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6)
마존현세강림기-106화(106/2125)
마존현세강림기 5권 (6화)
2장 – 고민하다 (1)
“ 여보세요?”
조규민은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강진호의 목소리에 몸을 바짝 긴장시 켰다.
“예!”
낮게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아침에 들었던 강진호와는 전혀 다른 목소리.
하지만 조규민은의심을 품지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것이 강진호의 진짜 목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조규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밖으로 뛰 쳐나가 소리쳤다.
“성심 보육원에 대한 자료를 전부 조사해! 지금 당장!”
재경 비서실에 비상이 걸렸다.
부우우웅.
조규민은 차를 몰아 강진호가 있는 병원을 향해 달려갔다.
‘갑자기 왜 또 뜬금없이 보육원이야.’
왜 이런 일을 시키는 것인지는 모 르겠지만, ‘시키면 한다’는게 조규 민의 일이었다.
특히나 강진호가 제대로 조사를 해달라고 부탁을 한 만큼 짧은 시간 안에 모을 수 있는 정보는 모조리 모아가는 중이었다.
병원에 거의도착한 조규민은 전 화기를 들고 강진호에게 전화를 걸
었다.
“여보세요, 강진호씨? 지금 거의 다 왔습니다. 어디에 계십니까?”
– 정문에 있어요.
“그럼 제가 그쪽으로가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조규민은 정문으로 차를 몰았다. 정문 앞쪽으로 강진호가 서 있는 모 습이 눈에 들어온다.가까운 곳에 차를 대자 강진호가 그의 차를 알아 보고는 문을 열고 보조석에 올랐다.
“병원은 무슨 일이십니까?”
“조사 안 했습니까?”
“그 원장님 때문에 오신 겁니까?”
살짝의구심을가졌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집 쪽으로 모실까요?”
“자전거가지고 왔어요.가까운데서 이야기하죠.”
“예. 그럼 카페로 모시겠습니다.”
“조용한 곳 없나요?”
카페가 그리 시끄러운 곳은 아니니 둘만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이리라.
“그럼 차 안이라도 괜찮으십니까?”
“네.”
“알겠습니다.”
조규민은 차를 구석진 곳으로 몰 아갔다. 인적이 드믄 곳에다 차를 대고 이야기하면 될 것 같았다.
적당한 자리를 찾아 차를 대고 뒷 좌석에 비치되어 있는 재떨이를 꺼 내 컵홀더에 내려놓았다.
“ 피우시죠?”
“피우십시오. 저도 한 대 피워야 하니까요.”
오랫동안 황정후 회장을 모셔온 그의 눈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강진호가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조규민은 자신의 담배를 꺼내 내밀 었다. 강진호가 담배를 받아들고 입에 물자 불을 붙여준 조규민이 자 신도 담배를 한 대 물었다.
“갑자기 보육원은 왜 조사하라고 하신 겁니까?”
“원장님이 아프시더군요.”
“……그렇죠.”
“원장님이 돌아가시면 그 이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조규민이 머리를 긁적였다.
“강진호씨, 성심 보육원은 이혜 숙 수녀님이 운영을 하고 계시기는
하지만, 카톨릭 교구 소속이 아닙니다. 수녀님이 개인적으로 원장 자리를 맡고 계신 거지요.”
“예.”
“이대로 이혜숙 수녀님이 돌아가 시게 된다면 성심 보육원은 더 이상 관리자가 없습니다. 새로운 수녀님 이 파견되는 것이 아니라서 국가 소 속으로 관리되거나 다른 보육원에 흡수될 것입니다.”
강진호는 길게 담배 연기를 뿜어 냈다.
과거, 박유민이 고민했던 것도 바
로 그 점이었다.
“타 보육원에 홈수되면 아이들은 어떻게 됩니까?”
“아마 흩어지겠죠.”
“그건 안 됩니다.”
강진호의 어투는 확고했다.
성심에 있는 아이들은 그냥 고아들이 아니다. 하나같이 어딘가 불편 한 곳이 있는 아이들이다. 일반 보 육원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모이는 곳이 바로 성 심 보육원이다.
“그대로 인수해서 관리해 줄 사람은 없겠습니까?”
“……어렵습니다.”
조규민은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했다.
“기본적으로 운영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도 어렵지만, 성심 보육원은 감정 노동이 상당한 곳입니다. 일반 보육원도 제대로 된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힘든 마당에 운 영부터 장애가 있는 아이들을 돌보는 일까지 모두 해줄 사람을 찾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렇군요.”
강진호는 담배를 입에 물었다.
예상했던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답변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확인 하자 새삼 그동안 원장 수녀님이 얼 마나 고생을 하고 있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래 걸릴 이야기군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강진호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꼈다.
“재정적인 상황은 어떤가요?”
“어렵습니다.”
“흠…….”
“과거 재경이 지원을 하던 때에는 그나마 괜찮았습니다만, 최근에 아 이들의 나이 대가 올라가면서 재정
적인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원이 끊겼나요?”
조규민이 슬쩍 안경을 올렸다.
“재경은 자선단체가 아닙니다.”
“강진호씨가 관심을가지고 있 고, 친구분인 박유민 씨가 보육원 소속일 때는 그 모든 사항을 고려하 여 지원을 하였지만, 박유민 씨가 보육원 소속이 아닌데 무작정 계속 지원을 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재경은 현재 긴축재정을 유지하고 있어 서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있는 상황 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관계도 없는
보육원을 계속 지원하기는 힘듭니다. 재경보다 큰 기업도 인터넷 선 이나 깔고 노트북이나 몇 개 던져 주고 광고 찍으면서 생색이나 내는 판인데, 뭘 얼마나 더 지원할 거냐는 주주들의 항의도 있었구요.”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밀히 따지면 재경과 성심 보육 원은 아무 관계가 없었다. 기부와 사회 환원이라 한다면 칭찬 받을 일 이지, 하지 않는다고 비난 받을 일은 아니었다.
“만약 지원을 계속하게 된다고 해도 언제까지 지원을 할 것인가가 남
습니다. 지금 보육원에 있는 아이들 이 다 클 때까지라면 최소 십오 년 이상은 꾸준한 지원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조규민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성심이 새 아이들을 받지 않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강진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도의상으로는 계속적인 지원을 해야 하는게 맞겠지만, 기업이라는게 한 사람의 마음대로 굴러가는 곳 이 아닙니다.”
“이해했어요.”
그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그보다…… 믿을 만한 병원을 수 소문하고 싶은데요.”
“병원 말입니까?”
“예. 암환자가 있을 만한 곳으로, 제일 좋은 곳으로 알아봐 주세요.”
“그런 거라면 재경 병원으로 옮기 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어설픈 병원으로가는 것에 비하면 비할 수 없 이 많은 혜택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VIP 대우는 확실할 테니까요.”
“암 전문 병원은 없나요?”
조규민은 한숨을 쉬었다.
“위암 4기라는 것은 현대의학으로는 극복이 불가능한 단계입니다. 치료를 시도하려면 아직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은 신약들을 임상 투여 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만, 손을 써서 그런 곳으로 간다고 해도 치료 될 확률은 적고 고통만 받으실 확률 이 높습니다.”
“그렇군요.”
강진호도 딱히 그런 부분에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 부분은 알겠습니다. 그러니 일단은 병원에 대한 것만 알아봐 주
세요.”
“예. 그건 빨리 확인하고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재단 병원이 여기에 서 멀지 않은 곳에 한 곳 있을 겁니다.”
“ 예.”
“그럼 더 필요하신 건?”
“보육원을 밑아줄 사람이 필요해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아뇨. 운영이 아니라 당장 애들을 봐줄 사람이 필요하다구요. 지금 유민이 혼자 보고 있는데, 전에 있던 사람들도 원장님이 쓰러지면서
다 나가 버린 모양이에요.”
“음, 월급을 받고 교대로 출퇴근을 해줄 사람이라면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우선 이쪽부터 부탁드릴게요. 월 급 쪽은 제 쪽에서 지급할 테니, 사람만 구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조규민이 자료를 담은 USB를 강진호에게 건넸다.
“일단 말씀하신 자료들입니다. 딱 히 필요할까 싶었지만, 일단 담아왔 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진호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차에서 내렸다.
“그럼.”
“예. 연락 주십시오.”
조규민이 멀리 차를 몰아가자 강진호는 한숨을 쉬고는 금동이를 대 놓은 곳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콰콰콰콰!
금동이를 몰고가는 강진호의 머 릿속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왜 이리 갑갑한 기분이 들지?’
휴가를 나온 기분 좋은 날이건만,
첫날부터 영 기분이 찝찝하다. 강진호는 답답한 마음을 풀고자 페달을 밟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기분 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으아아아! 저게 뭐야!”
60으로 달리고 있는 자신의 차를 앞서 나간 자전거를 본 사람들이 혼 비백산했다.
“브, 블랙박스 확인 좀 해봐야겠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수많은 사람들을 기겁하게 만든 강진호지만, 역설적으로 자전거의 속도가 너무 빨랐기에 자신의 뒤에 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전
혀 알지 못했다.
한참을 속도를 내던 강진호는 집 근처에 와서야 속도를 줄이며 천천 히 페달링을 했다.
‘혼자서 답이 나올 문제가 아냐.’
강진호가 미간을 좁혔다.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벌써 해결을 했겠지만, 세상에는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 너무 많았다.
‘무력하군.’
강진호는 집에도착하자 금동이를 들어 차고에 집어넣었다. 밖으로 나 오는 발걸음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서쪽 하늘로 노을이 지고 있었다.
해가 지는 모습은 이곳이나 중원 이나 다를 것이 없는데, 이곳에서 그는 과거 중원에서의 힘을 십분지 일도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단순한 무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중원에서 그가가진 입지는 이곳 과 비할 바가 아니었다. 말 한마디 로 세상을 뒤흔들 수 있는 강진호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무력함을 느끼고 있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따지고 보면 지금까지 그가 해결 한 문제들도 재경이라는 뒷배가 없
었더라면 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폭력을 이용하여 개인적인 화를 풀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사회적인 압 력을 행사하여 몰락시키는 것은 그 에게는 불가능했다.
그리고 강진호는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폭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다. 고도로 체계화된 사회일수록 개인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는 법이다.
강진호는 집에 들어가지 않고 하 릴없이 먼 곳을 응시했다.
그의 목표는 평범하게 사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야 명확하게 알 수 있 었다.
평범하게 산다는 것은 그저 내리는 비를 감내하며 사는 것이다. 부 당한 압력에 굴복하여 운명에 저항 하지 않고 흐르는 피를 그저 당연히 주어진 시련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가 그러한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국가나 기업과 같은 거대한 힘들 이 그의가족을 억압한다고 해도 평 범하게 살기 위해서 고개를 숙이고
업드릴 수 있을 것인가?
‘편할 대로 생각하는군.’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하면서 조금이라도 숙여야 할 때가 되면 힘을 갈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 그 러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강진호가 천성적으로 패도(題道)를 추구하는 인간이기 때문일까?
지금은 그 답을 찾을 수 없지만, 강진호는 한가지 답만은 알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
그에게도, 세상에게도 커다란 변 화가 될 결심이 지금 이곳에서 시작
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