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01)
마존현세강림기-1002화(1000/2125)
마존현세강림기 41권 (8화)
2장 결착 내다 (3)
털썩.
마지막 엘더 나이트가 쓰러졌다.
그리고 홀에는 죽음과도 같은 침 묵이 내려앉았다.
신화가 무너지고 새로운 신화가 생겨나는 광경은 이렇듯 이질감과 함께하기 마련이다.
촤아아악!
강진호가 적루와 청루를 휘둘러 검에 묻은 피를 바닥에 뿌렸다. 그 러고는 아공간을 열어 적루와 청루 를 밀어 넣었다.
전투가 끝났음을 상징하는 행위.
아직 다른 기사단과 나이트 르보 가 남아 있건만, 강진호는 행동으로 종전을 선언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감히 그의 행동에 반발하지 못했다.
저벅.
강진호가 걷기 시작한다.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바닥에는 진득한 피가 묻어났다. 강진호의 몸은 엉망진창이었다. 얼마나 피를 뒤집어썼는지 전신이 붉게 물들어 있다. 한 걸음, 한 걸 음 걸을 때마다 흘러내린 머리카락 끝으로 피가 방울져 떨어진다.
강침이 박혀 구멍이 숭숭 뚫린 몸은 폭발의 여파로 그을음이 잔뜩 묻어 있고, 가슴에는 가웨인이 남긴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 자리에서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처.
그런 상처를 입었음에도 강진호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무심하게 걸었
다.
저벅저벅.
그리고 그 누구도 감히 강진호를 제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숨을 죽이 며 강진호의 행보를 지켜보았다.
원탁의 신화를 부수고 새로운 신 화를 만들어 버린 저자가 다음에는 무엇을 하려는지 그 두 눈으로 새기 려 들었다.
‘끝이군.’
이현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냉정하게 말한다면,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총회도, 원탁도 가용
한 병력의 십분지 일도 소진하지 않 았다. 제대로 된 전투가 벌어지기도 전에 엘더 나이트들이 모습을 드러 냈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럴 수 없겠지.’
이미 이 전쟁은 끝났다.
지금 이 순간, 이 지하 공간은 완 벽한 강진호의 지배하에 있었다. 누 구도 감히 강진호의 심기를 거스르 려 하지 않을 것이고, 누구도 감히 강진호 앞을 막아설 수 없을 것이
다.
사자와 한 우리에 갇힌 토끼 떼 처럼 그저 구석에 머리를 처박고 다 음 먹잇감이 자신이 아니기를 빌 수 밖에 없었다.
원탁은 당연하고, 심지어 총회마 저도 숨을 죽였다.
그리고 이 전쟁의 마무리는 당연 히 ‘그’가 될 수밖에 없다.
저벅저벅.
느긋한 걸음걸이.
생각처럼 느린 걸음이 아님에도 지켜보는 이들은 저 한 걸음, 한 걸 음 사이의 시간을 억겁처럼 길게 느
끼고 있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긴장감.
그 긴장감 속에서 강진호의 걸음 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그와 함께…….
“히•••••• 히이이••••••
나이트 르보가 앉은 채로 뒤로 아득바득 물러났다. 그의 얼굴은 귀 신이라도 본 것처럼 질려 있었다.
저벅.
강진호가 자신을 향해 다가온다.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공 포를 다 가져온다 해도 지금 이 순 간 나이트 르보를 이보다 공포스럽
게 만들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는 다.
전신에서 피를 뚝뚝 흘리며 걸어 오는 강진호.
원탁을 무너뜨리고, 엘더 나이트 를 모조리 베어낸 악마가 이제 그 발길을 나이트 르보에게로 돌린 것 이다.
나이트 르보는 깨달았다.
알 수밖에 없다.
저 걸음이 그의 앞에 도달하는 순간, 그는 죽는다.
너무나도 확고한 죽음.
피할 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죽
음이 그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으.. 으아..”
나이트 르보는 자신이 죽음을 두 려워하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착각일 뿐이었다.
죽음도 죽음 나름이다.
죽음이란 그저 숨이 끊어진다는 결과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죽음이 라는 결과가 아니라, 그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이었다.
강진호의 손에 죽는다는 것은 투 신이나 병사 같은 죽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공포다.
“아••••••
고개를 들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강진호를 본 나이트 르보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알 수 있다.
저 악마에게는 어떠한 말도 통하 지 않는다. 애걸해도, 빌어도, 눈물 을 뿌려도 저 악마는 일말의 망설임 도 없이 그의 목을 뽑아버릴 것이 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위, 위긴스!”
나이트 르보가 처절하게 소리쳤 다.
“내가! 내, 내가 졌네! 내가 졌다
고! 원탁을 자네에게 넘기겠네. 마 스터의 직위도 자네에게 주겠어! 그 러니…… 그러니 제발! 제발!”
듣고 있기 괴로운 목소리였다.
나이트 르보를 증오하던 이들도, 나이트 르보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 던 이들도 차마 그 광경을 지켜보지 못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아무리 나이트 르보가 죽어 마땅 한 죄를 지었다고는 하나, 그 당당 하던 이가 저리 애걸하며 점점 미쳐 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마스터! 마스터! 살려주십시오!
마스터! 제가 잘못했습니다! 마스터 어어어어어!”
마스터마저 그 광경을 지켜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모두가 그를 외면하자 나이트 르 보가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따.
죽음.
죽음이 찾아온다.
강진호라는 이름의 죽음이. 저벅저벅.
강진호가 천천히 걸어 마침내 나 이트 르보의 앞에 섰다.
그의 발걸음이 나이트 르보의 한
걸음 앞에서 멈춘다. 나이트 르보는
사시나무처럼 떨며 자신의 앞에 선 강진호의 발을 바라보았다.
피가 흘러내리고 있는 발.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적 앞에 선 인간의 반응은 대동소이한 법이 다. 나이트 르보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 앞에 손을 모았다.
마치 신께 기도를 올리듯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의 신은 그를 구원할 수 없다. 죽은 그 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을지는 모르 지만, 현실에서 강진호를 막아줄 수 는 없다.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강진호가
죽음의 신이니까.
“저, 저는……
나이트 르보가 덜덜 떨리는 턱을 억지로 움직여 입을 열었다.
“저는 당신께 도움이 될 수 있 습……니다. 저는……
우득.
강진호의 손에서 뼛소리가 울려 퍼졌다.
차마 강진호의 얼굴을 보지 못하 던 나이트 르보가 천천히 고개를 든 다.
마치 억겁처럼 느껴지는 시간의 끝에 그의 시선이 강진호의 얼굴로
향했다.
그러고는 보았다.
피로 젖은 앞머리 아래로 강진호 가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었다.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찾은 아 이처럼.
강진호가 가만히 입을 열었다.
“오해하는 모양인데……
“나는 딱히 네게 원한이 없어.”
“아……
나이트 르보의 몸이 들썩인다.
결코 존재하지 않을 것 같던 희 망이 그의 가슴속에서 피어나는 순
간이었다.
생각해 보면 그렇지 않은가.
나이트 르보는 강진호를 적대한 적이 없다. 엘더 나이트를 이끌어내 강진호를 막아서려 한 것은 사실이 지만, 그건 마스터의 직위에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선택해야 하는 의무였다.
그러니 강진호는…….
“그러니 이건 원한이 아니야.”
강진호가 몸을 숙인다.
한없이 가라앉은 검은 눈동자가 나이트 르보와 눈을 맞춘다.
빨려 들어갈 것처럼 한없이 어둡
고 음울한, 나이트 르보에게는 낯설 기만 한 검은 눈동자였다.
“하지만 책임은 져야겠지. 그렇지 않아?”
강진호가 나이트 르보와 얼굴을 맞추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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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T 丁그 •
그래, 그저 웃음이었다.
하지만 나이트 르보에게는 그 웃 음이 마치 늑대가 이를 드러내고 으 르렁대는 것 이상으로 섬뜩하게 느 껴 졌다.
“위에 선다는 건 그런 거야. 위에 선 이는 자신이 벌인 일에 책임을
져야 하지. 설사 자신이 벌이지 않 은 일이라도 책임을 져야 해. 설마 그런 것도 모르고 그 자리에 오르지 는 않았겠지?”
“저, 저는……
“모르는 것 같군.”
강진호가 이를 드러냈다.
그의 우수가 천천히 움직인다. 결 코 빠르지 않고 느릿하게.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이들의 눈에도 느려 보 일 정도로 천천히.
하지만 그 손은 확실하게 나이트 르보의 목에 닿았다.
“끄으으으으으윽!”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어마어마한 힘에 나이트 르보가 혀를 빼 물었 다.
양손이 강진호의 손을 움켜잡고 긁어 댄다. 하지만 강진호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나이트 르보의 목을 움켜잡은 강 진호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나 이트 르보를 들어 올렸다. 그의 몸 이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끄읍! 급!”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게거품을 문 나이트 르보가 버둥 거리며 강진호의 팔을 긁어 댔다.
강진호는 조금 무심한 눈으로 그 광경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왜 죽는지 알고 있나?”
들리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나이트 르보에게는 듣고 생각할 여력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가 듣든 말든 상관없었다.
“전쟁을 하는 이가 걸어야 할 것 은 언제나 자신의 목이지. 쥐새끼처 럼 뒤에 숨어서 다른 이의 목숨을 가지고 놀려는 자는 전장에 있을 자 격이 없어.”
이곳은 전장이다.
그리고 나이트 르보는 전장에 있
을 자격이 없다. 그것만으로 나이트 르보가 죽을 이유는 충분했다.
나이트 르보의 몸이 경련을 일으 켰다. 목을 통해 주입된 마기가 지 금 그의 전신을 헤집고 있었다. 아 마 몸 안에서 날카로운 면도날 수백 개가 살아 움직이는 듯한 고통을 느 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죄악에 비하 면 이것도 부족했다. 예전의 강진호 라면 나이트 르보에게 살아 있는 채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안겨주었 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
다.
다른 이들이 지켜보고 있어서?
아니다.
그래도 나이트 르보는 원탁의 마 스터이고, 엘더 나이트들이 지키려 고 한 존재다. 나이트 르보에게 내 려주는 깔끔한 죽음은 나이트 르보 가 아니라 엘더 나이트들에게 보내 는 헌사였다.
강진호가 그 자세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가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강진호의 시선을 느낀 위긴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로 충분하다.
우드득.
섬뜩한 소리.
꿈에서라도 듣고 싶지 않은, 섬뜩 하기 짝이 없는 소리가 홀을 울린 다.
기이한 각도로 목이 꺾인 나이트 르보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이내 축 늘어졌다.
한때마나 원탁을 손에 넣고 마스 터마저 추락시킨 기린아의 죽음이라 기에는 너무도 허무한 모습이었다.
털썩.
숨이 끊어진 나이트 르보의 몸이
바닥에 떨어졌다.
죽는 그 순간까지 당당하던 엘더 나이트들에 비하면, 나이트 르보의 죽음은 너무도 비참하고 초라했다. 그리고 그 비참한 죽음은 홀에서 모 든 것을 지켜보던 원탁 소속의 무인 들의 마지막 마음마저 꺾어놓았다.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모두를 바 라본다. 누구도 감히 그와 눈을 마 주치지 못했다.
강진호의 시선이 향하는 곳마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바라본 다.
전쟁은 여기서 끝났다.
저벅저벅.
미련 없이 몸을 돌린 강진호가 한쪽을 향해 걸어갔다. 그가 향하는 곳에는 죽은 뒤에도 여전히 서 있는 가웨인의 시신이 있었다.
바로 앞까지 다가가 가만히 가웨 인을 바라보던 강진호가 손을 뻗어 그의 시신을 건드린다.
가볍게 건드렸을 뿐인데 그의 시 신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강진호 는 가웨인의 시신을 받아 들고 그를 바닥에 눕혔다.
“……회주님.”
위긴스가 어느새 그의 곁으로 다
가와 있었다.
“위긴스.”
“예, 회주님.”
“정리해라.”
“예!”
자리에서 일어난 강진호가 미소를 짓고 있는 가웨인의 시신을 보며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들에게는 최상의 예를.”
“명심하겠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다.
길고 길던 하룻밤이 끝나는 순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