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51)
마존현세강림기-1052화(1050/2125)
마존현세강림기 43권 (8화)
2장 추궁받다 (3)
“들어갑니다!”
한은솔이 눈을 찌푸리며 문을 열 었다.
생각해 보면 이건 무척 대단한 일이다.
최연하의 집은 금남의 영역이나 다름없다. 세상의 수많은 남자 중에
이 집에 들어가는 걸 허락받은 사람 은 한은솔과 강진호뿐이다.
굳이 한 명을 더 추가하자면, 최 연하의 아버지 정도겠지.
하지만 그중 최연하의 집 비밀번 호를 알고 있는 남자는 오로지 한은 솔뿐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매니저의 특권!
‘대스타 최연하의 현관 비밀번호 를 알고 있는 남자라……
얼핏 듣기에는 굉장히 좋은 일 같지만, 이건 축복이라기보다는 저 주였다.
이 현관 비밀번호를 아는 대가로
한은솔은 잠에 취해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져 있는 최연하를 깨워야 하는 지옥 같은 임무에 시달리곤 하 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이상한 상황 이었다.
‘아무라 봐도 잘 시간은 아닌 데……
최연하가 아침에 좀 약하기는 하 지만, 이미 시간은 오후 세 시다. 그가 알고 있는 최연하의 생활 패턴 을 고려한다면, 지금 이 시간에 그 녀가 자고 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이 시간이면 분명 깨어 있을 것 이다.
게다가 오늘 강진호 씨가 집에 방문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럼 분 명 깨어 있을 텐데, 왜 전화를 안 받…….
“어, 씨!”
한은솔이 자신도 모르게 문을 쾅! 닫았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킨 한은솔이 현관에 귀를 댔다.
‘아니겠지?’
집 안에 젊은 남녀가 둘이 있는
데 연락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자, 머릿속으로 온갖 불온한 상상이 오 가기 시작했다.
‘에이, 설마……
한은솔은 즉시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지워 버렸다.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이 둘은 그럴 리가 없다. 해외의 호텔에서 한방에 묵으면서도 아무 일이 없던 두 사람이 아닌가.
그러던 그들이 이런 벌건 대낮에 거사를 치를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센 척하는 최연하나, 진중한 척하
는 강진호나 그런 쪽으로는 영 면역 이 없는 사람들이니까.
“ 후우••••••
심호흡을 한 한은솔이 다시 비밀 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그럴 일이 없다고 생각은 하지만, 만에 하나를 대비해 조심스럽게 문을 열 고 귀를 기울였다.
‘안에 있나?’
아니면 없나?
현관문이 닫힘과 동시에 안쪽에서 뭔가 퍽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나, 들어가도 돼요?”
“들어와.”
깔끔하게 대답이 돌아오자 한은솔 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안쪽으로 향 했다. 현관에 강진호의 신발이 없는 것을 봐서는 최연하 혼자 있는 모양 이다.
최연하의 방으로 향한 한은솔이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응?”
방 안을 들여다본 한은솔이 고개 들 갸웃했다.
방 안에는 최연하가 혼자 서 있 었다. 그런데 방이 좀 이상하다. 최 연하는 나름 깔끔한 성격이라 언제 나 방이 정돈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어지러운 느낌이 든다.
특히나 언제나 침대 위에 정자세 로 앉아 있던 곰 인형이 바닥에 처 박혀 있는 모습을 보니…….
‘잰 왜 찌그러졌지?’
그냥 처박힌 게 아니라 좀 밟힌 것 같은 모습이다.
정확하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수도 없이 최연 하에게 시달려 온 한은솔의 촉이 위 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왔어?”
“누, 누나, 전화를 왜 안 받으세 요?”
“ 전화?”
최연하의 고개가 주변을 훑는다. 이불 아래 파묻혀 있는 휴대폰을 발 견한 최연하가 대수롭지 않다는 투 로 말한다.
“몰랐어.”
아니, 무음으로 되어 있는 게 아 니면 전화가 세 통이나 가는데 그걸 몰랐다는 게 말이나 되나.
물론 그 생각을 입 밖으로 낼 마 음은 전혀 없었다.
“누나, 무슨 일 있어요?”
“은솔아.”
“네.”
최연하가 뭔가 살짝 머뭇했다.
‘히이이익!’
그 모습을 본 한은솔이 기겁하며 뒤로 한 발짝 물러났다.
최연하가 어떤 여잔가.
방송국 국장 앞에서도 수틀리면 아무것도 거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질러 버리는 여자가 바로 최연하다. 그런 최연하가 머뭇거린다는 건 정 말 어마어마한 짓을 한다는 뜻이었 다.
“ 야.”
“ 예?”
“이거.”
최연하가 손에 든 쪽지를 내밀었 다.
“이게 뭔데요?”
“인적 사항.”
“ 예?”
쪽지를 받아 든 한은솔이 눈을 좁혔다. 쪽지에는 이름과 전화번호 하나가 쓰여 있었다.
“이게 뭔데요?”
“뒷조사 좀 해봐.”
한은솔이 툭 튀어나온 눈으로 쪽 지와 최연하를 번갈아 보았다.
“이거 범죄예요, 누나!”
“나도 알아!”
“아니,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상 식은 있어야지! 누가 매니저한테 뒷 조사를 시켜요! 여기가 흥신소도 아 니고! 회사 새로 차린다더니, 심부 름센터로 업종 전환하셨나!”
“에이 씨!”
최연하가 이불을 걷어찼다.
‘거참, 신기하네.’
뒷조사라는 걸 태연자약하게 시키 는 그 인성이야 둘째 치더라도, 최 연하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진 다는 게 일단 의외였다. 그리고 아
무리 봐도 이 이름은 여자인 것 같 은데, 최연하가 다른 여자에게 관심 을 가진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누군데요?”
“내가 그걸 알면 너한테 그런 거 시키겠냐?”
“최소한은 아니까 그러는 거잖아 요.”
최연하가 입술을 달싹였다.
“……자 친구.”
“ 네?”
“강진호 씨 전 여자 친구.”
한은솔이 혼이 빠져나간 얼굴로 뭔가 말하려는 순간, 최연하가 손을 번쩍 들어 한은솔의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알았으니까 말하지 마! 니가 무 슨 말 하려는 건지 다 아니까!”
“아신다니까 다행이네요.”
“꼴사납겠지!”
최연하가 사자처럼 일갈했다.
“구차하고! 쪼잔해 보이고! 한심 하고! 같잖겠지!”
“아니, 뭐, 그렇게까지는……
“그래서 뭐! 그럼 신경 쓰이는 걸 뭘 어떻게 해? 신경 쓰이는데도 안
쓰이는 척, 태연한 척하는 것보다는 이게 낫지!”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다.
뻔뻔함도 이 정도면 당당함이라고 쳐줄 수 있다. 한은솔은 진정으로 최연하에게 감탄했다. 웬만큼 최연 하를 알았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또 새로운 경지가 아닌가.
고개를 탁 젖히고 배를 쭉 내민 최연하의 모습은 당당함, 그 자체였 다.
겉만 보면…… 겉만 보면 말이다.
“어설프게 남 뒷조사하다가 걸리 면 누나 이미지 박살 나요.”
“더 박살날 건 있고?”
“……그건 생각을 좀 해봐야겠는 데요?”
솔직하게 말하자면 더 박살 날 이미지는 없는 것 같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지.
한은솔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어쨌든 안 돼요.”
“왜!”
“그걸 강진호 씨가 알면 무슨 생 각을 할 것 같아요?”
“……진짜 깨겠지.”
“잘 아시네요.”
“안 들키게 잘해볼 수 있지 않을
까? 은솔아, 누나는 너의 능력을 믿 는단다.”
“이런 데서 신뢰 보내지 마세요. 안 할 거니까.”
“ 쳇.”
최연하가 짜증난다는 듯 이불을 다시 걷어찼다. 보나마나 계속 이러 다가 방이 작살 난 모양이다.
“아니, 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강진호 씨가 바람이라도 피운데요?”
“그럴 사람이겠냐?”
“그러니까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 는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상대가 강 진호라면 그런 일은 발생할 수 없 다. 세상 모든 사람이 바람을 피운 다고 해도 강진호는 바람을 피울 만 한 위인이 안 된다.
설사 최연하보다 더 예쁜 여자와 아무런 의심을 받지 않고 바람을 피 울 수 있는 기회가 있고, 여자가 노 골적으로 들이댄다고 하더라도 귀찮 다고 손을 내저어 버릴 사람이 강진 호가 아닌가.
‘그렇게 쓸 거면 그 얼굴 나 주 지!’
한은솔이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봐
도 이해할 수 없는, 생불 같은 사람 이 강진호였다. 그런데 그런 강진호 를 만나는 사람이 뭐가 찝찝해서 다 른 여자 뒷조사를 한단 말인가.
까드득.
“에헤이! 손톱! 손톱! 그거 물어 뜯지 말라니까!”
최연하가 엄지를 입에서 때면서 웅얼거렸다.
“어쩐지 촉이 오더라, 촉이. 불안 할 때부터 알아봤어.”
답도 없다.
한은솔은 최연하를 진정시키는 걸 포기했다.
일단은 사고를 치지 않게 막는 게 우선이다.
“그러지 말고 차라리 강진호 씨한 테 신경 쓰이니까 엮이지 말라고 대 놓고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그럼 내 이미지가 뭐가 돼!”
“……더 망칠 이미지가 있어요?”
“안 돼. 다른 데서는 미친년 소리 들어도 남자 친구한테는 착하다 소 리 듣고 싶은 게 여자야.”
“여자가 다 그렇지는 않은 것 같 은데.”
“그럼 그게 나야.”
뭐라 반박할 말이 없네.
“겉으로는 쿨하게 보여야 할 것 아냐.”
“누나.”
“ 응?”
“겉으로만 쿨하게 굴지 말고, 진 짜 좀 쿨하게 굴 수는 없어요? 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이미 끝난 일이잖아요. 그렇게 신경 쓸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은솔아.”
“ 예?”
“네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 모양인
데
“……예.”
최연하가 턱을 들고 말했다.
“사람은 그렇게 논리적으로 못 살 아.”
아니, 뭐…….
그건 그렇겠지.
“머리로는 안 그래도 된다는 걸 아는데, 자꾸 신경 쓰인다니까?”
“네, 누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 다.”
“이대로는 안 돼.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해.”
“아니, 강진호 씨는 그럴 일이 없
다니까요.”
“은솔아.”
“……누나, 이제 안 부르고 그냥 말씀하셔도 돼요.”
“나도 강진호 씨가 뭔 일을 벌일 거라 생각하는 거 아냐. 그 사람이 그럴 깜냥이 안 된다는 걸 누가 몰 라?”
“그런데요?”
“강진호 씨가 아니라 그년이 문제 다.”
“ 네?”
최연하가 이를 빠득빠득 갈면서 말했다.
“헤어지고 연락도 없던 게 이제 와 다시 연락을 한다는 건, 보나마 나 빤하지. 어떻게든 찔러볼 생각이 야.”
“안 돼. 나는 그 꼴 못 봐. 속 뒤 집어져서 못 참아.”
한은솔이 흐뭇하게 웃었다.
‘역시 인성 하나는 어디에도 뒤지 지 않아.’
역시 최연하다.
“차라리 전화를 할까?”
“네? 전화해서 뭐 하려구요?”
“요망한 뇬, 꼬리치지 말라……
“으아아! 진짜!”
한은솔이 달려들어 최연하의 휴대 폰을 빼앗았다.
“누나! 제발 진정 좀 해요!”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그러지 말고……
한은솔이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넘겨야 한다.
“누나 말대로라면 가까운 시일 내 에 그 여자가 강진호 씨를 만나려고 할 거 아니에요?”
“그렇지.”
“그럼 그 뒤에 만나든 머리채를
쥐어뜯든 해요. 지금 누나가 뭘 하 려다가 아무 일도 아니면 누나 꼴만 우스워진다니까요. 강진호 씨가 안 좋게 볼 수도 있잖아요.”
“그럴까?”
“네. 그렇다니까요.”
“으으음.”
최연하가 슬그머니 엄지손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손!”
“쳇!”
손을 내린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 였다.
“좋아, 일단은 내가 참는다. 그런
데 진짜 니가 말한 대로 연락이 오 거나 기미가 보인다 싶으면, 정말 머리채 쥐어뜯어 버릴 거야.”
“……그러세요.”
한은솔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강진호 씨가 봐야 하는데.’ 앞에서는 착한 척 다 했을 텐데. 미안합니다, 강진호 씨. 제가 그 래도 누나 매니저라 도와드릴 수가 없네요.
“그러니 일단은 일하러 가요. 네?”
“알았어.”
일단은 수습을 해서 다행이라 생
각하는 한은솔이지만, 그는 몰랐다. 그가 한 말이 어떤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올지.
세상은 그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르고 격하게 돌아간다는 걸 말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