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43)
마존현세강림기-1044화(1042/2125)
마존현세강림기 42권 (25화)
5장 미묘하다 (5)
찰칵.
매캐한 담배 연기가 뿜어져 나온 다.
담배를 입에 문 채 보고서를 쭈 욱 훑어본 황정후가 혀를 찼다.
“고등학생 수준이라는군.”
“말이 고등학생이지, 고등학생 애 들이 뭔 업무를 알겠나. 백지라는 뜻이야. 무슨 말인지 아나?”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신경을 못 썼습니다.”
“다들 그렇게 말하지. 하지만 신 경을 쓰지 못했다는 걸 다른 말로 뭐라고 하는 줄 아나?”
“잘 모르겠습니다만.”
“무능하다고 하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말이었다.
“현장이 손발이라고 하면, 사무는 뭔 줄 아나?”
“뇌?”
“뇌는 너지. 그리고 이사진, 사장 단들이고. 사무직은 말하자면 신경 이나 핏줄 같은 거야. 아무리 손발 이 단련되어 있으면 뭐 하나, 핏줄 이 막히면 손발은 괴사하는 거야.”
“실감하고 있습니다.”
“ 흐음.”
황정후가 미소를 지으며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실수는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 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그런 일 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강진호는 좋은 경 영자의 자질이 있었다.
‘보통은 변명이 나오기 마련인데 말이야.’
변명이 그리 좋은 게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특히나 대한민국 사회는 변명에 관대하지 못하다. 우선은 자신의 잘 못을 인정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 다. 그럼에도 문제점이 터지기 시작 하면 다들 우선은 면피용 변명을 늘 어놓기 마련이다.
몰라서?
아니다.
그만큼이나 인간은 자기중심적이 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 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다른 이의 흠집을 잡아 책임을 돌리 려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에 가깝 다.
하지만 강진호는 자신의 책임이라 하기에는 억울할 수도 있는 일임에 도 조금의 변명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당근이라……
황정후가 피식 웃었다.
“고전적이지만, 좋은 방법이지.”
황정후는 묘한 감회에 빠져들었 다.
처음 그가 강진호를 보았을 때, 그는 강진호가 사람이 아니라고 생 각했다.
그냥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 라, 황정후는 정말 강진호가 인간이 아닌 그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얼핏 얼핏 무인이라는 존재가 있다는 말 을 듣기는 했지만, 강진호의 능력은 그가 들은 이들과는 차원이 달랐으 니까.
악마거나, 그게 아니면 괴물이거 나.
여하튼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 그 무언가가 사람의 껍데기를 뒤집어쓰 고 있다는 게 차라리 현실적이었으 니까.
단순히 능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때의 강진호에게는 인간미라는 게 없었다. 냉혈한이라는 뜻이 아니 라 사람이 당연히 갖추어야 할 무언 가가 결여됐다는 느낌에 가깝다.
그런 강진호가 이제 능수능란하게 아랫사람들을 구슬리고 있다. 이 어 찌 재미있지 않은가.
“하지만 이건 당근이라고도 할 수 없어.”
“ 예?”
“악덕 사장의 특징이 뭔지 아나?”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리 악독한 놈이라고 해도 월 급은 당연히 올려줄 수밖에 없지.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이 사장으로 있는 회사를 봐도 월급이 올라가지 않은 회사는 없단 말이야.”
“예.”
“그런데 왜 그놈들이 악덕이라 불 리는 줄 아나?”
황정후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다른 회사는 당연하게 다 해주는
걸 현실화해 주면서 마치 대단한 일 이라도 해주는 것처럼 생색을 낸단 말이야. 그러면서 자기가 또 직원들 을 엄청 생각해 주는 것처럼 말하거 드 ”
생각만 해도 짜증이 난다는 듯 황정후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생색은 내지 않았다고 해도, 자 네도 지금 그런 악덕 사장과 그리 다를 바가 없다는 거지. 연봉을 현 실화한다는 건 오히려 미안해해야 할 일이야. 지금까지 직원들이 제대 로 된 대가를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었다는 뜻이니까.”
강진호가 입을 닫았다.
그런 식으로는 생각해 보지 못했 다.
“당근을 주려면 당근을 줘야지, 미지급된 임금 주면서 생색내는 꼴 아닌가.”
이상하다.
조금 전까지는 나름 뿌듯했는 데…….
듣고 보니 본인이 굉장히 악덕 회장이 된 것 같은 느낌이라 당황스 러운 강진호였다.
“그러니 생색내지 말고, 부끄러운 마음을 가져야 돼.”
“예.”
“이 직원들이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도 마찬가지야.”
황정후가 둘둘 말린 보고서로 테 이블을 퉁퉁, 내려쳤다.
“회사에 내가 원하는 인재가 알아 서 척척 들어오면 얼마나 좋겠어? 그런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언제나 아쉬운 게 인재인 법이지. 그럼 데리고 있는 인재를 가르쳐서 더 좋은 인재로 만다는 게 윗사람의 몫 아니야?”
“그렇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아랫사람이 부족
한 것도 윗사람의 잘못이라는 뜻이 지.”
“ 예.”
황정후가 묵묵히 대답하는 강진호 를 보며 피식 웃었다.
“ 억울해?”
“아뇨. 억울하지는 않습니다.”
“억울하겠지. 내가 관련이 없는 것까지 다 내 책임이 되니까. 억지 같기도 하고.”
황정후가 소파에 등을 기대며 다 리를 꼬았다.
“위에 선다는 건 그런 거야. 내가
관여한 부분만 책임을 질 거라면 회 장이니, 사장이니 그딴 말로 불리면 서 거들먹거리면 안 되는 법이지.”
딱히 거들먹거린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강진호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쉽지 않지?”
“쉽지 않다기보다는……
강진호가 속내를 내놓았다.
“조금 아이러니하다는 걸 느낍니 다.”
“아이러니?”
“예.”
살짝 머뭇거린 강진호가 말을 잇
는다.
“관심이 없던 분야를 공부하고, 조금 더 알아가면 일이 쉬워지고 나 아져야 하는데, 알면 더 알수록 신 경 써야 할 게 많아지고, 더 어려워 지는 것 같습니다.”
“그게 뭐가 이상해?”
“ 예?”
“당연한 거 아냐?”
황정후가 혀를 차며 말했다.
“자네가 익히는 그 무학이라는 건 뭐가 다른가? 익히면 익힐수록 더 어려워지는 거 아냐?”
맞는 말이다.
무학에 처음 입문한 이가 느끼는 어려움과 절정에 오르기 위해 노력 하는 이가 느끼는 어려움은 그 차원 이 다르다.
일반적인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취미로 스포츠를 즐기는 이가 느 끼는 어려움과 국가대표급에서 느끼 는 어려움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 다. 어떠한 분야든 파고들면 파고들 수록 더 어려워지고, 더 힘들어지는 게 당연하다.
“경영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야. 어 설프게 볼 때는 쉬워 보이지. 적당 히 월급 올려주고 좋은 사람 데려다
가 쓰면 알아서 잘 돌아갈 것 같거 든. 그런데 그게 그리되지 않는다는 게 경영이지. 경영자들이 그걸 몰라 서 망하는 게 아니거든.”
“그런 것 같습니다.”
강진호가 한숨을 쉬며 소파에 등 을 기댔다.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서 한 가지 는 뼈저리게 느낀다.
‘나는 결국 싸우는 것 말고는 잘 하는 게 없구나.’
팔방미인이 되고 싶은 것은 아니 다.
하지만 적어도 다른 이들이 그에
게 기대하는 만큼은 충족을 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건 강진호 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살짝 고민에 빠진 듯한 강진호를 보며 황정후가 미소를 지었다.
‘잘 익어가고 있군.’
제아무리 능력이 있는 이라고 한 들, 치고 올라가다 보면 반드시 능 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순간이 온다.
이건 절대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 는 일이다. 능력이 없는 이든, 능력 이 있는 이든, 바라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능력을 상회하는 결과물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 고민이 이어지고 이어질 때, 사람은 성장한다.
황정후는 강진호라는 사람이 결코 자신에 못지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 경영자라는 측면이 아니라 인 간 대 인간으로 보면 강진호는 황정 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황정후가 지금 강진호에게 바라는 건 오직 경영자적인 측면이 었다.
“이보게, 진호.”
“예.”
“경영을 어렵게 생각하지 마.”
“ 예?”
황정후의 말에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너무 고민이 많아 보이는 것 같 으니 내가 팁을 한 가지 주지. 사실 이건 내 비전과도 같은 거라 다른 사람들에게는 알려주지 않는 건 데……
황정후가 슬쩍 몸을 앞으로 당겼 다.
강진호 역시 황정후가 이런 식으 로 뜸을 들이는 건 본 적이 없기에 호기심이 동한 듯 몸을 당겼다.
“내가 재경을 어떻게 키웠는지 아 나‘?”
“……잘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그걸 궁금해하더군. 내게 특별한 비책이 있었다거나, 그게 아 니면 내가 엄청 잘난 놈이라 그랬다 고 생각하더라, 이 말이지.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게 아냐. 내가 재경 을 키울 수 있던 이유는 사실 아주 간단하지. 그게 뭐냐면……
황정후가 미소를 짓고는 입을 열 었다.
“직원들을 가족같이 여겼기 때문 이야.”
강진호가 맥이 탁 풀린 얼굴로 황정후를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공익광고도 아니고
“가족같이 여기셔서 가족 경영은 안 하셨군요.”
“이봐, 이봐.”
황정후가 낄낄 웃으며 손을 내저 었다.
“비결을 알려 달라고 하는 놈들이 있어서 비결을 알려주면 꼭 이렇게 나온다니까. 말을 해주면 뭐 하나, 들어 처먹지를 못하는데.”
“들어 처먹지 못하는 게 아니
라……
강진호가 한숨을 쉬었다.
“직원들을 가족같이 여기겠습니 다.”
“에라이.”
황정후가 역정을 냈다.
“보통은 여기서 못 알아먹으면 더 설명해 주지 않지만, 자네니까 내가 특별하게 주석을 달아주지. 잘 들 어.”
“예.”
딱히 기대감이 없는 대답이었다.
하지만 황정후의 말은 강진호가
생각하고 있던 빤한 내용과는 조금 달랐다.
“자네, 직원들을 가족같이 여긴다 는 게 뭐라고 생각하나?”
“잘해주는 거죠. 내 가족을 아끼 듯이.”
“그러니 자네가 안 되는 거야.”
“••••••예?”
“자네, 자식이 있다고 치자고. 그 럼 자네 자식이 능력도 떨어지고 다 른 직원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데, 그걸 보며 잘해주는 게 능사인 가?”
아니겠지.
“자네가 가족들을 생각할 때는 어 떤가? 기본적으로 그 사람들이 잘됐 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 않아?”
“맞습니다.”
정확하게는 꿈도 이루고, 행복했 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강은영을 가수로 만들고 지원해 준 것이 아닌가.
“그런데 직원을 가족같이 대하라 니까 연봉이나 올려주고 복지나 늘 려주려고 하지. 대한민국의 가족이 라는 게 뭐야? 내 새끼가 능력이 없으면 벌어놓은 돈으로 건물이나
쥐어 주는 게 가족이야? 아니지, 그 게 아니란 말이야. 내 새끼가 능력 이 없으면 어떻게 해서든 교육시키 고 나보다 뛰어난 놈으로 만드는 게 가족이라 이거야.”
강진호의 눈이 커졌다.
이건 강진호가 단 한 번도 생각 해 보지 못한 관점이었다.
“그렇게 직원 하나하나가 잘되고, 능력이 생기고, 인생에서 성공하고, 행복해지게 만들면 회사는 자연히 잘될 수밖에 없어. 그런 이들이 모 여 있는 회사가 어떻게 잘되지 않을 수가 있겠냐, 이 말이야.”
“그런데 직원을 가족같이 생각하 라니까 그 말을 ‘사장이 착하게 굴 어야 한다’로 이해하더군. 머저리 같은 것들. 착한 아버지가 좋은 아 버지일 수는 있겠지만, 좋은 아버지 가 반드시 착한 건 아니지. 때로는 엄하고 비전을 제시해 주는 아버지 가 그냥 착하기만 한 아버지보다 훨 씬 좋은 아비일 수 있는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아?”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 다.
무슨 말인지 확실하게 알았다.
“직원을 가족처럼.”
“그렇지.”
“잘될 수 있도록.”
“그래. 무슨 말인지
“가족처럼.”
황정후의 눈빛이 미묘해졌다. 강 진호가 홀린 듯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의 표정이 점점 더 진지해졌다.
아니, 진지하다기보다는 음산…….
‘왠지 실수한 것 같은데…… 사업가의 감으로 볼 때, 지금 뭔 가 잘못되어 가고 있었다.
“회장님.”
“ 으응?”
“감사합니다. 깨달은 것 같습니 다.”
“아, 아니, 깨달은 것 같지 않은 데……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습니 다.”
“아, 아니야. 내 생각엔 잘못하지 않았……
“머리가 복잡하니 일단은 생각을 정리하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 습니다.”
“이, 이보게, 진호?”
강진호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나 가자, 황정후가 멍하니 열린 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살짝 떨리는 손으로 담 배를 꺼내 물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그도 때로는 실수를 할 때가 있 는 법이다.
하지만 그 실수의 파장을 온전히 감당해야 할 이는 황정후가 아니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