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09)
마존현세강림기-1010화(1008/2125)
마존현세강림기 41권 (16화)
4장 친교하다 (1)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다.
나이트 베슬리는 가라앉은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벽에 등을 기댔다.
감금.
억류.
뭐, 어떤 단어를 써도 좋다. 어떤 단어든 지금의 상황과 맞아떨어질
테니까.
대외적으로는 억류나 연금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지금 그들이 감금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 할 수 없을 것이다.
나이트 베슬리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마법 처리조차 되지 않은 나무 무
마음만 먹으면 1초도 걸리지 않 아 부수고 나갈 수 있는 저 문이 그들을 가둬놓고 있었다. 그러니 어 찌 우습지 않겠는가.
한 국가를 대표하고, 세상을 떨어
울리는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 범한 사람조차 가둘 수 없는 나무로 만들어진 문에 감금되어 있다. 이건 아이러니다.
‘이제 원탁은 어떻게 되는 거지?’
머리가 복잡하다.
고개를 돌려보니 다른 이들도 그 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 력감과 불안함이 뒤섞인 얼굴. 개중 에서는 아직 공포에 질려 있는 이들 도 있었다.
“ 후우.”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럴 만도 하지.’
나이트 베슬리조차 아직 그 전투 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눈을 감으면 그를 몰아치던 강진호의 모 습이 자꾸만 떠오른다.
그가 느낀 충격이 이 정도인데, 다른 이들은 오죽하겠는가.
‘벗어날 수 있을까?’
장담할 수가 없다.
강진호는 원탁 전체에 깊은 트라 우마를 안겼다. 그들이 패한 것 까 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원탁 의 전설인 엘더 나이트들 전원이 달 려들었음에도 강진호를 이기지 못했 다는 사실은 너무도 충격적인 일이
었다.
그만한 무인.
단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무 인의 등장은 나이트를 비롯한 원탁 의 기사단들에게 깊은 회의를 안겨 주었다.
이 많은 이들이 저 작은 나무 문 에 감금되어 있는 이유는 뒤따라올 대처를 기다리기 때문이 아니다. 저 문이 아니라 깊은 회의와 무력감이 그들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면 두려움이든가.’
베슬리가 얼굴을 주물렀다.
그 역시 두렵다. 강진호라는 존재
는 베슬리에게 커다란 공포를 심어 주었다.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항할 수 있을까?
‘무리겠지.’
대항의 기회는 이미 놓쳤다. 베슬 리는 이제 다시는 강진호를 상대로 싸울 수 없을 것이다. 그의 건너편 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손이 떨리고 몸이 굳어버릴 텐데, 무슨 수로 강 진호와 싸우겠는가.
“저…… 나이트.”
나이트 베슬리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기사단원 중 하나가 미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저희는 어떻게 되는 겁니 까?”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나이트 베슬리에게 집중되었다.
웃기게도 이게 그들이 감금된 이 후로 처음 나온 말이었다. 반나절 이상을 무거운 침묵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이들이 처음으로 꺼낸 말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베슬 리도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딱히 찾아내지 못했다.
“글쎄……
나이트 베슬리가 한숨을 내쉬었 다.
“나도 뭐라고 대답을 해줄 수가 없다.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
“이대로 있어도 괜찮은 겁니까?”
“마스터가 계시니……
나이트 베슬리가 고개를 저었다.
‘못할 짓이로군.’
마스터를 그 자리에서 쫓아낸 것 은 다름 아닌, 베슬리를 비롯한 나 이트들이다. 그런데 이제 와 마스터 가 그들을 구해주길 기다리고 있다 니. 뻔뻔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들을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은 마스터밖에는 없었 다. 그가 아니면 누구도 원탁을 대 표할 수는 없으니까.
“……저희는 진 겁니까?”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하지만 이 질문이 지금 기사단들 이 느끼고 있는 무력감을 정확히 설 명해 주고 있다.
그들은 제대로 전투를 치러보지도 못했다. 나이트 르보가 마스터의 자 리에 오르기 전에는 원탁의 율법을 어길 수 없어 그저 대기할 수밖에 없었고, 마침내 전장에 돌입하고 나
서는 몇 번 손을 섞어보지도 못하고 엘더 나이트와 강진호의 싸움을 구 경해야 했다.
그리고 그 싸움이 끝나자 구석으 로 몰려 방 안에 감금되었다.
알고 있는 것과 느끼는 것의 괴 리.
‘혼란스럽겠지.’
몰라서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알고 있으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 은 마음이다. 그러면서도 대놓고 나 서서 다시 싸워보자고 주장할 용기 는 없다.
‘어쩌다가 원탁이 여기까지 왔단
말인가.’
서글픈 일이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우 리는 패배했다.”
어설픈 말로 희망을 주는 것은 되레 독이다.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 해야 한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좌절 할 일은 아니다. 원탁의 역사에 패 배가 어디 한두 번이었겠느냐? 수도 없이 패하고, 수도 없이 무너졌다. 그럼에도 그 의지를 이어왔기에 원 탁이 천 년을 넘게 존속할 수 있었
다. 그 사실을 잊지 마라.”
“우리는 패했다. 하지만 영원히 패한 채로 남지는 않을 것이다. 다 시 일어서면 그만이다.”
“예, 나이트.”
미적지근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미적지근한 게 당연하다. 나이트 베슬리조차 지금 자신의 말 이 대답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 으니까. 원탁이 존속하느냐는 온전 히 강진호와 총회의 선택에 달려 있 다.
그때 였다.
똑똑.
‘ 노크?’
나이트 베슬리가 황당한 얼굴로 문을 바라보았다.
노크라니.
아무리 저게 문이라지만, 그들은 지금 감금당해 있다. 그런데 노크라 니. 매너가 너무 넘치는 것 아닌가.
문이 열리고 한 사람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w o 으
나이트 베슬리가 눈을 크게 뜨고 들어온 이를 바라보았다.
‘위긴스?’
영국의 나이트였던 위긴스. 그가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이다.
“기다리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 다. 이제 다들 나오셔도 됩니다.”
“ 나오라고‘?”
황당함이 더 커진다.
“아니, 잠깐. 나이트…… 아니, 위 긴스 님. 지금 나가도 된다고 하셨 습니까?”
“오, 나이트 베슬리. 이거, 오랜만 이라고 해야 할지.”
“그보다 먼저 대답을 좀……
“예, 나오셔도 됩니다. 일차 협상 이 끝났습니다.”
‘뭔 협상이?’
아니, 설사 협상이 끝났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이곳만 풀어주는 것은 아닐 테니 다른 이들도 모두 풀려난 다는 건데, 인간 흉기나 다름없는 무인들을 모두 풀어줄 용기가 있다 는 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요.”
“애초에 감금한 것도 아니잖습니 까. 설마 저 문을 열 힘이 없는 건 아니시겠지요?”
“물론 그건 아닙니다만……
“문 하나 열어준다고 해서 원탁의
기사단들이 대책 없이 날뛸 거라고 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럼 굳이 이런 번거로운 상황을 유지할 필요 도 없겠지요. 총회는 구석으로 물러 날 겁니다. 그러니 한동안은 자유로 이 쉬셔도 됩니다.”
“ 대체••••••
위긴스가…… 아니, 총회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단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저들과 마스 터간의 협상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졌을 거란 짐작뿐이었다.
“그리고 나이트 베슬리.”
“ 예?”
“잠깐 뵙겠습니다.”
위긴스가 빙그레 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나이트 베슬리가 조금은 멍한 눈 으로 주변을 돌아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외부의 나이트들을 소집해 주십 시오.”
“……나이트들을 말입니까?”
“예. 지금 이곳에 없는 나이트들 을 모조리 끌어모으면, 마스터의 선 출을 위한 최소한의 정족수를 만족 시킬 수 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선출부터 치를 생각입니다.”
“ 후보는?”
“빤하지 않습니까.”
위긴스의 말에 나이트 베슬리도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 마스 터가 될 수 있는 이는 하나밖에 없 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최초라 원탁의 율법 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군요. 한 번 탄핵되고 새로운 마스터가 선출 되었는데, 탄핵된 마스터가 다시 마 스터의 자리에 오른다니.”
“율법의 검토는 끝냈습니다. 마스
터의 자리에서 물러난 이가 다시 마 스터가 될 수 없다는 법은 없습니 다. 모든 것은 나이트들의 의지대로 이루어질 겁니다.”
u o 으.”
—♦
그렇다면야.
“하지만 정말 마스터를 다시?”
“예.”
위긴스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 다.
“그게 가장 합당한 일이지요.” 정신이 없다.
나이트 베슬리는 위긴스가 강제로 라도 마스터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예상이 빗나갔 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 겠군요.”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총회 는 그저 나이트 르보 체제의 원탁을 원하지 않았을 뿐입니다.”
“어쨌든 나이트 르보도 원탁의 선 택을 받은 마스터. 힘으로 그를 축 출한 것에 대해서는 사과를 드립니 다. 하지만 이쪽이 원탁을 지키는 방향이었다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르 w
말만 들으면 원탁의 미래를 위해 희생한 이의 발언 같다.
하지만 나이트 베슬리는 이 상황 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가 당신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외부에 나가 있는 나이트들이 돌아 오는 즉시 목이 잘려 나갈 수 있다 는 걸 모를 만큼 저는 바보가 아닙 니다.”
“그런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습니 다. 나이트 베슬리, 당신은 나이트라 는 존재가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는 듯하지만, 실제로 나이트라는 자리
는 얼마든지 충원이 가능한 직위일 뿐입니다. 그들의 목이 잘려 나간다 면 새로운 나이트가 선출될 뿐이죠. 각국의 나이트 선출권에 관여할 수 없는 이상 의미 없는 짓입니다.”
“ O으”
“—• 丁그 •
“저를 믿지 못하는 건 괜찮습니 다. 하지만 마스터는 믿으시겠죠. 그 분은 지금 집무실에서 우선적인 일 들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의심이 된 다면 그분과 대화를 나눠보시죠.”
“그렇게까지 하신다면……
나이트 베슬리가 고개를 끄덕였 다.
“제가 나이트들을 소환하겠습니 다. 긴급으로.”
“부탁드립니다.”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
“아, 그리고……
“ 예?”
“기사단들이 원탁을 빠져나가는 것은 괜찮습니다. 복귀를 하든 이곳 에 머무르든, 몸이 근질거리면 밖으 로 나가 적당한 펍에서 맥줄을 마시 든 그건 나이트들의 재량에 맡기겠 습니다.”
“다만, 나이트들은 홀에 머물러 주십시오. 나이트들이 복귀하는 즉 시 선출에 들어가야 하니까요. 그리 고……
“예.”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사우스 게이트 쪽 숙소에는 기사단들의 출 입을 차단해 주십시오. 그곳에는 지 금 불만이 넘치는, 골치 아픈 놈들 이 드글드글대고 있을 테니까요. 괜 한 트러블을 만들 필요는 없죠.”
그 골치 아픈 놈들이 누군지는 물을 필요도 없다.
“명심하겠습니다.”
“네, 그럼.”
“잠시만!”
나이트 베슬리가 위긴스를 잡았 다.
“하나만 묻겠습니다.”
“예. 얼마든지.”
“나이트들이 모두 돌아온다고 해 도 마스터가 다시 선출될 거라는 보 장은 없을 텐데요? 그럼 어쩔 생각 이십니까?”
“선출될 겁니다.”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전임 마스터의 권한으로 이번 선 출식에는 견학자가 들어가기로 합의
되었습니다. 총회의 회주님께서 마 스터의 선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옆에서 지켜보실 겁니다.”
“즐거운 견학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나이트 베슬리는 할 말을 잃었다.
즐거운 견학이 되겠지, 즐거운 견 학이.
베슬리의 고개가 내저어진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강진호를 보지 못한 나이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졌다.
‘미친놈.’
이런 걸 기대하는 걸 보니, 그도 맛이 좀 가버린 모양이다. 나이트 베슬리가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방 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