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12)
마존현세강림기-1013화(1011/2125)
마존현세강림기 41권 (19화)
4장 친교하다 (4)
“집에 간다고요?”
방진훈이 이게 뭔 개소리냐는 얼 굴로 위긴스를 돌아보았다.
“그렇다네. 반응이 왜 그런가?”
“아니! 이사님!”
방진훈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기껏 영국까지 사람 불러와 고생 이라는 고생은 다 시켜놓고, 일 끝 났다고 지하실에 사람 처박아 놓더 니, 이제는 돌아간다구요?”
“……뭐가 잘못됐나?”
“사람을 그만큼 부려 먹었으면 포 상을 줘야 할 거 아닙니까, 포상을! 이게 생전 처음으로 나와본 해외여 행인데, 이대로 돌아가는 게 어딨습 니까?”
위긴스가 주춤했다.
아무런 논리가 없는 말이지만, 논 리가 너무 강력하다. 말이 안 되는 소리이지만, 말이 된다.
냉정하게 봤을 때, 이건 해외여행 이라기보다는 해외 출장에 가깝다. 그러니 놀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해 서 가혹하다 말할 일은 아니지 만…….
“해외에 처음 나오십니까?”
“무인이 해외여행할 일이 뭐가 있 습니까. 그 시간에 수련하라고 타박 이나 안 받으면 다행이지.”
w O 으”
—M三
해외를 처음 나온 사람을 지하실 에만 처박아두다가 집으로 돌려보내 는 것도 사람이 할 짓은 아니었다.
“뭘 하시려고……
“전 축구 볼 겁니다!”
이현수가 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
위긴스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이현 수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이현수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려 위긴스를 외 면했다.
‘다른 사람은 다 그래도 너는 그 러면 안 되지’라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이현수도 할 말은 있었다.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언제는 그렇지 않았겠냐마는, 원 탁과 동맹을 맺은 덕분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었다. 이곳에서
벌어진 일만 해결해야 하는 게 아니 다.
며칠 동안 한국을 비운 대가로 지금쯤 이현수의 책상에는 결제 서 류가 탑을 쌓고 있을 것이다. 이현 주가 어느 정도 일을 처리해 주고 있겠지만, 반드시 이현수가 해결해 야 하는 서류만 따져 봐도 1.5톤 트 럭 한 대를 가득 채우고도 남을 분 량일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 기회에 못 놀면 평생 못 논 다.’
이현수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 다.
일에 매몰된 인생.
성인이 되기 전부터 수면 시간을 줄여가며 일만 하고 살아온 인생이 다. 그 인생에 딱히 불만은 없지만, 최근 강진호와 엮이면서 위기감이 들기 시작했다.
‘휴가 못 가본 지가 10년이 넘었 어.’
그리고 이대로라면 평생 못 간다!
이현수는 깨달았다, 자신이 휴가 를 가는 날은 영영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휴가를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휴가를 가 기 전까지 일을 모두 끝낼 것, 그리 고 다른 하나는 설사 일을 끝내지 못했더라도 대신해 줄 누군가가 있 을 것.
십 년을 개같이 굴렀지만, 두 가 지 중 하나도 달성한 적이 없다. 일 은 언제나 더 큰 일을 불러왔고, 그 가 맡고 있는 일은 다른 사람이 대 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결국 그가 휴가 갈 수 있는 방법 은 둘 중 하나다. 호호백발이 되어 은퇴하고 나서 휴가를 즐기든가, 아
니면 과로로 죽어서 저승휴가를 즐 기든가.
차마 그 꼴은 볼 수 없었다.
이 하늘이 내려준 기회가 왔을 때, 다소의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휴가를 즐겨야 한다! 반드시!
“그래, 그 축구! 그…… 뭐냐, 에 이피엘인가?”
“EPL 입니다.”
“그렇지! 그렇지! 뭐, 그렇다고 하더라. 근데 한국인 있냐? 한국 인‘?”
이현수는 방진훈과의 대화를 포기 했다.
저 사람이 비싼 EPL 티켓을 산다 는 것은 국가적 낭비다.
“여하튼 저는 이대로 못 돌아갑니 다!”
“ 저두요!”
대화는 못하지만, 응원은 할 수 있다. 이현수는 진심으로 방진훈을 응원했다.
과거 영남회의 이인자와 과거 총 회의 이인자가 진정 마음으로부터 함께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 O O 으..”
—, — 丁그
•
활활 타오르는 두 사람의 눈을 본 위긴스가 자신도 모르게 뒤로 살
짝 물러났다.
‘과하게 부려 먹기는 했지.’ 총회의 업무량은 과도하다.
특히나 이 두 사람의 경우에는 정말 말 그대로 살인적인 업무량을 소화하고 있었다. 잠시 짬을 낼 틈 도 없던 위긴스의 나이트 시절 업무 량이 애들 장난으로 보일 정도였다.
위긴스는 총회로 가면서 업무량이 줄어든 케이스이지만, 이 두 사람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어마어마한 업 무량을 생자로 소화하고 있었다.
그러니 말문이 막힐 수밖에.
그 모습을 지켜보며 바토르가 혀
를 찼다.
“무인이라는 것들이 관광이라니.”
방진훈과 이현수의 고개가 홱 돌 아갔다. 그들이 불만 어린 눈으로 노려보았지만, 바토르는 꿈쩍도 하 지 않았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느낀 게 없 나? 주인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강해 지고 있다. 강자는 더 강해지는데, 우리같이 약해 빠진 것들이 그 시간 에 지옥 같은 수련으로 따라잡을 생 각은 못할망정 관광을 하겠다?”
“끙……
“크흠.”
방진훈과 이현수가 할 말이 없다 는 듯 입을 다물었다.
특히나 방진훈의 경우에는 떨떠름 함을 숨기지 못했다. 이번 전투에서 강진호가 보여준 모습이 아직 그의 눈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분명 이번 주인의 전투에서 얻은 게 많을 거다. 그만한 고수의 전투 를 바로 앞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은 축복 같은 이야기이니까.”
“그렇지요.”
“심득이라는 것은 순간적으로 찾 아오기도 하지만, 순간적으로 사라 지기도 한다. 평생을 두고도 다시
얻지 못할 심득과 기회를 얻었는데, 놀고 싶다는 욕망 때문에 수련을 늦 춘다?”
바토르가 이죽였다.
“강해진다는 꿈은 버려야지.”
정곡이었다.
방진훈이 딱히 변명거리를 찾지 못하고 어물쩍거렸다.
짝, 짝, 짝, 짝.
그 순간, 위긴스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바토르 님의 무를 향한 열정과 자세는 확실히 모두의 귀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공치사하지 마라.”
바토르가 눈을 찌푸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너희도 다 들 보았겠지, 그 영감탱이가 얼마나 강한지.”
“……예.”
영감탱이는 장민을 의미한다.
이번 전투에서 충격을 준 것은 강진호만이 아니었다. 강진호의 강 함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었지만, 냉정하게 보자면 그건 예상 범위 내 의 일이었다.
강진호가 얼마나 강한지 정확하게
아는 이들이 누가 있겠는가. 막연히 상상하던 것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 었기에 충격을 받기는 했지만, 다들 납득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장민은 아니다.
‘그 영감님이……
이번 전투에서 방진훈과 이현수들 은 장민이 왜 마교의 대장로인지 뼈 저리게 실감했다.
그 잔학성, 그 강인함, 그리고 그 카리스마.
전면에 서서 마교를 이끄는 모습 은 마치 강진호를 연상케 했다. 그 쯤 되면 그 날뛰는 듯한 전투 양상
은 강진호 고유의 것이 아니라 마교 도들의 특징이 아닌가 의심이 될 정 도였다.
“그 영감이 지금 뭘 하고 있을 것 같나?”
“아마••••••
“그래. 지금 뼈를 깎아내고 있을 거다.”
바토르가 눈을 찌푸렸다.
“우리의 배는 더 되는 삶을 살아 온 그 영감조차도 더 강해지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다. 무인이란 그런 것 이지. 한순간이라도 멈춘다면 멈추 는 게 아니라 뒤처진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들 중 장민을 이긴다고 장담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과거, 장민과 동수를 이룬 바토르조차도 그 전투에서 장민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 다.
‘지금 붙는다고 해도 승패는 장담 할 수 없다.’
마공을 받아들였고, 덕분에 파괴 력이 배는 상승한 바토르이지만, 장 민과의 승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첫째, 그가 익힌 마공이 고수와의 대결에서 어떤 허점을 노출할지 모
를 일이고, 둘째로는…….
‘그 영감이 아직 전력을 다했다는 보장이 없단 말이지.’
음흉하다.
의뭉스럽다.
바토르는 이를 갈았다.
하지만 장민의 존재는 그에게 있 어서는 축복과도 다름없었다. 무인 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강진호처럼 앞에서 끌어주는 존재도 필요하지 만, 바로 옆에서 부추겨 주는 존재 도 필요하다.
바토르에게 있어서 강진호는 목표 이고, 장민은 자극제였다.
“그런데 팔자 좋게 관광?”
“……죄송합니다.”
“생각이 짧았습니다.”
방진훈과 바토르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사실 그들의 지위가 바토르에게 일방적으로 설교를 들어야 할 정도 로 낮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바토 르는 상급자로서 그들을 가르치는 게 아니었다.
인생의 선배로서, 그리고 앞서 걸 어간 무인으로서 그들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바토르가 이들 을 아끼지 않았더라면 굳이 그들에
게 조언 같은 것을 할 이유가 없었 다.
그 사실을 알기에 둘 모두가 고 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그러니 쓸데없는 짓거리 하지 말 고 바로 복귀한다. 휴식? 휴식은 관 에서 얼마든지 취할 수 있다. 무인 은 죽기 전까지 수련, 그리고 수련, 그리고 또 수련뿐이다. 지금 이 시 간에도 우리의 적은 강해지고 있다. 너희도 장민 장로를 좀 본받……
벌컥.
그 순간, 문이 열렸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장민이 경쾌한 발걸음으로 문을 열 고 들어왔다.
“마침 잘 왔…… 영감?”
바토르의 눈이 떨렸다.
장민이 이곳에 들어온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다만, 바토르가 말을 더듬는 이유는 장민의 복장이 그의 예상을 한참 벗어났기 때문이다.
하얀 반바지와 하와이안 셔츠, 그 리고 챙이 넓은 중절모를 쓴 장민이 양팔을 활짝 벌리며 안으로 들어왔 다.
“……뭐, 뭐냐, 그 꼬라지는?”
“다 끝났다며?”
“그렇다만?”
“그럼 관광해야지! 관광!”
완벽한 관광객의 복장. 그것도 중 국 스타일의 관광 복장을 완성한 장 민이었다. 그 나이에 그런 복장을 한다는 것이 괴이하게 느껴질 법도 하건만, 미묘하게 백발과 조화된 패 션 센스가 감탄을 불러일으킨다.
물론 감탄이 전부는 아니었다.
이현수와 방진훈의 시선이 바토르 에게로 돌아갔다. 그 묘한 시선을 받은 바토르의 등골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리냐! 수련하는 게 아니었나?”
“아서라, 어린놈■아. 사람이라는 것 은 휴식을 취할 줄 알아야 한다. 하 루 종일 수련하겠다고 악을 쓰던 놈 들치고 강해지는 놈을 본 적 없다. 수련할 때는 수련을 하고, 놀 때는 놀아야지. 그래야 성취도가 올라간 다. 나이도 어린 놈이 뭐가 그리 구 식이냐?”
“아, 아니……
영감이 그러면 내가 뭐가 되나.
바토르가 고개를 획 꺾었다. 그러 면서도 방진훈들과는 절대 눈을 마
주치지 않았다.
“위, 위긴스, 주인은 지금 어디에 있나?”
“아……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응?”
“회주님께서는 조금 전에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 왜‘?”
“아, 그게……
위긴스가 머리를 긁었다.
“선물 산다고 나가셨습니다만, 아 마 관광지 쪽으로 가셨을 겁니다.”
장민이 역정을 냈다.
“교주님께서 나가셨으면 빨리 말 을 해줘야지! 그래야 따라가서 보필 할 거 아니더냐! 나는 애들 데리고 나갈 테니까, 너희도 알아서 놀아 라.”
“……애들도 데리고 가신다구요?”
“관광하면 유커(消客 : 중국인 관 광객)지. 안 그래도 애들이 요즘 월 급도 받고 살판났는데, 이럴 때 좀 쓰게 해줘야지! 내일까지는 돌아오 마!”
“……사고는 치지 말아주십시오.”
“노력해 보지.”
장민이 횅하니 나가 버리자 모두 의 시선이 바토르에게로 향했다.
바토르가 한참 머뭇거리다가 헛기 침을 했다.
“그, 그럼 관광이라도 좀 해볼 까?”
이..쯔
”
“에이.”
이현수와 방진훈이 고개를 절레절 레 저으며 방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바토르가 앓 는 소리를 냈다.
“빌어먹을 영감탱이들.”
이게 무슨 쪽이야.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