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00)
마존현세강림기-1001화(999/2125)
마존현세강림기 41권 (7화)
2장 결착 내다 (2)
“후욱……
숨도 쉬지 못하던 위긴스가 마침 내 무거운 한숨을 토해냈다.
멈춰 버린 전투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는 경악이 채 가시지 않았다.
‘어떻게 이런 싸움이……
알고는 있다.
엘더 나이트든 강진호든 지금의 그로서는 감히 대적을 꿈꿀 수 없는 강자들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서 벌어 진 전투는 그런 그의 생각마저도 무 색하게 만들었다.
위긴스는 단 한 번도 이런 처절 한 전투를 본 적이 없었다.
상대를 쓰러뜨리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이들.
‘이제 다시는 목숨을 건 싸움이라 는 말을 할 수 없겠군.’
위긴스가 그런 말을 감히 입에 올린다는 것은 이들에 대한 모독이
다.
이들은 정말 목숨을 내놓고 싸웠 다.
그 강렬한 투지가 지금도 위긴스 의 몸을 저릿저릿하게 울리고 있지 않은가.
그 투지를 되새기며 위긴스는 강 렬한 수치심을 느꼈다.
그는 나름 열심히 수련을 해왔다 고 생각했다. 평생을 무학에 바치고, 평생을 강해지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그걸 노력이라 할 수 있 을까?
위긴스는 지금까지 그가 한 것을
노력이라 생각했다. 누구보다 간절 하게 강함을 추구했다고 믿었다.
하지만 가웨인의 투지를 보고 나 서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위긴스 는 단 한 번도 정말 간절해 본 적 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가웨인은 위긴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하다. 그런데 가웨인 이 보여준 간절함은 위긴스가 차마 흉내 낼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였 다.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더 강한 이 가 나약한 위긴스보다 더 간절하다 니.
‘나는 이제껏 무엇을 했나.’
단 한 번이라도 저 가웨인처럼 간절한 적이 있던가.
최선을 다했지만 벽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주어진 재능으로 는 이게 끝이라 지레짐작하고 발전 을 멈췄다.
하지만 그게 정말 한계였을까?
그가 가웨인처럼 간절했다면, 그 처럼 모든 것을 걸고 수련에 매진했 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강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수치스러운 일이다.
무인으로서.
“……어마어마하군.”
마스터 역시 이 전투에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항상 여유 넘치던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마스터의 뒤쪽에 있는 위긴스에게 는 그의 어깨가 은은하게 떨리는 모 습이 똑똑히 보였다.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위긴스도, 마스터도 마찬가지다. 무인으로서 평생을 살아왔지만, 눈 앞에서 이런 수준 높은 전투를 본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살아생전 이런 전투를 다
시 볼 수 있을 거라 장담할 수 없 었다. 일생의 단 한 번뿐일지도 모 르는 대격전을 보았는데, 어찌 가슴 이 떨리지 않겠는가.
“마스터.”
마스터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미묘한 감정이 둘을 지배하고 있 었다.
무너진다.
엘더 나이트의 신화가.
그리고 원탁의 자존심이.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외세에 굴 하지 않은 원탁의 패배가 지금 그의
눈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위긴스로서는 마음 편히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제아무리 위긴스가 원탁의 모순을 깨닫고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한들 자신의 평생을 함께 보낸 곳은 총회 가 아니라 원탁이었다.
그 원탁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 보는 것이 즐거울 리 없다.
“달은 차면 결국 기우는 법이지.” 마스터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게 세상의 당연한 이치라는 것 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무거워 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마스터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 다.
그저 무겁기만 한 건 또 아니었 다.
엘더 나이트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들에게 원탁에 대한 자부심을 불 러 일으켰다.
“강하구나.”
“예.”
“저분들은 저렇게나 강하구나. 아 니, 원탁은 원래 강했던 게지. 우리 가 그 유산을 제대로 잇지 못한 것 뿐이야.”
강진호를 보면 생각할 수밖에 없 다.
어쩌면 서양의 무학은 동양의 무 학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강진호를 당해낼 수 없 고, 삼왕에게 최강자의 자리를 내주 어야 했던 것은 아닐까?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말이지만, 누구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엘더 나이트들은 그런 의 심을 불식시켜 주었다.
중요한 것은 무학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어떤 무학이든 결국 누가 어떻게 익히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가웨인의 창술을 위긴스가 익혔다 면 가웨인만큼 강해졌겠는가?
위긴스의 마검술을 가웨인이 익혔 다면 위긴스의 수준에서 한계를 느 꼈겠는가?
그렇지 않다.
가웨인은 마검술을 익혀도 강했을 것이다.
강진호가 그렇듯, 가웨인도 무학 이 강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강한 것이다.
그는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스스로 익힌 무학을 의심하기 전 에 스스로가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걸.
그게 가웨인이 마지막으로 원탁에 전한 가르침이었다.
마스터와 위긴스는 두 눈을 부릅 떴다. 그들은 엘더 나이트의 마지막 을 지켜보아야 할 의무가 있는 이들 이다. 저들의 마지막을 그 두 눈에 새기고, 저들의 마지막 정신을 심장 에 새겨야 한다.
그게 원탁을 이어갈 사람으로서의 의무였다.
쩌적.
가슴에 박힌 창을 뽑아낸다.
아이의 주먹이 들어갈 만큼 커다 란 구멍이 뚫려 있다. 한 치만 더 깊게 창이 들어갔다면 위험했다.
하지만 화는 나지 않았다.
강진호는 두 발을 딛고 선 채 숨 을 거둔 가웨인을 가만히 바라보았 다. 그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져 있다.
강진호는 손을 뻗어 가웨인의 눈 을 감겨주었다.
때로 이런 이들이 있다.
적이지만 인정해야 하는 이들.
살아 있을 때 그는 무인이 아니 었으나, 죽는 순간만큼은 분명한 무 인이었다.
적에게 존경을 표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인정할 수는 있다.
“가웨인이라……
아마 이 이름은 그가 죽는 순간 까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가웨인처럼 그의 존중을 이끌어내 지는 못했지만, 다들 최선을 다해 싸웠다.
그 증거가 지금 강진호의 몸 곳 곳에 남아 있었다.
이 세계로 돌아온 이후, 강진호의 육체에 이만한 상흔을 남긴 이는 홍 왕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그 수가 많았다고는 하나, 이들은 홍왕만이 해낸 업적에 도달한 것이 다.
‘사과해야겠군.’
처음 전투를 시작할 무렵에는 이 들을 조금은 무시한 것이 사실이다. 이들의 방식이 무인의 그것과는 달 랐기 때문이다.
가웨인이 확실히 바토르보다 강하 다고 생각하면서도 직접 맞붙는다면 바토르를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
했다. 그들이 가진 간절함이 바토르 의 간절함을 능가할 수 없다고 판단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했다.
방식은 달랐을지 모르지만, 이들 역시 간절함을 가지고 있었다.
설령 그 간절함의 원인이 강진호 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원탁에 대 한 충성심이라고 해도, 그들의 간절 함은 결국 강진호에게 닿았다.
“후……
짧게 숨을 내쉰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다.
아직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벌써 감상에 젖을 때가 아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들어 마지막 남 은 엘더 나이트를 바라보았다.
란슬롯.
그는 흔들림 없는 눈으로 강진호 를 바라보고 있었다.
동료가 모조리 죽어 나간 상황임 에도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만 으로도 대단하다 할 수 있었다.
“경의를.”
란슬롯이 검을 들어 자신의 가슴 앞에 가져다 댔다. 강진호는 무심한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언젠가는 원탁이 무너질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란슬롯의 목소리는 무심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까 요.”
그 무심함 속에 한 줄기 비애가 어려 있었다. 아마 그게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짙은 감정의 표현일 것이 다.
“하지만 설마 원탁이 단 한 사람 의 손에 무너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란슬롯을 바라보 며 입을 열었다.
“승부를 포기하는 건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동양에서 온 자여. 저는 최선을 다해 당신을 막 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제가 당신을 막아낸다고 해서 원탁의 운명이 달 라질 것 같지는 않군요.”
란슬롯이 슬쩍 고개를 돌려 주위 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질린 듯한 눈을 하고 있 는 이들이 보인다.
원탁은 오늘부로 엘더 나이트를 잃을 것이다. 란슬롯이 강진호를 쓰 러뜨리고 살아남는 것도 불가능하겠 지만, 설사 란슬롯이 살아남는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엘더 나이트•가 엘더 나이트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압도하는 무력 이 필요하다. 란슬롯 혼자서는 그 무력을 충족시킬 수 없다.
이미 엘더 나이트의 신화는 끝났 다.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까?”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중에 한담을 나누는 건 그 의 스타일이 아니지만, 가웨인 등이 보여준 기개는 강진호를 조금 자상 하게 만들었다.
가웨인들이 보여준 모습을 참작한
다면, 최후의 엘더 나이트의 한마디 쯤 들어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당신이 나를 쓰러뜨린다면, 원탁 을 어찌할 셈입니까?”
“ 아무것도.”
“••••••예‘?”
“아무것도 하지 않아.”
강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원탁을 손에 넣기 위해 온 게 아닙니까?”
“ 왜?”
란슬롯은 웃고 말았다.
왜라…
그 한마디에 납득이 간다.
‘필요하지 않겠지.’
저자에게 원탁이란 그냥 거추장스 러운 짐일 뿐이다.
인간은 무리를 짓는다. 인간은 자 신에게서 모자란 부분을 다른 이에 게서 채운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렇지 않았다.
저자는 홀로 완전하다.
“그럼 굳이 왜 이런 거추장스러운 짓을?”
“바라는 자가 있었기 때문이지.”
란슬롯의 시선이 강진호의 등 너 머로 향했다. 마스터와 위긴스를 본
란슬롯이 다시 고개를 돌려 주저앉 아 있는 나이트 르보를 바라보았다.
대충 상황이 짐작이 간다.
“수고를 끼쳤군요. 이건 원래 저 희의 역할인데.”
강진호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걸로 대화는 충분했다.
란슬롯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 라보았다.
‘끝이라……
이상한 기분이었다.
가웨인은 그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란슬롯도 가웨인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가웨인은 란슬롯이 달려들 수 있 는 완벽한 틈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란슬롯은 가웨인과 강진호의 전투에 넋을 놓아 미세한 틈을 노리지 못했 다.
그게 원탁의 운명을 결정했다.
그극.
란슬롯의 검이 바닥을 긁는다.
생각해 보면 오랜 세월이었다. 원 탁을 위해 바친 시간이 천 년이 넘 을 것이다. 끝없는 잠에 빠졌다가 다시 깨어나 싸우고, 다시 끝없는 잠에 빠진다.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일이 아니
다.
잠에 든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엘더 나이트 가 된 이후로 그의 기억에 남은 것 은 투쟁밖에 없다. 투쟁이 끝나면 다시 새로운 투쟁이 이어지고, 또 새로운 투쟁이 이어진다.
란슬롯은 그 투쟁의 끝에 서 있 었다.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우리는 강했습니까?”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 다.
“충분히.”
그래.
그거면 됐다.
란슬롯의 시선이 다시금 주변을 향했다.
그의 후배들이, 그의 후인들이 그 를 지켜보고 있다. 엘더 나이트의 마지막을 장식한다는 막대한 책임이 그에게 있다.
가볍게 성호를 그은 란슬롯이 검 을 들어 올렸다.
“적에게 죽음을!”
오늘 이곳에서 엘더 나이트의 명 맥은 끊긴다. 하지만 세상은 영원히
그들을 기억할 것이다.
란슬롯이 전력을 다해 강진호에게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