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0)
마존현세강림기-100화(100/2125)
마존현세강림기 4권 (25화)
4장 — 대기하다 (6)
“신기하다.”
강은영은 연신 주위를 둘러보았다.
생전 군부대 내부로 들어올 일이 없던 그녀에게 군대라는 곳은 미지의 곳이었다.
“연병장에다 차를 세우면 되나?”
강지환이 어물쩍하다가 연병장 한 구석에 차를 세웠다. 생활관으로 향 하는가파른 길이 있긴 하지만, 저 위로 차를 올리는 것은 어쩐지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축구를 하고 있는 병사들을 피해 서 한쪽 구석에 차를 세우고 나자 위병조장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면회자 연락 했으니 곧 내려올 겁니다. 여기에서 만나신 후에 안내 에 따라 면회소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여기 방문객 명부 작성 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백현정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건 네준 펜을 들고 명부를 작성했다. 그러고는 다 쓰여진 명부를 위병조 장에게 건넸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위병조장은 부드럽게 웃고는 몸을 돌리려다 딱 멈춰 섰다.
“어?”
위병조장의 눈이 거칠게 흔들렸다.
“호, 혹시?”
위병조장의 눈이 명부로 돌아간다.
‘아, 아닌데? 이름이 다른데?’
연예인은가명을 쓰는 경우도 있 으니 직접 물어보지 않고는 답이 나 오지 않았다.
“혹시 강세아 씨?”
“헐, 저 아세요?”
“진짜 강세아 씨세요?”
“와, 알아보는 사람이 있구나! 감 사합니다.”
위병조장이가슴을 움켜쥐었다.
‘이게 뭔 일이야.’
강세아가 여기 왜 있는가. 지금 한창 주가를 날리고 있는 아이돌이 부대로 찾아오다니!
그것도 면회를 하러!
“가, 강진호 이병 동생이십니까?”
“네. 우리 오빠 잘 있죠?”
“잘 있다마다요!”
위병조장이 소란을 피우자 축구를 하던 이들이 뭔가 낌새를 채고는 그 들을 향해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 했다.
“뭔 일이야?”
위병조장이 소리쳤다.
“가, 강세아!”
“응?”
“강진호 동생이 강세아라고!”
“강세아?”
순간적으로 퍼진 말의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반대쪽에서 공을 몰 던 병장이 공을 걷어차 버리고 전력으로 이쪽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 진짜?”
“진짜 강세아냐?”
“으아아아! 진짜다! 사인해 주세 요!”
강지환은 순식간의 그들의 주위를 둘러싸고 소리를 지르는 병사들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 일단 진정하시고……
“와, 내가 여기서 강세아를 볼 줄 이야!”
“공연하러 오신 거예요?”
“강진호 면회 왔다고 하잖아! 어 쩐지 강진호, 그놈도 더럽게 잘생겼 더라.”
“닮았네.”
강은영이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강세아예요.”
“와아아아아!”
“다들 뵙게 되어서 반가운데, 지금은 제가 오빠 면회를 와서 그러니 까 이따가 다시 뵐게요.”
“예!”
병사들은 아쉬운 마음이가득했지 만, 아무리 연예인이라고는 하나 면
회객을 곤란하게 만들었다가는 포대 장님이 불벼락을 떨어뜨릴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저기, 진호 아니냐?”
강지환이 언덕 위를가리켰다.
아니나 다를까, 외출용 A급 전투 복으로 쫙 빼입은 강진호가 천천히 언덕을 내려오고 있었다.
“아이고, 내 새끼!”
백현정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듯한 얼굴로 강진호에게 손을 뻗 었고, 강지환은 대견하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호가 저벅저벅 걸어서 그들의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진호야!”
강지환이 살짝 물기가 섞인 목소 리로 강진호의 어깨를 꽉 움켜잡으 려는 찰나.
덥썩.
강진호가 손을 뻗더니 강은영의 뒷목을 움켜잡았다.
“응?”
강은영이 영문을 몰라 얼떨떨해하는 순간, 강진호가 그대로 잡아들 었다.
“꺄아아아아아악!”
“따라와.”
“오빠, 이것 좀 놓고!”
“시끄럽다.”
마치 개의 목줄을 잡고 끌고가는 것처럼 강은영을 질질 끌고가는 강진호를 강지환은 황당하게 바라보았다.
“우, 우리도 따라가야 하나?”
“그런 것 같은데요?”
백현정이 어색하게 웃고 말았다.
강은영은 볼이 퉁퉁 부풀어 있었다.
“이, 이게 뭐야, 이게.”
“조용히.”
강진호가가볍게 손가락을 입술 앞에다가져다 대자 강은영은 찔끔 하여 고개를 숙였다.
면회실.
한창 섹시 아이돌로 이름을 날리 고 있는 강은영은 회색 활동복으로 전신을 감싸고 머리를 질끈 묶은 수 험생 몰골을 한 채 불만에가득 차 있었다.
“아버지.”
“으응?”
강진호의 눈에 잔주름이 잡혔다.
“아무리 연예인이라고는 하나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애가 저런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은 잘못되 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그러냐?”
“ 예.”
“그런데 요즘은 시대가 시대기도 하고은영이도 나름 연예인인데, 자 기 관리는 자기가 직접 하는게 옳 지 않겠냐?”
“아이가 바로 서는데는 부모의 역할이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삐뚤어지는 아이를 바로잡아 주지 않는다면 어찌 아이가 제대로 서
겠습니까?”
“……사극을 많이 봤구나?”
군대에서 말이다.
강지환은 한숨을 쉬었다.
자식 놈이기는 하지만 이럴 때면 정말 숨이 막힌다. 어쩌다가 저런 꽉 막힌 놈이 자식이랍시고…….
“어머니도요!”
순식간에 타깃이 바뀌자 백현정이 찔끔했다.
“나야…… 그런 옷 입지 말라고 하지. 그런데 말을 안 들어 먹는 걸 내가 뭘 어쩌겠니?”
“말을 안 들어?”
강진호가 사납게 노려보자 강은영은 필사적으로 손을 내저었다.
“아니야! 아니야!”
강은영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엄마! 아까는 이쁘다고 해놓고 왜 이제 와서 말을 바꾸고 그래?”
“내가 언제 이쁘다고 했니?” 백현정이 슬쩍 고개를 돌려 버리 자 강은영은 억울해서가슴을 쳤다.
“우와, 다들 거짓말쟁이야!”
“시끄럽다!”
“오빠, 진짜 그게 아니라니까.”
“ 쉿.”
강진호가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자 강은영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아무리 어머니와 아버지가 허락 하셨다고 해도 몸가짐은 네가 우선 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 것이다.”
“……예,도련님.”
“또!”
“잘못했어요.”
강은영이 고개를 푹 숙였다.
‘왜 우리 오빠는 사극에서 나온 사람 같을까?’
요즘 같은 시절에 핫팬츠 좀 입었 다고 저렇게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이 세상에 또 누가 있단 말인가.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21세기인데.
“이런 꼴로 다니는 것도 문제인데, TV에 이런 꼴로 춤을 춘다는 건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오빠, 그건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아냐.의상 같은 컨셉은 다 기획사에서 정하는 거야. 진짜야.”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기획사에 연락을 했다. 컨셉과의상을 모두 변경하고 후속 곡으로 활동한다고 했으니 그리 알 아라.”
“안 돼! 진짜 안 돼! 오빠, 나 이
제 겨우 인지도 올라가고 있는 중이 란 말이야!”
“돼.”
“안 된다니까!”
“돼.”
차라리 벽을 잡고 말을 하는게 속이 편하겠다고 생각한 강은영이 부모님을 잡고 늘어졌다.
“엄마! 아빠! 말 좀 해주세요. 오 빠가 제 인생을 말아먹으려고 하고 있잖아요.”
“……진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아빠!”
“그러게 내가 조심하라고 했잖니!”
“ 엄마!”
강지환은 강은영의 시선을 피했다. 이런 일로는 그의 아들을 당해 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번 경험한 일이었다.
평소에는 시키는 대로 둥글둥글 사는 강진호지만, 정말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의견을 내기 시 작했을 때는 그들의 말도 들어 먹지 않는다.
“진짜 안 되는데……
울상이 된 강은영이 징징대자 강진호는 쐐기를 박았다.
“머리도 검게 다시 염색해.”
“머, 머리까지?”
“어디 학생이 샛노란 머리로 돌아 다니고 있어. 그런 건 졸업하고 해도 늦지 않다. 대학가고 하면 돼.”
“오빠는 나 연예인이라니까! 내 밥줄 끊을 일 있어?”
강진호가 빙긋 웃었다.
“연예인인게 문제로구나?”
“……잠시만 오빠.”
“그럼 연예인이 아니면 되는 거 군. 네게데뷔는 너무 일렀던 것 같다.”
사태 파악을 한 강은영이 강진호
의 품에 뛰어들었다.
“오라버니, 소녀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 용 서해 주시옵소서.”
“놔라.”
“오빠! 한번만! 진짜 잘못했어! 당장 염색하고 친친 동여맬게.”
강진호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지.”
강은영은 피눈물을 홀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녀가 연예인으로데 뷔를 할 수 있던게 강진호 때문이 고, 지금이라도 그가 마음만 먹으면
그녀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을 무효 로 돌려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처, 청순 컨셉이 나랑 맞을까?’
매우 암울한 전망이 예상되지만, 이제 와서 수험생으로 돌아가는 것 보다는 백배 나았다.
“괜히 면회는 와가지고.”
강은영이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 묻었다.
데뷔해서 연예인이 된 모습을 보 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스케줄을 빼 고 온 건데, 오빠라는 인간이 축하는 못해줄망정 재를 뿌리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었다.
“……오빠 선임들도 다들 좋아하 던데. 내가 이쁘게 해서 TV에 나오 면 오빠 군생활도 좀 편해지지 않을까?”
“그런 거 필요 없다.”
단호한 강진호의 말에 강은영이 손톱을 세웠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 올 인간!”
“무슨 말을 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조규민 씨한테 이야기해 서 컨셉 바꿀 테니까, 싫으면 그만 둬라.”
“열심히 하겠습니다.”
녹다운이 된 강은영이의자에 축 늘어졌다.
“그래.은영이는 오빠 말 듣도록 하고, 진호는 일단 이것들부터 좀 먹어라.”
백현정이 아이스박스에서 바리바 리 싸 온 음식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뭐 이런 걸 다 싸 오셨어요.”
“우리 아들 먹을 건데, 엄마가 싸 와야지.”
강지환이 걱정스레 물었다.
“군대 밥은 입에 좀 맞니?”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그게 괜찮을 리가 있 나.”
“정말 괜찮습니다. 맛있어요.”
“정말?”
“ 예.”
백현정이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기야, 너는 음식 맛을 잘 모르니까.”
“그래?”
“예전에 국에 소금 통을 쏟았는지 소태국을 만든 적이 있는데, 그걸 아무 말 없이 다 먹었더라구요. 나
중에 먹어보고 깜짝 놀랐어요.”
“혀가 둔한가 보구나.”
강진호는가볍게 웃고 말았다.
그의 혀가 둔한 것이 아니라 음식 이 소중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전생에가족들이 없을 때 십 년을 넘도록 인스턴트만 먹고 살던 강진호다. 중원에가서는 쓰레기통을 뒤 져가며 먹고살 때도 있었다.
소태국이든 뭐든 먹을 수 있는 음 식이라면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고, 특히나 그게 어머니가 해준 음식이 라면 더더욱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박혀 있었다.
“정말 먹을 만합니다.”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유민이는 같이 안 왔습니까?”
강진호의 말에 강은영이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유민이 오빠가가족이야?가족끼 리 오는 자린데, 유민이 오빠가 왜 와? 오빠, 유민이 오빠랑 사귀어?”
강진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 자 강은영이 활동복 안으로 고개를 쏙 집어넣었다.
“주둥아리.”
“……죄송합니다.”
강지환이 볼을 긁더니 말했다.
“이번에 연락을 해보긴 했는데, 일이 있어서 올 수가 없다고 하더구 나.”
“그래요?”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 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음, 그런데 진호야……
“예?”
“안 그래도 내가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기는 했다만……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구나. 전화를 받는 유민이의 목소리가 아무래
도 좀 이상했다.”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무슨 일이 있는지 목소리가 좀 떨리고 있더구나.”
강진호의 눈이 차게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