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53)
마존현세강림기-1054화(1052/2125)
마존현세강림기 43권 (10화)
2장 추궁받다 (5)
“ 왕따요?”
“뭐라구요? 왕따요?”
“……웃지 마시죠.”
조규민이 숨이 넘어갈 듯이 웃어 젖혔다.
왕따라니, 세상에.
천하의 강진호가 이런 말이 하는 날이 올 줄이야.
물론 강진호의 성격이 그리 외향 적인 건 아니라 주변과 잘 어울리지 못할 수도 있다.
‘에이, 그래도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왕따가 말이나 되 나.
“안 그래도 보고 올라온 거 봤는 데……
조규민이 보고서를 보며 피식 웃 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은 생각 못했는데.’
강진호가 연수 과정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건 당연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었다. 강진호의 고등학 생 시절과 대학생 시절을 모두 지켜 본 조규민은 더더욱 확신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뭘 이렇게 열심히 하셨어요.”
“딱히 열심히는……
“크크큭.”
어물쩍 대답하는 강진호를 보며 조규민이 웃음을 터뜨렸다.
“같이 수업을 받는 게 민폐가 되 는 상황이니, 사내 집단 따돌림으로
도 불 수 없는 경우네요, 이거.”
조규민이 보고서를 보며 찔끔 나 온 눈물을 홈쳤다.
보고서에는 강진호가 이미 예정된 교육과정을 혼자서 다 익혀 버렸다 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 때문에 다른 연수생들이 느끼 는 박탈감이 상당하니 대책을 세워 달라는 요구도 함께 들어가 있었다.
“회장님이 알면 좋아하시겠네요.”
“ 흐음.”
강진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차라리 잘됐습니다.”
“ 예?”
“회장님이 강진호 씨를 연수에 넣 은 이유는 사실 이런 교육을 받으라 는 의도가 아니었거든요. 그보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는 경험을 쌓으라는 의도셨겠죠. 그런데 과정 이 개편되면서 프로젝트성 교육이 다 날아가 버렸다는 게 문젭니다.”
“그럼?”
“일단 회장님께 여쭤보죠, 어떻게 말씀하실지.”
조규민이 재밌어 죽겠다는 듯 웃 었다.
“……뭐? 교육이 끝났어?”
황정후가 황당하다는 듯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이건 뭐 어떻게 생겨 먹은 놈이 야?’
시작한 지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교육을 다 끝냈단 말인가.
“그, 그걸 누가 판단하나?”
조규민이 고개를 내저었다.
“회장님, 교육팀에서 들어온 요청 입니다.”
“교육팀?”
“예. 가르칠 것도 없고, 방해만 되고, 괜히 자꾸 교육 시간에 들어
와 있으면 연수생들 사기만 떨어지 니 어떻게 대책을 마련해 달랍니 다.”
강진호의 얼굴이 우울해졌다. 그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말할 필요 는 없는데…….
“ 거참.”
황정후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기분이 좋아 웃는 웃음이 아니라 황당함에 나오는 웃음이었다.
“그 재경의 신입 사원 교육 과정 이 그리 만만했던가?”
“그렇지는 않겠습니다만……
조규민이 머리를 긁었다.
사실 교육이라는 것은 가장 아래 에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진행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평범한 재경의 신입 사원 을 기준으로 만든 교육과정은 강진 호를 가르치기에는 너무 빤하다는 게 문제였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처음 강진호를 봤을 때만 해도 조규민이 강진호를 가르치지 않았던 가. 그런데 이제는 감히 강진호에게 뭔가를 가르칠 엄두조차 나지 않는 다.
“허어, 참. 내가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이런 일은 처음인 것 같은 데……
“쉽게 겪을 수 없는 일이기는 합 니다.”
조규민과 황정후의 시선이 강진호 에게 가닿았다.
강진호는 미묘한 얼굴로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으음, 애초에 연수의 목적이 일 반적인 연수생들의 능력 향상이니, 방해가 된다면 치워야지.”
“저도 동의합니다.”
강진호는 조금 더 우울해졌다.
이제는 숫제 방해물 취급이다.
“그럼 음……
황정후가 재빠르게 말을 이었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나아가 보면 어떤가?”
“ 예?”
“어차피 그.럼 지금 신입 사원 정 도의 능력은 갖췄다는 거잖아. 그럼 남은 기간은 쓸데없이 보낼 게 아니 라, 인턴으로 제대로 일을 해보는 건 어때?”
“••••••오?”
조규민이 눈을 살짝 크게 떴다.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아니, 좋
은 생각이었다.
‘확실히.’
아무리 회사라는 곳에 익숙하지 않다고는 하나, 강진호쯤 되는 이라 면 어떻게든 전력이 될 것이다.
재경의 입장에서는 전력이 되는 이를 사원으로 쓸 수 있으니 좋고, 강진호의 입장에서는 진짜 회사 생 활을 경험해 볼 수 있으니 좋은 일 이다.
“하지만 웬만한 부서로는 강진호 씨를 감당하기가 힘들 텐데요. 일단 기본적으로 파격성이 너무……
“뭘 그런 걸 고민하나. 자네가 하
면 되지.”
“ 예?”
“비서실에 넣어.”
“아••••••
조규민의 눈이 빛났다.
‘확실히 회장님.’
그보다 생각이 넓다.
재경의 비서실은 과거보다 많은 일을 맡고 있다. 단순히 황정후 회 장의 스케줄을 보좌하는 게 아니라, 여러 부서에서 올라오는 안건을 통 합하고 보고하는 역할까지 맡는다.
비서실에서 일할 수 있다면, 회사 가 전체적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묘안이 십니다.”
게다가…….
조규민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강진호 씨를 부려 먹을 수 있다 는 거지.’
비서실은 조규민의 영역이다.
합법적으로 강진호를 부려 먹을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이쯤 되면 꼭 하고 싶다.
“그럼 그렇게 진행……
“저기.”
조규민이 막 수락을 하려는 찰나,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규민이 살짝 굳은 얼굴로 고개 를 돌렸다.
찰칵.
강진호가 담배를 빼 물고 있었다.
“애초에 계약은 연수까지였을 텐 데요?”
“연수에 참가를 못하면 돌아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이제는 인턴 까지?”
강진호가 살짝 웃는다.
하지만 조규민은 저게 절대 웃음 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저 건 강진호가 빡쳤을 때 나오는 얼굴
이다.
“하하, 그런…… 그런 방법도 있 다는 거죠, 그런 방법도.”
조규민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사태 를 수습했다.
“자네에게도 좋은 경험일 것 같은 데?”
하지만 황정후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좋은 경험 충분히 했습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흥미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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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후는 꽤나 진지한 모양이다.
그러니 강진호도 진지하게 대답해야 한다.
“흥미는 있습니다만, 애초에 제가 이곳에서 인턴을 하고 있을 만큼 한 가하지 않습니다. 해야 할 일이 꽤 많아서요.”
“자네가 이 일을 경험하면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도 도움이 될 텐데?”
“제가 살면서 하나 느낀 게 있습 니다.”
“옹? 뭔가?”
“제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습니
“그리고 모든 걸 다 잘할 수도 없 죠.”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적당히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 고 싶어 왔습니다. 그걸 알았으니 이제 된 거죠. 놀 만큼 놀았으면 이 제 복귀해야 합니다. 제가 없으면 그만큼 회에 있는 사람들이 힘들어 지니까요.”
“ 흐음.”
황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강진호를 연수에 참가시키라 는 게 무리한 요구라는 건 누구보다 황정후가 잘 알고 있었다.
회장이나 사장이라는 자리는 무척 이상한 자리다.
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서 반드 시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다. 자리를 꼭 비워야 한다면 한 부서의 부서장보다 회장 이 직접 빠지는 쪽이 업무 공백이 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없으면 또 문제가 되는 게 회장이다.
그건 시스템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묘한 영향력이었다. 머리가 자 리를 비운 집단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삐걱이기 마련이다.
강진호가 지금 있는 곳에서 하는 역할이 황정후가 재경에서 맡고 있 는 역할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 다. 그러니 이쯤에서 보내주는 게 맞다.
“쯧, 발목이라도 잡아보고 싶지만, 늙은이 놀이에 동참해 줘서 고맙다 고 해야겠군.”
“유익했습니다.”
“아쉽군, 아쉬워.”
황정후가 입맛을 다셨다.
“진짜 여기서 그만하실 겁니까?”
“네.”
강진호가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할 일은 다 했으니까요.”
강진호가 아쉬워하는 조규민을 보 며 미소를 지었다.
‘충분하지.’
애초에 강진호가 이곳에 온 이유 는 따로 있다.
목적은 두 가지.
하나는 연수에 참여한 총회의 사 무직들이 어떤 일을 배우는지 확인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일반 기업의 교육 연수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황정후가 굳이 그를 부르지 않았
다 해도 강진호는 이곳에 왔을 것이 다. 지금처럼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는 않는다고 해도, 몇 번이고 들러 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무인이 평범한 이들과 어울리는 건 그만큼이나 힘든 일이니까.
만약 강진호가 없었다면 첫날 벌 어진 것 같은 사고가 몇 번은 생겼 을 것이고, 그럼 교육 자체가 무산 될 수도 있다. 그 일을 방지한 것만 으로도 강진호는 충분히 자기 역할 을 했다.
황정후가 혀를 차며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약속은 약속이지.”
찰칵.
담배에 불을 붙인 황정후가 가만 히 강진호를 보며 말했다.
“이 정도면 자네도 약속을 지켰다 고 봐야지. 연수생들은 완벽하게 교 육해 주겠네.”
“감사합니다.”
“그래도 아쉬워. 조금 더 배우면 정말 큰 도움이 될 텐데.”
“그건 제가 할 일이 아니라고 생 각합니다.”
“응?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실질적으로 회사를 움직여야 할
사람은 따로 있는데, 제가 배울 일 은 아니죠. 그 사람이 배워야 합니 다.”
“ 응‘?”
황정후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조규민은 감을 잡았는지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강진호를 바 라보았다.
“어? 그럼 설마……
“적당한 시간이 되면 한 사람을 보낼 테니, 그 사람은 정말 확실하 게 교육을 시켜주셔야 합니다. 능력 은 있지만, 이쪽으로는 경험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
“강진호 씨.”
“ 예?”
무릎을 잡은 그의 손이 핏발이 선다. 격동을 참지 못하고 몸을 떨 던 조규민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강 진호를 응시했다.
“제가 정말 잘할 수 있습니다.”
“보내만 주시면 제가 혼신의 힘을 다해서 굴리…… 아니, 혼신의 힘을 다해서 교육하겠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것을 전수하고, 제가 할 수 있 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괴롭…… 아니, 가르치겠습니다. 그러니까, 꼭
보내주십시오.”
“꼭입니다?”
“ 예.”
강진호가 고개를 돌려 먼 창밖을 바라보았다.
‘무슨 원한을 이렇게 쌓고 다닌 거지?’
다 업보라고 생각해야지, 다른 방 법이 없었다.
“아우, 씨!”
“왜요?”
“아까부터 귀가 왜 이렇게 간지럽 지? 누가 내 욕 하나? 그럴 사람은 회주님밖에 없는데?”
“한창 교육받으실 시간인데, 욕은 무슨 욕이에요?”
“그러니까. 그럴 리가 없는데? 아, 또 간지러.”
“……병원을 가봐요. 이상한 병이 라도 생긴 거 아니에요?”
“이상한 병이라니!”
이현수가 귀를 쿡쿡 찌르고는 목 을 꺾었다.
“자, 이것만 하면 되나?”
“……신나 보이네요? 이제 나름 적응된 것 같은데?”
“적응이라기보다는 다르게 생각하 기로 했지. 세상 일은 다 마음먹기 에 달린 것 아니겠어?”
“네? 뭘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이현수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다시 생각하면, 연수 갔던 애들 만 돌아오면 일이 확 줄어드는 거잖 아.”
“뭔 빤한 소리를……
“그리고 지금 회주님도 열심히 배 우고 있을 테니, 업무를 그쪽에다 분담할 수도 있잖아?”
이현수가 낄낄 웃었다.
“다음 회차 애들이 연수 갈 때 나 도 연수받겠다고 따라갈 거야. 그러 면서 회주님한테 이거 다 하라고 해 야지! 그렇게 생각하니 일이 많으니 더 즐겁더라고!”
이현주가 고개를 내저었다.
당당하게 하극상을 저지르겠다는 저 인간이 그녀의 남자 친구였다.
‘저러다 한 번 크게 당하지.’
총회에서 회주님에게 가장 많이 당한 사람이 이현수일 텐데, 왜 저 리 미련을 못 버리고 들이대는지 도
통 알 수가 없었다.
“서류 더미에 묻혀 있는 회주님을 상상만 해도 십 년 묵은 체증이 내 려가는 것 같다. 내가 교육 간다고 하면 회주님도 막을 명분이 없겠 지!”
그렇게 이현수는 제 발로 호랑이 굴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기쁜 마음으로 말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