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34)
마존현세강림기-1035화(1033/2125)
마존현세강림기 42권 (16화)
4장 연수받다 (1)
‘아니, 대체 왜 이러는 거냐고!’ 전병수 팀장은 고통을 받고 있었 다.
저벅저벅.
그가 무대 위에서 한 걸음을 걸 을 때마다 발소리가 강당 전체를 울 리는 듯한 느낌이다.
물론 이런 경우를 처음 겪는 것 은 아니다. 이런 넓은 홀의 특성상 소리는 울리기 마련이고, 신입 사원 들이 들어차기 전이나, 그들이 나간 후에 뒷정리를 할 때는 언제나 이런 경험을 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전병수가 죽을 맛인 이유는 그런 게 아니었다. 이 강당 은 이미 사람으로 꽉꽉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삼백 명이 넘게 들어와 있는 강 당에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다. 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교육을 진 행하면서 이런 경험은 난생처음이었
다.
‘뭐가 이렇게 괴기스럽냐.’
전병수가 고개를 슬쩍 들어 앞쪽 을 바라보았다.
정장을 입은 이들이 자리에 착석 해 있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전병수가 아는 교육은 이런 게 아니다.
신입 사원 특유의 긴장감과 설렘 이 뒤섞여 있는, 그 미묘하게 흥분 된 열기가 훅훅 뿜어져 나와야 한 다. 전병수가 젊음의 생기라고 부르 는, 그런 기운이 이곳을 채워야 하
는데…….
‘생기는 얼어 죽을.’
화초라도 가져다놓았다간 말라 죽 게 생겼다.
신입 사원들이야 서로 잘 모르는 사이니 대화 나누는 것을 주저할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해도 은근슬 쩍 눈치를 보면서 옆사람과 대화하 게 되는 게 사람이다.
한 번 보고 말 사이라면 모를까, 연수 내내 얼굴을 봐야 할 사람들이 니 그런 식으로라도 친분을 나누려 든다. 하지만 이 인간들은 그런 것 도 없다.
다들 입에 지퍼라도 채웠는지 입 을 꾹 다문 채 앞만을 노려보고 있 다.
그럼 눈빛이라도 좀 선하든가.
덩치도 산만 한 것들이 삼백 명 씩 줄지어 앉아서 앞을 노려보고 있 으니, 다수 앞에 서는 것에 이골이 난 전병수 팀장마저 모골이 송연한 느낌이었다.
그러니 다른 이들은 오죽하겠는 가.
“……팀장님.”
“응?”
“진짜 괜찮을까요, 이번 교육?”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무슨 앓 는 소리야?”
“지금까지 해온 교육이랑은 너무 다른 느낌이라서……
“끄응.”
말이야 거칠게 했지만, 전병수 팀 장도 같은 생각 중이었다.
‘정말 괜찮을까?’
지금까지는 신입 사원이 아닌, 외 부인들을 교육하는 경험이 처음이라 어색해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쯤 되면 그런 문제가 아니다.
저놈들은 분명 뭔가 좀 이상하다.
“정상적인 일을 하는 애들은 맞대
요?”
“인마, 뭔 말을 하고 있어?”
“사실이 그렇잖습니까.”
양진찬 대리가 미묘한 눈으로 앉 아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는 남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아무리 봐도 사무직이 아닌데 요.”
이건 뼈를 때리는 지적이다.
전병수도 이리 살벌한 사무직은 회사 생활 십 년 동안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사무직의 골격들 이 아니다.
물론 사무직이라고 정해진 체형이 어디 있겠냐마는, 이건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개중에 특출 나게 골격이 좋은 이들이 눈에 띄는 게 아니라, 하나같이 어깨는 대해처럼 넓고, 팔 뚝은 허벅지 같다.
이걸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아, 국가대표 출정식.’
인천공항에서 국가대표들이 출정 할 때, 정장을 빼입고 단체로 사진 을 찍는 느낌이다. 그것보다 미묘하 게 더 굵은 느낌이긴 하지만, 그 상
황이 제일 비슷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마이크 나 한 번 더 점검해.”
“……예.”
양진찬이 뭔가를 중얼거리며 단상 쪽으로 향하자, 전병수가 한숨을 쉬 며 강당 안을 돌아보았다.
‘하여튼 좀 이상하긴 해.’
외부 인력을 교육시킨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도무지 이 외부 인력이 라는 놈들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게 더 문제였다. 사무직을 300명이 나 교육시킬 정도라면 규모가 꽤 큰 회사라는 말인데, 업계에 소문이 전
혀 돌지 않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 는 일이었다.
물론 상부에서 불법적인 일을 시 키지야 않겠지만, 아무리 봐도 상황 이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근데 얘들은 진짜 왜 이렇게 조 용한 거야?’
입에 풀이라도 발랐나?
그때 였다.
‘응?’
자리에 앉아 있던 녀석들의 고개 가 일제히 돌아간다. 마치 미어캣이 단체로 고개를 돌리는 것처럼 일사 불란한 동작이었다.
‘뭐여?’
모두의 시선이 향한 곳은 가장 뒤에 있는 입구였다. 그 입구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전병수가 눈을 끔뻑였다.
‘내가 더위를 먹었나?’
아니, 이거 이상하지 않은가.
누군가 들어올 때 시선이 집중되 는 건 그럴 수 있다. 저 많은 인원 들의 고개가 일제히 돌아가는 건 좀 의아하긴 하지만, 거기까진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치자.
하지만 아무리 다시 생각해 봐도 저 남자가 들어오는 것보다 고개가
돌아가는 게 더 빨랐던 것 같은데? 무슨 CCTV라도 달아놨나?
전병수가 이해가 안 가는 얼굴로 들어오는 이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은?’
아까 전, 그에게 무례하게 굴던 이를 단숨에 제압한 사람이다. 그 조규민 실장이 존댓말을 하던 사내.
전병수가 마른침을 삼켰다.
조규민은 꽤나 쿨한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쿨하고, 나쁘게 말하 면 무미건조하다. 조규민이 주변 직 원들과 친분을 나누며 지낸다는 말 은 들어본 적도 없다. 나이대가 비
슷한 전병수조차 조규민과는 업무와 관련된 몇 마디만을 나눠보았을 뿐 이다.
그리고 그건 친분 있는 사람을 대하는 자세가 아니었다.
누가 봐도 윗사람을 대하는 태도 다. 격의가 없기는 했지만, 태도와 말투에서 확실히 그런 점이 묻어났 다.
그럼 저 사람은 대체 뭔가.
나이도 어려 보이는 사람이 어떻 게 조규민에게 윗사람 대접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안으로 들어온 강진호가 주변을
쭉 훑었다.
얌전히 착석해 있는 이들의 모습 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태도에 고개를 끄덕인 강 진호가 천천히 걸어 앞쪽으로 향했 다. 그러고는 비어 있는 의자에 앉 았다.
착!
자리에 앉자마자 옆에 앉아 있던 이가 강진호에게 시원한 아이스 아 메리카노를 내밀었다.
“응‘?”
강진호가 고개를 돌리자 조금 전 그에게 욕을 먹은 조혁민이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지?”
“커피입니다. 좋아하시는 것 같아 서.”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뇌물이라기에는 귀여운 정도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든 강진호가 쪼 오옥 하고 한 모금을 빨아먹었다.
“제대로 전했어?”
“예.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달했 습니다.”
우흐 캐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조혁민이 깊게 한숨을 내
쉬었다. 다행히 찍힌 건 아닌 모양 이다.
그리고 반대쪽에 앉은 이들의 얼 굴도 살짝 들뜨기 시작했다.
‘진짜 회주님하고 같이 교육을 받 는구나.’
‘이상한 기분인데.’
모두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럴 만한 일이다.
사무직들은 강진호와 얽히는 일이 잦다. 그들 대부분은 본관 건물에서 업무를 보고, 강진호는 본관 회주실 로 출근하기에 아침이 되면 얼굴 한
번쯤은 볼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그건 동선이 겹친다는 것 뿐이지, 강진호와 그들이 가까운 사 이라는 뜻은 아니었다. 강진호의 관 심사는 대부분 무력대에 편중되어 있고, 알게 모르게 그들은 소외감을 느껴왔다.
그런데 이번 교육과정에 강진호가 직접 참여한다니.
이건 사무직들도 그가 직접 신경 을 쓰겠다는 천명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실제로는 조금 거리가 먼 이야기이지만, 자세한 사정을 듣지 못한 그들은 그리 짐작할 수밖에 없
었다.
전병수가 고개를 슬쩍 들어 시간 을 확인했다.
‘ 정시로군.’
이마를 한 번 훔쳐 낸 전병수가 단상 위로 향했다. 상황이 애매하긴 하지만, 할 건 해야 한다.
“준비하자.”
“예!”
교관들이 앞쪽에 도열한다. 대충 준비가 끝나자 전병수가 단상 위로 올랐다.
“크흐흠.”
마이크를 두어 번 두드리고 헛기
침을 해 목을 가다듬은 전병수가 입 을 열었다.
“재경 그룹의 신입…… 아니, 교 육 연수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 다. 저는 앞으로의 교육과정 동안 여러분의 교육과 평가를 담당하게 될 교육팀의 전병수 팀장입니다.”
전병수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고요하다.
고개를 숙인 전병수가 고개를 채 들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렸다.
이게 이러면 안 되는…….
“박수, 박수!”
누군가가 입을 열자마자 갑자기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온다.
그제야 전병수가 고개를 들고 이 마를 훔쳤다.
‘아니, 반응이 뭐가 이래?’
전병수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어찌 알겠는가.
그가 지금부터 교육해야 할 이들 은 무인들이고, 무인이란 기본적으 로 사회성이 무척이나 결여되어 있 는 족속이라는 것을.
아직 이 세상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강진호가 총회에서만큼
은 나름의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가 있다. 어릴 적부터 남들과 교류하기 보다는 골방이나 산골에 틀어박혀 수련을 하기 바쁘던 이들이 어디에 서 사회성을 익히겠는가.
물론 제 나름의 커뮤니티를 통해 다른 이들과 대화하는 법을 익히는 무인들이지만, 그들만의 커뮤니티는 일반적인 사회의 커뮤니티에 비하면 너무도 딱딱했다.
그러니 기본적인 반응부터나 평범 한 이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 다.
“그••••••
순간적으로 자신이 무슨 말을 하 려 했는지 순간 잊어버린 전병수가 말을 더듬을 찰나, 양진찬이 단상 위로 올라와 전병수의 귓가에 뭔가 를 속삭였다.
“정말?”
“예. 지금.”
“……알았다.”
전병수가 헛기침을 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원래는 앞으로의 교육과정을 설 명하는 시간을 가지려 했으나, 지금 여러분을 찾아오신 분이 있어 그 과 정은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
분, 재경 그룹의 회장이신 황정후 회장님께서 여러분을 격려하고자 이 곳을 방문하셨습니다. 박수로 맞아 주십시오.”
박수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말을 이해하 고 박수를 치는 게 아니라, 반사적 으로 나오는 박수다.
박수가 끝나가면서 사태 파악이 이뤄졌다.
“황정후?”
“재경 그룹 황정후 회장? 그 사 람이 왔다고?”
침묵을 유지하던 이들이 웅성거리
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들이 사회와 격리되어 살아간다고는 하나 최소한의 기본적 인 지식은 있다.
재경의 황정후를 모르는 사람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바깥세상 의 재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 을 가지지 않는 무인들에게도 황정 후란 이름은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 고 있었다.
그런데 그 황정후가 방문을 했다 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나.
강당 뒤쪽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안쪽으로 걸어 들어왔다. 모두의 시
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작은 체구.
하지만 확실한 존재감.
무력은 조금도 갖추지 못한 노인 이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저 사람이 황정후 회장.’
‘포스 있네.’
무인들마저 그 꼿꼿함에 감탄을 터뜨렸다. 모두의 시선을 받으며 단 상 위로 오른 황정후가 교육팀의 인 사를 받는 둥 마는 둥하며 마이크를 잡았다.
그러고는 지체 없이 입을 열었다.
“황정후다.”
단순한 인사. 하지만 그 이상이 필요하지 않은 인사였다.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이 교육받 는다고 해서 들려봤다.”
그리고 이어지는 발언에 총회의 무인들이 입을 쩌억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