 다시 잠들어 못 깨어나는 한이 있더라도 강호가 마위에 뒤덮여 신음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지!”
* * *
그 무렵 천사부.
한창 햇볕을 쬐고 있던 노천사가 갑자기 움찔하더니 벌떡 일어나 서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곁에 앉아있던 장승정은 온몸이 도온으로 뒤덮여있었는데, 허공에서 뇌정의 힘이 간간이 번뜩이기까지 했다. 노천사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느낀 그가 눈을 뜨며 물었다.
“노천사님, 어찌 그러십니까?”
망연자실하게 서녘 하늘을 응시하던 노천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강호에 엄청난 풍파가 몰아칠 모양이다. 이 늙은이가 어쩌자고 곤륜마교의 다음 교주가 출현할 때까지 살았는가 싶구나! 또 속 끓일 일이 생기고야 말았으니 말이다!”
* * *
이때 배월교에서 선천마종을 체화 중이던 야소남도 이상 조짐을 감지하고는 눈을 번쩍 뜨고 서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다시 눈을 감은 그는 마종의 체화에만 집중했다.
야소남에게 있어 곤륜마교는 곁다리에 불과할 뿐, 큰 의미가 없었다. 물론 독고유아의 성취를 무시하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언젠가 자기 또한 독고유아와 같은 경지에 오를 거라는 것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니 초휴건 누구건 간에 무근성화를 다시 살려냈다고 해서 딱히 예민하게 의식할 필요가 있겠는가. 당금 마도에 있어 곤륜산이 마도의 성지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오백 년 후에는 배월교 역시 마도의 성지가 되어 있지 말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 * *
이렇듯 무근성화가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강호의 거의 모든 지존급 강자들이 감지했다. 용맥에서 탄생한 무근성화는 천지의 힘이 생성해낸 산물이기도 했다. 따라서 희미하게나마 천지통현 강자들에게 감응을 일으킨 건 당연했다.
초휴가 곤륜산에 오르려 한다는 소식은 그들도 진작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초휴가 정말로 무근성화를 되살리는 데 성공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