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29)
마존현세강림기-1030화(1028/2125)
마존현세강림기 42권 (11화)
3장 출근하다 (1)
“후우우우우.”
강진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색하네.’
거울에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너 무 어색하다.
쫙 빠진 남색의 정장에 넥타이까 지 맨 모습.
정장을 팔던 점원이 너무 잘 어 울린다고 박수를 치고 사진을 찍어 댈 만큼 더없이 깔끔한 핏이었다.
결국 옷이라는 건 옷걸이에 반쯤 은 묻어나는 것. 총회의 무인치고 정장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운동으로 다져진 몸은 정장을 완벽 하게 소화하기 마련이다. 지금의 강 진호처럼.
당장 남성 잡지의 표지 모델로 나서도 될 만큼 깔끔한 모습이었지 만 강진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 습이 영 어색했다.
그럴 만도 하다.
전역 이후 강진호의 복장은 청바 지에 티셔츠, 그게 아니면 후드, 또 는 트레이닝복을 벗어나지 못했으니 까.
이런 격식을 갖춘 옷은 괜스레 답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회사에 출근하는 사람이 트레이닝 복을 입고 나갈 수는 없다. 복장이 란 자리에 맞는 격식이 필요한 법이 니까.
‘이걸 한 달이나 입어야 한다는 말이지?’
재경은 기본적으로 신입 사원 연
수기간을 3개월로 잡고 있다. 일반 적인 사원이라면 3개월 동안은 연수 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강진호를 비롯한 총회의 사무직들은 재경에 적응하기 위한 기업 문화를 배울 필요가 없다. 오 로지 업무에 관련된 일만 배우면 된 다.
그리고 아무리 재능이 없어서 사 무직으로 전환한 이들이라고는 하 나, 재경의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으 로 무인. 기초 체력이라는 측면에서 는 일반적인 신입 사원들과 비교조 차 할 수 없다.
그렇기에 황정후와 조규민은 교육 을 꽉꽉 눌러 담아 평범한 직원들이 라면 3개월 동안 소화해야 할 일정 을 1개월로 단축시킨 스케줄을 만들 어냈다.
당연히 투입되는 교관의 수도 3 배는 된다. 황정후는 최고급의 교육 과정을 준비하겠다는 자신의 말을 지켰다.
하지만 그건 황정후의 입장이고.
막상 그 스케줄을 소화해야 하는 강진호의 입장에서 한 달은 아득할 정도로 긴 기간이었다.
“흐 배
MT.
두어 번 고개를 꺾은 강진호가 몸을 돌려 밖으로 걸었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강진호가 문 앞에 서 있는 가족들을 보며 흠 칫했다.
“……왜?”
백현정이 박수를 친다.
“우리 아들이 처음 출근하는 날인 데 당연히 배웅해야지!”
백현정과 강유환이 흐뭇해 죽겠다 는 얼굴로 강진호를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받으니 절로 땀이 배어나 온다.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데요.”
“대단하지. 대단한 일이지. 우리 아들이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에 첫 출근하는 날인데.”
“ 인턴인데요.”
“인턴이 어디야! 거기 인턴도 경 쟁이 얼마나 빡센데.”
강진호는 나오는 한숨을 억지로 내리눌렀다.
따져 보면 대한민국에서 강진호를 제일 가볍게 보는 사람들이 가족일 지도 모른다. 천하의 총회의 회주가 신입 사원 연수를 받으러 가는데 그
걸 감격하며 보다니.
“오빠, 잘 다녀와!”
심지어 능글맞은 강은영마저 지금 이 순간은 차분하게 축하를 하고 있 었다.
아이러니하다. 아이러니 해.
“……네. 그럼.”
강진호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 고는 현관으로 갔다. 신발장에서 새 로 산 구두를 꺼낸 강진호가 심호흡 을 하고는 구두에 발을 밀어 넣었 다.
‘ 어색하다.’
생각해 보면 정장은 그전에도 몇
번이나 입은 적이 있지만, 구두를 신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가 싶었다. 정장을 입더라도 언제나 신발은 운 동화였으니까.
가죽이 발을 조이는 느낌이 어색 하기 짝이 없다.
“크으, 직장인 포스!”
“잘났다, 우리 아들!”
“조심해서 다녀오너라.”
강진호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는 서둘러서 현관을 나섰다. 여기 조금만 더 있었다가는 무슨 말이 나 올까 무섭다.
밖으로 나온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
그보다 주변이 더 호들갑을 떠는 느낌이다.
어깨를 늘어뜨리고 대문을 나선 강진호가 붕붕이에 몸을 실었다.
우우우우웅.
시동을 걸자 익숙한 엔진음이 그 를 반긴다. 매번 출근을 할 때마다 있는 일이지만, 오늘은 그 느낌이 조금 다르다.
네비게이션에 회사 주소를 입력한 강진호가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고 는 액셀을 밟았다.
米
米
“재경이네.”
배재민은 높이 솟은 건물을 보며 입을 살짝 벌렸다.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아 있는 건물의 꼭대기에 대한민국 사람이라 면 모두가 아는 재경 그룹의 마크가 당당하게 박혀 있다.
‘오늘부터 내가 여기서 교육을 받 는다 이거지?’
이상한 기분이었다.
재경 그룹은 대한민국 굴지의 그
룹이다. 재경에 입사했다는 것만으 로도 성공한 인생을 보증받는 것처 럼 여겨지지 않는가.
입사 희망 기업 1순위.
물론 재경 그룹이 대한민국 최고 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취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는 언제나 선호도 1위 를 찍는 기업이다.
실적이 낮은 사원들을 무자비하게 찍어내는 다른 기업들과는 다르게 재경은 사원을 가족처럼 여기고, 함 께 가려 애쓰는 기업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황정후가 이런 기조를 버리 고, 다른 대기업들처럼 사원들을 칼 날 위로 몰아붙였다면 훨씬 전에 재 경이 대한민국 1위 기업이 되었을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런 재경이다.
그런 재경에서 교육을 받는다.
물론, 교육은 교육일 뿐이고, 재 경에 입사하는 건 아니지만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신기하네.’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하는 사 실
총회에서 사무직은 낙오자에 가까
웠다.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 않고, 아무 도 대놓고 무시를 하지는 않지만, 배재민 스스로가 알고 있다. 그가 만약 무학에 재능이 조금만 더 있었 더라면 그 역시 사무직에는 지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총회의 몸을 담은 무인들의 이상 은 결국에는 강해지는 것이다. 강해 지고자 하는 열망이 없는 이들은 무 인이 되지 않는다.
사실 무인이란 족속들은 바보에 가깝다. 개인의 강함이 의미를 잃어 가는 이 시대에도 강해진다는 것에
모든 것을 걸고 평범한 인생을 거부 한 이들이다.
사무직은 더욱 그렇다.
가진바 재능으로는 아무리 노력해 도 더 강해질 수 없는 이들. 그런 이들은 대부분 무인의 삶을 포기한 다. 강해지지 못하는 순간 무인으로 서 얻을 수 있는 이점보다, 평범한 삶을 포기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자신이 무 인이었다는 사실을 숨기고 일반적인 세상에 녹아들어 살아간다.
총회의 사무직들은 그 경계에 있
는 이들이었다.
더 이상 강해질 수도 없고, 노력 으로 극복할 수도 없는 벽을 만났기 에 더는 무인으로 살아갈 수 없지 만, 그럼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서 무인계를 떠나지 못한 사람들.
그런 이들이 총회의 사무직이다. 그러니 취급이 좋을 수가 없다. 제대로 배운 것도 없고, 업무에 관한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다. 그냥 무작정 투입이 돼서 시키는 일을 어 떻게든 처리하는 게 그들의 임무였 다.
‘하루하루 그냥 사는 거지.’
배재민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사무직으로서 살아가는 게 힘들지 않다는 점이다.
냉정하게 보았을 때, 총회의 사무 직은 거저먹는 직업에 가까웠다. 군 대식으로 표현하자면 땡 보직이다.
왜?
화를 내는 사람이 없으니까.
결국 업무에 대한 지적과 성토는 기대치에서 시작한다. 이 정도는 당 연히 해주겠지 라는 인식을 충족시 키지 못하는 순간 질책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총회의 사무직들에게는 아
무도 기대라는 걸 하지 않는다. 그 들이 전문적인 사무직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그들이 뭔가 대 단한 것을 해줄 것이라는 생각을 아 무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동경하는 삶을 지척에서 지켜보면 서 그저 하루하루 시간을 떼우는 일
그게 배재민이 생각한 총회의 사 무직이었다.
하지만…….
‘재경이라.’
그 인식이 지금 이 순간 달라지 기 시작한다.
배재민이 높은 재경의 건물을 보 며 마른침을 삼켰다.
재경은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이 다. 그런 기업에서 그들을 가르친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낼 수 있 었는지 그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 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회주님은……. 그리고 이 실장님 은 우리를 버린다고 생각하지 않 아.’
가르친다. 교육한다.
그건 제대로 활용하겠다는 뜻이 다.
배재민조차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접었지만, 총회를 이끌어가는 두 사 람은 어떻게든 그들을 가르쳐 써먹 으려 하고 있었다.
그 사실에 묘한 감동이 느껴진다 는 건, 그만큼이나 배재민이 지금 바닥에 몰려 있다는 뜻일 것이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없다.
재경에서 신입사원연수를 받는 이 들은 대한민국에서도 알아 주는 인 재들이다. 그 험난한 취업 경쟁을 이겨내고 입사한 우수한 인재들만이 재경의 문턱을 넘을 수 있다.
그런 이들이 받는 연수를 배재민
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배재민은 연수 소식을 듣 는 순간 누구보다 먼저 지원을 했 다.
기대받는다는 것.
누군가에게 쓸모 있게 여겨진다는 것.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그 작은 만족감이 배재민에게는 너 무도 간절했으니까.
“여기서 뭐하냐?”
“ 어?”
배재민이 고개를 돌렸다.
그와 같은 부서인 곽진형 대리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오셨어요?”
“안 들어가고 뭐해?”
“막상 들어가려니까 긴장이 돼 서.”
“……그렇지?”
곽진형 대리가 고개를 들고 재경 의 건물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별거 아니라고 허세 떠는 모습이 라도 보이고 싶은데, 나도 다리가 후들거려서 허세를 못 떨겠다. 긴장 돼 죽겠다.”
“저두요. 잘 할 수 있을까 걱정됩
니다.”
“뭐, 냉정하게 보자면 실장님이 우리가 소화 못한 프로그램을 짜지 는 않았겠지.”
“그렇죠?”
“……아니. 그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두 사람이 불안한 눈으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여하튼 어쨌거나 들어가자. 여기 까지 와서 돌아갈 수는 없잖아. 자 존심이 있지.”
“그야 당연합니다. 그럼……
그 순간이었다.
버 OOOOOOOl
—1―I——I—-1~I—-1——厂히
그들의 귓가에 익숙한 엔진 음이 들려왔다. 평범한 이들보다 몇 배나 민감한 청각이 그 소리를 잡아내고 뇌로 신호를 보낸다.
“뭐?”
“ 뭐야?”
고개가 획 돌아간다.
그들의 눈에 익숙한 스포츠카가 들어왔다.
“회주님?”
“어? 회주님?”
부우우우우웅.
도로로 달려온 스포츠카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지하 주차장으로 들 어간다.
“••••••맞지?”
“번호 보니 맞는 거 같은데요? 왜 오셨지?”
“……격려 방문인가?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없는데.”
고개를 갸웃거린 두 사람이 한동 안 지하주차장을 바라보다가 몸을 돌렸다. 아니, 돌리려고 했다.
그 순간 지하주차장을 통해 강진 호가 어색한 걸음걸이로 터덜터덜 걸어 나왔다.
‘ 정장?’
‘구두?’
강진호의 복장을 본 순간 두 사 람의 눈이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밖으로 나온 강진호가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 했다.
“아, 안녕하십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회주님!”
강진호가 손을 내저었다.
“여기서는 회주님이라고 부르지 마세요. 강진호라고 부르세요.”
“••••••네?”
강진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
다.
“저도 연수받거든요.”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회주가 왜 연수를 받아?
“그보다 여기 근처에 가까운 카페 못 봤나요? 출근하면서 커피 마셔야 하는데 깜빡해서.”
“저, 저쪽에 있습니다!”
“제가 모시겠습니다!”
기겁을 한 두 사람이 좀 전에 봤 던 카페를 향해 앞장을 섰다. 카페
로 걸어가면서도 두 사람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회주님이랑 연수를 같이 받는다 고?’
‘이 실장님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대체!’
아무래도 이 연수가 평범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직감하는 순간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