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02)
마존현세강림기-1003화(1001/2125)
마존현세강림기 41권 (9화)
2장 결착 내다 (4)
“안 끝났어!”
늘 하는 말이지만!
이제 다시 말하기도 지겨운 말이 지만, 모든 일은 벌이는 것보다 그 뒷수습이 더 힘든 법이다.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 지옥 같은 수습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수
습의 메인이 되는 건 언제나 이현수 였다.
‘내가 왜 영국에서까지!’
상식적으로!
영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수습 은 위긴스와 마스터가 해야지!
왜 자신이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 어다녀야 한단 말인가!
‘아우, 빌어먹을.’
하지만 차마 불만을 토할 수가 없었다. 지금 위긴스와 마스터는 뒷 정리보다 더 심각한 일을 처리하고 있으니까.
강진호가 원탁에 진입하면서 거대
한 폭발을 일으킨 덕분에 지금 이곳 은 군경에 의해 포위되어 있었다.
영국 상층부가 이곳에 원탁이 있 다는 것을 모를 리 없고, 원탁이 외 부의 공격에 노출되었다는 것을 판 단한 즉시 군경을 동원한 것이다.
무인계의 일에 외부 세계의 군인 들이 동원되는 것은 절대 금기시되 는 일이지만…… 딱히 알린 적도 없 이 폭발을 일으켰으니 이쪽도 할 말 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대외적인 인지도가 가장 높은 마스터와 위긴스가 사태를 수 습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중이었
다.
다급하게 달려왔다고 하더라도 마 스터와 위긴스가 얼굴을 내밀고 별 일이 아니라고 하면 저들은 납득할 수밖에 없다. 마스터와 위긴스는 영 국의 무인계를 대표하는 이들이니 까.
하지만…….
‘덕분에 내가 미치겠다는 거지.’
사태를 수습해야 될 이들이 둘이 나 빠져 버리니, 날뛸 사람은 이현 수밖에 없었다.
강진호와 바토르는 원래 이런 일 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아니고,
방진훈은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그나마 슈발리에와 가터 기사단이 이현수를 거들고 나선 덕분에 어찌 어찌 일을 처리할 수는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 이쪽으로.”
이현수의 손짓에 기사단들이 말없 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 안으로 들 어갔다.
모든 이들이 방 안으로 들어간 걸 확인한 이현수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어설픈 시도는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단
한 사람의 반항이 다른 이들 모두를 고달프게 만들 수 있다는 걸 명심하 십시오.”
대답은 없었다.
탁.
이현수는 문을 닫고는 한숨을 내 쉬었다.
‘그나마 이건 다행이로군.’
사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 상황 이었다. 원탁이 가용할 수 있는 병 력 중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은 채 십분지 일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의 수는 이곳에 온 총회 전체 수의 열 배가 넘었다.
그런 이들을 통제한다는 것은 실 질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들은 반항의 기색을 전 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원탁을 말 그대로 뒤엎어 버린 강진호의 신위 가 이들의 머리에 똑똑히 박혀 있는 것이다.
‘마스터의 존재도 분명 도움이 됐 겠지.’
공황에 빠져 있던 홀을 수습한 것은 다름 아닌 마스터였다. 마스터 는 그들에게 더 이상의 희생이 없을 것이라 공언했고, 원탁을 정상화하 겠다고 약속했다.
나이트 르보의 목이 꺾여 버린 이상, 저항할 명분이 없었을 것이다. 물론 명분이 있다고 해서 저항할 수 있었다는 건 아니지만.
이현수가 피식 웃었다.
‘이런 걸 보면 참 재미있단 말이 야.’
원탁은 시스템을 통해 돌아간다.
시스템은 여러 단점과 여러 강점 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 발 휘되는 강점은 인간이 가진 감정이 나 상황적 변수에 시달리지 않는다 는 부분이어야 했다.
마스터의 자리에 오른 이가 전투
중에 죽어가는 상황?
다른 집단이라면 단체로 패닉에 빠질 만한 상황이겠지만, 원탁 내부 에서는 그에 대한 매뉴얼이 완벽하 게 구성되어 있었다.
누가 마스터의 위치를 대신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은 단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매뉴얼은 실행되지 않 았다.
강진호의 존재는 원탁이 그토록 떠받들던 원칙과 시스템, 그리고 매 뉴얼을 갈가리 찢어발겼다. 어떤 대
처법도 통하지 않는 단 한 명의 존 재가 완벽하게 돌아가던 기계장치에 끼어든 이물질처럼 모든 것을 어긋 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지금 이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 드는 원인에는 그 점도 있을 것이 다.
물론 강진호가 원탁 내에 머무르 고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는 하겠지만, 시스템이 무너져 버린 상황에서 대체 어떤 식으로 반발하 고 저항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분명 있다.
‘만약 입장이 바뀌어서 우리가 여
기에 잡혔다면?’
절대 이렇게 고분고분하지는 않았 을 것이다.
바토르고, 방진훈이고, 위긴스고 간에 얌전히 적의 속박을 받고 있을 사람이 아니다. 심지어 이현수나 이 명환만 해도 강진호와 상관없이 자 력으로 사태를 해결하려 움직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그러지 못한다.
명령권자가 사라져 버리자 이들은 실이 끊어진 꼭두각시처럼 무기력해 졌다. 차라리 명령을 내려줄 이들이 모조리 죽어버렸다면 모를까, 아직
몇몇의 나이트들과 전임 마스터가 멀쩡하게 살아 있는데 자체적으로 명령권을 획득할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 저리 풀죽은 식물처럼 무 기력해져 버린 것이다.
재미있는 결과였다.
“실장님.”
“ O ”
“저쪽 애들도 다 방 안에 일단 구 속해 뒀습니다. 순순히 들어가던데 요.”
“그렇겠지.”
“그런데 이걸로 뭐 되겠습니까? 저 새끼들이 문 뚫는 게 어려운 것
도 아니고……
“괜찮아.”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했다.
“뚫고 나올 놈은 없을 거야.”
이명환이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 을 했다.
이현수가 슬쩍 웃으며 부연해 주 었다.
“그렇게 뚫고 나와봐야 할 일이 없으니까. 어차피 우리가 원탁을 집 어삼키는 것도 아니고.”
“쟤들이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아 니잖습니까.”
“장담하지.”
“네?”
눈이 있으니까.
이현수가 미소를 지었다.
그 급박한 상황에서 괜히 위긴스 를 뒤로 돌린 게 아니었다. 총회 쪽 에 마스터와 위긴스가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모두가 봤을 것이다.
전대의 마스터라는 상징성과 전대 영국의 나이트라는 상징성. 그 두 가지 상징성에 이곳이 영국이라는 현실적인 위협까지.
그 모든 것이 머릿속에서 조화가 되면 괜히 반항하는 것보다 구 마스 터의 체제로 돌아가는 것이 이득이
라는 결론이 나왔을 것이다.
평소라면 반발이 있을지 모르지 만, 강진호와 총회가 원탁을 장악한 상황에서 마스터가 돌아온다는 건 저들에게도 호재였다.
“다들 너처럼 멍청한 건 아니니 까.”
“에이, 저 똑똑합니다.”
“됐어, 인마.”
이현수가 손을 내저었다.
이렇게 농담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었다.
부상자도, 사상자도 거의 생기지 않았기에 이쪽도 여유를 가질 수 있
었다.
하지만 이현수는 이 결과가 그들 의 성공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우리 쪽 의 전략 실패지.’
이현수는 책임을 통감했다.
아무리 원탁의 전력을 규정하고 그에 맞는 전력을 측정하는 역할 자 체를 위긴스에게 맡겼다고는 하나, 이현수는 다른 이가 한 일에 대해 책임을 면피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 었다.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면 이현수가
이런 자리에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 다.
설사 위긴스가 이 정도면 충분하 단 말을 했다 해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대비하여 전력을 구비하는 게 이현수가 할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긴스도, 이현 수도 원탁의 전력을 제대로 알지 못 했다.
‘엘더 나이트는 확실히 변수였어.’ 그만큼 강한 이들이 다수로 존재 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위긴스와 이현수가 상정한 최대의 적은 나이트였으니까.
이곳에 강진호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까?
강진호의 힘 역시 그들이 예상한 전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강진호 없이 위긴스와 이현수가 생각한 만 큼의 전력으로 강진호를 대체했다 면?
‘몰살이지.’
엘더 나이트들이 등장한 순간, 총 회는 단 한 사람도 도주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전멸했을 것이다.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결국 이 최상의 결과는 저들이 가진 변수가 총회가 가진 변수보다
크지 않았기에 나올 수 있던 우연에 가깝다.
강진호가 엘더 나이트들을 감당하 지 못했다면, 이현수는 지금쯤 시체 가 되어 어딘가에 묻혔을 것이다.
이현수가 마른 입술을 핥았다.
‘정보가 부족해.’
총회와 영남회가 서로 대적하던 방식으로는 이제 더 싸울 수가 없 다. 과거, 총회와 영남회는 서로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중 걸 자신보다 이현수가 이중걸을 더 잘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서로 팽팽한 대치를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해외는 다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총회가 가진 해외의 정보력은 전무하다시피 했 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 원인도 따지 고 보자면, 원탁을 상대해야 함에도 원탁의 전력에 대한 측정을 온전히 위긴스의 기억에 의존할 수밖에 없 던 상황에서 비롯되지 않았는가.
이현수가 원탁의 정보를 조사하고 입수할 수 있었다면, 엘더 나이트에 대한 존재를 알아낼 수 있었을 것이
고, 그렇다면 더 많은 병력을 준비 했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원정 자 체를 포기했거나.
‘이런 식으로는 안 돼.’
그들의 상대는 더 이상 국내에 있지 않다.
일본과 중국, 그리고 이제는 유럽 까지.
앞으로 계속 싸워 나가기 위해서 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총회로 돌아가는 즉시 해외 정보 원을 보강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이현 수가 몸을 돌렸다.
“그런데 실장님.”
“웅?”
“회주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쉬고 계실 거다.”
“의사를 불러야 하는 것 아닙니 까? 부상이 장난이 아니시던데.”
이현수가 쓴웃음을 지었다.
‘신기한 놈이라니까.’
이명환은 보면 볼수록 이상하다.
이현수가 보기에 이명환은 음흉한 구석이 있는 놈이었다. 시킨 일만 하는 것 같으면서도 은근히 야심이 있고, 멍청한 것 같으면서도 똑똑한 구석이 있다.
그런 놈이 강진호에 대해서만큼은
강렬한 충성심을 보인다는 점이 신 기하다.
‘하기야.’
야심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달 리 작용하는 법이다.
세조가 아무리 호랑이 같은 기세 를 타고났다고는 하나 문종이 일찍 죽지 않았다면 감히 그 야심을 겉으 로 드러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어쩌 면 그 능력을 잘 발휘해 훌륭한 왕 족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야심은 결국 내리누를 힘이 부재 할 때 드러나는 법이니까.
강진호가 살아 있는 한 이명환의 야심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낼 일 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동안은 잘 써먹으면 그만이다.
“회주님이 어련히 알아서 하실까 봐.”
“그래도……
이명환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얼굴 이었다.
“알았다. 내가 한 번 여쭤볼게.”
“네.”
“그건 됐고, 너는 부상자 애들이 나 파악해 봐. 분명히 다쳐 놓고도 말 못하고 있는 놈들 있을 거다.”
“그런 거야 알아서 하겠죠.”
이현수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이명 환을 돌아보았다.
“……회주님은 의사 불러야 한다 며?”
“그야 회주님이니까요.”
“다른 애들은?”
“애새끼도 아니고, 그 정도야 지 가 알아서 해야죠.”
이현수가 멍한 눈으로 이명환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놈은 좀 맛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