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39)
마존현세강림기-1040화(1038/2125)
마존현세강림기 42권 (21화)
5장 미묘하다 (1)
“아, 아니, 최연하 씨, 이건……
“저는 감독님이랑 더 할 말 없는
데요?”
“이건 좀 너무……
“너무 뭐요?”
최종철 감독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다리를 꼬고 앉아 있는 최연하에게서 범접 할 수 없는 기세가 느껴졌다.
‘썅년.’
생각 같아서는 욕을 한 바가지 퍼붓고 싶었다.
하지만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 여기서 상황이 더 나빠지면 최종철 은 정말 지옥을 보게 된다.
그깟 촬영 하나가 뭐가 문제냐 고?
원래 커리어라는 것은 ‘그깟’에서 아작나기 시작한다. 통신사 광고라 는 건 상징성이 큰 광고다. 최고의
배우가 통신사 광고를 찍듯이 최고 의 감독만이 통신사 광고를 찍을 수 있다.
그런데 통신사 광고를 찍으러 갔 던 사람이 현장에서 짤려 밀려나고 다른 사람이 광고를 대신 찍는다?
소문이 바람보다 빠른 이 업계에 서 이건 치명타를 넘어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절대 그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
“아, 아니, 내가 뭐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니잖아. 안 그래요?”
“감독님.”
최연하가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감독을 바라보았다.
“제가 살면서 느낀 게 하나 있는 데요.”
“ 예?”
“잘못은 크고 작음이 없어요.”
냉랭한 목소리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잘못이란 건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거예요. 사람을 차로 치여 죽여도 과실이면 5년형도 안 받는 세상이잖아요. 그 런데 그 치여 죽은 사람의 가족들이 그 형량에 납득할까요? 전 아니라고 보는데요?”
“……무슨 말인지?”
“감독님이 실수로 사람을 치여 죽 였는데, 그 죽인 사람의 가족들에게 도 이건 실수니까 내 죄는 크지 않 다고 말씀하실 수 있어요?”
최종철이 입을 다물었다.
못하지.
사람이면 그리 못한다.
정말 실수였다면 형량에 억울함이 생길 수도 있고, 다른 이들에게는 형량을 바탕으로 내가 죄가 크지 않 다고 항변할 수도 있겠지만, 희생자 의 유족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인간이면 할 수 없는 짓이다.
“감독님 잘못이 크다고 생각 안 해요. 그런데 그 잘못이 누구에게는 비수가 되죠. 그런데 이번에는 그 비수가 저를 찔렀어요.”
“아, 아니, 최연하 씨.”
“걱정 마세요. 나쁜 소리 할 생각 없으니까. 앞으로도 감독님 피할 생 각은 없어요. 그런데……
단호하다. 너무 단호해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이번은 아니에요.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감독님하고는 촬
영 안 해요. 그러니까 가세요.”
최연하가 싱긋 웃었다.
“병신이랑 촬영하지 않게 되신 것 축하드려요.”
결국 최종철은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와아! 확 사네요!”
“……진짜요?”
“그럼요! 사람이 달라져 보이는데 요!”
“아닌 것 같은데……
“어색해서 그런 거예요, 어색해서. 금방 익숙해지실 거예요.”
박유민은 거울 너머로 보이는 자 신의 모습을 보며 손가락을 꼼지락 거렸다.
‘웬 기생오래비가……
연예인들이 메이크업을 받는다고 해서 나름 미용실에 들렀다 왔다. 그때는 크게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 했는데, 지금은 사람이 달라졌다.
좋은 의미고 나쁜 의미고를 떠나 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 어색어색하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이상하다.
앞머리를 올리고 메이크업을 한 것만으로 사람이 이렇게 달라지나?
끼이익.
그때, 문이 열리고 최연하가 안으 로 들어왔다.
“흐으으으.”
박유민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핀 다.
메이크업팀이 긴장한 눈으로 최연 하의 평가를 기다렸다.
“오올, 사람이 확 달라지네. 역 시!”
“그렇죠, 언니?”
“원판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어
요.”
“좋아.”
최연하가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 다.
“……괜찮은 거예요?”
“훨씬 나은데? 어색한가 봐요?”
“전 영 이상한데……
최연하가 입을 가린다.
“꾸미는 데 안 익숙해서 그래요.”
“•♦••••아닌데.”
프로게이머도 나름 화면을 받는 사람들이다. 경기에 나가기 전에 나 름 메이크업도 받고 머리도 만진다. 하지만 그건 그냥 겉치레에 불과하
다는 걸 지금 이 순간 확실히 깨달 았다.
외모로 먹고사는 이들은 화장 하 나, 머리 손질 하나가 남다르다. 정 말 남다르게 오래한다. 경기마다 이 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 웬만한 프로게이머는 다들 화병에 걸렸을 것이다.
“자, 좋네. 이제 의상만 입으면 되네. 그럼 메이크업팀 빠지고.”
“네, 언니.”
“이따가 들어가기 전에 언니 머리 한 번 더 볼게요.”
“알았어.”
최연하만 남겨두고 다들 나가자 최연하가 자리에 앉았다.
“에고, 신경 쓸 게 많네요. 미안 해요, 유민 씨. 감독이 급하게 사정 이 생겨서 다른 감독님이 오시느라 시간이 좀 걸려요.”
“아, 괜찮습니다.”
박유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최연하는 지금 박유민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 만 그녀는 모른다. 박유민이 눈치 하나로만 이십 년 가까이를 살아왔 다는 것을.
대충 돌아가는 분위기만 보더라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 다.
‘고마운 사람이네.’
박유민 자신을 위해 화를 내주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와 최연하는 그리 친분이 깊은 관계가 아니다. 그런데도 자신을 위해서 저런 불편 함을 감수해 주니 고마운 마음이 들 지 않을 수 없었다.
“ 죄송해요.”
“ 뭐가요?”
“ 그냥.”
최연하가 피식 웃는다.
“친구는 닮는다더니, 의뭉스러운 면까지 비슷하네요.”
“최연하 씨도 진호랑 닮았어요?”
“왜 욕해요?”
미묘한 공기가 지나갔다.
“아, 아니, 욕이 아니라……
“욕 같은데.”
최연하가 박유민을 홀겨보고 말했 다.
“좀 그런 면이 있기는 해요. 뭐랄 까, 예전 같으면 짜증을 엄청 내고 촬영장을 뒤집기는 했을 건데,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지는 않았을 거
예요. 근데 그 양반 하는 걸 보고 있으니까, 나도 좀 과격해지더라구 요.”
진호가 좀 과격하기는 하지.
……아니, 생각해 보면 말도 안 되게 과격하지.
“그래도 다행이에요. 혹시 이 촬 영장에 강진호 씨 있었으면 정말 뒤 집어졌을 건데, 저라서 원만하게 해 결한 거죠?”
원만?
아무래도 최연하가 알고 있는 원 만이라는 말은 박유민이 알고 있는 원만이랑은 그 뜻이 조금 다른 모양
이었다.
“아, 여하튼 감사……
그때 였다.
우우우웅.
박유민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 다. 박유민이 아무 생각 없이 전화 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무심한 눈으로 액정을 바라보았다.
‘응?’
최연하가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 액정을 바라보는 박유민의 눈이 순 식간에 화악, 커진다. 그러더니…….
힐끔.
‘힐 끄으으음?’
최연하는 박유민이 순간적으로 자 신의 눈치를 본 것을 놓치지 않았 다.
왜?
왜 자신의 눈치를 보지?
박유민이 자신의 눈치를 볼 일이 뭐가 있어서?
‘이거••••••
촉이 온다.
뭔가 촉이 섬뜩섬뜩하게 오고 있 었다.
“받으세요.”
“아, 아니요. 그, 안 받아도 되는
전화라……
“ 대출?”
“그런 건 아닌데……
“흐으으응?”
그 순간, 전화가 끊겼다.
박유민이 어색어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하하. 잘.못. 걸.려.온. 전화. 같……
O O O O O O O •
-1―I—-■I—-1’I~厂=
우우우우우우웅!
최연하의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
라갔다.
“받으시죠, 그 잘못 걸려온 전화.” 박유민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하 기 시작했다. 하지만 빠져나갈 구멍 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박유민이 체 념하고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 음…… 나 지 금…… 응. 한국에 왔어? 아…… 어, 그게, 음……
‘여자 목소리?’
최연하의 귀가 쫑긋쫑긋한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살짝 들린 다. 무슨 대화를 주고받는 것인가까 지는 들리지 않지만, 젊은 여자라는
건 확실하다.
그럼 여자 친구?
아니, 여자 친구 전화를 받는데 최연하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 일반적인 남자라면 여자 친구가 있 어도 최연하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주저할 수 있겠지만, 최연하가 아는 박유민은 그런 남자가 아니었다.
그럼 뭘까?
경우의 수는?
그 순간이었다.
[진호…… 응…… 내가…….]‘ 진호?’
그 단어만은 선명하게 들린다. 그
리고 그 단어가 나오는 순간, 박유 민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최연하를 힐끔거리는 것까지 완벽하다.
‘좋은 연기자는 못 되겠네.’
좋은 연기자라고 할지라도 연기에 도가 튼 최연하를 속일 수는 없겠지 만, 박유민은 반응이 너무 빤했다.
“……어, 그래. 내가 다시 전화할 게. 지금 일하는 중이라. 응. 그래.”
뚝
전화가 끊기고 박유민이 어색하게 웃는다.
“아, 친구가 한국에 왔다고 전화 가 왔네요.”
“아~ 친구.”
“네, 친구.”
“아〜 여자인 친구.”
“……네. 여자인 친구.”
“네. 강진호 씨도 함께 아는 여자 인 친구.”
“……네.”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전화를 걸 어서 강진호 씨 이야기부터 하는 여 자인 친구?”
박유민의 눈가가 경련을 일으켰 다.
무섭다.
저 눈빛이 무서워.
“ 누구?”
“ 네?”
“누구’우?”
최연하가 생글생글 웃는다.
박유민은 오늘 여자의 웃는 얼굴 이 화내는 얼굴보다 백배는 더 무서 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구 으 으 우 우 아해
미안하다.
친구야.
나는 할 만큼 했어.
미안.
米 米 米
움찔.
강진호가 손을 멈추었다.
그러고는 뒤를 돌아봤다.
‘뭐지?’
살기는 아닌데…….
이런 곳에서 그에게 살기를 뿜어 낼 이가 있을 리 없다. 그리고 분명 살기 같은 건 아니었다.
그렇다면 뭘까?
이 등골을 타고 지나간 오싹함은.
‘기분 탓인가?’
이상하게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 다.
마치 어마어마한 태풍이 다가오고 있는 듯한…….
살짝 고개를 내저은 강진호가 앞 쪽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다. 지금은 교육 시간이니 교육에 집중해야 한 다.
“저기, 교관님.”
“••••••예?”
“여기가 잘 이해가 안 가는데요?” 양진찬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얘 왜 이러냐,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너무도 많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A4 용지로 한 묶 음을 써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남자는 회장님과 함께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온 사람이다. 아무리 재경이 수직적인 관계가 다 른 기업에 비해서는 딱딱하지 않은 곳이라고는 해도, 회장님과 친분이 있는 사람에게 감정을 내세울 수는 없다.
회장님이 나서기 전에 그 아랫선 에서 칼을 물고 뛰쳐 올 테니까.
“강진호 씨……
“예.”
“물론 향상심을 억제하고자 하는 건 아니지만…… 지금 저희, 기초부 터 시작하고 있지 않습니까?”
“네.”
“피벗 테이블은 5주 차 과정인데 요?”
“그렇지만……
강진호가 당당하게 말했다.
“가르쳐 주신 부분은 복습까지 끝 냈는데, 그렇다고 남는 시간을 놀고 있을 수는 없잖습니까.”
“회장님도 향상심을 가지고 열심
히 하라고 한 판이라..
“가, 가르쳐 드릴게요. 어느 부분 이 문제세요?”
“여기에서 수식이 안 넘어가는 데.”
강진호가 가리키는 부분을 보며 양진찬이 눈물을 훔쳤다.
‘얘 왜 이러냐고!’
오늘 첫날인데 왜 지 혼자 5주 차 과정을 배우고 있냐고! 왜! 아까 까지는 입력도 제대로 못하던 애가!
아무래도 이번 교육과정에서 이놈 이 무슨 사고를 쳐도 단단히 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양진찬이 설명 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