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07)
마존현세강림기-1008화(1006/2125)
마존현세강림기 41권 (14화)
3장 정리하다 (4)
강진호는 시가를 빨아들이고는 천 천히 뿜어냈다.
“……피우실 만합니까?”
“내 스타일은 아닌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원래 맛 같은 걸 그리 따지는 타 입은 아니라서. 그냥저냥 피울 만하
군.”
“아•••••• 예.”
하나에 삼백불이 넘는 고급 시가 를 저리 평가하는 사람에게 넘기다 니.
속이 쓰리다.
보물도 제 임자가 있는 법이었다. 가치를 모르는 이들에게 보물은 의 미가 없다. 그 사실을 뼈저리게 느 끼며 마스터가 고소를 머금었다.
“먼저 이 자리에 나와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마스터가 앉은 자세 그대로 고개 를 숙였다.
이건 빈말이 아니었다.
얼마 전, 그는 한국을 방문하여 강진호와 회담을 한 적이 있다. 하 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불과 며칠 사이에 그와 강진호 사이 에는 어마어마한 격차가 생겨났다.
강진호는 굳이 마스터를 직접 상 대할 필요도 없다. 강진호가 마음만 먹는다면 위긴스를 통해서도 얼마든 지 의견을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 다.
그런데도 강진호가 이리 쉽게 회 담에 응해주었으니 고마운 마음이 들 수밖에.
강진호는 태연하게 그 인사를 받 았다.
“회주님.”
마스터가 진중한 목소리로 강진호 를 불렀다.
“하나 묻고 싶습니다.”
“ 얼마든지.”
“왜 저를 죽이지 않으십니까?”
강진호가 가라앉은 눈으로 마스터 를 바라보았다.
“좀 더 명확한 질문이면 좋겠는 데?”
“이해가 가지 않아서 그렇습니
다.”
마스터의 눈이 강진호를 똑바로 응시했다.
“회주님은 원탁을 무력화시키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지금 이곳에는 회주님을 막을 자가 존재하지 않습 니다. 아무리 원탁이라는 곳이 각국 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곳이라 하나, 원탁의 본부가 점령당했다는 것은 의미가 큰 법이죠.”
“그래서?”
“저라면 이 상황을 이용하여 저를 죽이고, 위긴스를 마스터의 자리에 앉힐 겁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마스터를 바라보 았다.
“반발이 있다고는 해도, 회주님께 서는 그걸 무마하실 능력이 있으십 니다. 그게 최선이겠죠.”
강진호가 천천히 연기를 빨아들였 다. 일반적인 연초와는 다르게 짙은 연기가 뿜어져 나온다.
“잘 아는군.”
“그런데 왜 그 말을 내게 하는 거 지? 제 무덤을 파는 것 아닌가?”
“회주님도, 위긴스도 그걸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저를 죽이지 않는 걸 보면 다른 생각이 있으신 것 같습니 다. 저는 그 생각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내가 그걸 알려줄 거라 생각하 나?”
“예.”
마스터가 태연하게 대답했다.
“ 이유는?”
“저는 그만한 가치가 없으니까 요.”
자조적인 말이었다.
“회주님께서 이곳에서 벌인 일을 제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면 제 생
각이 조금 달랐을지도 모릅니다. 하 지만 모든 것을 지켜본 이상, 이리 생각하지 않을 도리가 없습니다. 회 주님에게 있어서 저는 굳이 계략을 써 이용할 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만 만한 분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듣는 걸로는 실감이 잘 안 나니까.”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마스터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 태도 덕분 에 쉽게 대할 수가 없었다.
노린 건지 우연인지는 모르겠지 만, 확실히 상대하기 쉬운 이는 아 니었다.
“대답을 원하나?”
“예.”
“이유는 간단해. 그게 더 손해니 까.”
“……조금 더 자세한 대답을 바라 도 되겠습니까?”
“말 그대로야.”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 위긴스를 여
기에 두고 원탁을 지배하게 만들 수 도 있지. 위긴스는 알아서 원탁을 제멋대로 주무를 테고.”
위긴스가 볼을 긁으며 말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저를 악당처럼 놓고 이야기하시는데, 저는 그런 사 람이 아닙니다.”
“그렇지?”
“그렇겠군요.”
마스터와 강진호는 위긴스의 불만 을 깔끔하게 무시했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다는 거지?”
“••••••예?”
“그쪽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
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원탁에는 그 만한 가치가 없어. 지구 반대편에 있는 원탁을 지배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나? 원조라도 해줄 텐가?”
마스터가 황당하다는 듯이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물론 강진호는 힘으로 원탁을 찍 어 눌렀다. 그게 설사 원탁의 병력 들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틈을 타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강진호의 업적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엘더 나이트의 힘은 원탁 전체의 힘과 비등하거나 그 이상이니까. 그
엘더 나이트를 단신으로 쓰러뜨린 이상, 강진호의 능력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탁이 만 만한 곳은 아니다.
전 세계를 뒤져도 원탁 이상의 힘을 가진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원탁이 가치가 없 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건 인식의 문제다.
“제가 지금 원탁을 옹호하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회주님
의 말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 다. 원탁의 힘은 강대합니다. 회주님 만 존재하지 않는다면 감히 총회가 원탁을 넘보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강진호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원탁이 늙어서 이가 빠져 버린 사자일지는 모르지만, 총회 역시 이 제 겨우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에 불과했다.
시간이 좀 더 주어진다면, 강진호 들이 총회를 좀 더 발전시켜 나간다 면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의 총회는
강진호를 위시로 한 이사진들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당장 강진호 하나만 빠졌어도 총 회는 엘더 나이트들에게 속절없이 학살당했을 것이다. 설사 엘더 나이 트들이 없었다고 한들, 총회의 힘만 으로 원탁을 뚫고 들어가는 건 불가 능했을 게 빤하다.
하지만 지금 마스터는 핀트를 잘 못 잡고 있었다.
“원탁이 강하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예?”
“원탁이 강하다고 해서 지구 반대
편으로 다수의 병력이라도 지원할 수 있다는 건가?”
강진호의 말에 마스터가 입을 다 물었다.
“ 그건••••••
원탁은 강진호를 제거하기 위해 슈발리에를 한국에 파견했다.
일개 기사단.
한 사람을 제거하는 데는 결코 모자라지 않은 병력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병력이 강진호를 제거하 는 데 실패하자 대책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 이상의 병력을 파견하는 것은
원탁에도 심대한 부담이 된다.
이건 미국이 가진 딜레마와 같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강대한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이 지구 반대편의 전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군사력은 극히 한정된다.
병력을 더 파견하면 파견할수록 유지비가 극도로 올라가고, 다른 곳 에 주둔시켜야 할 병력이 줄어들면 서 전체적으로 삐걱거리게 된다.
원탁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탁은 거대하다. 거대한 만큼 유 지비가 든다. 그리고 유지를 위한 병력도 필요했다. 게다가 전 세계적
으로 벌이고 있는 일이 워낙 많은 만큼 다수의 병력이 유럽을 떠나 파 견을 나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 한곳으로 과도한 전력을 집중하는 것은 커다란 부담 이 될 수밖에 없다.
설사 위긴스가 원탁을 지배한다고 해도 한동안 이런 상황은 바뀌지 않 을 것이다.
‘내가 원탁 소속이기에 보지 못한 문제구나.’
그런 상황에서 중국이나 일본이 한국으로 쳐들어가면?
정예 병력을 차출해 지원하는 정
도가 최선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손 가락이나 빨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소수라 해도 원탁은 정예 입니다.”
“그 정예를 제대로 차출할 수 없 다는 것도 문제지.”
“ 예?”
“각국에서 두세 명씩을 뽑아 보내 기도 애매할 테니까. 그렇지 않나?”
마스터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원탁의 고질적인 문제다.
원탁은 유럽 각국의 연합체다. 그
나마 나이트들끼리는 서로 교류를 하며 최대한 이성적으로 움직이려 하지만, 그 아래의 기사단이나 일반 병력에게까지 그런 마인드를 요구하 는 건 무리다.
병력이 뒤섞이게 되면 반드시 문 제가 발생한다.
이웃나라라는 건 결코 좋은 말이 아니다. 고래로 근접한 국가는 반드 시 사이가 나쁜 법이다. 수도 없는 전쟁을 치르면서 악감정이 덕지덕지 쌓여 있기 마련이었다.
모으면 모을수록 효율이 떨어진 다. 그렇기에 원탁은 각국 단위로
병력을 운용했다. 강진호가 말하는 대로 각국의 최정예만을 따로 끌어 모은다면, 그들은 제 위력을 발휘하 지 못할 것이다. 그 전에 자중지란 이 일어나 버릴 테니까.
한국, 중국, 일본으로 구성된 연 합군이 제대로 통제를 받지 못할 때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생각해 보면 답은 쉽게 나온다.
더구나 무인들은 일반적인 군인들 에 비해 몇 배는 더 자부심이 강하 다. 좋게 말하면 자부심이 강하고, 나쁘게 말하면 오만하고 독선적이 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겠 습니다.”
마스터가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 다.
부정하고 싶지만, 강진호의 평가 가 정확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원탁의 가 치는 무력만이 아닙니다. 원탁이 전 세계에 쌓아놓은 정보 조직과 수많 은 국가들과의 관계, 그리고 재화는 생각하시는 이상입니다.”
“그건 굳이 위긴스가 아니라도 괜 찮겠지.”
“그렇지 않나?”
강진호가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 다.
이 말은 마스터가 그 역할을 해 줄 거라는 뜻이다. 마스터는 침중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강진호는 웃고 있다.
하지만 마스터가 그 말에 동의하 지 않는 순간, 저 웃음은 사라질 것 이다.
‘칼만 안 들었군, 정말.’
굳이 언성을 높이거나 기세를 끌 어 올릴 필요도 없었다. 강진호가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마스터는 충분
한 압박을 받고 있으니까. 이 사람 이 손을 쓰기로 작정을 하면 얼마나 잔인해지는지, 얼마나 과격해지는지 이미 충분히 보았다.
“……회주님.”
마스터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 말인즉슨, 저와 원탁의 전격 적인 협조를 원하신다는 말씀이시겠 지요.”
“그러면 좋겠지.”
“그럼.”
마스터가 깊게 심호흡을 했다.
“제가 만약 회주님의 그 제안을 거절한다고 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
십니까?”
빤한 질문이었다.
그리고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확인해야 한다. 강진호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오는지.
마스터는 범의 아가리로 머리를 밀어 넣는 심정으로 이 말을 꺼냈 다.
하지만 돌아오는 강진호의 대답은 그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아무것도 안 할 건데?”
마스터가 멍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게 뭔 소리야?’
뭘 아무것도 안 해?
“아, 아무것도 안 하시면?”
“돌아가야지 뭐.”
강진호가 심드렁하게 소파에 등을 기댔다.
“그, 그럼 왜 오신 겁니까?”
강진호가 슬쩍 고개를 돌려 위긴 스를 바라보았다. 위긴스가 떨떠름 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스터.”
“응?”
“제 말,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십
시오. 매우 황당하고 어이없다고 생 각하시겠지만, 이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입니다.”
“뜸 들이지 말고 말을 해보게.”
“로드께서는 제 원한을 풀어주기
위해서 유럽으로 오셨습니다.”
“ 원한?”
“나이트 르보의 면상에다 죽빵을 갈겨주시겠다고.”
위긴스와 강진호를 번갈아 바라보 던 마스터의 입이 벌어졌다.
그러고는 결코 해서는 안 될 말 을 하고야 말았다.
“미치셨습니까?”
위긴스가 눈을 찌푸렸다.
“그거, 비밀인데.”
이 새끼들, 진짜 맛이 갔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