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03)
마존현세강림기-1004화(1002/2125)
마존현세강림기 41권 (10화)
2장 결착 내다 (5)
“……이게 용납될 거라 생각하는 건가?”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나이트 채드윅이 지하 감옥의 철 창 안에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용납이라……
“너는 원탁의 법도를 어겼다. 누
구도 너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자네 생각이지, 채드윅.”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이••••••
“그렇게 화를 낼 것 없네. 자네가 딱히 잘못한 게 없다는 건 나도 알 고 있으니까. 이건 그저 편의를 위 한 일일 뿐이네. 정리가 끝나는 대 로 자네를 풀어주도록 하지.”
“•♦••••뭐?”
나이트 채드윅의 눈이 커졌다.
“나를 풀어준다고?”
“당연한 일 아닌가.”
“……당연해?”
채드윅이 황당하다는 듯 되묻자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자네의 말대로 자네는 원탁의 법 도를 어긴 적이 없으니까. 그저 자 신의 입장에 맞는 대처를 했을 뿐이 네. 그런데 내가 왜 자네를 죽이겠 나.”
“그럼••••••
나이트 채드윅이 입을 닫았다. 이 한마디를 내뱉는 게 얼마나 옹졸하 고 없어 보이는 일인지를 깨달은 것 이다.
다행히 위긴스가 먼저 그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아채고는 대답을 해주
었다.
“나는 나이트 자리에 복귀하고 싶 은 생각이 없네. 자네는 정당한 절 차를 거쳐 나이트의 자리에 올랐지. 그 자리를 빼앗을 권한은 내게 없 네. 그리고 권한이 있다고 해도 그 러고 싶은 생각도 없어.”
채드윅이 황당하다는 눈으로 위긴 스를 바라보았다.
그럼 대체 원탁에는 왜 돌아왔단 말인가.
“말하지 않았나, 나는 원탁을 정 상으로 되돌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물론 그 과정에서 변화는 생기겠지.
하지만 원탁에 해를 끼치고 싶은 생 각은 없네. 나를 믿지 못하는 건 상 관없네. 하지만 마스터마저 믿지 않 는 건 아니겠지? 나는 그분께 정당 한 자신의 자리를 돌려 드릴 걸세. 그 뒤에는 원탁에 손가락 하나 대지 않겠다고 맹세하지.”
채드윅이 이를 갈았다.
“예전부터 느낀 거지만……
“ 응?”
“자네는 진실 속에 거짓을 숨기는 것에 능숙해.”
“••••••호오?”
채드윅이 코웃음을 쳤다.
“손가락 하나 대지 않겠다고? 물 론 그렇겠지. 자네는 손을 대지 않 겠지. 하지만 다른 이들을 내세워 원탁을 꿀꺽 삼키려는 생각 아닌 가‘?”
“음, 오해가 깊군.”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네. 설마 마스터가 내가 의도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자네 혼자라면 무리겠지.”
“하지만 그 괴물이 자네의 뒤를 봐주는 이상, 마스터도 어쩔 수가
없겠지. 자네는 그 부드러운 낯짝 뒤에 칼을 숨기고 마스터를 압박할 셈이겠지. 그러고는 원하는 걸 모조 리 얻어낼 거야. 그렇지 않나?”
위긴스가 황당하다는 듯이 채드윅 을 바라보았다.
“자네, 나를 대체 어떻게 생각하 는 건가?”
“독사.”
채드윅의 대답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튀어나왔다.
“자네는 독사지. 정확하게 말하자 면, 양의 탈을 뒤집어쓰고 있는 독 사지.”
“늑대가 아니라?”
“늑대는 사악하지만 음흉하지는 않아. 자네는 독사야. 음흉하게 세상 을 바라보다 결정적일 때 목을 틀어 물지.”
“ 흐음••••••
“모두가 네게 속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나는 절대로 너를 믿지 않는 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네가 벌이 는 일들을 지켜봐 왔다. 설사 마스 터가! 그리고 다른 나이트들이 네게 속아 넘어갈지라도 나는 절대로 너 를 믿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진 모 든 권한을 이용해 너와 맞서겠다.”
위긴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거참, 상상력 하나는 끝내주는 친구로군.”
“부정할 생각인가? 그렇겠지. 너 는 원래 그러니까. 너는 독사 같은 놈■이야. 원탁을 집어삼키고 나면 나 중에는 그 총회인가 뭔가도 삼키려 들겠지. 네게 목을 물린 그 강진호 인가 뭔가 하는 놈의 얼굴이 궁금하 군. 물론 내가 그렇게 내버려 두지 는 않겠지만.”
위긴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마음대로 생각하게. 나는 그만
갈 테니까. 상황이 끝나면 풀어주도 록 하지.”
“절대 네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아, 그래그래.”
위긴스가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저 으며 몸을 돌렸다. 미련 없이 걸음 을 옮긴 그가 계단 위로 걸어 올라 갔다.
‘빌어먹을 놈.’
채드윅이 이를 갈았다.
그의 마음속에 위긴스에 대한 시 기심이 있다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발언은 그 시기심의 발로
가 아니었다.
증오와 애정은 한 끗 차이의 감 정이다.
그는 위긴스를 증오한 만큼 위긴 스에게 집착했고, 세상 그 누구보다 위긴스가 어떤 사람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누구보다 정직하고 바 른 사람인 것처럼 굴고 있지만, 사 실은 더없이 계산적인 야심가였다.
위긴스가 나이트 직을 버리고 총 회에 투신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모두가 경악했지만 채드윅만은 놀라 지 않았다. 그저 한국의 총회라는 곳이 생각 이상으로 무서운 곳이라
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그 위긴스 가 가능성을 보았으니까.
위긴스는 그런 남자였다.
‘절대로 원탁을 집어삼키게 내버 려 두지는 않겠다. 나는 영국의 나 이트다. 원탁을 수호해야 할……
“ 이보게.”
채드윅의 고개가 휙 꺾였다.
어느새 위긴스가 철창 앞으로 다 시 돌아와 있었다.
“너……
“하나 물어볼 것이 있어서 왔네. 자네는 나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처럼 말하더군. 그래서 내가 하나 묻겠는데……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내가 자네가 아는 그대로의 사람 이라면, 내가 자네를 어떻게 할 것 같은가?”
채드윅의 눈이 흔들렸다.
“위긴스!”
푸욱.
어느새 위긴스가 꺼낸 검이 철창 사이로 뻗어져 채드윅의 목을 찔렀 다.
“꾜윽••••••
위긴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내 저었다.
“자네도 헛똑똑이로군. 그럴 마음 이 있었다면 입을 다물고 풀려날 때 까지 기다렸어야지. 내가 자네가 아 는 그대로의 사람이었다면, 그 말을 듣고도 자네를 살려두겠는가?”
털썩.
채드윅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 의 목으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 왔다.
“대부분은 자네의 말이 맞네. 하 지만 두 가지를 틀렸군. 나는 자네 가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과격한
사람이라네. 다른 사람의 눈이나 뒤 처리를 우려해서 자네를 살려둘 만 큼 미련하지 않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위긴스가 철창을 사이에 두고 쓰 러진 나이트 채드윅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회주님은 나를 몰라서 나를 자신 의 주변에 두시는 게 아니라네. 나 는 그분의 목을 물 수 없어. 뱀이 아무리 강한 독을 지녀도 코끼리를 물 수는 없지. 밟혀 죽을 테니까. 게다가 그분은 코끼리 따위와 비견
될 분이 아니라네.”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 내가 총 회를 물어뜯을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음, 원탁은 모르겠군. 나도 지금 고민 중이란 말이야. 그러니 저승에서 지켜보게, 내가 어떻게 할지.”
채드윅의 부릅뜬 눈이 생기를 잃 어갔다.
그러고는 이내 완전히 숨이 끊겼 다.
그 모습을 보며 위긴스가 혀를 찼다.
“멍청하긴.”
입조심을 할 줄 알았다면 한동안 은 더 살 수 있었을 텐데.
손을 휘둘러 마력장을 해제한 위 긴스가 채드윅의 시체를 아공간으로 밀어 넣었다. 남은 흔적마저 모두 제거한 그가 휘파람을 불며 계단으 로 향했다.
米 米 米
강진호는 느긋하게 소파에 몸을 기댔다.
“ 흐음.”
푹신한 소파가 등을 반겨주었다면 조금 즐거웠겠지만, 안타깝게도 그 의 등을 맞아주는 소파는 낡고 딱딱 했다.
아쉽지만 이해해야 한다. 이곳은 그의 집무실이 아니니까.
마스터의 검소함이 그대로 드러나 는 집무실을 돌아보며 강진호가 목 을 뒤로 기댔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고 입에 문다.
찰칵.
천천히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고 나자 전투의 피로가 연기와 함께 밀
려 나가는 느낌이다.
한바탕 전투를 치른 뒤에 이런 나른함을 느껴보는 것도 꽤나 오랜 만이었다. 다시 말하자면, 엘더 나이 트와의 전투가 그에게 큰 만족감을 주었다는 뜻이다.
‘의외였어.’
이곳에서 그를 만족시킬 적을 찾 아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 했다.
위긴스의 말대로라면 원탁 최고의 무인은 마스터였으니까. 물론 위긴 스는 마스터가 최고라고는 하지 않 았다. 원탁 전부를 뒤져도 세 손가
락 안에 들어간다는 말을 했을 뿐이 다. 하지만 강진호의 입장에서는 결 국 그 말이 그 말이었다.
마스터가 세 손가락에 들어갈 정 도라면, 다른 이들도 마스터의 수준 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는 뜻이 고, 그런 수준으로는 강진호를 만족 시킬 수 없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적 을 만난 덕분에 한바탕 날뛸 수 있 었다.
“ 후우.”
담배 연기를 뿜어낸 강진호가 쓴 웃음을 머금었다.
‘확실히 달라졌어.’
전투의 열기에 몸을 맡기며 마기 를 끌어 올렸다. 그러고 나서 피와 피가 부딪치는 전투를 치렀다.
과거의 강진호였다면 거기서 멈출 수 없었을 것이다. 끓어오른 피를 식히기 위해서 더 많은 피를 갈구했 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기에 강진 호의 전투는 언제나 살육으로 그 끝 을 맺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마기는 끝도 없이 치밀어 올랐지 만, 강진호는 그 안에서도 이성을 유지했다. 과거처럼 미쳐 날뛰지 않
았다는 뜻이다.
이게 과연 강진호가 과거와는 다 른 길을 걷기 때문에 나온 결과인 지, 그게 아니면 과거보다 마공의 화후가 깊어졌기 때문인지는 강진호 스스로도 정확하게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문제였다.
하지만…….
‘어쨌든 나쁘지 않은 일이야.’
전투에서 이성을 잃는다는 건 어 떤 쪽으로 해석해도 좋은 일은 아니 다. 설사 이성을 온전히 유지할 때 보다 강해진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통제할 수 없는 힘은 파괴를 부
른다.
적뿐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마찬가 지다. 언젠가는 통제할 수 없는 그 의 힘이 그와 주변을 집어삼킬 수도 있는 문제다. 강진호는 지금의 성취 를 순수하게 기뻐하기로 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여전히 모자라.’
이번 전투를 겪으며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강진호는 나약하다.
다른 이들이 들으면 말도 안 되 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현대의 다른 무인들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강진호는 압도적으로 강 한 존재다. 하지만 강진호는 여전히 과거 자신의 힘을 되찾지 못하고 있 었다.
강진호가 눈을 감고 소파에 등을 기댔다.
‘우스운 일이군.’
자기 자신에게 열등감을 느껴야 하다니.
지금 이 입장이 되어보니 과거의 적천마존이 얼마나 강했는지 새삼 실감이 난다.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 각이야 항상 하고 있었지만, 이번
전투를 통해 제대로 실감했다.
만약 적천마존이 저들을 상대했다 면?
아마 전투가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작하는 순간, 일방 적으로 학살해 버렸겠지.
이번 생에는 그만한 무력이 필요 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지금 강진호 가 강함에 집착하는 이유는 스스로 다른 이보다 뒤진다고 생각하기 때 문이 아니다.
열세가 확실한 그의 주변을 지키 기 위해서는 개인의 강함 이상의 무 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투는 강진 호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자신이 아직 부족하다는 실감, 그 리고…….
‘세상에는 아직 강자들이 많다.’
삼왕처럼 알려진 강자뿐만이 아니 다. 과거, 강호도 그렇지 않았던가. 알려져 있는 강자들도 많지만, 은인 자중하며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 지 않던 강자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그 사실이 강진호를 조금 흥분시 켰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들어와.”
끼익.
문이 열리며 익숙한 얼굴이 문 안으로 들어왔다.
“여기 계셨습니까.”
«으 «
다 .
위긴스가 빙그레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