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35)
마존현세강림기-1036화(1034/2125)
마존현세강림기 42권 (17화)
4장 연수받다 (2)
‘내가 잘못 들었나?’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
황정후를 모르는 이들은 황정후의 발언에 당황할 수밖에 없고, 황정후 를 아는 이들은 황정후의 발언에 얼 굴을 감쌀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 태연한 것은 오로지
강진호와 조규민밖에 없었다.
그 외의 모두가 당황하고 있지만, 황정후는 그런 반응에는 신경도 쓰 지 않았다.
황정후의 시선이 강진호에게로 향 했다.
“말쑥하게 차려입었구나.”
“네.”
“그래. 이제 좀 사람 같네.”
황정후가 피식 웃는다.
“사람은 진정성이 중요하다. 하지 만 그 진정성은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지. 마음속에만 자리해서 남이 알아볼 수 없는 진정성 같은 건 없
는 거나 마찬가지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황정후가 고개를 들어 모두를 보 며 입을 열었다.
“너희도 마찬가지다.”
황정후의 눈이 살짝 찌푸려졌다.
“너희가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살든,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 사 람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 다. 그런데 지금 꼬락서니를 보니 사람 잡아먹게 생겼구나.”
뜬금없이 틀어박히는 딜에 다들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회사를 운영한다는 건 서류를 보 고 모니터에 머리를 처박고 살겠다 는 게 아니다. 사람을 상대하고 그 들과 어울리겠다는 거지. 그런데 뭐 어디서 사람 죽이고 온 것 같은 표 정을 하고 있는데, 회사가 잘 굴러 가겠냐, 이 말이야!”
황정후의 시선이 다시 강진호에게 로 향했다.
“회사의 머리라는 놈이 저런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밑엣 놈들이 뭘 배우겠어.”
타깃팅이 자신에게로 옮겨오자 강
진호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황정후는 집요했다.
“웃어.”
“••••••예?”
“웃으라고, 이놈아.”
강진호의 입꼬리가 억지로 말려 올라갔다. 뭔가 푸들대는 것 같은 얼굴이지만, 어떻게 어떻게 웃는 표 정이 만들어지긴 했다.
황정후가 그 광경을 보며 쓴웃음 을 지었다.
“다들 봤어?”
“예.”
그제야 황정후의 고개가 끄덕여진
다.
“업무라든가, 프로그램을 다루는 능력이라든가…… 그런 건 부차적인 문제야.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지.”
황정후가 모두를 똑똑히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시키니까 참가한 놈들, 뭔 가를 배우로 오라니까 뭘 배우는지 도 모르면서 온 놈들, 위엣 놈들 눈 치가 보여서 일단은 신청부터 하고 본 놈들.”
“다 그런 놈들이지, 다.”
사람 하나쯤은 우습게 찜 쪄 먹
을 수 있는 무인들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황정후의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 그들 반만 한 크기 의 노인이 악담을 늘어놓고 있는데 도 누구도 그 말에 반박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황정후가 단호하게 말했다.
“회사라는 건 결국 사람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회사가 살고 죽 는 건 그 안의 사람이 어떻게 하느 냐에 달려 있어. 저놈들은 너희가 업무 능력이 부족해서 일이 잘 굴러 가지 않는다고 판단한 모양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업무가
잘 안 되는 이유는 너희가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너희 생각이 썩어 서야!”
강진호가 입맛을 다셨다.
황정후는 재계의 신화다.
이런 분야에 관해서는 반박의 여 지가 없다. 심지어 황정후가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하면 그 말을 믿어야 한다.
“여기서 자기가 업무 능력이 부족 하다고 생각하는 놈 손 들어봐.”
미묘하게 서로 눈치를 본다.
황정후가 눈을 찌푸리고는 호통을
쳤다.
“그런 것도 남 눈치를 봐야 손 들 수 있나? 자기 능력이 어느 정도인 지도 제대로 몰라?”
황정후가 버럭 하자 찔끔한 이들 이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사실 이 교육과정에 지원한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 실을 자각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총회 내의 업무가 힘든 것도 아닌데, 굳이 빡빡한 연 수에 지원할 필요가 없다.
거의 모든 이들이 손을 들자 황 정후가 혀를 찼다.
“손 든 놈들.”
황정후가 손가락을 앞으로 겨누었 다.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 으니, 교육을 받겠답시고 이곳에 와 있겠지. 그렇지?”
“예.”
“그럼 지금까지는 뭐 했어?”
황정후가 목소리를 높였다.
“자기가 업무 능력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는 놈들이! 그 업무능력 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지금까지 손 놓고 놀고 있었다는 이
야기 아니야! 하루하루 그냥 때우기 만 했어. 내 말이 틀려?”
모두가 입을 꾹 다물었다.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정확한 지적 이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은 비슷한 과 정을 거쳐서 사무직이 되었다. 무인 으로서의 삶을 살고 싶었지만, 무인 으로서의 재능이 없는 이들. 원하던 삶을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원하던 삶에서 밀려났 음에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다른 삶 에서마저 그 지푸라기를 놓지 못하 는 이들이다.
사무직으로서의 삶을 선택했지만, 그 사무직으로서 삶의 방점을 찍어 보겠다는 마음은 먹지 못한 이들이 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야. 내 일 에 자부심을 가지고 전력으로 매달 리지 못하는 놈들은 남들이 기어 올 라간 발판에 머리를 대주는 역할밖 에는 못해.”
쿵!
황정후가 단상을 내려쳤다.
“요즘 봐봐. 애들이 얼마나 취업 하려고 열심히 하냐고. 그만한 성적 이나 스펙을 쌓기 위해서는 얼마나
노력해야 하냐, 이 말이야. 지금 이 사니 뭐니 하고 떵떵거리는 것들? 걔들은 요즘이면 입사도 못해. 그만 큼이나 우수한 인재들이 넘쳐 난다, 이 말이야. 하지만 그 우수한 인재 들이 예전만큼 일을 잘하느냐? 그건 또 아니란 말이지.”
황정후가 고개를 내저었다.
“삶이란 건 결국 꾸준함이야. 하 나를 이뤘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고, 하나에서 실패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란 말이지. 죽어라고 열심히 해 서 취업하고 퍼지는 놈들보다는 그 만 못해도 끝까지 노력하는 놈들이
결국은 성공하기 마련이야. 그런데 너희는 그만큼 노력했어?”
강진호마저 살짝 반성하게 만드는 말이었다.
강당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가라 앉자 황정후가 모두를 쭈욱 둘러보 고는 가볍게 웃었다.
“늙은이가 잔소리가 심했나?”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즉각적으로 대답이 튀어나오자 황 정후가 만족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 였다.
“말을 하다 보니 조금 격해졌네.
늙으면 이게 문제야. 제 감정을 주 체를 못하거든.”
분위기가 조금 훈훈해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간단해. 여 기에서 여러분이 능력을 함양하고 가더라도 마음가짐이 달라지지 않으 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말 이지. 그렇잖아. 회사라는 건 결국 일련의 흐름을 탈 수밖에 없어. 여 러분의 능력이 늘어난다고 해도 더 좋은 능력을 가진 신입들은 계속 들 어올 거야. 내가 이만큼을 안다고 안주해 버리면 결국 밀려나는 거지. 능력도 없이 큰소리 치는 꼰대 소리
밖에 못 듣는다는 거야. 내 말 알아 들어?”
“예!”
황정후가 강진호를 슬쩍 바라보았 다. 그러고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 다.
“기술이니, 업무 능력이니 다 좋 아. 얼마든지 배워가란 말이야. 하지 만 모든 과정을 끝내고 나갈 때, 여 러분이 반드시 가져가야 하는 건 그 런 게 아니야. 스스로도 자신을 향 상시킬 수 있고, 남이 시키지 않아 도 스스로 배움을 찾을 줄 아는 사 람이 되어야 돼. 그게 이 정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이야. 적어도 그 한 가지는 꼭 배워가도록. 이상.”
황정후가 마이크에서 한 발 물러 나자 요란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처럼 의식적으로 치는 박 수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감탄이 섞 여 있는 박수였다.
배재민은 진심을 담아 손이 터져 라 박수를 쳤다.
틀린 말이 없다.
배재민은 스스로 업무 능력이 부 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 지만 그 부족한 업무 능력을 향상시 키려는 노력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무인이다.
총회에서 사무직이라는 건 주류에 서 밀려난 이이 일하는 패배자 집합 소나 다름없었다. 패자부활전마저 벌어지지 않는 집합소. 거기에서 무 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저 살아갈 뿐이다.
강진호가 들어오고 총회가 격변을 맞았음에도 그들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저 예전보다 일이 조금 많아졌을 뿐, 총회를 타고 흐르는 희망찬 열풍은 그들에게까지는 불어 오지 않았다.
그 열기에 동참할 수 없는 이들 은 그저 부러운 마음으로 다른 이들 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황정후는 지금 그게 잘못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황정후의 말이 맞다.
인생은 한 번의 실패로 결정 나 는 것이 아니다. 무인으로서 성공하 지 못했다면, 다른 길에서라도 성공 하면 된다. 모두가 그리 사는 것 아 닌가.
무인으로 성공하지 못했다고 스스 로를 패배자라 여기는 것은 너무도 멍청한 일이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
은 업무 능력이 아니라 열정과 향상 심이다.
지금 황정후는 그걸 정확하게 집 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열심히 해야지.’
배재민이 주먹을 꽉 쥐었다.
어쨌거나 이건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다. 이미 수많은 기회를 날려 먹었는데, 이 기회마저 놓칠 수는 없다.
연수에 참가하는 배재민의 마음가 짐이 달라지고 있었다.
강진호가 슬쩍 뒤를 돌아본다.
모두의 표정이 달라져 있다.
빤한 말인 것 같은데, 그 빤한 말 로 사람을 격동하게 만들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카리스마다.
황정후가 가진 카리스마는 무인들 에게도 그대로 발휘되었다.
강진호가 헛웃음을 흘리려는 순 간, 단상에서 내려온 황정후가 강진 호에게로 다가왔다.
“그리 입혀놓으니 사람 같구나.”
“언제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말로 들립니다만?”
“입은 거랑 상관없이 사람 같지 않기는 하지.”
말로는 못 당한다.
황정후가 피식 웃으면서 턱짓을 했다.
“안 바쁘면 담배 한 대 피워.”
“교육이 아직……
“그 교육 때문에 하는 말이야. 나 도 시간 많은 사람 아냐. 따로 찾아 올 시간 없어. 그렇다고 네가 먼저 올 놈도 아니잖아.”
“가겠습니다.”
강진호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정후가 고개를 돌려 전병수를 바라보았다.
“계속해.”
“예! 회장님!”
전병수가 부동 자세로 크게 대답 한다.
황정후가 강진호를 대동하고 밖으 로 걸어 나가자, 전병수가 긴장한 얼굴로 다시 단상 위로 올랐다.
‘아니, 분위기를 이렇게 만들어놓 으시면……
전병수가 긴장한 얼굴로 앞을 바 라보았다.
그러고는 움찔했다.
조금 전에는 시체를 모아놓은 것 같은 냉막함이 흘렀는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여전히 신입 사원들에게서 느껴지는 풋풋함과 신 선함은 없지만,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열기가 느껴졌다.
‘좋네?’
앞을 주시하는 눈빛에도 힘이 확 들어가 있다. 조금 전에도 눈빛 하 나는 강렬했지만, 조금 전의 강렬함 이 무거움에서 비롯되는 거라면, 지 금의 강렬함에서는 열정이 보인다.
이렇게만 나와줘도 교육하기가 한 결 편하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나직하게 한숨을 내쉰 전병수가
조금은 편해진 얼굴로 입을 열었다.
“회장님께서 워낙 설명을 잘해주 셔서 제가 더 할 말이 없습니다. 마 음가짐은 넘어가고, 여러분이 지금 부터 받게 될 연수에 대해서 간단하 게 설명하고 오늘 바로 교육을 시작 하겠습니다. 다들 최선을 다해 따라 와 주시길 바랍니다!”
“예!”
커다란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전병수가 환히 웃으면서 브리핑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