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22)
마존현세강림기-1023화(1021/2125)
마존현세강림기 42권 (4화)
1장 달려가다 (4)
“대차게 구르네.”
총회 가장 상층은 강진호가 회주 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넓은 층을 강진호가 홀로 사용할 수 없으니 다른 사무실들도 있었다.
강진호와 가장 많은 것을 상의하 며 강진호를 보좌해야 하는 이현수
의 사무실이 회주실 가까이 위치하 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상층 창으로 보면 산 위로 나 있는 연무장이 무척 잘 보인다.
그리고 그 연무장에서 지금 마염 들이 강진호에게 신나게 털리고 있 었다.
“새끼들 요새 좀 빠지긴 했지.” 나태해지고 싶은 사람은 없다.
스스로가 게으르기를 원하는 사람 이 어디에 있겠는가. 열심히 노력하 는 삶과 게으른 삶 중 하나를 택해 야 한다면 누구라도 전자를 택할 것 이다. 목표가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
욱
하지만 문제는 자신이 게을러진다 는 사실을 본인은 제대로 깨닫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상? 목표?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상이 있고 목표를 세웠 다고 해서 꾸준하게 자신을 채찍질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 가.
사람은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 으면 눕고 싶어지는 게 정상이다. 그 욕구를 찾아내고 최선을 다한다?
물론 가능하다.
평범한 사람 이상의 열정과 근성 을 갖춘 이들은 때때로 놀랄 만큼의 노력을 보여주기도 하니까.
하지만 열정을 다해 자신을 몰아 붙인 사람이 일정한 성취를 손에 넣 거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는 반드시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열심히 했던 것만큼 번 아웃이 찾아온다.
이건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근성이 있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 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연료가 평범한 이들에 비해 많은 것 은 아니니까. 연료를 모두 쓰지 못
하고 쌓아두는 평범한 이들도 있고, 연료를 풀로 태우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그 연료라는 게 영원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회주님 같은 존재가 필요 한 법이지.’
연료를 채워주는 사람.
강진호는 그런 사람이다. 지켜보 고만 있어도 내 엉덩이가 들썩대게 만드는 사람. 나도 저렇게 되고 싶 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는 사람.
그리고…….
‘사람이 느슨해질 때는 직접 후려 치는 양반이지.’
가르치는 이로서 강진호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저것이다. 강 진호 정도의 위치에 오른 이들은 아 랫사람들에게 쓴 소리하는 것을 즐 기지 않는다.
직접 나서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이끈다는 것은 생각 이상의 스태미 나를 소모하는 일이다. 그 가르침의 대가로 나오는 결과가 그의 입장에 서 보기에 보잘 것 없다면 더더욱 심력을 낭비하지 않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강진호는 주저하는 법이 없다.
필요하다 싶으면 회주라는 지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새파란 것들과 뒹 굴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지위에 걸맞은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고, 어찌 보면 체면을 가리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이현수가 보기에 이 일은 명백히 후자였다.
‘그리고 저 새끼들도 대단하긴 하 군.’
벌통을 습격한 말벌을 보는 것 같다.
절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 고 달려든다. 달려드는 즉시 더 빠
른 속도로 튕겨 나가지만, 드러눕지 않고 벌떡 일어나 다시 달려든다.
이현수도 저럴 수 있을까?
자문을 해본 이현수가 가만히 고 개를 저었다. 냉정하게 생각해 볼 때, 이현수는 저럴 자신이 없었다.
물론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과 노력은 이현수가 저들에게 뒤질 것 이 없지만, 책상에 앉아서 하는 일 과 몸을 쓰며 하는 일은 분명 달랐 다. 이현수가 저 입장이었으면 못 해먹겠다고 때려 쳤을 게 뻔하다.
그런데 마염들은 단 한 명도 포 기하지 않고 강진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독한 놈들.’
하기야 원래 저런 놈들만 뽑아서 모은 거니까.
총회의 젊은 무인들 중에서 가장 독한 것들만 모으고 모은 이들이 마 염이다. 그러니 어찌 보면 저런 반 응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조금 느슨해졌을 뿐, 다시 조여 주면 잘할 놈들이다.
“지금 누구보고 빠졌다고 하는 거 예요?”
이현수가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에 가슴 한 가득 서 류를 안고 있는 이현주의 모습이 들 어왔다.
“할 일이 태산 같은데.”
내 스트레스도 태산 같거든?
사람이 잠시 쉴 짬은 좀 있어야 지, 그지?
입이 절로 들썩였지만, 다행히 이 현수는 할 말과 하지 않을 말을 구 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괜히 입을 털었다가 좋은 꼴 보기 힘들다.
“웬만하면 결제도 컴퓨터로 좀 해 요. 쌍 팔 년대도 아니고, 서류 쌓
아놓고 일하는 게 말이나 되요?”
“……전자 결제도 하고 있어. 서 류로 남겨야 될 것만 이 정돈 거 야.”
“그러게 미리미리 해놨어야죠.”
이현수가 서글픈 눈으로 쌓여 있 는 서류들을 보았다. 눈에 보이는 게 이 정도다. 전자 결제를 해야 하 는 양은 이보다 배는 더 많았다.
“지금 든 생각인데.”
“네.”
“나 이러다가 과로로 죽지 않을 까?”
“무인이 과로로 죽었다는 이야기
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문제는 그게 아니라 제대로 된 일을 할 시간이 없다는 거죠.”
이현주가 단호하게 말했다.
“솔직히 이건 인력 낭비예요.”
이현주가 서류중 하나를 꺼내 주 루룩 훑었다.
“봐요. 애들 수련장 증설 계획이 에요. 어디에, 어떻게 새로 지을 건 지, 공사비는 얼마나 드는지, 인허가 는 어떻게 처리할 건지, 이걸 일일
이 다 보고 확인하는 일을 실장님 선에서 한다는 게 어이없는 거예요. 헐……. 애들 급양 메뉴 보고서도 있네. 식품조리학과 나오셨어요?”
이현수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 다.
“이걸 일일이 다 하려고 하니까 일이 끝이 없는 거잖아요. 이 정도 되는 일은 결재 권한 아래로 내리고 간략 보고서만 받으라구요.”
“그럼 개판되는 걸 뭘 어떻게 해.”
“왜 개판인데요.”
“너도 알잖아. 얘들 하나같이 수
련만 하다가 자질이 별로라서 탈락 한 애들이라 기초 지식이 부족한 거. 우리니까 얘들로 사무직 구성하 지, 웬만한 대기업에는 서류도 못 넣어요.”
“채용을 해요! 채용을!”
“총회에서 외부인 채용하면 걔들 입단속하느라 일이 더 많아져. 뻔히 알면서.”
이현주가 답도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 보고서들을 훑었다.
그리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답답한 마음에 성토를 하기는 했 지만, 지금 이현수가 겪고 있는 문
제는 이현주도 똑같이 겪고 있는 문 제였다.
물론 총회의 사무직들이 그리 떨 어지는 인재들은 아니다. 나름 개중 에서도 똑똑한 애들을 골라 모은 것 에 가깝다. 하지만 초중고 12년은 물론이고, 대학까지 다니고, 유학에 학원, 각종 자격증까지 섭렵한 과다 스펙의 일반인들에 비한다면 그 능 력이 확연하게 떨어졌다.
“아무래도 이것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요.”
“대책?”
“네.”
이현주가 단호한 눈으로 이현수를 바라보았다.
“이번에 이사진들이 단체로 자리 를 비우면서 느낀 건데, 총회는 소 수에게 너무 많이 의지해요.”
“고작 여섯 사람이 자리를 비웠다 고 업무가 안 돌아갈 정도면 문제가 심각한 거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지.’
일반적인 기업이라면 사장단이 단 체로 자리를 비운다고 해서 업무가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사장들이 결
제해야 할 일은 따로 빼놓고 다른 일들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야 한다.
하지만 총회는 아니었다.
강진호를 위시한 이사진들이 자리 를 비우는 순간 총회의 모든 업무는 스톱된다. 물론 자체적인 수련이라 든가, 간단한 일 처리 정도는 할 수 있지만, 그 외의 모든 일들은 이사 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려야 한다.
따져 보면 생각 이상으로 문제가 심각했다.
“그리고 이제 곧 총회는 회사가 된다구요. 지금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처리할 수가 없어요. 회계 기준 맞
추고, 법률 검토까지 해야 되면 실 장님은 여기다가 간이침대를 놔야 할 거예요.”
“……무척 끔찍한 소리군.”
“그러니까 체제를 바꿔야죠.”
“체제라……
이현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는 아직 그도 잘 모르겠지 만, 왜는 충족이 됐다. 총회가 더 커나가기 위해서는 이현수에게 과도 하게 몰린 업무를 분산할 필요가 있 었다.
이현주가 그 역할을 해주면서 일 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했지만, 총회
의 규모가 커지고, 대외 활동이 많 아지면서 일은 과거보다 오히려 더 늘어났다. 이현주라도 없었다면 지 금쯤 피를 토하고 쓰러져도 이상하 지 않은 수준이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란 말이지.”
“어려울 것 없어요. 문제를 알면 해결책은 간단하니까.”
“문제?”
“네, 문제요. 지금 모든 문제는 실장님이 아랫사람들을 못 믿어서 그러는 거잖아요.”
“……그게 그렇게 되나?”
중은 제 머리를 깎지 못하는 법 이다.
총회의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진 단해 낼 수 있는 이현수지만, 자신 이 얽혀 있는 일을 냉정하게 판단한 다는 건 무리였다.
“그렇잖아요. 쉽게 말하면 아래에 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눈으로 일일 이 확인하고 검토하지 않으면 못 믿 는다는 거니까.”
“내가 강박증이 있다는 투로 몰아 가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이현수가 손을 내저었다.
“실제로 올라오는 보고서가 개판
이라고, 양식도 안 맞고. 이걸 확인 안 하고 그냥 통과시키다가는 한 달 도 가기 전에 총회가 박살 날 거야. 나는 홍왕계보다 쟤들이 더 무섭 다.”
“ 인정해요.”
이현주도 이 부분은 동의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고쳐야죠. 비가 새면 천정을 수리해 야지, 양동이만 갈아댄다고 뭐가 바 뀌겠어요.”
“누군 생각 안 해봤나.”
이현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쟤들한테 업무를 제대로
가르칠 사람이 나밖에 없단 말이야. 생각을 해봐. 지금 당장 시간도 못 내는데 쟤들을 교육하려고 빼면 그 인력은 어디서 충당할 것이고, 내 시간은 어쩔 거야. 지금도 잘 시간 도 부족한데, 교육까지 하라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중소기 업이 가지는 딜레마였다.
회사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교육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최소한 의 인력으로 운영이 되는 회사는 사 원들을 교육시킬 시간이 없다.
결국 미루고 미루다보면 나름의 타협책을 찾게 되고 그 타협과 희생
을 바탕으로 회사가 운용된다.
새로 입사한 사원은 곧 부조리를 느끼게 되지만, 개혁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부조리하다고 해도 당장 밀 려들어 오는 업무를 처리하지 않을 수는 없고, 부조리에 맞춰 일처리를 하다보면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소모 된다.
그 소모된 시간이 개혁과 교육에 투자할 시간을 잡아먹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지금 이현수가 딱 그 꼴이었다. 뭔가 바꿔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바꾸기 위해서 감당해 야 할 여파가 너무 크다.
그러니 손을 놓을 수밖에.
“교육을 해야 한다는 건 동의하는 거죠?”
“그렇지.”
“그럼 하면 되죠.”
“뭐 들었어. 내가 그거 할 시간이 없다니까?”
“그걸 왜 실장님이 해요?”
“응‘?”
“쟤들이 하는 업무가 총회 특유의 업무가 아니잖아요. 일반 회사에서 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는 일이죠. 아니, 냉정하게 보면 우리보다 평범 한 회사에서 더 잘 가르치겠죠.”
“……그건 그렇지.”
“그럼 회사에 보내면 되죠.”
이현수가 얼굴을 확 일그러뜨렸 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저 많 은 애들을 보낼 회사가 어디 있어. 그리고 신입 사원도 아닌 쟤들을 굳 이 받아서 연수시켜 주고, 그걸 그 대로 되돌려 줄 회사……
어?
이현수의 고개가 모로 돌아갔다.
있다.
그런 회사가.
더없이 대단하면서 더없이 호구
같은.
전화해 봐야겠다.”
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