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41)
마존현세강림기-1042화(1040/2125)
마존현세강림기 42권 (23화)
5장 미묘하다 (3)
[정중동의 개념은 별게 아닙니 다.]박연국은 모니터로 보이는 화면에 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 동영상 강의가 이루어졌을 때는 다 들 스마트폰으로 강의를 들었지만, 이제 웬만한 이들은 PC를 활용하는
쪽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었다.
작은 스마트폰으로는 간간이 시연 되는 동작을 정확하게 알아보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물론 요즘에야 화질이 좋아서 큰 동작을 알아보는 게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무학이라 는 건 같아 보이는 동작 안에 담겨 있는 미묘한 차이를 구분하는 것에 서부터 시작하는 것 아닌가.
그렇기에 총회에 새로 마련된 시 청각실은 오늘도 빈자리가 없을 만 큼 많은 무인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화면 안의 방진훈이 피식 웃으며
말을 잇는다.
강의 초기의 반쯤 넋이 나간 모 습은 온데간데없고, 이제는 숙련된 1타 강사처럼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 다.
[별게 아닌 개념을 왜 어렵게 이 해하느냐. 그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 닙니다. 어…… 이거, 좀 말하기 민 감한 문젠데, 사실 이건 여러분을 가르친 스승의 잘못입니다.]
말을 하고도 조금 껄끄러운지 방 진훈이 겸연쩍게 농담을 했다.
[이런 소리 들었다고 사부님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이르는 놈들은 내
가 꼭 찾아낸다. 이건 우리끼리만 하는 이야기야. 알았어?]
화면 안에서 대답 소리가 들린다.
처음에는 카메라만 가져다 놓고 녹화를 했지만, 여러 가지 시행착오 를 겪으며 이제는 강의를 하는 앞에 다가 몇몇 수련생들을 데려다 놓기 시작했다. 흐름을 알기에는 그쪽이 더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현재 유통 되고 있는 동영상 강의들을 참고한 결과다.
[왜 쉬운 개념이 어려워졌느냐. 이건 사실 개념의 문제라기보다는 번역의 문제거든.]방진훈이 겸연쩍게 웃으며 말했 다.
[무학을 익히면서 자주 듣는 말 중에 오성(倍性)이라는 게 있지. 이 게 철학서나 무협 소설에도 자주 나 오는 말인데…… 너, 오성이 뭐라고 생각하나?]박연국이 모니터를 뚫어져라 응시 했다.
[크, 대답 좋다. 인간이 본질적으 로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능력으로 서 사물을 받아들이며…… 뭐라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네.]웃음이 터져 나온다.
[오성은 뭐 대단한 게 아닙니다. 그냥 이해력이에요. 뭔가를 보고 듣 고 이해하는 능력이 오성입니다. 오 성이라는 말을 이해력이란 말로 대 체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거지. 이거 재밌지 않아? 이해력이란 말로 대체하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이해 력이 이해력을 올려주는…… 미안하 다. 나만 재밌네, 나만.]
중간중간 터지는 아재 개그는 도 저히 버터기 힘든 수준이지만, 강의 의 퀄리티를 감안한다면 그 정도는 이해해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 쉬운 이해력이라는
단어를 냅 두고 오성이라는 말을 쓰 느냐? 간단합니다. 있어 보이니까. 그리고…… 이건 조금 더 민감한 소 린데, 이해하기 어려우라고 그러는 거예요.]
“응?”
박연국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어 렵다. 스승은 제자를 가르치는 사람 인데, 일부러 이해하기 어렵게 가르 친다니.
[여러분은 전수를 받고 교육을 받 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예전에 는 안다는 게 곧 권력이었습니다.그건 사제지간에도 마찬가지였어요. 스승에게 더 배울 것이 없어진 제자 는 스승을 존중하지 않는 법이고, 나이 먹고 할 일 없어진 스승은 제 자가 없으면 산골 노인네에 지나지 않거든요. 그러니 자신이 알고 있는 걸 잘 전수하지 않고, 전수하더라도 어렵게, 그리고 있어 보이게 말합니 다. 그래야 ‘아, 우리 사부님이 확실 히 고고하시구나. 나는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아’ 하고 붙어 있으면서 쌀 이라도 가져오죠.]
“••••••히 익!”
이건 민감하다 못해 폭탄 발언에
가까웠다.
하지만 방진훈은 그 말을 하고도 아무런 거리낌도 없다는 듯 강의를 이어 나갔다.
[그러니 비급이니 가르침이니 하 는 것들이 다들 어렵기 짝이 없는 거고, 문파의 비전은 쉽게 전수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몇 십 년 동안 하급 무학만 가르치다가 자기 죽을 때나 돼서야 풀어주죠. 왜? 이제는 더 빼 먹을 게 없거든』
고개를 돌려보니 다들 아연한 얼 굴로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무인계가 더럽고 비열한 곳 이냐? 아니, 그건 또 아니라는 거 지. 왜냐면 예전에 학문을 배우는 이들도 다 비슷했거든. 그러니까 여 러분은 배우고자 마음만 먹으면 얼 마든지 배울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걸 감사해야 합니다. 어쩌다가 이야 기가 여기로 빠졌지? 아, 그래. 정 중동이 뭐냐면…… 쉽게 말해서 안 움직이는데 움직인다는 뜻이야. 그 러니까 복싱 선수들이 자세 잡고 어 깨 움찔움찔하면서 주먹 날릴 기회 를 보잖아. 겉으로 보면 그냥 마주 보는 것 같고, 안 움직이지. 그런데
안에서는 움직이고 있잖아. 이게 정 중동이야.]
“기가 막히네.”
박연국이 피식피식 웃으며 강의를 보았다.
이 동영상 강의가 총회에 가져온 변화는 생각보다 엄청났다.
방진훈의 말대로 총회의 무학은 사제 전승을 따르고 있다. 이중걸이 총회를 설립하며 젊은 무인들의 수 련을 총회에서 하게 만들었지만, 그 들이 수련하는 건 여전히 스승의 가 르침이다.
그러다 보니 다들 알고 있는 것
이 제각각이고, 같은 무학을 놓고도 해석이 제멋대로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방진훈이 강의를 시작하면 서 혼재되어 있던 개념이 하나로 정 립되기 시작했다.
방진훈 역시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강의 후반부로 갈수록 무학 의 전수도 전수지만, 기존의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전달하는 것에 도 중점을 맞추고 있었다.
개념이 바뀌자 실제도 바뀐다. 그 동안 알아왔던 무학이 전혀 새롭게 느껴진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었는지도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심지어는 이런 소문이 퍼지자 방 진훈의 무학이 아니라 다른 무학을 익히는 이들조차도 강의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단순한 무학의 전수가 아니라 총 회의 새로운 무학을 중심으로 한 개 념의 재정립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다.
‘사부님 찾아뵌 지가 좀 된 것 같 은데……
박연국뿐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도 최근 총회를 떠나는 일이 줄어들었 다.
굳이 스승을 찾아뵙고 새로운 가
르침을 받지 않더라도, 총회 내에서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그것도 스 승보다 훨씬 뛰어난 무인에게 말이 다.
지금 박연국은 이해하지 못했지 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총회는 과 거보다 훨씬 단단하게 하나로 뭉치 는 중이었다.
[자, 그럼 계속합니다. 교재 320 페이지 펴시고, 오늘 배우는 부분은 중요하니까 복습 꼭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내일…… 야, 이거 강의 언 제 나가냐? 모레? 그럼 어…… 25 일 날 대연무장에서 시연하고 교정
할 테니까, 그때까지 이 부분 정확 하게 숙지하고 반복 숙달해 오세요. 제대로 못하는 새끼는 뒈지…… 아 니, 혼납니다.]
박연국이 피식피식 웃으며 강의에 집중했다.
하루하루 자신이 달라지는 게 느 껴진다. 그런데 어떻게 집중하지 않 을 수가 있겠는가.
米 米 米
우우우우 우우우웅 !
바닥에 어지럽게 그려진 기묘한
부호들을 중심으로 푸른빛이 뿜어져 나온다. 허공을 채운 푸른빛들이 이 리저리 이지러지더니 룬 문자를 만 들어낸다.
이윽고 모든 과정이 끝나자 바닥 의 부호가 회전하면서 작은 원을 만 들어낸다.
사람 하나가 겨우 들어갈 수 있 을 것처럼 작은 문.
그 문을 본 위긴스가 회심의 미 소를 지었다.
“완성이군.”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총회와 원탁을 잇는 포탈이 열렸다. 이 문
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양쪽의 마법 사들이 동시에 마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한쪽이 원하지 않으면 열리지 않 는 문.
원탁이 원한 그대로의 포탈이다. 위긴스가 포탈을 닫고는 전화를 걸었다.
“마스터.”
[무슨 일인가?]“포탈을 완성했습니다.”
[생각보다 너무 오래 걸렸는데? 자네 실력이 줄어든 것 아닌가?]“이쪽에 포탈을 만들기 위한 재료
들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못했습니 다. 실력이 줄었는지는 모르겠는데, 사고력이 떨어진 건 확실한 것 같습 니다. 저도 이제 나이가 먹었는 지……
[헛소리는 적당히 하게. 아직 팔 팔한 사람이.]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설 사 그게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마스 터의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그럼 회주님께서는 언제 방문하 시는가?]“말씀을 드려봐야 합니다. 그쪽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분위기가 좋으면 내가 회주님을 재촉하겠는가. 다들 말을 안 할 뿐 이지, 불만이 차고 넘치네.]“ 흐음.”
[하지만 걱정할 것 없네. 결국은 그들이 가진 한계에 대한 불안이 나 에 대한 불만으로 표출되는 것뿐이 니까.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 지.]나름 열려 있다는 마스터조차도 원탁의 현 상황을 받아들이는 데는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강진호가 충 격요법으로 마스터를 깨버리지 않았
더라면 끝까지 납득하지 못했을 수 도 있다.
강진호를 직접 보지 못한 이들이 라면, 그의 활약상을 그저 말로만 전해 들은 이들이라면 원탁이 총회 에 숙이고 들어간다는 상황을 받아 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강진호가 지속적으로 원 탁을 방문해 줄 필요가 있다.
“시간대가 다르니, 오늘이라도 가 능할 겁니다.”
[아니. 오늘은 반댈세.]
“ 예?”
[너무 일러. 아직 제대로 무르익
지 않았어. 불만이라는 건 제대로 나왔을 때, 깨뜨려야 의미가 있는 법이지. 불만이 제대로 표출되지 않 았을 때 내리누르면, 불만이 사라지 는 게 아니라 안으로 곪는 법이거 든.]
“본보기를 보일 생각이시군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아 니겠나.]‘이분도 냉정해지셨군.’
과거의 마스터는 이성적인 사람이 지만, 냉정한 사람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되레 그들의 기준으로 볼 때는 정이 많은 사람 쪽에 속했다.
하지만 지금의 마스터는 원탁을 완전하게 장악하기 위해서 나이트들 을 희생시킬 생각까지 하고 있다.
“이거, 이거……
[그런 반응 보일 것 없네. 나를 이렇게 만든 건 자네 아닌가. 그리 고 자네가 바라는 모습이기도 하겠 지.]
“물론입니다, 마스터. 저는 진작부 터 마스터께서 좀 더 단호해져야 한 다고 생각했습니다.”
[능글맞은 녀석. 아무래도 좋으니 우선은 회주님께 한국에서의 활동에 전념해 달라고 해주게. 적당한 시기
가 되면 내가 파견을 요청할 테니, 그때 제시간 내에 와주시기만 하면 되네.]
“그러다가 암살당하시는 건 아니 겠죠?”
[악담을 하게, 악담을.]위긴스가 웃으며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마스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이건 노파심에 하는 말인 데…….]“ 예?”
[일본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네. 며칠 전부터 거물들의 움직임이 포 착되었다는 정보가 들어왔어.]거물?
위긴스의 눈이 깊게 가라앉았다.
일본은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이 총회를 중심으로 모두가 모여 있는 형태라면, 일본은 각자의 영역을 가지고 함부로 움직이지 않 는다. 그런데 거물들이 움직인다는 건 이들이 한곳으로 모이고 있다는 뜻이다.
“침공입니까?”
[그건 아직 확실치 않네. 여하튼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일단 감사합니다, 마스터.”
[정보가 더 들어오는 대로 전달해
주지. 혹여 문제가 생긴다면 원탁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네.]
“든든합니다.”
[그럼.]통화가 끊어지자 위긴스가 말없이 전화기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 다.
아무래도 이현수를 만나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