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3)
마존현세강림기-103화(103/2125)
마존현세강림기 5권 (3화)
1장 – 휴가가다 (3)
“영 재미가 없네.”
김수관은 그가가는 자전거 동호 회 카페의 글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예전에는 국내 최대의 로드 바이 크 동호회로서 활발한 교류를 하던 카페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열기가
조금 식은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는 실시간으로게시글이 업 뎃되기도 했다.
특히나 괴수가 출몰할 때면 회원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괴수가가는 방향으로 사진을 찍는다거나 해서 루트를 전송하기도 했는데…….
“재미있는 이벤트였지.”
괴수도 이제는 자전거에 흥미를 잃었는지 더는 출현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영 활기도 없고.”
얼마 전에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
어서 오프 대회도 한번 주최했는데, 참가 신청자가 많지 않아서 흐 지부지되고 말았다.
이런 식으로 취미가 주가 되는 카 페는 열심히 활동하던 사람이 마누 라 크리라든가, 취업 크리로 활동을 접게 되는 기간이 되면 한번 물갈 이를 하기 마련이었다.
그런 기간이라고 생각하며 위안을 하고 있지만, 열심히 활동하던 카페가 서서히 죽어가는 걸 보는 기분이 결코 좋을 리가 없었다.
“……예전에는 재밌었는데.”
괴수 잡겠다고 릴레이 준비하다가
결국 나타나지 않아서 소주만 줄창 먹고 집에 갔던 일이나, 차 타고 추적하다가 신호위반으로 경찰 아저씨 한테 욕이란 욕은 다 먹고 딱지 끊 겼던 일 등…… 지금 생각하면 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당시에는 너무도 재미있던 일들이 추억으로 남아 있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는게 아 름답다지만, 한때 함께 자전거에 대해 이야기하며 열정을 불태웠던 사람들이 다들 사라져가는 모습을 지 켜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김수관은 웹사이트를 끄고 컴퓨터 에서 일어났다.
“라이딩이나 갔다 와야지.”
기분이 꿀꿀할 때는 라이딩이 최고다. 아직 그의 애마는 현역으로 쌩쌩 달릴 수 있었다.
“엔진이 삼류라 그렇지.”
자전거가 좋으면 뭐하는가, 김수관이 삼류인데.
자전거에 아무리 돈을 투자한다고 해도 페달링을 하는 김수관이 운동을 따로 하지 않는 이상 빠른 속도를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어떤가.
그냥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게 좋은 사람들에게 속도란 곁가지와 다 름없다.
구석에 박아둔 헬멧을 찾던 김수관의 폰이 울렸다.
우우웅.
“문자 왔나?”
하지만 그 순간, 폰이 경련을 일으키듯 응응대기 시작했다.
“뭐, 뭐야?”
누가 문자 폭탄이라도 보낸 건가?
깜짝 놀라서 폰을 꺼낸 김수관의 눈이 커졌다.
김수관의 폰을 진동시킨 것은 문자나 메신저가 아니라 카페 알림 앱이었다.
글이 리젠될 때마다 알림이 되도록 설정을 해두었지만 하루에 열 번도 울리기 힘들었는데, 지금 갑자기 글이 폭주하고 있는 것이다.
“혹시?”
김수관이 다시 컴퓨터로 달려가 컴을 켰다.
“빠, 빨리.”
긴장한 눈으로 컴퓨터를 바라보던 김수관은 부팅이 되자마자 웹을 열 었다. 그 와중에도 그의 폰은 계속 진동하고 있었다. 로그인을 하고 카
페로 들어가서게시판을 열자 그가 생각하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 괴수가 나타났습니다! 여러분, 괴수가 나타났어요!
– 추적 중. 추적 중.
– 와, 이게 얼마 만이야? 지금 어디래요?
– 강북 쪽으로 이동 중.
– 진짜 반갑다. 그동안 어디 갔 던 거래요?
– 머리가 짧아진 걸로 보아 입대 했던 것 같습니다.
하루에 다섯 개의 글이 리젠되기도 힘들었던게시판이 새로 고침을 할 때마다 쭉쭉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휴대폰이 울리자 김수관이 휴대폰 액정을 바라보았다.
“언덕의 거북이 님이네.”
전화를 받자 흥분한 목소리가 들 려온다.
—게시판 보셨어요?
다짜고짜 지르는 목소리에 김수관 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네, 봤습니다. 폰이 얼마나 울리는지 안 볼 수가 있어야죠.”
— 진짜 간만에 네임드 출현인데, 레이드 한번 뛰러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에이, 자전거 타고는 못 따라간 다는 것 아시잖아요.”
— 하, 진짜 그냥 보내기는 너무 아쉬운데…….
“저도가고 싶기는 한데, 여기서 자전거 타고 추적 시작하면 금방 또 사라질 겁니다. 서울에서 저 사람보 다 빠른 자전거는 없잖아요.”
— 신호만 아니면 차로 따라갈 수 있을텐데.
“그게 참 아쉽죠.”
김수관은 입맛을 다셨다.
지금까지 괴수를 쫓아가 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모 조리 실패의 고배를 마셨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다.
자전거는 속도를 못 쫓아가고, 자 동차는 마음껏 밟을 수가 없다. 국도나 외곽도로를 타준다면 쫓아갈 방법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자전거가 외곽도로로 나갈 일이 있을 리 없다.
“그건 그렇고, 안 보이던 양반들
다 튀어나왔네요.”
다들 서로 연락하고 난리도 아 닙니다.
“평소에도 소식 좀 남기고 하시 지.”
— 하하, 살다 보면 그게 됩니까? 말 나온 김에 정모나 한번 하시죠. 이번에는 자전거 놓고 만나서 한잔 씩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럴까요?”
김수관은 기분 죻은 미소를 지으 며게시판을 바라보았다.
실시간으로 괴수의 이동 경로가게시판에 업로드되고 있었다. GPS
가 따로 없는 정확한 추적을 보며 김수관이 혀를 찼다.
“자전거 동호회에서 본인들은 자전거 안 타고 남이 자전거 타는 걸 스토킹이나 하고 있으니……
그럼에도 평소 못 보던 얼굴들이 보이는 것이 즐거운 김수관이었다.
“이럴게 아니라 저 양반을 영입 해봐?”
카페를 살릴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낸 김수관이 추적 경로를 보며 고민을 시작했다.
부우우우우웅.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 소리가 무시무시 하다.
‘좋군.’
강진호는 오랜만에 라이딩을 즐기 고 있었다. 금동이가 삐걱거리는 소 리가 들리는 듯했다.
아무리 관리를 잘했더라도 오랫동 안 타지 않은 자전거여서 그런지, 이곳저곳이 삐걱이고 있었다.
‘관리를 좀 더 해야겠어.’
아무리 군대에 있다고는 하나 몇 년 동안 그의 발이 되어준 녀석을 이리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언짢았다.
“좀 더 타면 부드러워지겠지.”
일단 조규민에게 말해서 입고를 한번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며 강진호는 페달을 밟았다.
쌔애애행!
아래에서 모터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자전거를 타는데 이런 소리가 난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면 기 겁을 하겠지만, 강진호에게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구동죽이 삐걱대며 비명을 질렀다. 금동이에게 생명이 있었다면 주 인을 마구 욕했겠지만, 안타깝게도 생명이 없는 자전거는 삐걱대는 소
리를 최대한 지르는 것으로 혹사시 키는 주인을 나무랄 수밖에 없었다.
“히익, 저게 뭐야!”
자신의 차 옆을 광속으로 지나가는 자전거를 본 사람들을 다들 기겁을 하여 고개를 빼고 앞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이미 작아져 버린 뒷 모습뿐이었다.
“니트로라도 달았나?”
“불법 아냐?”
“……니트로 달았으면 불법이지.”
“그런데 그냥 자전거면?”
“그건 좀 애매하네. 자전거에 최
대 속도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자전거가 차도에서 속도제한 넘 어서 달리면 어떻게 되는 건데?”
“소, 속도위반 아닐까?”
“확실해?”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경우를 직접 눈으로 보며 사람들이 집단 멘붕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그런 일이 벌어지는지도 모른 채 페달을 굴릴 뿐이었다.
끼이이이익!
금동이가 긴 스키드 마크를 만들며 멈춰 섰다.
“흠…”
강진호가의자에서 내려 상태가 영 좋지 않은 금동이를 몇 번 들어 보고는 구석에 대고 자물쇠를 채웠다.
성심보육원.
눈앞에 큰 간판이 보인다.
이전에 조규민에게 따로 말해 이 전한, 새로운 성심보육원의 건물이다.
‘주변이 좀 더러운 것 같은데
원장 수녀님은 워낙에 성격이 칼 같은 분이시라 주변이 이렇게 더러 워지는 것을 용납할 분이 아니었다. 이전에 그 다 쓰러져가는 건물에 사시면서도 청소는 바닥이 미끄러지도록 하지 않으셨던가.
‘이젠 힘에 좀 부치시나?’
딱히 중요한 일은 아니다. 더럽다 면 치우면 될 일이니까. 강진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어?”
안으로 들어서자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아이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마
치 경계를 서는 미어캣같이 보여 강진호는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유민이는?”
“아!”
그제야 강진호의 얼굴을 알아본 아이들이 우르르 달려와 강진호의 다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아마도 짧 아진 머리 때문에 순간적으로 강진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한 듯싶 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강진호라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은 경 계심을 풀고 따듯하게 환영해 주었다.
다만, 그 환영하는 방식만은 정말
사양하고 싶었다.
‘미어캣은 취소다.’
이건 고양이다. 그것도 사람을 이 리 좋아하는 것을 보아 개냥이가 분 명했다.
강진호는 자신의 다리에 달라붙은 아이 하나를 번쩍 들어 안고는 말했다.
“유민이는?”
“옵하, 어이가따 와써?”
발음이 잘 안 되는 아이의 말을 들으며 강진호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나라 지키러.”
마냥 강진호가 좋다고 달라붙는 아이들을 떨어뜨려 놓을 수도 없으니,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그래.”
강진호는 진입을 포기하고 아이들의 머리를 하나씩 일일이 쓰다듬어 주었다. 바라는 것 없이 마냥 그를 좋아해 주는 애들을 보고 있으려니 뭔가 간지러운 기분이었다.
“어이가따 와써?”
아무래도 말을 못 알아들은 듯싶 었다. 시간이 시간인데다 평일이다 보니 평소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알아
서 애들을 제압해 주던 애들은 모두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은 듯싶었고, 아직 학교에가지 않는 애들만 있다 보니 빠져나갈 구석이 없었다.
“으음.”
강진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 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싫은 것은 아니지만, 무슨 수를 내지 않으면 이대로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채 시 간만 보내야 할 것 같았다.
그것도 나름 나쁘지는 않지만, 목 적이 있어서 온 길 아니던가.
“조금만 비켜줄래?”
“ 헤헤.”
“……그래.”
대화로 뭔가를 풀어보겠다는 생각 이 만용이라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 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말 이 통하면 아이가 아니다. 말이 통 하지 않으니 아이인 것이다.
강진호가 해결책을 고심할 때, 안 쪽에서 박유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니?”
안쪽에서 나온 박유민을 본 강진호가 눈을 크게 떴다.
“어? 진호야?”
아이 하나를 등에 업고 앞쪽에도
아기 띠로 아기를 하나 맨 채 한 손에는 국자를 들고 있는 박유민을 보며 강진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새 장가라도 갔니?”
박유민은 아무 말을 못하고 눈만 껌뻑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