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27)
마존현세강림기-1028화(1026/2125)
마존현세강림기 42권 (9화)
2장 취업하다 (4)
“취업?”
“ 인턴?”
“재경?”
삼연타로 날아오는 의혹의 목소리 에 강진호는 그저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재경에 인턴으로 취업
을 한다고?”
세 가지가 합쳐져 하나의 문장을 구성한다.
강진호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예, 그렇게 될 거 같아요.”
백현정이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물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너 사업한다 더니?”
“……하고 있어요.”
“그런데 재경에 입사를 한다고?”
“정확하게 말하면 입사라기보다는 교육을 받으러 가는 거예요. 신입
사원 연수를 받기로 했거든요.”
“아……. 신입 사원 연수?”
“ 예.”
“갑자기 무슨 신입 사원 연수냐? 그렇게 공부하고 취업 준비하라고 할 때는 안 하더니.”
강진호가 입술에 살짝 침을 발랐 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사업을 한다는 걸 알고 황 회장 님이 부르셨어요.”
“황정후 회장님이?”
“예. 사업을 하려면 기본적인 것 은 익혀야 한다고. 지금처럼 주먹구
구식으로 들이받지 말고 연수받고 준비부터 하라네요.”
“ 역시.”
강유환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 다.
“역시 회장님이시구나. 그래, 그게 맞지. 사업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제대로 준비도 안 하고 시작할 일은 아니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훈훈한 광경이었다.
강진호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 다. 어떻게 이렇게 잘…….
“ 이상한데?”
강진호의 시선이 강은영에게로 향 했다. 강은영의 뚱한 얼굴을 본 강 진호의 눈썹이 꿈틀한다.
“뭐가?”
“사업하는 거랑 재경에 입사하는 게 무슨 상관인데? 그건 직원 일을 배우는 거잖아. 사업을 하면 차라리 경영 대학원 같은 데를 가야 하는 거 아냐?”
날카롭다.
훈훈함으로 물들던 부모님의 시선 에 다시 의혹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강진호가 미묘한 시선으로 강은영 을 바라보았다.
“ 뭐?”
“아니.”
켕기는 게 있으니 뭘 어쩌겠는가. 강진호가 입맛을 다시고는 입을 열 었다.
“결국 회사를 운영한다는 것은 사 람을 부리는 것이고, 사람을 부리기 위해서는 그 사람들이 무슨 일을 하 는지 알아야 한다는 게 회장님 말씀 이라.”
“음, 그렇지.”
“생각이 깊으신 분이야.”
부모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강진 호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확실히 이럴 때는 조 실장님이 도움이 된다니까.’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하자, 조규민은 예상 질문과 예상 답변까지 모조리 짜주었다. 이제 사람과 대화하는 것 에는 딱히 문제가 없는 강진호지만,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은 별개의 문 제다.
하지만 강은영은 여전히 납득이 안 된다는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
았다. 강진호가 은근슬쩍 강은영의 시선을 피했다.
‘연예계 생활을 하더니 애가 눈치 만 늘었어.’
논리적으로는 허점을 찾지 못했겠 지만, 강진호의 태도에서 이상한 점 을 느낀 모양이다.
“흐으으응.”
의미심장한 콧소리를 낸 강은영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오빠, 이제 재경 맨이야?”
“크으, 재경 맨.”
“이름만 들어도 좋다. 재경 맨. 우리 아들이 그렇게 불리는 날이 오
다니.”
백현정은 숫제 눈물을 찍어낼 기 세였다.
“……아니요. 입사는 아닙니다. 연 수만 받습니다.”
“그게 어디야.”
“좋은 결과를 받으면 나중에라도 입사할 수 있겠지. 회장님이 좋게 봐주시고, 너도 어떻게 성적 내는 건 잘하는 편이니까.”
백현정의 말에 떨어진 강진호에 대한 신뢰가 그대로 담겨 있다.
강진호가 떨떠름한 얼굴로 국을 한 술 떴다.
“요즘 자꾸 엇나가기만 해서 걱정 이었는데, 이제라도 생각이 바뀌어 서 다행이다. 그래도 회장님이 아직 너를 챙겨주시는구나.”
“……엇나가지 않았는데요.”
“복학은 안 하고, 아르바이트 한 다고 이상한 짓 하더니, 이제는 어 디서 뭘 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푸욱.
비수가 심장을 찌르는 느낌이다.
“맨날 어디 가는지 말도 안 하고, 집 밖으로 돌아다니지.”
푸욱.
“그래도 외박은 안 해서 다행이다
싶었더니. 며칠씩 집을 비우지를 않 나.”
아프다.
강진호는 찔러오는 말의 비수에 몸을 떨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어울리는 친구 들이라도 다들 착해서, 우리 아들이 인성하나는 좋다고 자랑할 수 있었 는데. 너, 유민이랑 요즘 안 친하 니?”
“……치, 친해요.”
“그래. 벌어놓은 돈이라도 있으니 그거라도 까먹고 살겠지 싶었더니 이제는 갑자기 사업을 한다고 하지
를 않나. 그나마 있는 돈도 까먹으 면 어떻게 하나 했는데.”
강진호를 바라보는 백현정의 시선 에 의구심이 어려 있다.
강진호는 고개를 처박고 묵묵히 국을 떴다.
과거 그가 밥상에 앉으면 부모님 은 더없이 행복한 눈으로 그를 바라 보았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 르다는 얼굴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강진호는 그런 시 선과는 인연이 없는 사람이었다. 단 출해진 반찬 수가 강진호의 입지를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다 강진호의 죄지.
총회와 얽히면서부터 집에 말하지 못할 일이 늘어났다. 강진호가 총회 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말하기 위해 서는 너무 많은 것을 설명하고 이해 시켜야 한다.
그리고 그건 가족들에게도 좋지 않았다. 평범한 이들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필요한 법이니까.
‘어떻게든 법인화를 완성해야 해.’ 직접 상황을 겪다보니 총회의 회 원들이 겪는다는 고충이 뭔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고, 아
무리 성실하면 뭐하는가. 남들이 보 기에는 백수요, 깡패요, 사기꾼인데.
“그래. 내가 말은 안 하고 있었는 데, 네가 마음을 잡은 것 같아서 좀 안심이 되는구나.”
아버지까지.
자신의 입지가 완전히 추락했다는 것을 실감한 강진호가 낮게 헛기침 을 했다.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멍청한 짓을 하고 다니는 건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듬직한 모습을 보여…….
“다 그렇게 말해. 다.”
“못된 짓 하고 다니는 놈들 중에 ‘내가 못된 짓 합니다’라고 말하고 다니는 늠이 어디 있어! 말이야 다 그렇지.”
“여보, 좀 진정하고.”
백현정이 혀를 찼다.
강진호가 손을 들어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닦았다. 한서불침에 올라 한여름 땡볕에도 땀 한 방울 나지 않는 그의 몸이지만,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도리가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기회를 잡았다는 듯 백현정이 포
문을 열었다.
“너 은영이한테 기획사 만들 거라 그랬다며?”
강진호의 고개가 강은영에게로 삐 딱하게 돌아간다. 강은영은 마침 볼 게 있는지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한 채 절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아니, 그게요.”
“진호야, 엄마는 걱정이다.”
백현정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 쉬었다.
“내가 우리 아들을 못 믿어서 그 러는 게 아니야. 하지만 부모라는 게 그렇잖니. 자식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물가에 내놓은 애 같은 법이 야. 그런데 익숙하지도 않은 일을 무작정 시작한다고 하니.”
강진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건 정말 괜찮아요. 실질적으로 제가 운영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 이 할 거니까요.”
“ 누구?”
아…….
강진호가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 는가를 고민하는 순간 강은영이 콧 노래를 불렀다.
“최연하 선배님이라네요. 최연하 선배님.”
“……최 연하?”
백현정의 시선이 날카롭게 꽂힌 다.
강진호는 오늘 이 자리만 끝나면 어떻게든 강은영에게 복수하겠다고 다짐했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한때, 강은영은 강진호의 말이라 면 껌뻑 죽는 동생이었고, 부모님은 그가 하는 일이라면 묻지도 따지지 도 않고 지원해 주는, 이야기책에 나오는 것 같은 부모님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걱정이다. 걱정이야.”
“생각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
라……
“그런 게 아니라.”
이번에는 아버지가 말을 했다.
“이건 나도 좀 걱정이구나, 진호 야.”
“ 예?”
“사람의 관계라는 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특히나 남자와 여자는 더 그런 법이지. 최연하 씨와 같이 일 을 하다가 관계가 벌어지면 회사는 어떻게 되겠니.”
강진호가 입을 닫았다.
확실히 이건 정확한 지적이었다.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 오빠.”
강은영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건 진짜 모르는 거야. 솔직히 오빠도 예전에 그 언니랑 그렇게 멀 어질 줄은 몰랐잖아.”
“그 언니?”
“세연이 언니.”
한세연의 이름이 여기에서도 나온 다.
“나도 상상도 못했지. 그 언니가 설마 고무신을 거꾸로 신을 줄이 야.”
“그 이야기는 그만.”
강진호가 단호하게 말을 자르자 강은영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직 한세연을 욕할 게 남았는데, 시원하게 하지 못해 짜증이 난다는 얼굴이다.
“제가……
강진호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 었다.
“최근에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 닌다고 믿음을 못 드린 건 알고 있 습니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저는 달라진 게 없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결과로 보여드릴 수 있을
테니까 조금만 더 믿어주세요.”
“우린 당연히 우리 아들 믿지.”
“그럼.”
백현정과 강유환의 얼굴이 과거처 럼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강유환이 조금은 진지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무 다 잘하려고 하지 마라.”
“ 예?”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엄마나 나나 네가 잘나지 못해서 아쉬워하는 게 아냐. 사실 이건 투 정 같은 거다. 예전에는 무슨 일이
든 우리와 함께 상의하고 이야기하 던 아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서 제 일을 제가 알아서 하니까.”
“그래야 할 시간이 언젠가는 온다 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너무 빨리 온 것 같아서 아쉽고 서운한 것뿐이야. 네가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오더라도 우리가 실망하거나 기뻐하 는 일은 없을 거다. 성공해도 너는 우리 자식이고, 망해도 우리 자식이 니까.”
강진호가 멍한 얼굴로 강유환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건방졌네.’
결과로 보여드릴 거라는 말이 얼 마나 건방진 말인지 깨달았다. 부모 님이 그에게 바라는 것은 그런 게 아닐 텐데. 어느 순간부터 좋은 결 과를 내기만 하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아니야. 죄송할 것 없어. 그냥 사춘기 아들이 방에 틀어박힐 때면 부모는 섭섭하기 마련이거든. 그래서 일부러 시비를 걸어서라도 말 한마디를 더 해보려고 하는 것뿐 이야. 그러니까 너도 너무 신경 쓰
지 마라.”
“제가 잘못한 거죠. 앞으로는…….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사과를 하고 잘못을 비는 상황이 지만, 기분은 조금도 나쁘지 않았다.
그가 아무리 절정의 고수가 되고, 아버지의 두 배는 넘는 삶을 살아왔 다고 해도 부모님은 부모님이고, 아 버지는 아버지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게 오히려 즐 겁기만 하다.
“그래. 그럼 아들내미가 재경에 입사한다는데!”
“입사 아니고 인턴……
“옷 한 벌 뽑아야지! 진호야, 밥 먹고 준비해라. 쇼핑하러 갈 거다!”
“••••••아니.”
“엄마! 나도 갈래! 나도!”
“그래, 가자! 오늘 거나하게 한 번 돌아보자!”
강진호가 사색이 되어 고개를 돌 렸다. 하지만 그의 시선을 받은 강 유환은 슬그머니 숟가락을 놓고 자 리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나, 나는 오늘 빨리 출근해 봐야 해서 이만.”
“아, 아버지.”
“고생해라, 진호야.”
굶주린 승냥이 떼에 그를 버려두 고 도망치는 아버지를 보며 강진호 의 눈이 흐리멍텅하게 풀렸다.
‘자식을 버리네.’
자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