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04)
마존현세강림기-1005화(1003/2125)
마존현세강림기 41권 (11화)
3장 정리하다 ⑴
“대충은 정리가 끝났습니다.”
위긴스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강 진호의 건너편에 앉았다.
강진호는 그런 위긴스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회주님?”
강진호가 자신을 빤히 바라본다
싶자 위긴스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 웃했다.
“피 냄새가 나는군.”
“아••••••
위긴스가 아차 싶은 얼굴이 되었 다.
“실례하겠습니다.”
위긴스가 몸을 돌려 마법을 사용 했다. 물과 바람으로 몸을 씻어낸 위긴스가 겸연쩍은 얼굴로 돌아와 자리에 앉는다.
“긴장이 풀렸어.”
“……죄송합니다.”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위긴스
를 바라보았다.
전투가 끝난 후에 나는 피 냄새 의 원인이야 빤하다. 강진호는 굳이 그 부분을 지적할 생각이 없었다.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위긴스 가 누군가를 죽였다는 게 아니라, 그 흔적을 남기고 다닌다는 점이다.
“신중해야 할 일 아닌가.”
“아무래도 제가 조금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용서를.”
“ O ”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러면서도 그의 가라앉은 눈빛 은 위긴스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꿀꺽.
위긴스가 마른침을 삼켰다.
‘이래서 문제라니까.’
채드윅의 통찰력은 위긴스의 예상 을 넘어섰다. 살려두고 한동안 이용 하는 게 최상이라고 생각한 판단을 결국 뒤집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채 드윅은 위긴스의 행보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있었다.
‘너무 쉽게 봤지.’
사람의 가진 무력이 그 사람의 능력을 전부 대변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나이트 채드윅을 과소평가했다. 그의 무력은 진실한
나이트로서 모자랐을지 모르지만, 그의 통찰력은 위긴스에 비해 부족 함이 없었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게 틀렸네, 채드 윅
그는 강진호를 물어뜯을 수 없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처음 총회에 투신했을 때는 그런 생각이 조금쯤 있었다. 강진호는 이성을 가지고 움 직이는 타입이 아니고, 강진호의 주 변에서 그를 돕다보면 재미있는 일 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채드윅의 통찰력은 쓸모가 있으면 서도 쓸모가 없었다.
그는 위긴스는 정확하게 평가했지 만, 강진호를 전혀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이현수와 위긴스는 다르다.
이현수는 천생이 모사. 계략을 짜 고 운영을 할 수는 있지만, 자신이 왕이 될 수는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위긴스는 다르다. 위긴스 는 스스로 왕이 될 수 있는 자였다.
하지만 위긴스는 감히 왕이 되겠 다는 꿈을 꾸지 않았다.
투명한 눈빛.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투명한 저 눈빛이 위긴스를 완벽하게 억누르고 있었다.
‘자네는 나만 보았지, 이분을 보 지 못했어. 자네가 이분이 어떤 분 이신지 알았다면 감히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을 것이네.’
강진호를 상대로 반역을 한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반역에 대한 마음을 품는 즉시 목이 날아간다.
사람들은 강진호를 그저 힘만 센 무인쯤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위긴 스는 알고 있었다. 강진호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그저 과격하게 사람을 죽여 대기 때문에 강진호가 무서운 게 아니었 다.
강진호는 굳이 움직이지 않으면서 도 주변을 장악한다. 장악하려는 의 도를 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주 변에서 알아서 강진호를 떠받들고 흠모한다.
‘나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지.’
강진호는 어떤 일이든 발을 빼고 구경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총회 의 모든 일에서 가장 피를 많이 흘 린 이가 바로 강진호가 아니던가.
그러니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딱히 의도하지도 않고, 주변을 억 누르려 하지도 않는데, 알아서 충성 을 이끌어내는 존재.
그런 존재를 상대로 무슨 마음을 품으란 말인가.
애초에 그럴 마음을 품지도 못했 지만, 설사 반역을 도모할 생각이 있다 해도 방법이 없다.
총회인들의 강진호에 대한 충성심 은 과도할 정도다. 위긴스가 홀로 강진호를 암습해 쓰러뜨리는 것도 불가능하거니와, 설사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총회는
위긴스를 따르지 않을 것이다.
되레 위긴스를 죽여 버리겠다고 다들 눈을 까뒤집고 달려들겠지.
‘상상도 하기 싫군.’
그 바토르와 방진훈, 장민, 이명 환들이 이성을 잃고 달려드는 모습 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그건 걱정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애초에 강진호에게 반기를 드는 순간, 그의 목은 강진호가 직 접 날려 버릴 테니까.
개인의 강함과 장악력 모두 위긴 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무슨 수로 위긴스가 반역을 도모하
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위긴스가 피식 웃고 말았다.
‘나도 많이 변했군.’
사람을 존중하기는 해도 사람에게 충성하지는 않는 위긴스였다. 하지 만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강진호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보다 그를 따르 는 쪽이 조금 더 즐겁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처음 총회에 투신할 때를 생각하 면, 그가 생각해도 참 많이 변했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군.”
강진호의 말에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정리할 게 조금 많아서 그렇습니 다. 이제 괜찮습니다.”
“그렇군.”
강진호가 새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그러고는 불을 붙이고 천천히 담 배 연기를 뿜어냈다.
‘……그림이 되는군.’
강진호의 몰골은 말이 아니다.
전신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그을 음과 피, 그리고 곳곳에 보이는 상 처는 지켜보는 이의 눈을 절로 찌푸 리게 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소파에 늘어져 담배를 피우는 강진 호의 모습은 마치 느와르 영화를 보 는 것처럼 남자의 마음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상황은?”
“보고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전 에……
위긴스가 고개를 돌렸다.
“다른 이들이 오는 모양이군요.” 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고 이현수들이 문 안으 로 들어왔다.
“실례하겠습니다.”
이현수를 필두로, 바토르와 장민, 그리고 방진훈까지 모두 안으로 들 어와 소파에 앉았다.
이러고 있으니 먼 영국에 온 게 아니라. 총회에서 회의를 하는 느낌 이 난다.
“……거,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 닙니까?”
이현수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방 진훈이 떨떠름한 눈으로 입을 열었 다.
그가 보기에도 강진호의 상처는 위중하기 짝이 없었다. 평범한 사람 이 저런 상처를 입었다면 병원을 알
아보기보다는 장례식장을 알아보는 쪽이 이성적이라 느껴질 정도다.
“싸게 먹힌 거지.”
“그건 그렇지만……
방진훈이 말끝을 흐렸다.
싸게 먹혔다.
그 말이 맞다. 그 엘더 나이트인 지 뭔지 하는 괴물 놈들을 싸그리 쳐 죽이는 대가가 저 정도의 상처라 면 남는 장사다.
“요새 보면 한 번 일을 치를 때마 다 회주님 몸이 남아나질 않는 느낌 입니다. 그러다가 한순간에 훅 갑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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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
강진호의 반응은 미묘했다.
쓸데없는 걱정이라 끊어버리고 싶 지만, 방진훈의 말끝에 진심이 어려 있다.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툴툴 대는 저 사내가 저런 식으로 말할 정도라면 꽤나 걱정을 많이 하는 모 양이다.
“조심하지.”
“조심하고 말고 할 게 아니라, 방 식의 문젭니다. 저 새끼들은 열 명 이 넘게 달려드는데, 왜 그걸 회주 님 혼자 상대합니까? 같이 달려들어 조져 버려야지.”
강진호가 방진훈의 불만을 끊으려 는 순간, 장민이 득달같이 입을 열 었다.
“마존이시여! 마존께서 보여주신 신위에 이 늙은 것은 그저 찬미할 뿐입니다. 하지만 마존이시여, 그 옥 체의 손상은 그저 마존의 일로 끝나 지 않습니다. 마존께서 쓰러지시면 교도 쓰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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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존께서는 무인입니다. 무인으 로서의 호승심을 버린다면 더 이상 은 무인이 아니시겠지요. 하지만 마 존이시여, 수많은 이들이 마존만을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 을 생각하여 부디 그 옥체를 조금 더 생각하여 주십시오.”
항상 장난기와 과도할 정도의 감 정을 싣던 장민이 아니었다. 지금 장민의 목소리에는 엄한 질책이 어 려 있었다.
귀찮고 흘려듣고 싶지만, 한마디, 한마디에 틀린 게 없다.
“명심하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민은 더 이상은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질끈 다문 입술과 뚱한 얼굴 에서 불만이 여전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강진호가 입맛을 다셨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잔소리라니.’
과거 그가 적천마존이었을 때는 이런 일이 없었다. 전투가 끝나면 모두가 그의 신위를 칭송하기 바빴 다.
하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과거, 그를 칭송하던 이들은 강진 호가 얼마나 상처 입었는가에는 관 심을 두지 않았다. 적천마존은 위대 하니 그 정도의 상처야 알아서 잘 수습할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 다.
하지만 그 믿음은 대책 없는 무 관심이기도 했다.
사실 그들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믿고 따른 것은 강진호가 아니라 적천마 존이었으니까.
마교의 교주인 적천마존이 얼마나 강하고, 얼마나 쉽게 적을 쓸어버렸 는가에 자부심을 느낄 뿐, 인간 강 진호가 얼마나 상처 입는가에는 관 심을 두지 않는다.
심지어 당시 그를 목숨처럼 따르 던 마염들조차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들은…….
“그렇게 싸우다가 뒈지기라도 하 면 누가 훈장이라도 주는 모양이 지?”
바토르가 툴툴댄다.
“확실히 좀 심했습니다. 다른 방 법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번 위기 는 회주님이 나서주신 덕분에 좋게 수습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매번 문 제가 있을 때마다 회주님이 나서시 는 건 회를 위해서도 좋지 않습니 다. 다음에는 부디 상의를 해주시기 르 ”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다르다.
이들은 총회의 회주가 얼마나 위 대한 신위를 보였는가에는 관심이 없다. 아니, 관심은 있고 그에 자부 심은 느끼되, 그 모습을 보이기 위 해 강진호가 얼마나 상처 입었는가 에 더 집중한다.
신경질적인 말투 뒤에 숨길 수 없는 정이 묻어났다.
강진호는 알 수 없는 어딘가가 간질거리는 감각에 눈가를 긁어 댔 다.
“ 명심하……
“거, 말해봐야 듣지도 않겠지만.”
바토르의 말에 이현수가 추임새를 넣었다.
“다음이라 해서 자제해 주실 거라 고 생각도 안 합니다. 회주님은 머 리에 피가 몰리면 생각이 사라지시 는 분이니까요.”
방진훈도 딜을 넣었다.
“이럴 거면 왜 이리 많이 끌고 왔 습니까? 그 이명한 놈들은 제대로 싸움도 못해봤구만. 애초에 이럴 거 였으면 그냥 혼자 오시지, 우린 왜 데리고 왔습니까?”
“마존이시여!”
장민의 목소리가 다시 고조되었 다.
“마존이시여, 마존은 왕이십니다. 고래로 어떤 전투에서도 왕이 매번 선봉에 서는 법은 없습니다. 지금까 지야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이제부 터는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왕은 진중해야 하고, 왕은 무거워야 하는 법입니다. 이제부터 자잘한 일은 저 희에게 맡겨주십시오!”
성토회가 벌어졌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잔소리에 강진 호는 지금이 과거보다 나았다는 생
각을 말끔하게 지워 버렸다.
‘예전이 편했지.’
적어도 부상을 입은 채로 잔소리 에 시달리는 끔찍한 경험은 하지 않 아도 되니까.
손을 들어 쏟아지는 잔소리를 끊 어낸 강진호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 었다.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지. 지금은 논의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강진호가 시선을 돌리자, 위긴스 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 었다.
“몰론 그것도 급한데, 이번에 회
주님이 과하셨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들 충정으로 말하고 있는데, 일단 은 들어주시지요.”
“……응?”
그 말과 함께 사방에서 다시 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점점 소파에 파묻혀 가는 강진호 를 보며 위긴스가 고소를 머금었다.
‘채드윅, 자네는 모른다니까.’
이러니 꿈도 꿀 수 없는 거지, 이 러니.
위긴스가 빙그레 웃으며 쏟아지는 잔소리에 몇 마디를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