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20)
마존현세강림기-1021화(1019/2125)
마존현세강림기 42권 (2화)
1장 달려가다 (2)
“ 원탁?”
“예.”
차이커창이 미묘한 얼굴로 보고하 는 이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강진호가 그새 자리를 비우고 영국을 다녀왔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너는 그 사실을 놓쳤다가 이제야 알았다고 자랑스럽게 내게 보고를 하러 왔고?”
“주,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보고하던 장하오(張吳)가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 다.
차이커창은 신상필벌이 분명한 사 람이다. 공을 세운 이에게는 합당한 상을 내리지만, 실수를 한 이에게는 엄격한 벌을 내린다.
그리고 이건 명백한 그의 실수였 다.
게다가 하필 실수를 저지른 일이 최근 차이커창이 가장 민감하게 반 응하는 강진호의 대한 일이 아닌가.
차이커 창이 그를 당장 패 죽인 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원탁이 라.”
차이커창이 의자에 등을 기대며 피식 웃었다.
강진호가 자리를 비운 사이 홍왕 계가 한국으로 밀고 들어갔다면 한 국은 초토화됐을 것이다. 그런데 대 담하게도 자리를 비우다니.
“대담한 건지, 무모한 건지. 바로 옆에 우리를 놔두고 자리를 비웠다
는 말인가? 동맹이라는 허울 좋은 말을 정말로 믿는 건 아닐 텐데 말 이야.”
강진호와 총회의 행동 방식을 도 무지 이해할 수 없는 차이커창이었 다.
“하기야, 약점을 보였다고는 해도 그걸 정확하게 찌르지 못하는 이상 약점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지.”
“죄, 죄송합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 이유는?”
“ 예?”
“강진호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
악하지 못한 이유가 뭐지?”
“그, 그게?”
장하오가 마른침을 삼켰다.
“워낙 전격적으로 움직여서……
“그래서?”
“죄송합니다.”
차이커창이 고개를 내저었다.
‘하긴.’
무작정 몰아붙인다고 될 일은 아 니다.
총회가 정보원을 파견한다고 해서 홍왕의 움직임을 잡아낼 수 있을 리 없다. 고수는 하수보다 인식 범위가 넓기 마련이다. 강진호쯤 되는 이에
게 걸리지 않는 거리에서 강진호를 감시한다?
‘허블 망원경이라도 동원해야겠 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따졌을 때는 임무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렇듯 어떻게든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고수들의 기감이라는 것은 그 어 떤 감시 장치보다 우월하다. 하지만 기감은 말 그대로 기감. 기운을 느 끼는 감각이다. 기운을 포함하지 않 은 기계에는 그 감각이 무뎌질 수밖
에 없다.
강진호의 동선에 CCTV를 배치한 다든가, 원거리에서 드론 등을 이용 하여 촬영한다든가 방법은 여러 가 지가 있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들은 결국 평시에는 제대로 작동하지만 강진호가 돌발적으로 움직일 경우에 는 따라가기 힘들다는 점이다.
‘안다고 해서 뭘 어쩔 수 있는 것 도 아니지만.’
차이커창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 다.
강진호가 빠진 총회는 홍왕계가 얼마든지 집어삼킬 수 있다. 하지만
그 틈을 노리겠다고 자리를 비웠다 가는 홍왕계도 같은 꼴을 당한다.
창왕계와 흑왕계가 그 틈을 놓치 지 않을 테니까.
‘ 갑갑하군.’
이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는 이유 는 아주 간단하다. 아직까지 홍왕이 그 칩거를 깨지 않았기 때문이다.
홍왕의 칩거는 차이커창에게 커다 란 희망과 갑갑함을 동시에 주었다.
홍왕쯤 되는 무인이 깨달음을 얻 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지고의 경지에 오른 무인은 깨달 음을 얻기가 쉽지 않다. 이미 대부
분의 무학이 완성되어 있기 때문이 다. 그런 상태에서 찾아오는 깨달음 은 단순히 무공을 올려주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틀을 깨고, 껍질을 부순다.
벽을 넘어 완전히 새로운 경지에 발을 들이는 것이다. 지금도 천하를 삼분하고 있는 홍왕이 한 차원 더 강해진다?
‘일통할 수 있다.’
차이커창이 주먹을 꽉 쥐었다.
홍왕이 다른 삼왕에 대해 우위를 잡을 수만 있다면 이 지루한 대치는 끝이 날 것이다. 공격도 할 수 없
고, 방어도 할 수 없는 이 짜증나는 밸런스가 깨질 테니까.
미래에 대한 기대는 충분하다. 문 제는 그 미래에 올 희망을 기다리기 에는 지금 당장 그가 느끼는 갑갑함 이 심하다는 점이었다.
“ 일어나라.”
장하오가 조심스레 몸을 일으켰 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차이커창이 속을 다스렸다.
갑갑하고 짜증나는 건 사실이지 만, 그걸 아랫사람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근본
적인 원인은 강진호가 더없이 강하 고, 그를 감시해야 할 정보원들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부하에게 열심히 달리라는 주문 정도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달리는 속도가 느리니 날아보라 할 수는 없 지 않은가.
“그래서 영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 었던 거지?”
“……죄송합니다. 영국은 저희의 영역 밖이라.”
차이커창이 눈을 질끈 감았다.
알고 있다.
알고는 있는데.
‘빌어먹을 강진호 놈.’
강진호만 엮이면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가 쉽지 않다.
차이커창은 자신의 이런 조급함이 강진호에 대한 경계심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홍왕께서는 더 강해질 것이다.’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 도로.
그럼에도…….
‘그럼에도 나는 강진호에 대한 경 계심을 버릴 수 없다는 말인가?’
홍왕이 더 강해진다면 홍왕의 첫 번째 타깃은 당연히 강진호가 될 것
이다. 홍왕은 강진호를 인정했다. 차 이커창은 동의하지 않았지만, 홍왕 은 장차 강진호가 다른 삼왕 이상의 적이 될 것이라 내다보았다.
자라나는 새싹이 거목이 될 때까 지 기다리는 건 어리석은 일.
호랑이 새끼는 호랑이가 되기 전 에 죽여야 하는 법이다.
홍왕이 깨달음을 완전히 정리하고 칩거를 깨기만 한다면 강진호는 죽 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그런데 왜 이리 초조하다는 말인 가.
‘왜?’
차이커창이 얼굴을 비볐다.
‘나는 홍왕께서 깨달음을 정리해 서 강해지는 것보다 강진호가 강해 지는 게 더 빠르다고 생각하는 건 가?’
말도 안 되는 판단이다.
강진호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냉정 하게 말해서 이전 강진호와 홍왕의 싸움은 홍왕이 승리한 싸움이다.
외부의 도움이 없었다면 강진호는 그곳에서 뼈를 묻었을 것이다.
강진호에게 앞서 있던 홍왕이 그
전투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한 차 원 더 나아가는데 강진호가 그런 홍 왕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상식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다.
하지만…….
‘그놈에게 상식이 통한 적이 있었 던가?’
자문해 봤지만 답은 뻔했다.
없다.
그의 예상이 지금까지 한번이라도 맞아 떨어졌다면 강진호는 몇 번 죽 고도 남았다. 그 모든 예상이 모조 리 다 빗나갔기에 강진호가 아직 살
아 있는 것이다.
‘불경한 생각이지만……
홍왕만을 믿고 있을 수는 없었다.
홍왕을 믿고 적을 방치하는 건 차이커창이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 홍왕이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있는 상황이더라도 홍왕과는 별개로 그는 움직여야 한다.
그게 차이커창의 방식이다.
“영국에서 무엇을 얻어왔는지 모 른다?”
“예……. 하지만 정황상.”
차이커창이 의자에 머리를 대고 허리를 젖혔다.
‘정황상이라.’
뻔하겠지.
강진호가 죽어 돌아온 것도 아니 고, 제 발로 걸어 돌아왔다면 아마 원탁을 집어삼켰을 것이다.
강진호라면 몰라도 그 이현수와 위긴스라는 놈의 수완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원탁이 서양에서 거들먹거리기는 하지만 그 전력은 보잘 것 없다. 홍 왕계가 다른 삼왕계에 발목을 잡히 는 상황이 아니라면 원탁 전체를 정 리하는데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을 테니까.
그런 놈들이 강진호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우습지도 않군. 제기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없는 상 황이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강진호는 삼왕 보다 약하다. 세력으로 봐도 삼왕계 중 하나와도 비교할 수 없다. 상식 적으로 보자면 총회는 삼왕계에 짓 눌려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 어야 한다.
그런데 우습게도 삼왕계는 서로를 견제하느라 발이 묶여 있었고, 그 와중에 가장 약한 총회는 제멋대로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것을 다 하고 있었다.
전략가의 입장에서 보자면 속이 끓다 못해 타들어가는 상황이 아닌 가.
“감시는……
“ 계속해.”
차이커창이 두 손으로 얼굴을 비 볐다.
강진호만 생각하면 편두통이 생겼 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누른 차이커창이 씹어 먹듯 입을 열었다.
“일본 쪽은 어떻게 됐나?”
“아, 아직 혼란이 가시지 않은 모
양입니다.”
“무능하기 짝이 없는 것들.”
일본 놈들만 생각하면 이가 갈린 다.
그만큼이나 지원을 했음에도 발목 조차 잡지 못했다.
애초에 그놈들이 강진호를 쓰러뜨 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 았지만, 적어도 시간 정도는 끌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깔끔한 전멸이라니.’
역사를 뒤져봐도 그만한 대승은 또 없을 것이다.
총회 측이 일본에 그 사실을 통
보하고 구조선을 보낼 수 있게 자비 를 베풀지 않았더라면 일천이 넘는 이들이 모두 물귀신이 됐을 게 뻔했 다.
굴욕.
더없는 굴욕이다.
무능하고 또 무능하다. 한 때는 중국 다음가는 세력이라 불리던 일 본이 어쩌다가 저런 병신이 되어버 렸다는 말인가.
“병신 같은 놈들이기는 하지 만……
차이커창이 입술을 핥았다.
홍왕계의 전력을 움직일 수 없는
이 상황에서 그들이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일본 밖에는 없다.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전용기를 준비해라.”
“어, 어디로?”
“일본으로 내가 직접 간다.”
“하지만 차이커창 님. 지금 차이 커창 님께서 자리를 비우시면……
“비워봐야 하루다. 그 정도도 버 틸 수 없다는 말을 할 생각은 아니 겠지? 그 정도로 무능한 것들이 살 아 있을 가치가 있나?”
장하오가 고개를 푹 숙였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다. 저놈 들이 제멋대로 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
“준비하겠습니다.”
차이커창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하 오가 서둘러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차이커창이 담배 를 꺼내 물었다.
‘무능한 놈들.’
강진호는 아랫놈들을 능수능란하 게 쓰며 세력을 키우고 있는데, 차 이커창은 자신이 없을 시 믿고 맡길 수 있는 부하 하나가 없다.
‘하지만 나도 마찬가지인가.’
헛웃음이 나왔다.
그의 입장에서 보면 부하들이 무 능한 것이지만, 홍왕의 입장에서 보 면 차이커창이 무능한 것이다. 훨씬 강대한 전력, 기라성 같은 고수들을 수도 없이 쌓아놓고 있으면서도 동 양의 소국 하나를 어떻게 하지 못해 서 우왕좌왕하고 있지 않은가.
드득.
입에 물린 담배가 이에 씹혀 부 러져 나간다.
“……언제까지 너희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차이커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그리고는 거친 걸음으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
‘시간을 끄는 정도로 생각하니 실 패하는 거다.’
강진호는 발목을 잡힐 이가 아니 다. 발목이 잡힌다 싶으면 발목을 잘라내고서라도 나아갈 이다.
그런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이쪽에 서도 승부를 걸 수밖에 없었다.
차이커창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 한다.
‘한 가지로는 안 돼.’
연쇄적으로.
사방을 옥죄고, 덫을 깔고, 개를 풀어야 한다. 그게 맹수를 잡는 방 법이니까.
‘이번만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거다, 강진호.’
그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시간 이다.
차이커창이 단호한 얼굴로 걸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