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4)
마존현세강림기-104화(104/2125)
마존현세강림기 5권 (4화)
1장 – 휴가가다 (4)
“일단 들어와.”
“나도 그러고는 싶지만……
강진호가 자신의 다리를 잡고 있는 아이들을 빤히 바라보자 박유민 이 크게 웃더니 그에게로 다가왔다.
“자자, 진호 안으로 들어오게 옆으로 좀 비켜보자.”
“응.”
강진호의 이마에 살짝 핏대가 섰다.
‘교육의 효과가 사라졌군.’
입대하기 전만 하더라도 강진호는 아이들을 말 한마디로 정렬시킬 수 있는 권위를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불과 세 달 만에 그의 충 실했던 병사들은 그의 권위를 무시 하고 매달리기에 바빴다.
아이들이 박유민의 말을 따라 다 리를 놓아주자 강진호는 한숨을 쉬 며 안으로 들어갔다.
“……밥 하는 중이었냐?”
“그래. 애들 밥 먹여야지.”
“네가?”
“그렇게 됐다.”
강진호가 인상을 썼다. 지금이라 면 한창 연습을 하고 있어야 할 시 간인데, 왜 집에 와서 애들 밥이나 하고 있단 말인가.
“무슨 일이야?”
“일단 조금만 있다가 이야기하자. 너도 밥 안 먹었지?”
“어.”
“기다려. 금방 밥 줄게.”
“흐음.”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이미 점
심을 먹기에도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애들이 배를 곯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자 더 이상 박유민을 잡아놓 고 있을 수는 없었다.
“밥할 동안 애들 좀 봐줘.”
“거절한다.”
“뭐, 그러든지.”
박유민이 씨익 미소를 짓고는 부 엌을 향해 갔다.
박유민이란 억제기가 사라지자 아 이들의 눈이 다시 강진호에게로 모 이기 시작했다.
강진호의 이마에 다시 땀이 흐르
기 시작했다.
“오늘 메뉴 카렌데, 괜찮……
접시를 들고 밖으로 나오던 박유 민은 아이들의 놀이 기구가 되어 있는 강진호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진호야?”
“내 생각인데 말이야……
앉은 채로 양손으로 아이들을 비 행기 태워주고 있던 강진호는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애들이 많이 거칠어진 것 같은데?”
박유민이 웃으며 식탁 위에 접시
들을 올렸다.
“크니까 그렇지. 거의 두 살씩을 더 먹었는데, 애들이 예전처럼 얌전 할 리가 없잖아.”
“그때도 얌전하지는 않았어.”
앞뒤로 달려드는 아이들을 쓰다듬 고 살짝 누르며 제압하던 강진호가 아이들이 식탁을 보기 시작하자 기 회를 포착하고 말했다.
“밥 먹어야지.”
아이들이 식탁으로 몰려가고 나서야 겨우 평화가 찾아왔다. 자리에서 일어난 강진호가 부엌으로가 접시 들을 날랐다.
“네 거다.
아이들의 세 배쯤 되는 그릇에가 득 담긴 카레를 보니 혹시 박유민이 그의 종족을 코끼리쯤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의혹이 생겨 났다.
“군인은 많이 먹는다며?”
“일반적으로는 반박할 수 없는 말 이군.”
선임들이 밥을 흡입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면 배가 살짝 고픈 것도 같았기에 두말없이 접시를 받아들
었다.
그렇게 평화로운 식사가 이어졌으 면 좋았겠지만…….
“으아아아아아아앙!”
“내 거 건드리지 마!”
“오바, 오바.”
강진호는 해탈 직전까지가버렸다.
‘ 지옥이군.’
이제 겨우 대여섯 살이 된 아이 열 명을 끼고 밥을 먹는다는게 어 떤의미인지 알게 된 강진호가 터질 것 같은 멘탈을 부여잡았다.
이미 식사는 뒷전이다.
자신의 그릇에는 손도 대지 못한 강진호가 주변 아이들에게 밥을 떠 먹이기 시작했다.
식탁 위로 오르려는 녀석을 잡아 내리고, 탈출을 감행하는 놈이 끌어 오고, 먹지 않겠다고 소리치는 아이를 협박하기를 몇 번이고 반복한 끝 에 겨우 아이들에게 음식을 다 먹인 강진호가 반쯤 탈진하여의자에 늘 어 졌다.
‘차라리 강호공적일 때가 편했지.’ 그때는 그저 적에 맞서 싸우면 되는 것이었다. 상대가 누구라 하더라도 그의 목숨을 노리는 이들에게 순
순히 목숨을 내줄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의 멘탈을 노리는 이 작고 귀여운 적들은 대항이 불가 능한 상대였다.
말이 통하지 않고, 화를 낼 수 없 으며, 공격을 할 수 없다.
대적할 수 없는 적 앞에 강진호는 속수무책이었다.
“밥 다 먹었으면 놀이방가야지? 조금 있으면 애들 올텐데?”
아이들이 박유민의 말에 엉거주춤 일어나 다들 놀이방으로 향했다.
박유민은 아이들을 따라가 장난감 들을 내주고는 돌아와 자리에 앉았
다. 탈진하여 넋이 나가 있는 강진호를 보며 웃음을 터뜨린 박유민이 손을 내밀어 강진호의 카레를가리 켰다.
“좀 먹지?”
“식욕이 사라졌다.”
“그래도 좀 먹어야 하지 않겠어?”
“응.”
강진호가 수저를 들었다. 반쯤 식 어버린 카레를 입에 떠 넣고 있으니 박유민도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 했다.
“천천히 좀 먹어라.”
“얼른 먹고 청소하고 저녁 준비도
해야 돼.”
강진호의 눈이가라앉았다. 박유 민이 그 모든 것을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원장 수녀님은?”
강진호의 눈빛에 박유민이 수저를 내려놓았다.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는데
박유민이 낮게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같이 좀 갈데가 있다.”
학교에 갔던 아이들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려 바통을 터치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택시 타면 안 되냐?”
“ 멀어?”
“먼 건 아니지만……
박유민이 당당하게 그 자태를 자 랑하고 있는 금동이를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저걸 또 타야 하는 것인가.’
물론 강진호가 모는 금동이가 택 시보다 빠르고 탁월한 승차감을 자 랑한다는 것은 박유민 역시 인정하 고 있었다.게다가 강진호의 컨트롤
이라면 사고가 날 염려도 거의 없다는 것 역시도 인정하는 바였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이 폭주기관차의 뒤에 타고 싶지 않은 것은 인지 상정이 아니던가. 관성적으로 타던 시절에야 어쩔 수 없었다지만, 한동 안 금동이의 마수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공포심이 스멀스멀 밀려왔다.
“ 진호야.”
“ 음?”
“인간에게는 자동차라는 과학의 산물이 있단다.”
“금동이가 더 빨라.”
물론 그렇겠지.
물론 그렇지만 말이다, 친구야.
“아니면 차 있는데로가서 차 몰 고 갈까?”
“반갑다, 금동아.”
강진호가 모는 차에 탔던 기억을 되살려낸 박유민이 급작스럽게 태세를 전환했다.
“싱겁기는.”
강진호가 금동이의 자물쇠를 풀고는 금동이에 올랐다.
“ 타.”
박유민이 성호를 긋고는 체념한 눈으로 뒷좌석에 올라 손잡이를 꽉 잡았다.
“나 사고 나면 애들 돌볼 사람이 없다.”
“사고라니.”
강진호가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인상을 썼다.
“니가 타면 사고 안 내려고 일부 러 속도도 반으로 줄여서가는데.”
그게 반이구나.
박유민은 새삼스러운 사실을 깨달 았다.
아, 그게 반이었구나.
“반의반은 안 되겠니?”
“꽉 잡아라.”
박유민은 체념하고 금동이의 손잡
이를 꽉 잡았다.
콰콰콰콰!
페달이 밟히는 소리가 귀로 들린다. 눈을 감고 소리만 들으면 무슨 12기통 엔진이 내는 소리 같다.
“어디로가야 해?”
“……일단 직진.”
“가는데가 어딘데?”
“ 병원.”
“사고 안 난다니까?”
“그게 아니라…… 처음부터 갈 곳 이 병원이었어.”
이대로라면 방문이 아니라 입원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우욱.”
금동이에서 내린 박유민이 벽을 붙들고 헛구역질을 했다.
“체력이 약해졌군.”
“……그동안 내가 뭘 타고 다닌 거지?”
아무 생각 없이 금동이를 타고 등 하교하던 시절을 생각하니, 새삼 참 철이 없었구나 싶었다.
“지금까지 살아 있는게 기적이었 어.”
“응?”
“아니, 아니.”
박유민은 고개를 내저었다. 강진호에게 말을 한다고 해도 이해할 것 같지도 않다.
정신을 못 차리는 박유민을 내버 려 두고 강진호는 고개를 돌렸다. 커다란 현대식 건물이 그의 눈에 들 어 왔다.
‘병원이라……
이 세계로 돌아온 날 이후로 처음 이었다.
이전에도 느낀 것이지만, 병원이 라는 곳은 그리 기분이 좋은 곳은 아니었다. 현대의 인류가 과거와가 장 달라진 점을 들라면 현대식의료
를 통하여 수명이 길어졌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그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병원이라는 곳만은 여전히 꺼 려지는 곳이었다.
아프지 않는 한가지 않을 곳을 좋아할 사람이야 드물겠지만.
“들어가자.”
강진호는 앞서가는 박유민의 뒤를 따랐다. 발이 잘 떨어지지 않는 기분이었지만.
복잡한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참을 올라가서야 병동이 나 왔다. 딱히 길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어본 적 없는 강진호지만, 병원의 병동은 길을 잃기 딱 좋은 곳이었다.
“얼른 와.”
“응.”
오늘따라 유난히 발걸음이 느린 강진호를 재촉하며 박유민이 앞장서 걸어갔다.
“여기야.”
강진호는가만히 병실을 바라보았다.
“들어가자.”
“음……”
박유민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
갔다. 강진호는 나직하게 한숨을 쉬 고는 그 뒤를 따랐다.
“원장 선생님, 저 왔어요.”
“유민이 왔니?”
“진호가 휴가 나왔어요.”
“오.”
강진호는 창가 침대에 누워 있는 원장 수녀님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진호가 머리를 밀더니 더 남자 같아졌구나. 군대는 힘들지 않니?”
“남들 다 하는 건데요.”
입으로는 대화를 나누면서 강진호
의 몸은 이불로가려져 있는 원장 수녀님의 몸을 관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어디 보자.”
이불 밖으로 빠져나와 강진호에게 내밀어지는 손이 수척하기 이를데가 없다.
“……”
앙상하게 말라 버린 손을 보자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었다. 원래도 마 른 편이었던 분이지만, 지금은 과도 하게 말라서 뼈밖에 남지 않은 느낌 이다.
강진호는 손을 내밀어 원장 수녀
님의 손을 맞잡았다.
“네가 고생이 많구나.”
“고생은요.”
“너도 그렇고, 유민이도 그렇 고…… 고생이 많아. 괜히 나 때문 에 유민이는 연습도 못하고.”
“에이, 그런 말씀 마세요.”
박유민이 손을 내저었다.
“얼른 털고 일어나셔야죠.”
“그래.”
원장 수녀님이 푸근한 미소를 지 었다.
“애들은 잘 있고?”
“네. 한번데려오려고 하는데,
병원에 애들을 다데리고 오려니 다른 분들께도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서.”
“그래, 잘했다. 뭐 좋은 모습이라 고 애들한테 보여주겠니.”
“철중이랑 수연이가 머리 굵은 애 들데리고 온다 그러더라구요. 면회 시간 맞춰서 올 거라서 주말이나 되 어야 올 것 같아요.”
“안 와도 된다고 해. 공부하느라 바쁠텐데……
박유민이 침대 주변의 이곳저곳을 정리했다.
“음식은 잘 드시고 계세요?”
“먹고 힘을 내려고 하는데, 잘 안 넘어가는구나.”
“드셔야 기운 내시죠.”
“그래. 내가 얼른 떨치고 일어나야지.”
박유민과 원장 수녀님이 대화하고 웃는 동안 강진호는 구석의의자에 앉아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둘의 모습을가만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가볼게요. 좀 더 있고 싶은데, 애들이 걱정돼서 안 될 것 같아요.”
“나도 아까부터 불안하구나. 얼른
가보거라.”
“또 올게요.”
“그래. 진호는 휴가 잘 보내고.”
“예.”
강진호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손을 저어 배웅하는 원장 수녀님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오자 박유민은 아무 말 없이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강진호 역시 아무 말 없이 그를 따랐다.
로비로 내려와 바깥에 있는 흡연 구역을 찾아간 박유민이 벤치에 앉 았다.
말없이 한참 동안 박유민을 응시
하던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