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13)
마존현세강림기-1014화(1012/2125)
마존현세강림기 41권 (20화)
4장 친교하다 (5)
‘미치겠네, 진짜.’
애들링턴은 인생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
그의 눈에 익숙한 런던 시가지가 들어왔다. 물론 영국인인 그가 런던 에 왔다고 해서 위기감을 느끼는 것 은 아니다. 런던은 그가 사는 곳이
고, 눈을 감고도 돌 수 있을 만큼 익숙한 곳이었으니까.
그를 곤란하게 만드는 것은 지금 그가 런던에 있다는 사실이 아니었 다.
그의 뒤를 따라 걷고 있는 한 남 자였다.
‘나더러 뭘 어쩌라고?’
이 모든 일은 아주 간단한 한마 디에서 시작됐다.
구금에서 풀려나 휴식을 취하고 있던 애들링턴을 그 ‘위긴스’가 부 른 것이다.
심장이 쫄깃했다.
나이트 위긴스.
이제는 나이트라는 호칭을 떼야 하지만, 입에서 꺼낼 때마다 나이트 라는 호칭이 알아서 붙어 나오는 사 람.
그만큼이나 애들링턴에게…… 아 니, 애들링턴이 속한 가터 기사단에 게 위긴스가 가지는 영향력은 막대 했다.
애들링턴이 가터 기사단에 처음 입단하기 전부터 위긴스는 영국의 나이트였고, 애들링턴이 가터 기사 단에서 활동할 때도 쭉 영국의 나이 트였다.
그런 이가 나이트의 직위에서 벗 어났다 해서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 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더구나 지금의 위긴스는 어쩌면 예전 나이트의 자리에 있었을 때보 다 더 껄끄럽고 더 중요한 인물이 된 게 아닌가.
그런 이와 독대한다는 것은 수명 을 깎아 먹는 일이었다.
잔뜩 긴장한 애들링턴이지만, 그 런 애들링턴에게 위긴스가 한 말은 매우 뜻밖이고 매우 사소했다.
“자네, 런던에 산다고 했지?”
감동해야 할까, 의아해해야 할까?
애들링턴 같은, 딱히 돋보이지 않 는 기사단원의 주거지까지 기억하고 있는 위긴스의 섬세함에는 미묘한 감동이 느껴졌지만, 대체 그걸 왜 기억하고 있는지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위긴스가 박수 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내가 부탁 하나 해도 될 까?”
부탁이라…….
미묘한 이야기였다. 부탁이라는 전제를 깔기는 했지만, 이제는 원탁 에서 나간 위긴스의 명을 받는다는 건 민감한 일이다.
하지만 동석한 가터 기사단장인 윌슨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기에 애 들링턴은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 이든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위긴스가 환히 웃으며 말했다.
“그리 비장할 것 없네. 간단한 일
이니까. 자네가 런던을 잘 아니 한 사람을 안내해 주면 되네.”
‘그때 거절했어야 하는 건데……
등신같이 좋다고 덥석 물어버린 것이 실수였다.
애들링턴은 자신의 성급함을 저주 했다. 그 부탁을 받아들이기 전에 적어도 그가 안내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라도 확인을 했어야 한다.
애들링턴의 시선이 슬그머니 뒤쪽 을 향했다.
‘히이이이 익!’
무심한 얼굴로 그를 따라오고 있
는 강진호를 확인한 순간, 애들링턴 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 다.
‘나한테 뭘 어쩌라고?’
이런 빌어먹을.
안내할 사람이 강진호라는 걸 알 았다면, 애들링턴은 자신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이 임무를 맡지 않았을 것이다.
눈이 마주치는 것만으로 심장마비 를 유발하는 사람을 무슨 수로 안내 하라는 말인가.
애들링턴이 질린 얼굴로 고개를 다시 앞으로 돌렸다.
세상 모든 것이 낯설다.
퇴근길에 항상 보는 거리이건만, 오늘따라 거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 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떤 느낌이 냐면…….
‘지옥 같다.’
지옥이 따로 있나.
악마와 함께 걸으면 거기가 지옥 이지.
애들링턴은 강진호가 엘더 나이트 들을 참살하는 모습을 똑똑히 지켜 봤다.
아니, 거기까지도 필요 없다.
애들링턴의 입장에서는 하늘과 같
은 존재인 나이트 르보를 한 손으로 짓눌러 죽여 버리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했다. 나이트 르보가 하늘이라 면, 그 하늘의 목을 꺾어버린 강진 호는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한단 말 인가.
“저……
애들링턴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어색함과 눌려 죽을 것 같은 공기를 전환하기 위해서는 무슨 말 이라도 해야 한다.
“서, 선물을 산다고 하셨습니까?”
“ O ”
丁그 •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어떤 선물을?”
“••••••글쎄.”
대책이 없다.
선물을 사겠다는 양반이 자기가 무슨 선물을 사야 하는지를 모르는 데, 뭘 어쩌란 말인가.
“새, 생각해 두신 게 전혀 없습니 까?”
w O 으”
—M三
대답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 다.
“그럼 어떤 분께 선물을 하는지라
도
강진호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 다.
“일단 여자인데……
“ 여자!”
“나이는 이제 서른 가까이…… 서 른을 넘…… 음?”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한다.
그 모습을 보며 애들링턴은 대충 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썸 타고 있는 젊은 여자에게 하 는 선물이라……
애들링턴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생겨났다.
‘생각보다 인간적이네.’
이 무서운 남자도 여자를 꼬시기 위해서 선물을 준비한다는 생각이 들자 그동안의 이미지가 조금 바뀌 는 느낌이었다.
마음이 조금 편해진 애들링턴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아직 많이 친해지지 못한 여자분 께 선물을 하시려는 모양이군요. 그 렇다면……
“여자 친군데?”
더 알 수가 없어졌다.
‘니 여자 친구가 몇 살인지를 왜 몰라?’
물론 겉으로 보기에도 강진호는 내추럴 본 상남자이긴 하지만, 이건 기본의 문제 아닌가.
‘여자 친구가 있다는 점에서 인간 미를 느껴야 하는 거야, 아니면 여 자 친구 나이도 정확하게 모른다는 점에서 껄끄러움을 느껴야 하는 거 야?’
여하튼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남 자였다.
“여, 여자 친구분 선물요?”
오 O ”
“S’.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애들링 턴이 고민에 빠졌다.
어쨌거나 서른쯤 되는 여자 친구 에게 사 주는 선물이다. 그렇다면 어떤 걸 추천해야 할까?
‘난들 아나.’
한국의 무인이고 영국의 무인이 고, 무인이란 것들은 기본적으로 한 쪽 영역에 과도하게 삶의 밸런스를 투자한 인간들이다.
영국에서 무인들과 가장 비슷한 삶을 사는 유형은 아마도 훌리건일 것이다.
한 분야에 과몰입한 이들은 기본 적으로 사회성이 떨어지기 마련이 다. 그 덕분에 애들링턴 역시 지금
까지 제대로 된 연애를 해본 적이 없었다.
나이가 이제 마흔을 바라보고 있 건만, 어설프게 두어 번 만나다가 차인 것이 연애 경력의 전부였다.
그런 애들링턴이 무슨 수로 남의 여자 친구에게 사 줄 선물을 추천하 겠는가.
“여자 친구분이 아직 젊으니까 가 방 같은 건 어떨까요? 명품 백이 없다면 좋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일반적인 사람에게 이런 선물을 추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총회의 회주다. 그 재력은 감히 애들링턴이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다. 사람은 벌 이에 걸맞은 소비를 해야 하는 법. 영국의 명품…….
“배우라……
“••••••네?”
“ 연예인이라……
“아••••••
애들링턴은 강진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이해했다.
“아, 여자 친구분이 배우시라구 요?”
“ O ” 丁그 •
“배우니까, 아……
명품은 넘쳐 나겠네.
영국만 해도 나름 인기가 있는 여배우들은 집에 따로 백이나 명품 을 모아두는 방이 있을 만큼 패션에 민감하다. 한국에 대해서는 전혀 정 보가 없는 애들링턴이지만, 한국의 여배우 역시 그리 다를 것 같지는 않았다.
‘ 그럼••••••
애들링턴이 강진호의 복장을 위아 래로 훑었다.
‘이건 포기.’
강진호의 패션 센스와 그의 패션
센스를 조합했을 때, 그들 둘이 힘 을 합쳐 여배우를 만족시킬 만한 가 방을 골라내는 건 한없이 불가능에 수렴하는 일이다.
괜히 돈은 돈대로 낭비하고, 욕은 욕대로 먹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에, 그러니까, 지금 원하시는 선 물이 그렇게 큰돈은 들이지 않으면 서 여배우이신 여자 친구분의 높은 눈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국만의 특 색이 가득한, 미묘한 그 무언가란 말씀이시죠?”
“ 정확하다.”
어쩌라고, 인마!
그런 게 세상에 어딨어!
애들링턴의 혈압이 급속도로 상승 하기 시작했다. 이건 불가능한 임무 였다.
물론 실제로 최연하는 강진호에게 그런 걸 기대하지 않는다. 강진호가 영국에서 콜라를 사서 돌아오더라 도, 그가 잊지 않고 자신에게 줄 무 언가를 가져왔다는 것에서 감동할 수 있는 여자였다.
하지만 애들링턴이 그런 것을 알
리가 없잖은가.
“그, 그럼 일단 관광객들이 뭘 많 이 사는 곳으로 가겠습니다.”
“으 ”
“S’*
강진호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애들링턴은 그 모습을 보며 남몰 래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지가 생각하고는 너무 다른 데……
직접 말을 섞어본 강진호는 그가 아는 강진호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 았다.
원탁에서 엘더 나이트들을 때려잡 던 강진호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
기계 같았다.
아니, 살인 기계보다는 악마나 마 왕이라는 말이 좀 더 정확할지도 모 른다. 여하튼 인간미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켜보는 것만으 로도 오금을 저리게 만드는 존재였 다.
하지만 실제로 대화를 나눠본 강 진호는 뭐라고 할까…….
평범한 청년?
그중에서도 조금 내성적인 느낌이 다.
‘그럴 리는 없겠지.’
이게 강진호의 본모습일 리가 없
다. 내성적인 사람이 그렇게 미쳐 날뛸 수는 없으니까.
‘그리고 어느 쪽이든 무슨 상관이 냐?’
애들링턴과 강진호가 사는 세계는 전혀 다르다. 서로 같은 무인계를 살아간다고 해도 강진호와 애들링턴 은 대기업의 신입 사원과 회장만큼 의 차이가 있었다.
같은 건물을 쓰고, 같은 곳에서 일을 하고, 간간이 복도에서 얼굴이 마주친다고 해서 같은 세상을 살아 가는 게 아니다.
어떻게든 이 일을 빨리 끝내고
그가 사는 세상으로 돌아가는 게 지 금의 애들링턴이 해야 할 일이었다.
“여기입니다.”
한참을 걸은 끝에 애들링턴이 도 착한 곳은 대영박물관이었다.
“음?”
“여기 기념품 숍이 있어서.”
강진호가 미묘한 시선으로 애들링 턴을 바라보았다. 애들링턴은 고개 를 푹 숙여 강진호의 시선을 외면했 다.
“이, 이게 제 최선입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기념
품 숍 쪽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 다.
“후우우우.”
그 모습을 보며 애들링턴이 한숨 을 내쉬었다.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었다.
오 O
”
M..•
기념품 숍으로 들어선 강진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가 많다.
뭐가 굉장히 많다.
그리고 강진호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 고?’
강진호의 눈이 떨렸다.
보이는 것은 물건이요, 골라야 하 는 것은 선물인데, 대체 이 중에 뭘 골라야 하는가.
평범한 이들에게도 어려운 일이 다. 평소 이런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강진호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점원의 도움이라도 받아야 하 나?’
강진호가 눈을 찌푸렸다.
가게 안에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꽤나 많았다. 그리고 그 중 몇몇은 점원들의 도움을 받아 기념 품을 고르고 있었다. 그럼 차라리 도움을 요청하는 쪽이…….
“..어?”
그때, 그의 등 뒤에서 놀란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 어…… 너.”
한국어?
한국인 관광객…….
“강진호?”
뜬금없이 자신의 이름이 튀어 나 오자 강진호가 살짝 놀라 고개를 돌 렸다. 자신의 등 뒤에서 그를 바라
보고 있는 사람을 확인한 강진호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한세연?”
생각지도 못한 사람이 거기에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