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49)
마존현세강림기-1050화(1048/2125)
마존현세강림기 43권 (6화)
2장 추궁받다 (1)
“다녀왔습니다.”
“오라방!”
문을 열자마자 강은영이 도도도 뛰어온다. 강진호가 그 광경을 보며 피식 웃고 말았다.
‘직원을 가족같이 대하라니……
참 쉬운 말이지만, 참 어려운 말
같았다. 대체 어떤 직원을 이 녀석 처럼 대할 수 있단 말인가.
“너무 늦은 거 아냐?”
“일이 있었어.”
“흐응, 하기야 재경이 사원들 빡 세게 부리는 걸로 유명하지!”
“……재경 직원 아니라니까.”
“그냥 그런 걸로 하자. 한동안은 즐겁잖아.”
“뭔 소리야?”
그리고 어떤 직원도 이 녀석처럼 말이 안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 강 은영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페이스 가 말려든다.
“그런데 오빠.”
“응?”
“연하 언니가……
“연하 언니?”
“최연하 씨.”
강진호가 움찔했다.
“언제부터 그 사람을 그렇게 부르 는 관계가 됐어?”
“여자는 하룻밤 사이에도 만리장 성을 쌓는 법이지!”
“그게 그때 쓰는 말인가?”
“훗!”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래서 뭐?”
“다음 주 정도면 준비가 끝나서 이적할 수 있다는데, 나 진짜 이거 해도 되는 거지?”
“……그걸 왜 나한테 물어?”
“나 코드에 꽂아 넣은 게 오빠잖 아. 그런데 오빠랑 상의도 안 하고 옮길 수는 없지. 애초에 이게 오빠 가 나 편하게 활동하라고 만들어주 는 회사라며?”
오해가 있다.
강진호는 그저 최연하에게 코드가 어떤지 알아봐 달라고 했을 뿐이다. 그 이후 모든 과정은 강진호의 개입 은 하나도 없이 오로지 최연하가 추
진한 일일 뿐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나? 나야 옮기면 좋지.”
“ 왜?”
“오빠가 사장이라며?”
참 이상한 일이다.
강진호는 그냥 하는 것 없이 예 전처럼 사는 것뿐인데, 자꾸만 이상 한 직위가 생긴다. 사장이 되지를 않나, 회장이 되지를 않나.
“코드에서 지원을 잘해준 것도 사 실인데, 요즘 영 상황이 이상하기도 하고…… 나도 오빠가 있는 회사면
마음 편하게 활동할 수 있고, 무엇 보다……
“무엇보다?”
“연하 언니가 있는 데면 그냥 떨 어지는 것만 받아먹어도 먹고살 수 있어!”
야망이 없다고 나무라야 할지, 현 실적이라고 칭찬해야 할지.
“가수로서의 포부라든가?”
“하하하! 오빠, 무슨 십 대 같은 말을 하고 있어? 다 먹고살자고 하 는 짓이지.”
그렇지.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지.
근데 그게 니 나이에 나올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가수로서도 회사 바꾸는 게 편하 긴 해. 아무래도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으니까.”
“그럼 편한 대로 해.”
“오라비, 요즘 반응이 좀 애매한 것 같다. 애정이 식었어!”
“……반성한다.”
강진호가 순순히 인정하자 강은영 이 재미없다는 듯 깍지를 끼고 팔을 쭉 폈다.
“ 근데••••••
“ 응?”
“언니가 오늘 톡 준다고 했는데, 톡이 없어.”
“오빠랑은 톡 했어?”
“아니.”
“많이 바쁜가 보네. 흐응, 하기야 스케줄이 난리가 날 시기이긴 하지. 요즘 언니 미쳤더라.”
“ 왜?”
“그 중국 드라마 찍은 거 완전 대 박 났잖아. 몰라?”
강은영이 피식 웃었다.
“하기야 오빠가 그런 데 관심이 있을 리가 없지. 중국 본토에서 난 리가 나서 한국에서도 수입한다는 것 같던데? 열풍이래, 열풍.”
“••••••그래?”
“응. 그래서 정신 없이 바쁜 모양 이더라. 그래도 톡 하나 할 시간은 있을 텐데.”
강진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 났다.
‘그러고 보니 연락이……
평소 같으면 중간중간 전화를 하 든가, 그게 아니면 톡에 이모티콘이
라도 남겨두는 최연하였는데, 연락 이 뚝 끊겼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박유민이 말한 ‘그’ 시점과 연락이 끊긴 시점이 동일하다.
“ 오빠?”
“응?”
“ 피곤해?”
“••••••왜‘?”
“얼굴색이 안 좋은데?”
얼굴색이 안 좋다는 말을 마지막 으로 들어본 게 언제던가.
아무리 무공을 익혀도 감정적인 동요는 어찌할 수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 강진호였다.
“오빠 좀 씻을게.”
“웅, 오빠. 피곤하면 얼른 쉬어. 익숙하지 않은 일을 하고 있으니 피 곤할 만도 하지.”
나도 그런 거면 좋겠다, 은영아.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온 강 진호가 휴대폰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한세 연이라……
오래된 앨범에서 바래 버린 사진 을 꺼낸 느낌이다.
추억이 새록새록하다는 말이 아니
다. 아주 오래전에 찍은 사진이라 그걸 보면서도 ‘내가 언제 이런 걸 찍었헜지?’라는 기분이 드는, 그런 느낌.
하지만 그 오래된 사진을 본 다 른 이들이 되레 동요하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말이다.
한세 연.
생각하니 뭐랄까…….
조금 이상한 기분이기는 했다.
한세연과 마지막으로 앉은 카페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녀가 먼저 자리를 비운 뒤에 홀로 중얼거리던 기억도 여전하다.
‘미 안하다였나.’
마지막으로 한 말이 아마…….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하다’라고 해서 다 같은 미 안하다는 아니겠지.’
그때, 강진호가 느낀 감정은 인간 적인 미안함에 가까웠다. 아직 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시절.
지금도 완전히 적응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금보다 더 서투르던 시절.
강진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세상 을 감당하기도 버거웠다.
그렇기에 애정과 호감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했고,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마지 막으로 한세연이 한 말도 여전히 그 에게는 의문이지만.
“이제 와 새삼……
이미 끝난 관계가 무슨 의미가 있다고.
강진호가 휴대폰을 켜고 톡을 열 었다. 연락이 뚝 끊긴 최연하의 톡 을 보고 있으려니, 뭔가 미묘한 기 분이었다.
‘연락을 먼저 해볼까?’
그러기엔 너무 늦은 시간인가?
아니, 지금은 그리 늦은 것 같지
는 않은데?
어설프게 기다리는 것보다는…….
– 뭐 해요?
움찔!
갑자기 불쑥 올라온 톡에 강진호 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니, 뭔 놈의 타이밍이!
하필이면 톡을 열고 있던 시점이 라 안 본 척할 수도 없었다. 1이 광 속으로 사라진다.
— 어? 톡 보고 있었네?
게다가 눈치도 빠르다. 도망갈 곳 을 여지 없이 차단당했다.
‘ 도망?’
그런데 뭘 도망가지?
뭘 잘못했다고?
강진호가 심호홉을 했다.
그러고는 느릿느릿한 손으로 메시 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마음만 먹 으면 1초에 백번도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이지만, 도무지 이 속도만은 늘지 않는다.
— 안 그래도 지금 연락해 볼까
하고 있었어요.
—
흐음? 기특한데?
—
감사합니다.
—
내일 시간 있어요? 나 스케줄 비는데?
—
아, 내일은 교육이 있어서. 주 말이면 괜찮을 것 같아요.
—
내일 시간 있어요?
강진호의 손가락이 살짝 떨렸다.
–
없어도 만들겠습니다.
—
그럼 내일 점심 시간에 봐요.
열두 시에 우리 집에서.
–
네.
–
네. 그럼 자요.
톡이 뭐랄까…….
톡이…….
아, 글이란 건 참 신기한 거구나.
딱히 몇 줄 안 되는 텍스트에서 도 감정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었다.
어쩌면 강진호가 많이 발전해서 이제 행간에 어린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 걸지도 모르고.
하지만 뭐랄까…….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것 같은 데.’
메시지에서 찬바람이 쌩쌩 부는 것 같다.
강진호가 눈을 질끈 감고는 휴대 폰을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내일은 연차를 써야 할 모양이다.
“왔어요?”
“ 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평상
복 차림의 최연하가 강진호를 맞아 주었다.
‘표정은 나쁘지 않은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니 어제 받았던 메시지가 거짓말 같다. 아니 면 강진호가 너무 민감했던 걸 수도 있고.
“많이 바쁘다고 하던데.”
“말도 못해요. 죽겠어요.”
최연하가 안으로 걸어 들어가며 너스레를 떨었다.
“사람이 집에 방문했으면 마실 거 라도 내드려야 하나? 우리 집에 사 람이 오는 일이 없거든요.”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은데? 강진호 씨 커피에 깐깐하니까 커피 내주기는 좀 그렇고. 음, 차 있는데…… 차 드실래요?”
“커피요.”
“……취향 확고해, 취향.”
최연하가 빙그레 웃고는 소파를 가리켰다.
“잠깐만 기다려요. 금방 가져올게 요.”
“ 네.”
최연하가 냉장고 쪽으로 향하자 강진호가 소파에 앉았다.
소파가 푹신한 것이, 바늘로 엉덩 이를 찌르는 것…… 아니, 푹신한데 왜 불편하지?
최연하가 금세 돌아와 강진호의 앞에 캔커피를 내놓았다.
“문제라도?”
“ 아뇨.”
인스턴트 캔커피와 깐깐한 것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가를 잠시 고 민했다.
“얼굴 보기 힘드네요.”
“바쁘니까요.”
“내가, 아니면 강진호 씨가?”
“이번에는 내가 아닌 것 같은데 요.”
“흐웅? 그전에는?”
“……저 때문이죠.”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그래도 책임 소재 확실한 건 좋 네요.”
어색하게 웃은 강진호가 슬쩍 화 제를 돌렸다.
“드라마가 잘됐다고 하던데……
“우와, 강진호 씨가 그런 걸 아 네. 누구한테 들었어요?”
“……은영이요.”
“그럴 줄 알았다. 찾아볼 사람이
아니지.”
강진호에게 그런 걸 바라서는 안 된다는 건 이미 예전에 파악이 끝났 다. 그리고 최연하 역시 강진호가 그의 필모에 관심을 가지는 걸 그리 원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배우 최연하가 아니라 사람 최연하를 봐줘야 한다. 흥행을 하든 흥행을 하지 않든 같은 눈으로 자신을 봐주는 게 좋은 것이다.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네요.”
“좋아야죠. 그 고생을 했는데.”
아직까지 중국에서 촬영하던 생각 만 하면 이가 바득바득 갈리는 최연
하였다.
지금도 대박이라고 말할 만한 성 적이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방영은 이제 시작했을 뿐이고, 시청률은 계 속 오르고 있다.
“반응이 좋나 보네요.”
“관계자들 사이에서 더 좋은 모양 이더라구요. 대본이 계속 들어와요. 만나자는 사람도 많고.”
“좋은 건가요?”
“네, 좋은 거죠. 그런데 안 하려 구요. 중국 로케는 이제 됐어요. 진 짜 좋은 거 들어오면 모르겠는데, 한동안은 중국 쪽으로는 눈도 안 주
고 싶어요.”
강지호가 가볍게 웃었다.
‘다행이네.’
그 역시 최연하가 이제 중국에 가는 게 그리 달갑지 않았다. 이제 홍왕계 쪽에서 최연하와 강진호의 관계를 어느 정도 파악했을 수도 있 다. 그런 상황에서 저들의 배 속으 로 들어가는 건 확실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무슨 일로?”
“꼭 무슨 일이 있어야 돼요? 그 냥 보고 싶어서 불렀는데?”
“그냥 물어본 겁니다.”
최연하가 생글생글 웃는다.
강진호가 그제야 살짝 낮게 숨을 내쉬었다.
평소의 최연하다.
딱히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괜히 그가 찔려서 이상한 기분을 느낀 것 뿐이었다.
“요즘 많이 바쁘죠? 연수는 어때 요?”
“그럭저럭 할 만합니다.”
“표정이 미묘한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모든 일이 내 맘 같을 수는 없 죠. 맞춰 나가야죠.”
“같은 마음이네요. 생각 같아서는 일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방에서 삼 일만 뒹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데 물이 들어오면 노를 젓지 않을 수가 없네요. 언제 끊길지 모르는 물이라.”
“동감입니다.”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기야 최연하도 강진호처럼 정신 이 없겠지. 동질감이 느껴진다.
막 그녀를 위로하려는 말을 꺼내 려는 찰나, 최연하가 선수를 쳤다.
“아, 맞다. 그거 있잖아요.”
“ 네?”
“한세연은 누구예요?”
최연하가 웃는다.
생글생글.
생글생글.
강진호의 뒷골을 타고 식은땀이 홀러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