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47)
마존현세강림기-1048화(1046/2125)
마존현세강림기 43권 (4화)
1장 대비하다 (4)
“ 왜?”
“왜 못하지?”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갸웃하는 각도에 따라 배재민 의 멘탈도 산산이 바스라지고 있었
다.
모든 것은 갑자기 돌아온 강진호 가 그날 성적이 좋지 않은 이를 직 접 가르치겠다고 나선 것에서 시작 했다.
이 얼마나 황송한 소리인가.
강진호는 총회의 회주다.
그리고 총회의 회주라는 자리는 총회에 속한 모든 무인들에게 존경 과 두려움을 동시에 받는 자리였다.
강진호 본인은 잘 모르는 것 같 지만, 총회에서 회주가 가지는 권위 는 어마어마하다. 이중걸이 자신의 권력과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서 의
도적으로 회주의 권위를 강화하기도 했지만, 애초에 회주의 자리에 앉는 사람들은 자타 공인 대한민국 최고 의 무인이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권위가 높던 회주의 지위가 강진호가 회주가 되면서 말 도 못할 정도로 굉장한 자리가 되어 버렸다.
그런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말단 사무직의 성과를 직접 보고 평 가하며, 게다가 직접 가르치기까지 한다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감정적인 사람이라면 눈물까지 쏟 아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그러니까 왜?”
배재민은 이 일이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걸 깨닫고 있 었다.
“예, 회주님. 그게 나름 노력은 했는데……
“그런데?”
“……제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지, 이해가 잘 안 갑니다.”
“ 흐음.”
강진호가 도통 모르겠다는 얼굴로 배재민을 바라보다가 빙그레 웃었 다.
“어쩔 수 없지.”
“내일까지는 최선을 다해서……
“ 아냐.”
“ 예?”
“내일이 되면 또 잊어버리겠지. 무학이든 뭐든 익힐 때 확실히 해야 몸에 배는 법이지.”
배재민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
“ 설마••••••
“추가 수업. 저쪽으로.”
배재민이 고개를 들어 한쪽 벽을 바라보았다. 퇴근을 허락받지 못한 이들이 우울한 얼굴로 벽에 등을 기
댄 채 멍한 눈을 하고 있었다.
이제 배재민도 저 대열에 합류해 썩은 동태눈을 하게 될 것이다.
‘시간이……
배재민의 눈이 자신도 모르게 시 계를 찾았다.
열한 시.
나쁘지 않은 시간이다. 평소 같았 으면 시원한 맥주를 한 캔 들이켜며 영화 한 편 보고 잘 준비를 할 시 간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의 배재민에게 그런 즐거움은 허락 되지 않았다.
“저, 회주님.”
“웅?”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만, 지 금부터 교육을 다시 받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한두 시간쯤 걸리지 않을까?”
“아, 예. 두 시간. 예…… 두 시 간.”
지금 바로 교육을 시작한다고 해 도 새벽 한 시는 넘어야 모든 과정 이 끝난다는 뜻이다. 집까지 가는 시간이 한 시간쯤 걸린다는 걸 감안 하면, 두 시는 되어야 집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고, 세 시는 되어야 잘 수 있겠지. 그리고 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야 한다.
‘와, 무려 네 시간을 잘 수 있네.’
박수 칠 뻔했다. 자상하기도 하시 지.
얼마나 자상한지 절로 이가 갈린 다.
“회, 회주님은 괜찮으시겠습니까? 너무 늦게 퇴근하시는 건 아닌지?”
“ 나?’’
“예. 저희야 아무래도 상관없습니 다만, 회주님은 저희 말고도 해야 할 업무가 많으신데, 괜히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자 배재민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제가 재교육을 받기 싫어서 이러 는 게 아닙니다, 회주님. 회주님은 해야 할 게 많으신 분이 아니십니 까. 저희의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 으신다면 자체적으로 공부해서 내일 아침까지는 확실하게 습득해 오겠습 니다!”
배재민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자 퇴근을 허락받지 못한 이 들이 열성적으로 소리쳤다.
“그렇습니다, 회주님!”
“반드시 익혀오겠습니다! 무슨 수
를 써서라도!”
“회주님의 귀한 시간을 그렇게 낭 비할 수는 없습니다!”
돌아오는 열렬한 반응에 강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 흐음.”
그 적극성이 마음에 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그, 그럼?”
“하지만.”
뒷말은 굳이 듣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강진호는 굳이 뒷말을
해주었다.
“내가 아는 분 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
“네?”
“부하 직원을 가족같이 여겨라.”
강진호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내 동생이 성적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는데, 알아서 공부하라며 내팽개치는 건 가족이 할 일이 아니 지. 더구나 공부를 포기한 것도 아 니고, 하고자 하는 열정이 있다면 내 시간을 들여서라도 최대한 열심
히 가르쳐는 봐야지. 그게 가족이니 까.”
감동적인 말이었다.
하지만 그 감동적인 말을 듣는 이들은 전혀 감동하지 못했다.
‘어느 미친 새끼가 그딴 말을 씨 부린 거야?,
‘좋은 말도 사람 봐가면서 해야 할 거 아냐! 사람 봐가면서!’
‘내가 그놈 꼭 잡는다!’
물론 좋은 뜻으로 한 말일 것이 다.
문제는 강진호가 ‘적당히’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라는 점이다.
맑은 물이 좋다는 걸 누가 모르 겠는가. 하지만 너무 맑은 물에는 사람이 살지 못한다.
강진호는 물고기에게 맑은 물을 주는 게 좋다고 하면, 물을 모두 빼 버리고 정수기 물을 받아버리는 사 람이 아니던가.
“아니, 바쁘신데……
“바쁘다고 가족을 외면하는 법은 없지.”
강진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말에 나도 느낀 바가 많았다. 그냥 대충 노력할 곳을 만들어주는 게 가족이 하는 일이 아닌데, 직원
을 가족같이 여기라는 말을 확실하 게 지켜볼 생각이다.”
‘하지 말라고!’
‘내가 왜 니 가족이야!’
‘제발 사적으로 엮이지 맙시다! 공과 사를 구분해 주세요! 제발!’
‘요즘은 가족 같은 회사라고 하면 입사 원서도 안 들어가는 세상입니 다! 무슨 쌍팔년대를 사시나!’
할 말은 너무나 많지만, 감히 강 진호 앞에서 그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남아서 공부를 하고 가라는 것도 아니고, 자기도 남아서 자기가 가르
치겠다는데?
‘됐습니다. 안 배우겠습니다’라는 대답이 나오는 순간, 강진호가 아니 라 이현수와 이사진이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올 것이다. 그러고는 이 새끼들이 빠졌다면서 연수생 전체를 뒤집어엎어 버리겠지.
“ 다음.”
배재민이 비틀거리며 옆쪽으로 갔 다.
‘우리가 무슨 고등학생도 아니 고……
‘배우는 건 좋지만,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다들 절망에 빠진 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면서 조규민이 안으로 들 어왔다.
한번 쭉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완전하게 파악해 버린 조규 민이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강진호 에게 다가갔다.
“가, 강진호 씨.”
“오셨어요?”
“지금 이게 무슨……
“아!”
강진호가 머리를 긁었다.
“설명하자면 좀 긴데…… 간단하
게 말하자면, 미달자들을 재교육해 서 다음 과정을 따라갈 수 있게 하 려구요.”
“강진호 씨가 교육하신다구요? 같 은 연수생인데?”
“안 되나요?”
“……아뇨. 뭐, 안 될 건 없지 만……
조규민은 강진호의 능력을 잘 알 고 있었다. 강진호가 전혀 모르는 분야라고 하더라도 며칠을 익혔으면 이미 준전문가 수준으로 올라섰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 기본적인 워드도 못
하는 이들을 가르치는 게 어려울 리 가 없다.
다만.
“지, 지금 시간이 열한 십니다.”
“배움에는 낮밤이 없는 법이죠.”
“노동법 위반인데요?”
“원래 법이랑은 그리 관련 없이 살아서.”
조규민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하 기 시작했다. 노동법 위반이라 말을 하기는 했지만, 애초에 이건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 게 아니라 노동법 이 머리를 들이밀 공간도 아니다.
게다가 그들이 가르치는 것도 아 니고, 자체적으로 알아서 공부하겠 다는데 그걸 무슨 수로 막겠는가.
‘그렇다고 내버려 둘 수도 없고.’
조규민이 슬쩍 눈을 돌려 벽 쪽 의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얼굴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비 맞은 강아지 같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 서글픈 눈을 보고 있으려니 의무감이 생겨난다.
“이, 일단은 그 뭐라고 해야 할 까…… 아, 휴식! 사람은 적절한 휴 식이 있어야 배움에 더 전념할 수 있는 법입니다!”
“그렇죠.”
“예. 그러니까!”
“휴식은 충분히 주고 있어요. 일 반적인 사람들과는 휴식의 효율이 다르고, 체력이 다르니까요.”
“끄응.”
말문이 막힌 조규민이 다시 슬쩍 고개를 돌렸다.
강아지들이 낑낑대고 있다.
‘포기하지 말아주십시오!’
‘제발! 제서에발!’
‘집에 가고 싶어요. 집에 보내주 세요!’
다른 상황이었다면 조규민은 적당
히 넘겼을 것이다. 심지어 이들이 강진호에게 두들겨 맞고 있었어도 신나게 맞는다며 박수를 쳤을 조규 민이다. 조규민은 절대 호인이 아니 니까.
하지만 이 상황만은! 다른 건 몰 라도 이 상황만은 좌시할 수 없었 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조규민 역 시 퇴근 없는 삶의 가장 큰 피해자 가 아니던가. 20분 거리에 있는 집 이 세상에서 가장 먼 곳이 되는 경 험은 해보지 않은 이는 모르는 서글 픔이 다.
조규민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물론 체력이야 남다르겠죠. 하지 만 강진호 씨, 그건 하나만 알고 둘 은 모르는 이야깁니다.”
“ 예‘?”
“일반인 중에 체력이 가장 뛰어난 국가대표 선수들도 최소한의 수면 시간은 보장합니다. 체력도 체력이 지만, 충분히 잠을 자지 않으면 정 신적인 스트레스가 풀리지 않기 때 문이죠.”
오 O ”
“S’.
“태릉선수촌도 새벽같이 훈련을 할지언정 늦은 밤까지 훈련을 하지
는 않습니다. 해야 할 때 더 빡세 게, 또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강진호가 살짝 고민이 된다는 얼 굴을 했다.
그러자 연수생들이 열기 가득한 얼굴로 조규민을 바라보았다. 할 수 있다면 박수라도 치겠다는 얼굴들이 다.
“더구나 이건 운동이 아니라 공부 입니다. 멍한 머리로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제대로 공부가 될 리가 없습 니다! 차라리 충분한 휴식을 주시 고, 좀 더 효율적인 과정을 준비하
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 o O 으”
—– w •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세 시간씩 자면서 공부해도 성적 은 늘던데?”
그건 너니까 그렇지, 인마!
다른 사람이 다 너 같을 수는 없 잖아!
“여하튼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습니다. 차라리 저하고 같이 완벽한 교육과정을 다시 짜보시죠.”
“ 흐음.”
강진호가 고민하는 것 같아 보이 자 조규민이 회심의 카드를 내밀었
다.
“정 고민이 되시면 저분들에게 물 어보시죠.”
“ 예?”
“직원을 가족같이 대한다고 하셨 잖습니까? 가족이라는 건 일방통행 이 아니죠. 스스로 생각하는 대로 공부하고 교육받을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게 가족의 역할 아니겠습니까? 강진호 씨도 스스로 공부했잖습니 까. 가족들은 그저 도와줬을 뿐이 죠.”
“음, 확실히……
조규민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
각했는지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모두를 바 라보았다.
“집에 가고 싶은 사람?”
“집에 가고 싶은 사람 있나?”
그렇게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을 하나!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잘 이해를 못한 것 같은데, 부담 갖지 말고 대답해 봐. 지금 여기서 나하고 공부하느니, 차라리 집에 가
서 잠이나 자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도 돼.”
전혀 감정이 실리지 않은, 온화한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온화한 목소리가 절대 온화하게 들리지 않는 게 아랫사람 의 숙명 아니던가.
배재민이 흘러나오는 눈물을 참으 며 입을 열었다.
“……공부하겠습니다.”
“안 자도 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강진호가 뚱한 얼굴로 조규민을
돌아보았다.
“그렇다는데요?”
가족 같네.
아주 7}‘족,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