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33)
마존현세강림기-1034화(1032/2125)
마존현세강림기 42권 (15화)
3장 출근하다 (5)
‘조규민 실장님?’
전병수의 눈이 살짝 커졌다.
‘비서실장님이 여기는 왜?’
따져 보면 조규민과 전병수의 나 이는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나 이로만 따지자면 전병수가 살짝 위 다.
하지만 조규민과 전병수가 그룹 내에서 가지는 위상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전병수가 흔하디흔한 팀장 중 하 나라면, 조규민은 그룹의 실권을 쥐 고 있는 실세 중의 실세다.
아직 젊다면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이임에도 신임을 받아 황정후 회 장과 독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특권 아닌 특권을 허락받은 사람이 사장단과 이사진을 통틀어 채 열 손가락을 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조규민이 가진 권력은 그 나이에 비해 어마어마한 수준이
었다.
정권 실세.
그런 말로도 설명이 부족한 사람 이 조규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가 처음 황정후 회장의 신임을 받으며 전면에 등장했을 때는 곧 능 력 부족을 드러내며 추락할 거라 전 망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조규민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런 조규민이 갑자기 이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조규민이 쪼르르 달려와 강진호의 앞에 섰다.
위아래로 강진호를 훑어본 조규민 이 씨익 웃는다.
“이렇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신수가 훤하네요.”
“난 불편한데요.”
“다 그런 겁니다. 그렇게 익숙해 져 가는 거죠.”
“그러면 좋겠는데.”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조규민이 전병수를 보며 말했다.
“교육 시작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있지 않습니까?”
“예? 아, 예. 아직 30분 정도
“그때까지만 착석하면 될까요?”
“물론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조규민이 씨익 웃으며 강진호를 잡아끌었다.
“한 대 피우시죠, 한 대.”
“……잠시만.”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배재민을 보며 말했다.
“안에 들어간 애들한테 소란 피우 지 말라고 전해주세요.”
“예! 회주님!”
“회주님 말고.”
“아, 알겠습니다, 강진호 씨!”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규민이 강진호를 잡아끌며 밖으로 나갔다. 남겨진 이들은 한바탕 폭풍이 지나 간 듯한 느낌에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누군가의 읊조림이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찰칵.
담배에 불이 붙는다.
강진호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
뿜었다.
“후우우우.”
강진호의 담배에 불을 붙여준 조 규민이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 의 담배에도 불을 붙였다.
“기분이 어떠십니까?”
강진호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조규민을 바라보았다.
좋아 죽겠다는 그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이상하게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재미있으신 모양이네요.”
“그러게요. 참 이상하죠?”
조규민이 낄낄 웃었다.
“생각해 보면 제가 강진호 씨를 학생 때부터 봤잖아요. 그걸 감안해 보면 누군가에 뭘 배운다는 게 이상 하게 여겨질 리가 없는데, 이상하게 재미있네요.”
그 말에는 강진호도 동감했다.
이 세상으로 온 이후, 강진호는 대부분의 시간을 학생의 신분으로 보냈다. 입대하고 나서는 제대로 공 부를 해본 적이 없지만, 그전에는 누군가에게 뭔가를 배우는 게 너무 도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어색하기 짝이 없 다.
선인들은 배움은 평생 이어지는 것이라 강조했지만, 그건 선인들이 니까 할 수 있는 말이다. 평범하게 살면서는 지킬 수 없는 말이니까 가 르침인 것이고.
한 번 배움의 길을 벗어난 이들 은 다시금 배움을 구하기가 어렵기 마련이다.
그런 와중에 다시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되었 으니 감사해야 할까?
강진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여기에 올 때까지는 딱히 아무런 생각이 없었지만, 조규민을 만나는 순간 급 피곤해지는 기분이다.
“회장님이 이 모습을 보면 무척 기뻐하시겠네요.”
“……오십니까?”
“네. 연수 시작할 때 들르겠다고 하셨습니다. 목적이야 빤하겠죠.”
‘놀리러 오는 거겠지.’
황정후의 능글맞은 얼굴이 떠오르 자 두통이 생기는 기분이다.
“생각보다 애들이 더 거치네요.”
“아아••••••
화제가 바뀌자 강진호도 한결 더
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강진호 씨가 합류하지 않으셨으 면, 골치 아플 뻔했습니다. 물론 뭐, 적당히 알아서 대책을 강구하셨겠지 만, 그 하루 이틀도 아까우니까요.”
“일정이 많이 급한가요?”
“네. 급하죠.”
조규민이 쓴웃음을 머금었다.
“시간도 반으로 줄였는데, 배워야 할 건 더 늘어났으니까요.”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오라고 해서 오긴 왔지만, 강진호는 신입 사원 연수에서 대체
뭘 배우는 건지 전혀 감을 잡지 못 했다.
그런 강진호의 기색을 읽었는지 조규민이 피식 웃었다.
“평범한 연수가 아니니까요. 이 실장이 원하는 건 신입 사원이 아니 라 당장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 재니까요. 그 정도의 실무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게 많습 니다.”
조규민이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 교육팀 보셨죠?”
“예.”
“교육팀도 난리가 났던 모양입니
다. 외부인을 가르치는 건 처음인데, 교육과정도 새로 짜야 하니까요. 아 직 후반부 교육과정은 제대로 짜지 도 못한 모양이더라구요.”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러니하네요.”
“뭐가 말입니까?”
“의뢰자는 따로 있는데, 의뢰자는 여기 없다는 게.”
“확실히 그러네요. 지금쯤 시원한 사무실에서 편히 놀고 있겠죠.”
“아니.”
강진호가 손을 내저었다.
“그건 아닐 것 같은데?”
“ 예?”
“아마 지금 그쪽도 지옥을 보고
있을 겁니다.”
米 米 米
“……살려줘.”
이현수는 끝도 없이 밀려오는 업 무에 죽을 맛이었다.
“버텨야 됩니다, 실장님.”
“아니, 이걸……
한소리 하려고 고개를 든 이현수 가 아무 말을 하지 못하고 다시 모 니터로 고개를 처박았다.
이현주의 몰골도 말이 아니었다.
머리는 새집이 지어져 있고, 눈 밑에는 다크 서클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불과 이틀 만에 사람이 원 래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이 다.
“자처한 일이에요.”
‘……니가 시켰잖아!’
할 말은 너무도 많지만, 이현수는 생각나는 모든 말을 입 밖으로 내뱉 는 것이 그의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었다.
그러니 그저 입을 꾹 다물 수밖
에 없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일이 끝이 없다.
이현수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총회는 무척이나 올드한 체계를 따 르고 있었다. 좋게 말하자면 올드하 고, 나쁘게 말하자면 주먹구구식이 다.
이제 와 다시 체제를 개편하려고 해도 시스템을 운용해야 할 사무직 들의 역량이 부족해 제대로 된 개혁 을 할 수 없었다. 그러니 총회를 개 편하기 위해서는 사무직들의 능력 향상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제멋대로 작성되는 보고서들과 사람의 어이를 빼놓는 제안서들 덕 분에 이현수가 얼마나 고생을 했던 가.
그런데…….
“지금 몇 명이 갔지?”
“삼백이 요.”
“……삼백 명.”
눈물이 나올 판이다.
아무리 무능한 이들이라고 해도 사람이 삼백 명쯤 일하고 있으면, 그들이 처리하는 업무량도 만만치 않다. 그 업무량을 나름 분산하기는 했지만, 그 와중에도 중요하다 싶은
업무는 모조리 이현수에게로 몰려왔 다.
그러다 보니 순식간에 업무량이 두 배로 불어났다.
그 이전에도 살인적인 업무량을 처리하고 있던 이현수다. 그 와중에 업무가 더 늘었으니, 이제 퇴근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 되어버렸다.
“여, 연수 언제 끝나?”
“45 일이라던데요.”
“하, 한 달 반?”
“네.”
이현수의 눈이 더는 커질 수 없 을 만큼 커졌다.
이틀만으로도 사람이 죽을 판인 데, 이 짓을 앞으로 사십 일이나 더 해야 한다고?
“이 부장.”
“네, 실장님.”
“인간적으로 다른 방법을 강구해 봐야 하는 거 아닐까?”
“다른 방법 없어요.”
이현주가 자판에서 손을 떼고 안 경을 쓱, 쓸어 올렸다.
“다른 방법이 있다고 해도 결제가 안 돼요. 회주님이 자리를 비우셨잖 아요.”
“……그렇지.”
“그러니까 잔말 말고 일하세요. 어떻게든 사십 일만 버티면 그때부 터는 한결 수월하게 일할 수 있을 테니까요.”
“말이 쉽지.”
이현수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런데 우리 사무직이 그렇게 많 았어? 연수를 삼백 명씩이나 보낼 만큼?”
“여기만 간 게 아니잖아요. 지부 에서도 지원받았어요.”
총회의 대부분은 본부에 몰려 있 지만, 워낙 전국적으로 사업장들이
널려 있다 보니 각 도시마다 지부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부에는 무학을 중점으로 익히는 무인들은 존재하지 않고, 사무직들만 자리하 고 있기에 거의 언급되지 않는 수준 이었다.
“실제로 빠져나간 인력은 이백 명 수준이에요. 이번에 사무직으로 전 향할 이들도 새로 받아서 연수에 밀 어 넣었으니까요.”
“……근데 왜 이렇게 일이 많아지 냐고.”
“조막손도 손은 손이라는 거죠. 비효율적인 일처리를 인원으로 메워
왔는데, 그 인원마저 빠지니까 일이 몰리는 건 당연한 거예요. 그러니까 군소리 말고……
벌컥!
그 순간, 문이 과격하게 열렸다.
“이현수!”
“ 헐?”
이현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예, 바토르 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더워.”
“••••••예?”
“덥다고!”
이현수의 눈이 떨렸다.
아니, 뭘 어쩌라고.
여름이니까 덥지.
“수련장에 에어컨 좀 설치해. 애 들이 죽어난다.”
“그••••••
“나도 웬만하면 이런 말 안 해. 무인이라는 놈들이 조금 덥다고 헉 헉대면 처 맞아야지. 그런데 이건 해도 너무하잖아. 한국은 원래 이런 가?”
“……요즘이 좀 과도하게 덥긴 합 니다.”
“수련하다가 탈수로 쓰러질 판이
다. 외부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강 당하고 실내에는 에어컨 설치 좀 해 야겠어.”
“바, 바로 진행하겠습니다.”
바토르가 고개를 끄덕이려는 순 간, 그의 뒤에서 장민이 바토르를 비집고 들어왔다.
“비켜 봐!”
“뭐야, 영감!”
“이 실장! 이 실장! 애들이 숙소 에서 열사병으로 쓰러질 판이다. 어 떻게 좀 해줘봐!”
그때, 또 사람이 뛰쳐 들어왔다.
“이 실장님! 위긴스 님께서 마법 진을 설치하는 데 필요한 물품이 부 족하다고 긴급으로 구해 달라고 하 십니다. 여기 목록입니다. 어디다 둘 깝쇼?”
“……거기 올려둬.”
“그리고 방 이사님이 동영상 강의 받는 데 끊긴다고, 서버 좀 증축하 랍니다. 돈 벌어서 어디다 쓰냐는 말을 꼭 전해 달라고 하시는데요.”
“당장 해결 안 되면 직접 오실 거 랍니다. 아, 그리고 위긴스 님이
“나와, 인마! 내 쪽이 더 급해!”
“장유유서도 모르는 놈! 지금 애 들이 반쯤 죽어간다잖아. 안 그래도 좁은 방에 엉켜서 사는 놈들인데, 방에 에어컨 하나도 없어!”
이현수가 멍한 눈으로 이현주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이현주는 이건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이 이현수 쪽으로는 시선도 주지 않았다.
“그, 급하신 건 알겠는데, 제가 지금 처리할 일이 워낙에 많아 서……
“그래서 뭐?”
“금방 다 해드리겠습니다.”
“빨리 처리해라. 시원한 사무실에 서 일하는 놈이 핑계만 많아 가지 고.”
이현수가 울컥하여 몸을 일으키려 는 순간, 바토르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게 다 무력이 떨어져서 체력이 부족한 탓이야! 피곤하고 힘들다 싶 으면 말해라! 내가 직접 단련시켜 주마! 그럼 일하기가 한결 수월해질 거다!”
이현수가 바로 몸을 내렸다.
“아닙니다! 저는 지금 전혀 피곤 하지 않습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바토르 님!”
“ 진짜?”
“물론입니다!”
바토르가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이 현수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야지! 빨리빨리 처리 해!”
“……네.”
이현수가 의자에 축 늘어졌다.
‘죽여라.’
차라리 죽여라, 이놈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