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59)
마존현세강림기-1060화(1058/2125)
마존현세강림기 43권 (16화)
4장 수정하다 (1)
“좋군.”
강진호와 이현수가 서로 마주 보 며 웃었다.
이현수는 이현수대로, 강진호는 강진호대로 기분 좋은 웃음이었다.
하지만 지켜보는 이들의 심정은 조금 달랐다.
‘뭔 생각을 하는 거지?’
‘뭔가 음흉한데?’
총회에서 가장 속이 검은 두 사 람이 서로를 지옥으로 빠뜨리기 위 해 수작질을 부리고 있었다.
방진훈이 입을 툭 내밀었다.
‘남들에게는 체통을 지켜가며 싸 우라더니, 막상 본인은 부하 직원이 랑 드잡이질하고 있네.’
내로남불이 이럴 때 쓰는 말이다.
“ 로드.”
위긴스가 우려를 표했다.
“안 그래도 사무직이 반이나 빠져 나간 상황인데, 이 실장마저 빠진다
면 공백을 감당할 수 없게 됩니다.”
“내가 하면 돼.”
“……로드께서 맡고 있는 업무도 적지 않습니다.”
“ 괜찮아.”
“하지만……
강진호가 어깨를 으쓱하며 위긴스 를 돌아보았다.
“위긴스.”
“예, 로드.”
“세상에는 해야 하는 일이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이 있지. 이건 후자 다.”
“이해했습니다.”
위긴스가 재빨리 판을 걷었다.
강진호가 저리 단호하게 나온다 면, 더 이상의 설득은 의미가 없다.
“부족한 게 있다면, 위긴스가 도 와주면 되겠지.”
“ 대답은?”
“……알겠습니다.”
이게 싫어서 반대한 건데!
위긴스가 앓는 소리를 내고는 이 현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이현수 는 업무에서 해방될 상황이 그저 기 쁜지 희희낙락대며 웃고 있었다.
‘돌아와서 보자.’
복수를 다짐한 위긴스가 다시 물 었다.
“그럼 연수는 언제부터?”
“빠를수록 좋겠지. 가능하다면 이 번 주 내에 보내 버릴 생각이다.”
“……너무 급하지 않습니까?”
“빠를수록 좋아.”
“아니, 마무리해야 할 업무가 있 지 않나, 이 실장?”
강진호와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챈 위긴스가 재빨리 타깃을 바꿨다.
하지만 그 타깃은 위긴스가 정성 들여 키운 호랑이 새끼였다.
“업무가 있지만, 지시도 무시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최대한 빠르게 업무를 마무리하고 연수를 갈 수 있 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바쁜 시기에 총회를 떠난다는 게 영 불편하지만, 사실 제가 바쁘지 않은 시기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죽어도 가겠다는 소리였다.
썩을 놈.
위긴스가 이대로는 못 보낸다는 듯 다시 강진호의 바짓가랑이를 잡 았다.
“저 녀석을 일반적인 연수에 보낼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연수생들이 뭘 배우는지 알아야 한다. 일반적인 신입 사원 연수와는 달라서 피드백이 필요한데, 거기서 피드백을 해주고 교육과정을 수정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이 실장밖에 없 어.”
논리는 완벽하다.
이현수가 위긴스를 보며 씨익 웃 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사부님.’
‘썩을.’
위긴스의 얼굴이 검게 죽었다.
미묘하게 오가는 두 사람의 시선
교환을 보며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놀고 있네.’
이현수는 놀러 가는 기분이겠지 만, 지금 그곳에는 악마가 지옥을 만들고 있었다.
‘힘을 좀 실어줄까?’
사람을 구덩이에 밀어넣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 아니던가.
“ 대신••••••
“ 예?”
이현수가 바짝 긴장했다.
“거기에 가는 순간, 너는 총회의 실장이기도 하지만, 실장이 아니기 도 하다. 맡은바 업무에는 충실하되,
그쪽의 지시에는 절대적으로 따라야 한다.”
“에이, 회주님. 제가 애도 아니고, 그 정도는 당연히 생각하고 있습니 다.”
생각 못하고 있을걸?
강진호가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 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보면 안다, 가보면.
“이 현주는……
“저는 따로 보고드리겠습니다, 회 주님.”
“ O ”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금에 관련된 문제는 확실히 모 두의 앞에서 논할 만한 것은 아니 다. 따로 할 말이 아니었다면 이현 주가 이곳에서 보고를 했을 테니, 이현주의 의견을 따라주는 쪽이 옳 다.
“그럼 보고는 끝인가?”
위긴스가 작게 헛기침을 했다.
표정도 조금 전과는 확연히 달라 져 있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뜻이다.
“해보지.”
“예, 로드.”
위긴스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일본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 다.”
이사들이 자세를 고치고 몸을 앞 으로 당겼다. 일본이라는 말이 나오 는 순간, 긴장감이 높아졌다.
“제대로 보고해.”
“예. 원탁에서 정보가 들어왔습니 다. 일본에 파견해 둔 정보원들이 일제히 일본의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보고를 해왔답니다. 그리고 최근에 는 각 구미의 수장들이 교토로 집결 한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강진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 예상은?”
“전면전을 준비한다고 생각합니 다.”
전면전.
그냥 듣고 넘기기에는 너무도 무 거운 말이었다.
방진훈이 즉각 반발했다.
“전면전이라니, 너무 나간 거 아 닙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네.”
“애초에 그 새끼들이 쳐들어오다 가 개박살 난 지도 얼마 안 됐습니 다. 그런데 바로 전면전을 준비한다
니, 여력이 있겠습니까?”
“아니지.”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확실히 저번 원정은 일본 역시 예상하지 못한 참패였을 것이네. 하 지만 그게 일본에게 있어 심각한 타 격이었냐를 생각해 본다면, 아니라 고밖에 말할 수 없어. 그때 원정에 참여한 이들은 대부분 젊은 무인들 에 불과하니까. 총회와는 다르게 일 본의 주 전력은 노년층이라는 걸 다 들 알 테지.”
“ O ”
“司三
방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총회, 그리고 한국은 무인계에서 도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다. 보통 어느 무인계든 진짜 힘을 이루는 쪽 은 연장자들이다. 원탁만 보더라도 나이트들과 마스터가 다들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아닌가.
일본이나 삼왕계 역시 마찬가지 다.
젊은 무인들을 잃는다는 건 미래 를 잃는 일이지만, 지금 당장의 전 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다.
“그리고 오히려 젊은이들을 잃었 기에 더 급해질 수밖에 없는 거지. 총회는 일본을 착실하게 따라잡고
있네. 그럼 일본 역시 성장해야 하 네. 하지만……
“성장의 동력을 잃었다.”
“그렇지. 그러니 뒤로 가면 갈수 록 불리해질 걸세. 그런 상황에서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둘뿐이 지. 우리의 성장 동력을 끊어놓거나, 아직 앞서고 있을 때 승부를 보거 나.”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과격합니다. 저놈들은 나름 배두드 리면 잘살고 있는 놈들이 아닙니까? 단순히 한국에 뒤처질 수 있다는 이 유로 전면전에 돌입할 만큼 미친놈
들은 아닐 텐데요? 백 년 전이면 몰라도.”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위긴스와 방진훈은 고위직에 몸을 담았던 사람들이다. 지금 역시 총회 의 고위직이지만, 과거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방진훈과 위긴스는 고 여 있는 물에서 누리던 안정을 깬다 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원탁을 개혁해야 한다고 그렇게 목소리를 냈음에도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이중걸이 총회의 발전
을 저해하고 온갖 횡포를 부렸음에 도 총회는 이중걸을 쳐내려 하지 않 았다.
나이가 든 이들은 안정을 원할 수밖에 없고, 그런 이들을 젊은이들 이 밀어내고 대처하며 사회는 변화 해 간다. 하지만 무인계에서는 나이 든 이들이 젊은이들보다 강하고 더 많은 권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변 화가 잘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권력과 힘을 쥐고 있는 이들이 자신들이 사라졌을 때의 미 래를 대비해서 모험을 시도한다?
이건 아이러니였다.
“내 생각이네만, 놈들을 부추기는 자가 있을 걸세.”
“……누가 일본을?”
“뭐, 대충은 예상하고 있지 않나.” 대답은 방진훈이 아니라 이현수의 입에서 나왔다.
“차이 커창.”
“확실하지는 않지만.”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한다.
“달리 생각나는 자가 없군.”
이현수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차 이커창이 관련되었다면 쉽게 볼 일 이 아니었다.
‘개 같은 자식.’
동맹을 맺어놓고도 온갖 수작은 다 부리고 있다.
하기야 이쪽도 마찬가지니 비난할 일은 아니겠지만…… 감정적으로는 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강진호가 분위기를 일신했다.
“차이커창이 관련되어 일본을 부 추기고 있다는 것을 사실이라 본다 면, 앞으로 일본은 어찌 움직일 것 이라 보는가?”
“쳐들어올 겁니다.”
이현수가 대답했다.
“홍왕계의 입장에서 본다면, 일본
과 한국이 소모전을 벌여주는 쪽이 최선입니다. 차이커창이라면 반드시 그 상황을 노릴 겁니다.”
방진훈이 눈을 찌푸렸다.
“일본 놈들이라고 그걸 모르지는 않을 텐데, 순순히 뜻대로 움직여 준다고?”
“네. 그렇게 될 겁니다. 핸들링을 하는 이가 차이커창이니까요. 사실 그동안 총회가 차이커창의 마수에서 여러 번 벗어나서 그를 무시하는 경 향이 있을 뿐, 실제로 차이커창은 무서운 놈입니다. 총회가 차이커창 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던 건
회주님이라는 변수가 있었기 때문입 니다. 회주님이 없었거나, 다른 비슷 한 힘을 가진 회주가 총회를 이끌었 다면, 지금쯤 총회는 한 사람도 살 아남지 못했을 겁니다.”
방진훈이 눈을 찌푸렸다.
그가 기억하기로 이현수는 몇 번 이고 차이커창에게 카운터를 먹이고 그의 속을 뒤집어놨다. 그런 이현수 가 차이커창을 저리 높이 평가한다 면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전쟁은 확정이라 봐야 합니다.” 위긴스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 저희도 대책을 논의해
야……
강진호가 눈을 감았다.
그가 눈을 감고 소파에 몸을 기 대자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총회의 대책 이라는 것은 결국 강진호의 결정에 달려 있다. 그들은 강진호에게 제안 하고 그의 생각을 좀 더 완전하게 만드는 역할이지, 강진호를 이끌고 나아갈 수는 없다.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던 강진 호가 천천히 눈을 뜨고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담배를 꺼낸 강진호가 입에 물고
는 불을 붙였다.
찰칵.
새하얀 담배 연기가 허공을 수놓 았다.
“확정이라……
강진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 다.
“안 그래도 무슨 구실로 일본에 쳐들어가야 하나 고민이었는데, 고 민을 덜어주는군.”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일본으로 가 수령인가 뭔가의 모 가지를 따버리겠다는 강진호를 말리 느라 진땀을 빼지 않았던가. 이제는
진정이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속으 로는 계속 각을 보고 있던 모양이 다.
‘원한은 절대 잊지 않는다는 건 가?’
하기야 강진호는 그런 사람이니 까.
“전면전을 준비한다는 건, 지금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거로 군.”
“그렇습니다.”
“그런가?”
강진호가 모두를 둘러보고는 이를
드러냈다.
“대답해 봐. 지금까지 너희가 한 일은 너희가 가장 잘 알고 있겠지.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지?”
대답은 금세 나왔다.
바토르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쪽발이 새끼들이 전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건 역사적으로도 증명된 일이지. 달아올라 쳐들어왔 다가 개처럼 얻어맞고 항복문서에 서명하는 게 반복될 뿐이다.”
방진훈이 피식 웃었다.
“이번에는 항복문서 같은 건 없습 니다. 다 모가지 따버리죠.”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했다.
“제 쪽도 웬만큼은 준비됐습니다. 그리고 이번 전쟁에는 원탁도 지원 을 할 겁니다. 그럼 더 쉬워지겠죠.”
장민은 애초에 별다른 생각도 없 던 모양이다.
“마존께서 적을 멸하라 하시면, 교는 모든 것을 걸고 적을 죽일 뿐 입니다. 저희가 마존의 수족이 되겠 습니다.”
“좋군.”
강진호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어쩌면 일본에게도 기회가 있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저들은 한 가지
를 착각했다.
‘우리가 강해지고 있다고 생각은 했겠지.’
하지만 그 강해지는 속도조차 점 점 더 빨라졌다는 것도 알아야 했 다.
“이 현수.”
“예, 회주님.”
“어떻게 생각하지?”
“어……
이현수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전쟁이야 피할 수 없겠지만, 될 수 있으면 이번에는 방어전을 치르 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싸워야 합니
다.”
“ 이유는?”
다들 흥미롭게 이현수를 바라보았 다.
전략적인 해법…….
“그래야 일본에 있는 놈들의 사업 체를 상처없이 모조리 다 먹어 치울 수 있거든요. 그거만 할 수 있으면 한 이십 년 동안은 돈 걱정 안 해 도 될 겁니다.”
강진호가 멍하니 이현수를 바라보 았다.
“천잰데?”
그게 아니면 돈귀신이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