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990)
990화 절세 마도(魔刀)의 탄생
수일이 지나자 초휴에 관한 소식이 온 강호에 파다하게 퍼졌다. 그 소식에는 좋은 면과 나쁜 부분이 함께 있었다.
일단 은마에 내분이 일어 진화련신 강자가 여럿 죽었고 그 외 무사들도 적잖이 죽었다는 사실은 좋은 소식이었다. 이번에 초휴에게 죽은 마도 무사들 수가 최근 몇 년 사이 정도 무림에 처결당한 수보다 더 많았으니 말이다. 이에 강호인들은 초휴의 손속이 과할 정도로 악랄하다며 혀를 내둘렀다.
마도 동도이면서 같은 은마 일맥인 한 자들에게도 그토록 무자비하게 손을 썼으니 소름이 끼칠 일이 아닌가. 일단 자신과 대척점에 섰다고 판단되면, 상대가 아무리 용서를 빌어도 가차 없이 처단하는 그 냉혹함과 잔인함이 심히 두려웠다.
게다가 자기편도 그렇듯 악랄하게 죽인 자가 정도 종문을 상대로는 어찌 나오겠는가?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일이 아닌가.
게다가 독고유아가 환생했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들려오는 판이니, 초휴가 한 짓에 독고유아를 떠올리는 자들도 있었다. 지난날 곤륜마교가 한창 세상에 위압을 가하던 시절에 그 역시 같은 마도 무리에게 출수를 서슴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당시 마도 내에서는 독고유아와 다른 목소리를 내려는 움직임은 절대 용납되지 않았다. 당시에도 마도 대파였던 배월교만 보더라도 묘강에 처박혀 고충이나 키우며 납작 엎드려 지내지 않았던가. 감히 찍소리라도 내려고 한다면 곤륜마교에 철저히 제압당하든지, 아니면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파리목숨 신세로 전락하는 수밖에 없었다.
초휴는 행동거지 면에서 독고유아와 흡사한 점이 많았다. 사실 곱씹어 생각하면 환생했다는 독고유아를 따로 찾을 필요도 없을 듯했다. 진작부터 당금 강호에는 그를 연상케 하는 초휴가 있었으니까.
물론 그건 그냥 생각해본 데 지나지 않았다. 초휴가 독고유아의 환생일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일단 나이부터가 조건에 맞지 않았다. 독고유아가 환생했다면 열여덟 살의 앳된 나이여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툭하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초휴의 습성도 문제가 있었다. 대개 환생한 자는 전생의 기억이 없기 마련이다. 행여 기억이 남아 있다 해도 초휴처럼 대뜸 처음부터 기고만장하기는 어려울 게 아닌가.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은밀히 힘을 키워서 왕년의 실력을 회복하고 난 다음에야 제대로 일을 벌이려 할 테니까. 여하튼지 간에 마도 무사들이 대거 죽어 나간 것은 정도 무림 입장에서는 희소식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나쁜 측면도 분명 있었다. 초휴가 곤륜산을 점거하여 무근성화를 되살리고 조화천마기를 꽂음으로써 곤륜마교의 재건을 선언했다는 사실이 그랬다.
이는 정도 무림에 있어 그야말로 일대 치욕이 아닐 수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그들이 용납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독고유아가 환생했다는 소식에 정신이 팔린 탓에 그만 초휴 쪽을 소홀히 했던 것이다. 곤륜산은 마도의 상징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독고유아는 강호 전체에 마도의 음영을 드리웠던 존재인 것이다.
그들은 독고유아의 환생부터 처리한 다음에 초휴를 해결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강호인들의 시각으로는 독고유아야말로 가장 큰 암 덩어리였으니까.
반면, 초휴의 경우는 근심거리이긴 해도 정도 측이 연합하기만 하면 그래도 승산이 있다는 생각에서 일단 뒤로 미뤄두었던 것이다.
결국 모든 게 초휴의 예상과 딱 맞아떨어진 셈이었다. 곤륜산을 오르겠다고 하면 다들 눈에 불을 켜고 막아설 게 뻔하니, 일단 독고유아의 환생설을 뿌려서 저들의 관심을 돌리자는 계략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기극이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정도 종문 측이 속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에 속히 자신의 실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였다.
초휴는 곤륜산 정상 무근성화 옆에 서서 산 너머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멀리 곤륜산맥의 끝에 당대 최강 종문, 천문이 자리하고 있었다.
천문과 곤륜마교 모두 곤륜산에 있긴 해도 산 자체가 워낙 크다 보니 산맥이 천 리 가까이나 길게 뻗어 있었다. 곤륜마교는 용맥의 기점으로, 용머리에 해당하는 동쪽에 치우쳐서 위치했다. 반대로 천문은 곤륜산의 서쪽 끄트머리에 있어 용맥의 꼬리에 해당하는 셈이었다.
지난날 곤륜산은 동서쪽의 고도가 같았다고 한다. 하지만 독고유아가 천문을 한바탕 휘저어놓고 돌아간 뒤로 천문의 산머리를 백 장이나 깎아내도록 하는 바람에 동쪽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 누구도 감히 자기보다 더 높이 서지 못하도록 내린 조치였다는 말이었다. 물론 이는 육강하가 한 소리인지라 신빙성이 떨어졌다.
아무래도 날조의 기미가 보였다. 적어도 초휴가 보기에 독고유아가 산이나 깎아내게 할 정도로 한가했을 성싶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어쨌든 당시 독고유아가 천문을 평정했던 건 초휴한테는 마냥 의기양양할 일만은 아니었다. 되레 이제 와서 큰 겁난이 된 셈이라고 할 터였다.
초휴가 천문과 개인적으로 맺은 원한은 말할 나위도 없고, 왕년의 독고유아는 천문의 존재를 용납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그가 독고유아의 뒤를 이어 곤륜산에 올랐으니 천문 역시 그를 가만 놔두려 하지 않을 게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지난번 군무신이 종신수에게 당하고 돌아간 뒤로 천문의 신장은 강호에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해서 초휴는 내심 천문 내부에 문제가 생겼기를 바랐다.
그의 시선이 어느샌가 무근성화로 향하고 있었다. 지금 그는 한꺼번에 많은 일을 고민할 여력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실력을 끌어올리는 게 가장 중요했다.
천문이 조만간 들이닥쳐 문제를 일으킬 것인지 지금 당장 예단할 수는 없으니, 그건 일단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중요한 건 애당초 갖은 애를 써서 곤륜산을 올랐던 이유는 마주로서의 명성 하나를 얻고자 함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선제적 행보를 함으로써 자신의 실력과 위상을 끌어올릴 목적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그는 곤륜산에 오르자마자 제일 먼저 사람들을 배치하여 마교를 재건하는 일에 착수했다. 오백 년 전 그대로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엇비슷하게 모양새는 갖추어야 할 일이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원시 마굴에서 가져온 도의 모태를 다듬을 궁리에 들어갔다. 물론 무도에 있어 병기가 가장 결정적인 요소는 아니라지만, 병기가 강할수록 전세를 유리하게 끌어갈 수 있는 것은 명백하지 않은가.
그리고 지금 초휴의 실력으로 웬만한 병기 정도는 양에 차지도 않았다.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몇몇 막강한 병기들이라면 또 모를까.
상고의 흉병 사월도가 충분히 강하긴 하나, 본인의 병기는 아닌지라 기령을 길들일 방법이 없는 게 문제였다. 심마의 도움을 받고서야 한시적으로 제압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사용하기가 불편했다.
파자결 도의를 깨우칠 당시, 초휴는 몽환경 중에 독고유아가 청춘우를 휘둘러 출수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야말로 통쾌함과 막강함의 진수를 보여준 천하 최강의 조합이라 할 만했던 것이다.
그러니 지금 무근성화를 이용해 모태를 정련해낸다면, 이것 역시 원시 마굴 중에 탄생한 천연 마도인 만큼, 청춘우만은 못하더라도 위력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지 않겠는가.
하여 초휴는 육강하를 불러 물었다.
“육 형, 무근성화를 어찌 활용해야 이 모태를 도로 만들 수 있을까?”
이에 육강하가 복잡미묘한 눈빛으로 초휴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무슨 연기종사라도 되는 줄 알아?”
“일전에 무근성화로 정련시킬 수 있다고 했잖소?”
초휴가 눈을 부릅뜨자 육강하의 목이 쏙 들어갔다.
“무근성화로 정련시킬 수 있다고만 했지, 내가 할 줄 안다고 한 적은 없는데 무슨 소리야? 정련하는 방법을 내가 어찌 알겠냐고? 난 잘못한 거 없어.”
초휴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한 기세를 보이자 그가 황급히 수습에 들어갔다.
“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어찌 정련해야 하는 건진 모르지만, 그래도 한번 방법을 생각 해보지. 내가 그런 쪽으로는 또 유능하니까. 이 모태는 기다란 도의 형상을 띤 데다 자연적으로 생성된 거지. 무근성화도 자연적으로 생긴 것이니 한번 시험해 보자고. 이것을 성화 속에 던져 놓고 자네의 힘을 한번 주입하는 거야. 혹시 알아? 그러면 정련이 될지.”
“함부로 시험해봐도 괜찮을까?”
초휴의 질문에 육강하가 ‘푸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왕년에 교주님도 그렇게 하셨을 게 틀림없으니까 하는 말이라고. 당시 성교를 통틀어 병기 제련에 가장 유능한 자가 천곡마존이었지. 하지만 교주께서 청춘우를 정련하실 때, 따로 천곡마존을 부르지는 않으셨거든. 본인 스스로 다 하셨다는 말이지. 그렇다고 해서 교주님이 병기 제련에 일가견이 있었던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거든. 병기 제련에 문외한인 교주님도 성공하셨는데 자네가 못하라는 법이 어딨겠나? 그리고 일단 시험해봐야 가능한지 아닌지도 알 수 있는 거지. 이렇게 멍하니 물건을 쳐다보기만 해서 해결이 되겠어?”
초휴가 한숨을 내쉬며 그를 한옆으로 쫓아버렸다. 저치는 어찌 된 게 한순간도 미더운 적이 없지 않은가. 어쨌든 육강하의 말처럼 당장 뾰족한 수가 없으니 일단 시험을 해볼 수밖에 없긴 했다.
그는 무근성화 쪽으로 다가가서는 거기에 수중의 모태를 던져 넣었다. 그러자 성화의 불길이 격렬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급히 자신의 강기를 주입하니 불에 기름을 끼얹기라도 한 양 성화의 화력은 더욱 거세졌다. 그 불빛이 어찌나 찬연히도 밝았던지, 눈을 뜨고 똑바로 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옆에서 숨죽인 채 지켜보던 육강하가 환호성을 내지르며 날뛰었다.
“그것 보라고! 효과가 있잖아! 내 말대로 하니까 딱 되잖냐고!”
무근성화의 불길에 휩싸인 모태의 겉면에서 돌 같은 물질이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정신 사나우니까 입 좀 다물어!”
육강하를 윽박지른 초휴는 끊임없이 진기의 힘을 성화 속에 주입했다. 병기 제련에 대해 아는 게 없는 그였지만, 되어가는 상황을 보니 별문제가 없겠다 싶었다.
무근성화와 모태 간에 모종의 감응이 일어나면서 겉면을 뒤덮었던 돌이 전부 녹아내리자 은색 광망이 번쩍 빛을 발했다. 정말 놀랍게도, 가늘고 기다란 형상에 끝이 굽은 도 한 자루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다만 청춘우만큼 칼날이 심하게 휘지는 않았고 안령도(雁翎刀) 쪽에 더 가까운 모습이었다. 또한, 도신 전체에 걸쳐 기이한 천연의 무늬가 퍼져있었다.
초휴가 시험 삼아 하단에 힘을 응집시키자 거짓말처럼 도병이 뻗어 나왔다. 이로써 도가 완성되며 도신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예기가 솟구치니, 곤륜산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기겁하여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초휴가 지그시 눈을 감자 도신으로부터 어떤 기운이 전해지는 게 느껴졌다. 극도로 기민하면서도 역동적인 그 기운은 초휴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그와 일체성을 띠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이 도의 기령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초휴가 자신의 힘을 주입해 만들어 낸 병기인지라, 그 안에 생성된 기령 역시 이질감이라곤 전혀 없이, 탄생과 동시에 그를 주인으로 인정한 것이다.
세상에 병기와 일체감을 느끼는 것만큼 현묘한 일도 드물 것이다. 사용자의 실력 여하와는 상관없이 기령은 느낌만으로 자기 주인을 알아보기 마련이다.
예컨대 능운자의 경우만 봐도 그랬다. 순양도문에서 그의 실력이 최강임에도 불구하고 신병 순양은 오직 다운자만이 다룰 수 있지 않은가.
지금 초휴는 이 도에서 마치 자신과 한 몸인 것 같은 일체감을 느꼈다. 한낱 외물을 상대로 이런 말을 하는 건 과장이 아닐까 여겨질 수도 있으나, 서로 마음이 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때 성화의 불길이 수그러들면서 그 화력이 고스란히 도에게로 유입되었다. 초휴가 힘차게 한 손을 휘젓자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장도가 광망을 발하며 그의 손에 날아들었다.
초휴가 도병을 잡은 순간, 그의 일신에서 광대무변한 예기가 터져 나왔다. 그 위력에 육강하마저 움찔하며 뒤로 물러날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