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46)
마존현세강림기-1047화(1045/2125)
마존현세강림기 43권 (3화)
1장 대비하다 (3)
전병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 사람에게 보고를 해보는 건 처음인데……
생각하니 더 긴장이 된다.
‘아니, 긴장할 게 없잖아.’
그가 이 사람에 비해 꿀릴 게 뭐 가 있는가.
입사도 그가 빨랐다. 나이도 그가 더 많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역 시 험난한 재경에서 팀장의 자리까 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따져 보자면 그가 이 사람에 비 해 못할 것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에이,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혼자 생각해 봐도 어이없는 소리 일 뿐이다.
아무리 실장이라는 자리가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 같은 직위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 로 재경에서는 팀장보다는 윗급으로
치는 자리다.
실권이 딱히 없는 실장이라고 해 도 긴장해야 할 판인데, 어느 회사 든 살아 있는 권력, 그 자체인 비서 실의 실장을 상대하면서 긴장을 하 지 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생각해 보면 정말 대단한 사람인 데……
아직 채 마흔이 되지 않은 나이 로 재경 비서실의 실장 자리를 꿰찬 것은 물론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더 대단한 것은 지금의 비서실장은 이전까지의 비서실장들 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까지의 비서실장들이 그저 황정후 회장의 스케줄을 관리 하는 매니저의 형식을 띠고 있었다 면, 지금의 비서실장은 그 역할을 넘어 수많은 부분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
실제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이런 이들이다. 적당히 비위만 맞춰주고 자신의 권 위에 대항하지 않으면 굳이 부장급 들을 건드리려 하지 않는 이사진이 나 사장단들과는 다르게 이런 이들 은 실적과 능력을 직접적으로 평가
한다.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하 고, 어떤 보고를 하느냐에 따라 앞 으로의 그의 회사 생활이 대격변을 맞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병수가 마른침을 삼키고 눈앞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조규민.
보고서를 읽는 조규민의 눈이 살 짝 찌푸려져 있다. 빠른 속도로 보 고서를 훑은 조규민이 살짝 한숨을 내쉬며 보고서를 테이블 위에 올렸 다.
“전병수 팀장님.”
“예.”
전병수가 긴장한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보고서는 봤습니다만, 실질적인 말을 듣고 싶습니다. 어떻습니까?”
“에……
전병수가 이마를 한 번 훔치고는 말을 이었다.
“기본적으로 업무 능력을 따질 상 황이 아닙니다.”
조규민이 손으로 얼굴을 덮으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어느 정도이기에?”
“기본적인 워드조차 제대로 다루
지 못합니다. 다른 업무 프로그램들 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 니다. 그 와중에 기이하게도 회계 관련 업무에 종사한 이들은 나름의 숙련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형수가 능력이 있다는 말을 듣기는 했죠.”
“ 예?”
“아니, 아닙니다.”
조규민이 입가를 주무르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회계팀은 나름 최고의 인재들을 모았을 테니까.’
하나는 총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 분이 자금 관리이니만큼, 나름 능력 이 있다는 이들은 모조리 회계팀으 로 차출되었을 것이다. 굳이 새로운 전략을 짤 필요도, 완벽한 운영이 필요하지도 않은 총회이니만큼 당연 하다면 당연한 일이다.
또 하나는 이현주의 존재.
이현주가 경리부를 맡으면서부터 총회가 대격변에 들어간 것도 사실 이다. 그런 그녀가 무능한 부하 직 원들을 그대로 내버려 뒀을 리도 없 다.
“많이 어렵습니까?”
“미리 전달받은 정보가 있어 기본 적으로 진행하는 교육에서 수준을 대폭 하향시켰습니다. 하지만 그 하 향된 수준의 교육마저 제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규민이 고개를 푹 숙였다.
‘짐 덩어리를 내던져도 유분수지.’
이현수의 얼굴을 떠올리니 절로 이가 갈린다.
직원 연수를 시켜 달라더니, 세 살짜리 애들을 보낸 것이나 마찬가 지의 상황이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무대책일 수 가 있지?’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총회의 무인들은 따지고 보자면 엘리트 스포츠의 과정을 밟는 선수 들과 비슷했다. 프로를 노리는 운동 부의 학생들이 일반적인 교과과정을 모두 포기한 채 운동에만 매달리듯 이, 총회의 무인들도 교육은 모조리 집어던진 채 무학에만 매달렸을 것 이다.
운동에 모든 것을 바친 선수들이 프로가 되지 못했을 때 막막한 현실 과 직면하는 것처럼, 평생을 무학에 바쳐 온 이들이 무인으로 살아갈 수 없어졌을 때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조규민이 이해하지 못하는 건 그 런 일련의 과정이 벌어졌다는 사실 이 아니라, 그 이후 재교육의 과정 이 몽땅 무시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이건 이현수를 탓할 일이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부분은 없습니까?”
“에……
전병수가 어색하게 웃고는 입을 열었다.
“들어보시면 이상하겠지만, 의외 로 긍정적인 부분도 넘쳐 납니다.”
“ 예?”
조규민이 뜻밖이라는 듯 고개를 번쩍 들었다. 보고서에 적힌 내용과 전병수의 입에서 나온 말들을 종합 하면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없는 상 황인데, 긍정적인 부분이 넘쳐 난 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전병수가 그런 조규민의 의문을 이해한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입 을 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이 양반들 체력 은 장난이 아닙니다.”
‘그렇겠지.’
일단은 무인이니까.
그들의 입장에서는 재능이 없어서 무인으로 더는 살아갈 수 없는 이들 이라고는 하지만, 조규민 같은 일반 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람이 아닌 건 마찬가지다.
개중 가장 약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이현수도 경호를 위해 호신 술을 익힌 건장한 청년, 조규민을 손가락 하나로 가지고 노는 수준이 었다.
그러니 체력이야 넘쳐 나겠지.
“이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체력이 넘친다는 건 좋은 일이지
만……
“생각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왜냐 면 결국 집중력이라는 것도 체력이 기반되어야 발휘되기 때문이죠. 아 침 9시에 교육을 시작해서 밤 10시 까지 교육을 하는데도 마지막 교육 까지 쌩쌩하게 살아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음, 과연.”
“덕분에 교육 시간을 더 늘릴 수 있었습니다. 되레 교관들의 체력이 버티지 못해서 인원을 충원하고 2교 대를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조규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좋은 일이다. 교육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교육 기간을 단축 할 수 있다는 말이니까. 물론 생각 보다 더 기초적인 부분부터 가르쳐 야 할 테니 전제적인 교육 기간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절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어, 이걸 참……
전병수가 헛웃음을 흘렸다.
‘응?’
반응이 좀 이상하다. 보고를 하긴 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말을 하면서도 이상하다 싶기는
하지만, 일단 있는 대로 보고를 드 리겠습니다. 연수생들이 똑똑합니 다.”
“••••••예?”
조규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보고에 따르면…….
“보고서나 말씀을 들어보면 거의 바보 수준인 것 같은데요?”
“정확합니다. 그런데 똑똑합니다. 똑똑한 바보라고 해야겠네요.”
“……이해가 잘 안 갑니다만.”
전병수도 어색한 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설명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모르
겠습니다. 일단 가지고 있는 지식수 준이나 능력으로 따진다면 연수생들 의 평균은 일반적인 인문계 고등학 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예. 그런데?”
“그런데 학습 능력 자체는 굉장히 높은 편에 속합니다. 좀 더 정확하 게 말하자면, 이해력은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인데 기억력이 어마어마 합니다. 한 번 습득한 것은 잊어버 리지 않습니다.”
“ 예?”
“이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만… 전형적인 ‘우리 아이가 머리
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서’에 속합 니다. 그것도 연수생 거의 전부가 그런 경우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현수의 머 리에 떠오르는 이가 있었다.
‘그러고 보면 강진호 씨도 그랬 지.’
고등학교 시절, 강진호는 당당히 전교 꼴찌를 찍은 사람이었다. 그런 양반이 한 해 공부하더니 한국대를 수석으로 들어갈 정도의 성적을 찍 어버렸다.
강진호가 천재여서 그렇다고 생각
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저들이 익히는 무학에 사람의 기억력을 비 상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있을지 도 모른다.
“그럼 결과적으로?”
“예.”
전병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가르치는 과정은 지난할 지 모르겠지만, 일단 습득만 시키면 능력은 확실해진다는 것 아니겠습니 까?”
“그렇겠네요.”
조규민이 흥미롭다는 듯 관심을
보였다.
‘머리가 좋아지는 건가? 그럼 무 공이라는 것의 범용성도 더 올라갈 텐데.’
“이해력 부분은 가지고 있는 지식 이 적어서 그런 겁니까?”
“아니요. 그냥 머리가 나쁜 것 같 습니다.”
“그러니 말씀드리기가 곤란하다는 겁니다. 기억력은 확실한데, 이해력 은 애매하고. 똑똑한 것 같으면 멍 청하고, 멍청한 것 같으면 똑똑하 고……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 같은데, 이거?
미니 강진호들인가?
“흠, 확실히……
전병수가 정리를 했다.
“본인들도 의욕이 있는 편이라 교 육 기간을 조금 늘리고, 교관을 충 원하여 일일 교육 시간을 늘릴 수 있으면 결과를 낼 수 있을 것 같습 니다. 다만, 이 부분은 제가 개인적 으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회장님의 인가가 필요합니다.”
“인가받아 드리죠.”
“ 아.”
조규민이 빙긋 웃었다.
“팀장님이 원하신다는데, 최대한 지원을 해드려야겠죠. 무리한 일에 밀어 넣은 건 사실이니까요.”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결과를 내 겠습니다.”
조규민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전병 수를 보았다.
‘인재인 것 같은데……
교육팀에 남아 있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었다. 가진바 능력이야 아직 확실하게 검증이 되지 않았지만, 일 단은 그 자세가 마음에 든다.
보통 이런 일을 맡으면 보고를
하러 와서도 어떤 부분이 힘든지 어 떻게든 징징대기 마련인데, 깔끔하 게 사실만 보고하고 어떤 식으로 보 완할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당연한 일 같지만, 그 당연한 일 을 당연하게 처리하는 사람을 찾는 게 제일 어려운 법이다. 그런 의미 에서 전병수는 일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번 교육은 잘 부탁드립니다. 결과가 좋다면 반드시 대가가 있을 겁니다.”
“아, 그게……
전병수가 머리를 긁었다.
“하나 더 보고드릴 게 있는데, 이 게 교육이 잘된다고 하더라도 제 공 인지는 모르겠습니다.”
“ 예?”
이게 무슨 말이지?
의문을 표하려 하는 조규민을 보 며 전병수가 어색하게 웃었다.
“지금 그 강진호? 그 사람이
“예?”
여기서 그 이름이 왜 또 나와?
“뭘 하고 있는데…… 이게 뭐랄 까, 그……
전병수의 반응과 강진호라는 이름
이 조합되자 불안이 밀려오기 시작 했다.
“그, 그분이 또 뭘 하십니까?”
“아니, 그게 뭐, 방해를 하시는 건 아닌데……
아니, 강진호 씨. 또 무슨 일을 벌이시는 겁니까!
“제발 평범하게 좀 살자, 평범하 게 좀!”
조규민이 한숨을 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진호에 대한 건 말로 들어서는 알 수 없다. 직접 가서 보 는 수밖에.
“지금 어디 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