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61)
마존현세강림기-1062화(1060/2125)
마존현세강림기 43권 (18화)
4장 수정하다 (3)
부우우우웅.
석동수는 심기가 영 불편했다.
‘웃기지도 않은 일이지.’
석동수는 권력이란 무엇인가를 생 각했다.
권력.
세상에는 수많은 힘이 있다. 하지
만 그중 가장 중점이 되는 힘은 단 세 가지다.
권력, 폭력, 재력.
사회가 발전하기 전에는 폭력이 모든 힘 중 가장 우월하다. 정비되 지 않은 시스템은 폭력 앞에 무력하 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사회가 시스템을 갖춰 나 가기 시작하면 권력은 그 폭력을 억 누르기 시작한다.
폭력이 권력에 종속되는 순간, 권 력은 그 무엇보다 우월한 힘을 발휘 한다. 그리고 거기서 더 나아가는 순간, 재력이 권력을 잡아채고 만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과도기에 있 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인들이 자식에게 바라는 건 판검사가 되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저런 구질 구질한 조건 없이 시험 한 번으로 권력의 상층부에 고개를 내밀 수 있 는 직업이 판검사였기 때문이다.
권력을 가진다는 것이 성공을 의 미하는 세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지금 부모가 자식에게 바라는 것 은 판검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물
질적으로 성공하는 것. 대한민국이 라는 사회에서 성공한다는 것의 의 미가 권력에서 재력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석동수는 여전히 권력만 이 가지는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재력으로도 세상의 모든 것을 좌 우할 수 있을지 모른다. 사람을 굴 복하게 만드는 일도, 평범한 이들은 누릴 수 없는 일을 누리는 것도 돈 이면 모두 가능하다.
예전에는 권력만이 쟁취할 수 있 다고 여겨지던 명예조차도 이제는 재력에 그 자리를 빼앗기고 있지 않
은가.
하지만 단 하나.
단 하나만큼은 여전히 재력이 권 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바로 비밀에 접근하는 힘.
석동수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세상은 수많은 비밀로 가득하다.
그리고 사람들은 비밀이 존재한다 는 것을 알면서도 차마 그 비밀을 파헤쳐 볼 생각을 하지 못한다.
생각해 보라.
케네디 암살에 대한 조사 보고서 는 왜 아직 세상에 공개되지 않고
있는가. 파티마의 예언이 무엇인지 아는 이가 세상에 몇이나 있겠는가.
수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비밀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런 비밀들 은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는다. 이건 재력으로도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이 다.
오직 권력.
세상이 인정하는 권력을 가진 소 수만이 비밀의 심층에 접근할 수 있 다.
그러니 석동수가 권력에 집착하는 것 아니겠는가. 타인이 접근할 수 없는 비밀에 다가설 때, 석동수는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쾌감 을 얻는다.
다만…….
비밀이라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할 때도 있다.
‘무인계라……
한국 무도 총회.
어디 사이비 무술인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 같은 이름이 아닌가.
‘이름은 차라리 낫지.’
그 이름에 숨겨진 진실은 그 투 박한 이름을 애교로 만들어 버린다. 처음 그들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
을 때, 석동수는 말하는 이가 자신 을 놀린다고 생각했다.
농이 들어왔으니 당연히 농으로 맞받아쳤건만, 돌아오는 건 정색이 었다.
석동수는 그제야 이 모든 것이 농담이 아니라 세상에 숨겨져 있는 비밀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 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불쾌하다.
더없이 불쾌하다.
세상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는 것은 석동수에게는 대체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이 비밀은 석 동수를 즐겁게 만들기는커녕 불쾌하 게 만들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법이 미치지 않아?”
석동수가 헛웃음을 흘렸다.
21세기 대한민국에 법이 미치지 않는 구석이 있을 리가 있나. 이게 무슨 군사정권 시절도 아니고, 그만 한 이들에게 법을 적용할 수 없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
더욱 석동수를 어이없게 만드는 건, 그 무인계라는 곳이 한국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일본, 중국은 물론이고, 심지어 유럽과 미국까지 무인계가 존재한 다.
‘대체 왜 그런 놈들을 좌시하는 거지?’
석동수가 안다면 다른 국가의 주 요 인사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
‘중국이 그 사실을 좌시한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군.’
중국은 완전한 통제를 꿈꾸는 국 가다. 다른 나라라면 몰라도 중국은 자신들의 통제를 벗어나는 세력을 용납할 리가 없다. 그런데 왜 그들
을 좌시한단 말인가.
석동수가 눈을 감고 차 시트에 등을 기댔다. 조금 전 나눈 대화가 머릿속에서 흘러나온다.
“자네, 범죄 조직들이 왜 사라지 지 않는 줄 아는가? 범죄 조직 말 이야. 범죄자 말고. 국가가 마음만 먹으면 일거에 소탕해 버릴 수 있는 범죄 조직들을 왜 경찰이 내버려 두 고 있겠는가. 몇 번이고 해본 거지. 몇 번이고 소탕해 봤네. 하지만 그 러고 나면 새로운 범죄 조직이 생겨 나지. 사라지지 않는단 말일세.”
석동수가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 다.
사라지지 않는다고 내버려 둘 거 라면, 청소는 뭐 하러 하는가.
어차피 쓰레기는 또 생겨나고, 먼 지는 계속 쌓이는 법인데.
한 번의 열정으로 모든 것을 정 리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닐세. 저들 은 범죄 조직처럼 간단하게 해결해 버릴 수 있는 이들이 아니니까. 하
지만 설사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손 대서는 안 되는 이들일세. 전 세계 의 강대국들이 설마 힘이 없어서 저 들을 좌시하고 있겠는가. 무인계가 사라진 국가는 결국 또 다른 범죄에 노출되기 마련이네. 타국의 무인들 은 자국의 무인들처럼 국가를 생각 해 주지 않아.”
석동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 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치밀 어 올랐다.
“그러니 이번 협상은 잘 마무리 짓도록 하게. 위에서도 그걸 바라고 있으니까.”
‘한심한 노릇이지.’
나라를 이끌어간다는 사람들이 저 런 빤한 소리를 해 대다니.
석동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멀었나?”
“거의 도착했습니다, 장관님.”
“ 흐음.”
석동수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는 눈을 했다.
‘생각보다 무서운 놈들인 건 확실
해.’
총회라는 곳의 존재를 알게 되자 마자 여기저기서 그에게 접촉해 오 는 이들이 있었다.
‘그 많은 놈들에게 약을 쳐놨다는 말이지?’
한 번 보자고 하는 이들 중에서 는 평소의 석동수가 감히 상대할 수 없는 거물들도 있었다. 그런 이들에 게까지 총회라는 곳의 약이 풀어져 있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명함도 못 내밀겠군.’ 정치인들에게 약이 풀리는 것은 혼한 일이다.
잘나가는 언론, 대한민국 굴지의 기업, 그리고 그런 것과는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시민 단체들까지.
이권과 관련된 이들은 언제나 권 력에 줄을 대려 한다. 권력은 재력 자체를 만들어주지는 못하지만, 돈 이 나올 구석을 독식하게 해줄 수는 있으니까.
약을 먹은 놈들과 아닌 놈들을 구분하는 것은 아주 간단하다.
어떤 특정한 정책이 어떤 기업과 관련이 있을 때, 딱히 친하지도 않 은 것들이 슬금슬금 연락을 해온다. 그런 부류들은 모조리 그 기업이 푼
약을 먹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대기업보다 더 많은 놈들 이 연락을 해왔단 말이지.’
웃기지도 않는 일이다.
법에서 반쯤 벗어나 있다는 무뢰 배 놈들이 대기업보다 더 많은 약을 풀 수 있을 만큼의 경제력도 갖췄다 는 뜻이니까. 그런데 그 바퀴벌레 같은 놈들이 거기에서 만족하지 못 하고 밝은 세상으로 나오겠답시고 그와 협상을 하려 들고 있다.
‘어디 한 번 어떤 낯짝을 들이미 는지 봐야겠어.’
석동수는 절대 이번 협상을 좋게
진행할 생각이 없었다. 인정할 건 인정하는 한이 있어도, 저들이 원하 는 대로 따라주지는 않을 것이다.
“도착했습니다, 장관님.”
“흐 w 丁그•
석동수가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고풍스럽군.’
교외에 있는 요정이다.
때때로 겉으로 드러나면 안 되는 이들을 만나야 할 때 두어 번 들른 곳이지만, 만나는 사람이 달라지다 보니 똑같은 건물도 달라 보였다.
쏴아아아.
그리고 비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 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영 불길하다고 해야 할까?
더위가 가시는 찰나에 쏟아지는 비는 환영받지 못하는 법이다.
저들처럼.
보조석에 타고 있던 보좌관이 급 히 차에서 내리더니, 우산을 펼쳐 들고 문을 열었다. 석동수가 눈을 찌푸리며 차에서 내렸다. 안으로 들 어가는 길목에는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
놀고먹기 위한 방문이라면 호들갑 을 떠는 이들이 몇몇은 보일 법하지
만, 일과 관련된 일이니만큼 알아서 눈을 피해주는 것이다.
“어디?”
“동백실입니다. 이쪽으로.”
보좌관이 반걸음 앞서 나갔다. 석 동수는 이런저런 말 없이 보좌관이 안내하는 길을 따랐다.
고풍스러운 기와 전각들을 지나고 나자, 뚝 떨어져 있는 별채가 보인 다.
‘ 별채라……
석동수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 다.
저 별채는 석동수도 한 번밖에는
들른 적이 없다. 과거, 당대표와의 회동이 있었을 때, 당대표의 예약으 로 들른 별채. 한 국가의 장관이라 는 드높은 지위에 있는 석동수조차 쉽사리 예약을 잡을 수 없는 곳이었 다.
그런데 이 무뢰배 놈들이 별채에 예약을 잡았다?
“흥!”
절로 코웃음이 흘러나왔다.
한 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싶더 니, 이제는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거슬리기 시작했다.
“이쪽입니다, 장관님.”
석동수가 대답 없이 안으로 향했 다. 보좌관이 우산을 접고는 헐레벌 떡 따라오는 기색이 느껴진다.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지배인이 석동수를 보고는 구십 도로 허리를 굽혔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손님, 손님이라…….
자신이 석동수라는 걸 모를 리가 없다. 이미 몇 번 안면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를 장관님이라 부르지 않 는다.
‘짜증 날 정도로 철저한 서비스로 군.’
자신은 이곳에 석동수가 온 걸 보지 못했다는 의미다. 사소해 보이 지만, 이런 서비스 하나하나가 이 요정이 말도 안 될 정도의 가격을 받아 처먹는 걸 용인하게 만들어주 는 부분이겠지.
“기다리고 계십니다.”
지배인이 부드러운 미소로 안쪽을 가리켰다. 석동수는 불쾌한 감정을 억누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짜증 난 다고 짜증을 낼 수 있는 사람은 보 좌관까지 다.
이 지배인이 업계의 어두운 면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
들 장관이라는 신분으로 기분을 있 는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다.
그 모든 것이 언젠가는 약점이 되어 그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으니 까.
안내를 받아 가장 깊은 내실까지 들어가자, 지배인이 문을 두드렸다.
“약속한 분이 오셨습니다.”
“모셔주세요.”
지배인이 가만히 문을 열었다.
석동수는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한 번 핥고는 거침없이 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단아하지만 또한 고급스러워 보이
는 실내에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장관님.”
사내가 깊이 고개를 숙인다.
고개를 다시 든 사내가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한국 무도 총회의 이현수 실장입 니다.”
석동수가 두말없이 손을 내밀었 다.
“석동수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가볍게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이 큰 상을 두고 마주 앉았다. 뒤쪽으 로 보좌관이 시립흐}자, 석동수가 가
만히 고개를 들여 이현수를 바라보 았다.
낮은 그의 시선이 이현수를 샅샅 이 훑었다.
“그래.”
석동수가 직구를 던졌다.
“용건은?”
석동수의 느닷없는 직구에 이현수 가 마른침을 삼켰다.
‘쉽진 않겠군.’
저 차가운 눈빛에서 적의가 느껴 진다. 장관이 그리 기꺼운 마음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이현수 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