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31)
마존현세강림기-1032화(1030/2125)
마존현세강림기 42권 (13화)
3장 출근하다 (3)
차이커창이 문을 나서자 사노스케 가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 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 음?”
“저자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 흐음.”
수령이 턱을 괴었다.
그의 표정 역시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따지고 보면 지금 저희 회가 이 런 위기에 몰린 것도 저자 때문입니 다. 저자가 지원을 약속하고 한국으 로의 원정을 부추기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 다.”
“사노스케.”
“예, 수령.”
“그 제안을 받은 것은 나다.”
수령이 고개를 내저었다.
“변명은 언제나 존재하는 법이지. 그런 식으로 책임을 물으려 한다면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 다만.”
사노스케의 고개가 다시 들려졌 다.
“저자가 우리를 이용해 먹는 것 역시 사실이지.”
수령의 고개가 살짝 삐딱해졌다.
‘차이커창이라……
소문은 수도 없이 들었다. 홍왕의 머리, 귀계의 달인.
그런 자가 수령에게 좋은 일을
시키려 이곳에 찾아왔을 리가 없다. 그가 이곳에서 꾸미는 모든 일은 반 드시 홍왕계의 이득과 연관이 될 것 이다.
“하면 굳이……
“알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그 리 좋은 제안일 리는 없다는 것을. 하지만 좋지 않은 제안을 가려 받을 정도로 우리의 상황이 녹록치 않구 나.”
“……죄송합니다. 제가 미욱하여.” 수령이 고개를 내저었다.
“그리 침울해할 것 없다.”
사노스케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어디 저놈뿐이었겠느냐. 이 자리 에 오르기까지 나를 이용하려 한 이 들은 수도 없었다. 선의를 가장한 자, 힘으로 겁박한 자, 교묘한 계산 을 늘어놓는 자……. 수도 없는 이 들이 나를 이용하려 했다. 그 수작 에 모두 놀아났다면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겠느냐.”
사노스케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 다.
‘무엇을 의심하는 건가.’
그의 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 닌 신니치카이의 수령이다.
한 번 실패를 겪었다고 한들 무
엇이 달라지는가. 신니치카이가 이 위치에 오르기까지 겪은 실패가 어 디 한두 번이겠는가.
더욱 뼈아픈 패배와 더욱 뼈아픈 실패를 겪으면서도 꾸역꾸역 기어올 라 관서의 패자가 된 수령이고, 신 니치 카이 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일 뿐이다.
뼈는 부러지고 붙으면 더욱 단단 해진다. 그렇듯 신니치카이 역시 이 번 일을 통해 더욱 강해질 것이다. 사노스케는 그의 머리에서 의혹을 지워내고 믿음을 채워 넣었다.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된다.”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우리가 지금 이 위기에 처한 이 유는 저자가 수작질을 부려서도 아 니고, 모두가 무능했기 때문도 아니 다. 그저 저 강진호가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강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 이지.”
사노스케가 입술을 꾹 닫았다.
‘강진호.’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전신이 빙 굴에라도 처박힌 듯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다.
“우리는 이미 한국의 총회와는 돌 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과거 나
나호시구미가 그들과 중돌했을 때는 한 구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있었 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리가 기억에서 지우려고 한다 해도 저들 은 우리가 자신들을 치려 했다는 사 실을 잊지 않을 것이다. 힘을 기른 다면 반드시 보복을 하려 들 것이 다.”
총회가 일본을 뛰어넘는 데 걸리 는 시간이 몇 년이라고 했더라?
나카타 유지의 말대로라면 3년 이상은 걸리지 않을 것이라 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의미가 없 는 말이 되었다.
그 나카타 유지는 원정 병력만으 로 충분히 한국을 뒤흔들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반도에 닿아보지도 못하고 침몰했 을 뿐이다.
전략적으로 당한 측면도 있지만, 소수에게 요격당했다는 사실은 변하 지 않는다.
그 말인즉, 나카타 유지의 예상보 다 총회가 훨씬 강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저 기간도 훨씬 더 단축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럼 대체 얼마의 시간이 있다는
건가.’
정확하게 계산이 떨어지지는 않지 만, 그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시한폭탄이 터지기 전에 처리해 야 한다는 말씀이시군.’
그 부분까지는 깊게 생각하지 못 했다.
수령의 말을 듣고 나니 왜 차이 커창의 제안을 받아야 하는지 확실 히 이해가 간다.
만약 강진호가 힘을 키워 보복을 하러 일본으로 밀고 들어오는 상황 이 벌어진다면, 과거와 같은 지배력
을 상실한 신니치카이로서는 막아내 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호랑이 새끼가 진짜 호랑 이가 되기 전에 죽여야 하는 것이 다.
“거래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네.”
“……그게 무엇인지 여쭤도 되겠 습니까?”
“상대의 이득을 낮추려고 해서는 안 돼.”
수령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척 기본적인 거지만, 대부분은 지키지 못하는 일이지. 사람은 거래
에 있어 상대가 얻어가는 것에 민감 하네. 내게 딱히 피해가 없어도 상 대가 많은 것을 얻어간다고 생각되 면 거래를 꺼리게 되지. 그건 잘못 된 일이야. 중요한 것은 ‘상대가 무 엇을 얻어가는가’가 아니라 ‘이 거 래가 나에게 이득이 되는가’이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대 충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네. 내부를 정리할 수 있는가, 그리고 지금 가 장 위협이 되는 존재를 제거할 수 있는가.”
수령의 목소리가 점점 더 고조되
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차이커창이 아 니라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지. 지금 은 영혼 따위를 아낄 순간이 아니니 까.”
사노스케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수령의 표정이 과거 그가 알던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인가 하는 복잡한 문제는 잘 모른다. 그저 수 령이 단호해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 하다.
“저는 그저 수령을 따를 뿐입니
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내 이름으로 모두를 끌어모아 라.”
“예!”
사노스케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보며 수령이 가만히 생각에 빠졌다.
‘중요한 건 차이커창이 아니다.’
강진호.
오로지 강진호였다.
그가 보고받은 강진호의 성향과 성격을 감안한다면, 당장 내일이라 도 일본으로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다.
현실적인 이유로 그게 불가능하다 고 해도 지금 이 순간 이를 갈며 보복의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건 이제 뒤가 없는 싸움이다.’
그가 죽든 강진호가 죽든 끝을 봐야 한다.
수령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자 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米 米 米
차이커창이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숙소로 향했다.
직접 본 수령의 인상은 뭐랄
까…….
‘너구리 같군.’
스스로 생각하고도 너무 적절한 비유라 피식 웃음이 나온다.
대화의 주도권은 그가 잡았지만, 그건 차이커창이 유능하기 때문이 아니다. 수령이 일부러 살짝 물러나 차이커창이 먼저 말을 늘어놓기를 기다렸을 뿐이다.
차이커창이 다른 타입이었다면, 또 다른 행동이 나왔을 것이다. 상 대에 맞춰 자신을 변화시키며 최대 한의 이득을 얻어내려 한다.
‘저런 처세술이 있었으니, 관서를 먹을 수 있었겠지.’
홍왕계라는 거대 계파를 이끄는 차이커창이지만, 그렇다 해서 수령 을 무시하지는 않는다. 그가 홀로 일본이라는 땅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저 수령에게 먹혔을 수도 있다.
실력이 있어서 관서를 먹었다면 그걸로도 대단한 것이고, 실력이 모 자란데도 관서를 먹었다면 그건 더 대단한 일이다. 결국 세상은 결과가 말해준다. 능력이라는 것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차이커창은 알고 있다.
아무리 그가 머리를 굴려봐야 그 는 책상물림에 불과하다. 그는 직접 힘을 쓰는 사람 아래에서 움직일 때 능력을 발휘하는 타입이다.
그렇기에 스스로 수장에 자리에 앉은 이는 최대한 존중하는 편이다.
저 수령이라는 패를 잘 움직일 수만 있다면, 그는 더없이 날카로운 화살을 강진호에게 날릴 수 있을 것 이다.
“여하튼 첫 단추는 꿰었군.” 여유로운 척하지만, 차이커창도 지금 필사적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강진호는 더 이상 느긋하게 상대할 수 있는 대상이 아 니었다. 어떻게든 발목을 잡고 늘어 져야 하는 절대의 적에 가까웠다.
최근 들어서는 오히려 저 삼왕들 보다 강진호의 존재가 더 부담스럽 다.
‘그러니 이번에는 반드시 타격을 입혀야 한다.’
인정해야 한다.
강진호는 계략으로 어쩔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소수의 강자를 굴려 저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고, 상황 으로 궁지에 몰아넣는 것도 무리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
피해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는 전력으로 몰아붙이는 것뿐이다.
제아무리 강진호가 강하다고 해도 열 손을 당해낼 수는 없다.
설사 당할 수 있다고 해도 그 과 정에서는 반드시 피해를 동반한다.
차이커창은 이제야 깨달았다.
강진호는 절대의 고수다.
홍왕이 그러하듯 절대의 고수에게 는 계략도, 전략도, 수도 무의미하 다.
그렇다면 그가 노려야 할 것은?
‘강진호가 아니라 강진호의 발밑
이다.’
지금의 강진호는 총회와 함께하기 에 더 부담스러운 존재다. 강진호 개인도 강해지고 있지만, 그와 함께 하는 총회와 마교가 강해져 세력을 이루는 것이 더 부담스럽다.
그 세력만 무너뜨릴 수 있어도 강진호의 존재감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조금 더 일찍 깨달아야 했어.’
이미 해답은 나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과거 강진호가 중국에서 홍왕과 대면했을 때, 강진호는 마교도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홍왕의 앞을 가로 막았다.
당시에는 그런 강진호를 멍청하다 고 비웃었지만, 돌이켜 보면 바로 거기에 강진호를 공략할 열쇠가 있 다.
‘놈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공격에 는 무적에 가깝다.’
놈이 말도 안 되는 선택을 하고, 스스로 피해를 자초할 때는 자신이 노려질 때가 아니다. 바로 주변인들 이 위기에 처할 때다.
그 정도의 수가 위기에 처한 것 만으로 강진호는 목숨을 걸었다.
그럼.
총회 전체가.
한국이라는 전장에서 총회 전체가 노려지는 상황이 온다면 과연 강진 호가 허점을 노출하지 않을 수 있을 까?
차이커창이 가만히 입술을 핥았 다.
‘단 한 번이면 된다, 강진호. 단 한 번이면.’
한 번의 허점만 노출해도 차이커 창은 절대 그 틈을 놓치지 않을 것 이다. 그가 준비한 칼날이 그의 심 장에 틀어박히게 될 것이다.
‘널 위해 재미있는 판을 준비해 주지. 놀아보자, 강진호.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
피해 볼 것이 없는 판에서 뛰어 노는 것만큼 즐거운 게 없다.
일본이라는 장기말을 이용해 싸움 을 벌인다. 이긴다면 더없는 쾌거고, 실패한다고 해도 그는 손해 볼 것이 없었다.
그러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크크크큭.”
가볍게 웃은 차이커창이 얼굴을 손으로 덮었다.
‘진정해야지.’
아직은 즐거워할 때가 아니다.
우선은 지금 그를 가로막고 있는 것들을 적당히 정리해 줄 필요가 있 다.
“아마도 지금쯤이면 너희도 내가 뭔가를 할 거라 예상하고 있겠지. 그리 멍청하지는 않을 테니까.”
차이커창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서쪽을 바라보았다.
“생각해라. 그리고 또 생각해라. 그 예상을 뛰어넘어 줄 테니까.”
차이커창이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숙소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천하의 차이커창도 지금
강진호가 한국에서 무슨 일을 벌이 고 있는지는 전혀 상상도 하지 못하 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