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32)
마존현세강림기-1033화(1031/2125)
마존현세강림기 42권 (14화)
3장 출근하다 (4)
전병수 팀장은 매의 눈으로 강당 으로 들어서는 이들을 바라보고 있 었다.
‘마음에 안 들어.’
그가 신입 사원 연수를 진행한 지도 어언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 다.
애초에 재경에서의 신입 사원 연 수는 다수의 교육팀과 소수의 현장 실무자의 협조로 이루어진다. 전병 수 팀장은 교육팀 십 년 차로, 이번 신입 사원 연수를 전담하는 사람이 다.
신입 사원 연수.
사원들에게는 가슴이 설레는 새로 운 도전일지도 모르지만, 실제 교육 을 진행하는 이들에게는 속이 터지 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실무라 고는 쥐뿔도 모르는 이들을 어르고 달래 짧은 시간 내에 현장에 투입 가능한 인재로 바꿔놓아야 한다.
기업 문화를 완벽하게 익히게 만 드는 것과 동시에 최소한의 자잘한 업무 정도는 익히게 만드는 것이 그 들의 목적이다. 그 일련의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는 ‘이 번 신입 사원들은 연수에서 배워온 것이 없어서 못써먹겠다’라는 볼멘 소리와 클레임이 사방에서 터져 나 온다.
그 스트레스는 겪어보지 않은 이 들은 짐작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저번 신입 사원 연수가 워낙 제 대로 풀리지 않았기에 기간 내내 고 생을 했다. 겨우겨우 연수가 끝나서
다음 연수 기간까지는 직원 교육이 나 하면서 조금 쉴 수 있다고 생각 했더니, 뜬금없이 긴급 연수가 잡혀 버렸다.
‘대체 이게 무슨 경우야?’
신입 사원 연수라는 건 재경에 입사할 이들을 위한 교육과정이다. 그런데 재경 사원이 아닌 다른 회사 직원들에게 연수를 해준다?
상부에서 내려온 결정이니 따를 수밖에 없지만, 영 납득할 수 없는 처사였다.
더구나…….
‘교육 기간이 뭐 이리 빡빡하냐
고!’
사람들은 교육이라는 말을 습득과 동일시한다.
하지만 전병수 팀장은 그리 생각 하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면 몰라도 회사의 교 육은 단순히 기술과 능력을 습득하 는 게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 은 ‘동화’였다.
사회에서 제각각의 개성과 사고방 식을 가진 이들을 하나의 기업에 일 체화시키는 것. 그 일련의 과정을 만들어내는 것이 신입 사원 연수를 진행하는 이들이 추구해야 할 목적
이다.
그런데 이번 연수는 그런 과정이 모두 빠졌다.
기업 문화고 나발이고, 어떻게든 기간 내에 이들을 굴려서 쓸 만한 회사원으로 만들어내라는 게 상부의 요구다.
아무리 까라면 까는 게 회사원이 라지만, 이건 좀 과한 요구가 아닌 가.
“ 후우.”
낮게 한숨을 내쉰 전병수가 칼날 같은 눈으로 강당으로 들어오고 있 는 교육 대상들을 바라보았다.
‘보면 볼수록 이상하단 말이야.’
수도 없이 신입 사원 연수를 진 행한 덕에 이제는 교육실로 들어오 는 모습만 봐도 대충 이번 기수가 어느 정도의 성적을 낼 것인지를 짐 작할 수 있는 전병수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도무지 짐작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연수원들 은 도무지 그 성향을 파악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 얼씨구?’
강당 안으로 들어서는 이들의 복 장은 다들 대동소이했다. 당연히 신
입 사원 연수에 걸맞은 정장을 쫙 빼입은 모습이었다. 보통 새로 입사 하는 이들이 이렇게 정장을 입고 나 오면 넘치는 활기와 신선함이 느껴 지기 마련이다.
사회에 첫발을 딛는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풋풋함과 싱그러움이랄까.
그런데 뭐랄까, 지금 이건…….
“팀장님.”
“ 응?”
“여기서 조폭 집회 합니까?”
양진찬 대리가 떨떠름한 얼굴로 전병수를 바라보았다.
“너도 그렇게 보이냐?”
“좀…… 좀 그러네요.”
전병수가 살짝 얼굴을 일그러뜨리 며 신입 사원들을 바라보았다.
뭘까, 이 찝찝함은.
딱히 잘못을 집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복장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사람도 없고, 위협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뭔가 묘하다.
‘영화에서 본 장면 같은 느낌이 자꾸 드네.’
단정하게 머리를 넘긴 정장 차림 의 사내들이 하나둘 걸어오는 모습
이 뭔가 사람을 긴장하게 만든다.
물론 신입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 그들이 알던 신입 사원과는 조금 다르니까. 하지만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절대 아니었다.
저들에게서는 신입 사원들의 풋풋 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되레 고이고 고인 이들에게서 느껴지는 시큼한 향이 난다.
“어디서 온 애들인지 아십니까?”
“그건 나도 제대로 못 들었다.”
“형님들 느낌이 나는데……
저 와이셔츠를 터뜨려 버릴것 같은 대흉근이라든가, 소매 사이로
슬쩍슬쩍 보이는 손목의 근육이라든 가.
여기가 신입 사원 연수를 진행하 는 곳인지, 어깨 형님들 집회하는 곳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팀장님.”
“왜?”
“이거, 교육 제대로 되겠습니까?”
“……뭔 소리야?”
“아니, 그렇잖습니까. 이번 연수는 교육이 빡빡하게 돌아간다는데, 제 대로 못 알아먹고 이해를 못하면 소 리도 좀 지르고 그래야 하는데
양진찬 대리가 강당으로 들어가는 이들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소리 질렀다가 입에 죽빵 꽂힐 기센데요.”
전병수 팀장이 떨떠름한 눈으로 강당에 들어서는 이들을 바라보았 다.
“인마, 그게 교육한다는 사람이 할 말이야?”
“아니, 정말 좀 쫄립니다. 애들이 신입이 아닌 것 같아요.”
“신입은 당연히 아니지.”
“아니요. 그런 말이 아니라……
양진찬 대리가 고개를 갸웃했다.
“얼굴을 보면 그렇게 나이가 든 애들 같지는 않은데, 뭔가 느낌이 좀••…
“됐어, 인마. 다들 단정하구만.”
양진찬이 뚱한 눈으로 바라보았지 만, 전병수 팀장은 양진찬의 말을 무시했다.
교육을 하는 사람이 연수생에게 쫄아서야 제대로 된 교육이 되겠는 가.
‘그리고 말이야 바른말이지.’
이들이 양진찬이 생각하는 그런 놈들이라면, 하나같이 복장을 단정
히 하고 이곳으로 들어올 리가 있겠 는가. 그냥 우연히 다들 인상이 좀 나쁜 거겠지.
그때 였다.
“여기.”
“음?”
강당으로 들어가던 연수생 중 하 나가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물었다.
“화장실 어디요?”
어디요?
어디요오?
전병수의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 그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연수생은 여전히 고개를 까딱거리면 서 뭐가 잘못됐냐는 얼굴을 하고 있 을 뿐이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여기서 화를 냈겠지만, 다행히도 전병수는 교육 팀에서 십 년을 굴러먹은 사람이었 다. 시험과 면접으로 거르고 걸러도 때때로 미친놈이 출현하는 곳이 신 입 사원 연수다.
절대 머리 하나는 더 위에 있는 것 같은 거대한 덩치에 쫄아서 화를 참는 게 아니다.
“자네.”
“ 예?”
“자네가 여기 소속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자네들의 교 육을 담당할 사람들일세. 말투가 그 게 뭔가? 최소한 윗사람에게는 예의 를 갖춰야지.”
연수생이 전병수의 말을 듣더니 피식 웃는다.
“ 윗사람?”
“그래.”
“거, 별소리를 다 듣네. 요새는 학원 강사도 윗사람인 모양입니다?”
“됐으니까, 화장실이 어딘지나 알 려주쇼.”
전병수가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이런 태도를 보이는 이가 재경의 신입 사원이라면, 그 자리에 서 연수 탈락을 선언하고 집으로 돌 려보내 버리면 그만이겠지만, 이들 은 재경의 사원이 아니다.
전병수는 이들의 점수를 매길 수 는 있지만, 이들을 연수에서 탈락시 킬 권한이 없다.
“거, 표정 한 번 살벌하시네. 왜 요? 한 대 치시게?”
전병수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누군가가 다가와 연수생의 팔소 매를 붙잡았다.
“왜? 놔봐.”
“아니, 그게 아니라……
“웬 오버냐. 내가 뭐 사고라도 친 대? 그냥 화장실만……
“그게 아니라고, 이 미친 새끼야.” 다급하게 속삭이는 목소리.
다급함은 넘쳐 나는데 소리를 크 게 내지 못해 작디작게만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직감한 사내가 살짝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쪼오오오옥.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빨대를 타고 올라 입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쪼오오옥.
뒤를 돌아본 사내의 몸이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회, 회…… 회주님?”
한쪽 소매를 걷어붙인 채 커피를 쪽쪽 빨던 강진호가 입을 열며 빨대 를 뱉어냈다.
“아, 아니, 그게……
사내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 다.
‘회주님이 여기서 왜 나와?’
차라리 저승사자를 대면하는 쪽이 낫다.
총회에 소속된 모든 이들에게 있 어서 강진호는 저승사자 따위는 한 순간에 동네 노는 형으로 만들어 버 릴 수 있는 존재였다.
까딱.
강진호의 손가락이 굽혀진다.
사내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 은 얼굴로 강진호에게 다급히 달려 갔다.
그 광경을 전병수가 멍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기이한 일이었다.
그를 위협하는 사내는 전병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좌우로 딱 벌 어진 어깨는 도마로 써도 될 정도로 넓었다. 그런데 지금 손가락을 까딱 거리고 있는 사내는 오히려 전병수 보다도 작아 보인다.
바로 앞에 두 사람이 서 있는 걸 보니, 덩치 차이가 두 배는 나는 것 같다. 그런데 작은 사내는 무표정하 게 손가락을 까딱이고 있고, 덩치가 큰 쪽은 몸을 최대한 구부린 채 바 들바들 떨고 있었다.
아무리 사회의 지위와 권력이라는 게 덩치로 결정 나는 건 아니라지 만, 저 광경은 확실히 좀 이상하다.
“ 이름.”
작은 사내가 입을 연다.
“조혁민입니다!”
조혁민이 목이 터져라 대답했다.
“조혁 민.”
“예! 회주님!”
“교육받으러 온 거 아닌가?”
“……죄, 죄송합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조혁민을 바라보 다가 빨대를 물었다.
쪼오오오옥.
조혁민은 생각했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빨
대로 커피를 빠는 소리로 사람을 겁 먹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양반 하나뿐일 것이다.
“안에 있는 애들한테 전해.”
“예!”
“연수 성적 나쁜 사람은 이현수하 고 개인 상담한다.”
조혁민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사무실의 악마.
이현수와 함께 일을 해본 이들은 이현수가 얼마나 악랄한 사람인지 모를 수가 없다. 덩치는 이렇지만 조혁민도 사무직이다. 이현수와 성 적 미달로 개인 상담을 하느니, 10
층 사무실에서 뛰어내리는 쪽이 차 라리 낫다.
“그리고..
하지만 강진호의 말은 아직 끝나 지 않았다.
“태도 점수 미달로 낙제된 이들은 이현수가 아니라 나하고 상담한다.”
조혁민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 다.
“넌 일단 1점 감점.”
“시, 시정하겠습니다!”
강진호가 턱짓으로 위를 가리켰 다.
“화장실은 2층에 있으니까 올라 가.”
“예!”
조혁민이 실내가 터져 나갈 듯 대답하고는 전력으로 질주해 계단으 로 뛰어올랐다.
쪼오오오오옥.
강진호가 그 광경을 보고는 아메 리카노를 쪽쪽 빨아먹었다.
‘문제가 있었군.’
그에게는 하나같이 귀엽고 예의 바른 부하들이라 생각하지 못했는 데, 이놈들도 외부에다 풀어놓으면 하나하나가 조폭을 무릎에 앉히고
재롱떨게 만드는 놈들이다.
제대로 된 통제 방안을 마련해 놓지 않고 성급하게 진행할 일은 아 니었다.
뭐, 물론 강진호가 같이 연수를 받기로 한 이상 이미 해결된 문제였 지만.
강진호가 전병수에게 다가가 고개 를 살짝 숙였다.
“실례했습니다.”
“아, 아닙니다.”
전병수는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을 쓰고 말았다.
‘이 사람, 대체 누구지?’
그때 였다.
“강진호 씨!”
전병수에게도 익수한 목소리가 뒤 쪽에서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