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62)
마존현세강림기-1063화(1061/2125)
마존현세강림기 43권 (19화)
4장 수정하다 (4)
“아직 상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너 무 급하신 것 같습니다.”
부드럽게 돌려 말했지만, 돌아오 는 대답은 영 딱딱하기만 했다.
“그건 자네가 아니라 내가 결정하 는 일이겠지.”
이현수가 내심 한숨을 내쉬었다.
‘꼰대는 이래서 상대하기가 귀찮 다니까.’
최근 총회에서만 일을 하다 보니, 이런 타입에 대한 면역이 사라진 모 양이다. 가슴이 돌덩이를 얹은 듯 무거워지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기분과는 별개로 이 현수는 이런 타입을 상대하는 데 꽤 나 익숙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 이, 일반적으로 무인들은 석동수와 그리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권위적이고, 자신보다 못하다고 여겨지는 상대는 무시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김석일이 딱 이런 타입이지 않았던가.
‘아니지.’
김석일에 비한다면 눈앞의 상대는 애송이나 다름없다. 그만한 구렁이 는 일부러 찾으려고 해도 찾기 힘든 법이니까.
아마 지금 석동수는 꽤나 큰 굴 욕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원치 않는 상대와의 협상 자리에 강제로 끌려나온 것도 자존심이 상 하는 일인데, 협상을 하겠다고 나온 놈이 회주도 아니고, 어려 보이는 젊은 놈이니 얼마나 짜증이 나겠는
가.
이해는 한다.
하지만 이해한다고 해서 주도권을 내줄 수는 없었다.
“장관님.”
이현수가 빙그레 웃었다.
“협상할 게 많습니다. 목을 축일 술 한잔 들어오고 나서 대화를 이어 간다 해서 시간을 많이 뺏기시지는 않을 겁니다.”
석동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 다.
그 미간에서 분노가 느껴졌다.
새파란 놈이 말대꾸를 해 대니
짜증이 날 만도 했다.
‘듣던 대로의 인격자는 절대 아니 고……
당연히 그렇겠지.
이현수는 정치인이라는 이들은 절 대 믿지 않는다.
물론 닳고 닳은 선출직에 비한다 면 임명직은 아직 사람 같은 구석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독 없는 뱀 일 뿐, 뱀은 뱀이다.
세상은 석동수를 인격자라고 평가 하지만, 평가는 그저 평가일 뿐이다. 장관이라는 자리에 오를 정도로 실 적을 내고,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
호인일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결국 이 사람도 끊임없이 사람을 밟아대야 올라갈 수 있는, 대한민국 이란 정글의 생존자일 뿐이다.
석동수가 막 뭔가를 말하려는 찰 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신경질적인 대답이 나오기가 무섭 게 문이 활짝 열리며 새 상이 들어 온다. 미리 놓여 있던 상이 치워지 고, 상다리가 부러질 것처럼 진수성 찬이 차려진 새 상이 그들의 앞에 놓였다.
“그럼 좋은 시간 되시기를.”
지배인이 나가고 나자 이현수가 술 주전자를 들었다.
“장관님께 한잔 따를 수 있는 영 광을 주시겠습니까?”
“흐음.”
석동수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는 얼굴을 했지만, 미묘하게 올라가 는 입꼬리는 완벽하게 감추지 못했 다.
이현수가 내심 미소를 지으며 술 을 따랐다.
그는 이런 타입에 익숙하다.
독재자는 왜 독재자가 되는가.
권력자는 왜 간신을 주변에서 내 치지 못하는가.
그들이 멍청해서?
그럴 리가.
애초에 멍청한 인간은 권력자가 되지 못하고, 독재자도 되지 못한다. 그들은 누구보다 뛰어난 인간들이 다. 그렇게 뛰어난 사람도 아부를 늘어놓는 간신을 주변에서 배제하지 는 못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부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권력이 강해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권력이란 측정할 수가 없다. 수치 로 측정할 수 있는 돈이나 폭력과는 다르게, 권력이라는 것은 관계에서 나온다. 오로지 타인이 자신을 얼마 나 우대하고 두려워하는가에서만 권 력을 느낄 수 있다.
아부라는 것은 결국 권력자에게 자신이 가진 권력의 강대함을 느끼 게 해주는 매개체나 다름없다. 그러 니 권력에 취한 이들은 절대 아부하 는 이들을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한 다. 자신의 권력을 느끼게 해줄 이 가 필요하니까.
역사적으로도 수많은 권력자들이
자신의 주변에서 간신을 밀어내지 못했다.
생각해 보라.
강대하기 짝이 없는 권력을 가진 이들이 권력의 지표를 배제하고 자 신의 욕망을 억누르는 게 어디 쉽겠 는가.
돈만 조금 벌어도 자랑하고 싶고, 시험에서 백 점만 맞아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고 싶은 게 인간의 본성 이다.
그런데 그런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달콤한 권력을 손에 쥐고도 권력이 없는 것처럼 굴라니,
그만큼 잔혹한 말이 어디에 있는가.
그렇기에 권력을 쥔 자들은 절대 아부하는 자들을 내치지 못한다. 경 고하고 아닌 척할 수는 있어도 결국 에는 아부하는 자를 곁에 두려고 하 기 마련이다.
‘아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겠지.’
총회니 뭐니 하는 것들이라고는 해도, 결국 너희도 내 앞에서는 별 것 아니구나.
석동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지 빤히 보인다. 지금은 그 기분을 즐기게 해두는 쪽이 낫다.
석동수의 잔이 가득 차자, 석동수
가 이현수의 잔에도 술을 채워주었 다.
“한잔하지.”
“ 예.”
술을 비우자마자 이현수가 바로 석동수의 잔에 술을 다시 채웠다.
그러고는 가만히 입을 열었다.
“이런 먼 곳에 모시게 된 점, 죄 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 도 서울에서는 부담스러운 일이 라……
“됐네. 내가 허락한 일이니.”
“예, 장관님.”
“그보다……
석동수가 술잔을 가볍게 두드리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그 총회라는 곳을 대표해 서 나왔다고?”
“예.”
“총회에는 사람이 없는가?”
이현수가 미소를 지었다.
묻는다면 있는 그대로 대답해 주 는 게 도리겠지.
“그 점에 있어서는 죄송스럽게 생 각하고 있습니다. 저도 제가 장관님 과 협상을 한다는 게 그리 격에 맞 는 일이 아니라는 것은 자각하고 있 습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는 걸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정?”
“예. 이곳에 나올 만한 나이와 지 위를 가지셨던 분들이 총회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없어? 왜?”
이현수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바 로 대답했다.
“다 죽었습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이현수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 다.
“이쪽에서는 흔한 일입니다. 바깥
세상처럼 권력 다툼이 실각으로 끝 나지 않는 게 이쪽의 사정이라서 말 입니다. 조금 일찍 이런 회담이 이 뤄졌다면 저희 쪽에서도 연륜과 지 위를 갖춘 분이 나올 수 있었을 텐 데, 안타깝게도 그런 분이 지금은 한 분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죄송 하게 됐습니다.”
석동수는 이현수의 말투가 조금 달라졌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 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에 ‘당혹’ 이라는 감정이 떠오르고 있다는 것 역시 알지 못하고 있었다.
“크홈, 그런가?”
“예. 이런 말씀을 앞에서 드리는 것도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만, 장관님께서 물어보시는 것을 대 답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 했습니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무례랄 게 뭐가 있겠나.”
석동수의 말투가 조금 부드러워졌 다.
‘그래, 고민해라.’
이현수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석 동수를 바라보았다.
지금 그는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이 가진 권력이 총회에 어디까 지 통용되는지, 그리고 과연 자신이
가진 권력이 총회를 상대로 자신의 ‘안전’을 확보해 줄 수 있는지 말이 다.
총회가 어떤 곳인지는 충분히 들 었을 테니까.
그때 였다.
석동수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 다. 석동수가 미간을 찌푸리며 전화 를 확인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실례하지.”
“예, 장관님.”
보좌관과 함께 석동수가 밖으로 나간다.
이현수는 가만히 석동수가 돌아오
기를 기다렸다. 조금 초조해질 만큼 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석동수가 돌 아왔다.
“크흠.”
무안한 듯 헛기침을 한 석동수가 자리에 앉으며 바로 입을 열었다.
“그래, 총회를 법인화하고 싶다 고?”
“그렇습니다.”
이현수가 공손한 자세로 대답했 다. 주도권은 중요하지만, 결국 이건 협상이다. 상대를 짓누르는 게 꼭 능사는 아니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석동수가 술 주전자를 들고 이현 수의 잔에 술을 채웠다.
“이미 잘 먹고 잘살고 있는 것 아 닌가. 법인화를 해서 양지로 나오게 되면 귀찮은 일이 생길 텐데?”
법인화를 하지 않으면 모를까, 법 인화를 해서 세상에 나오게 되면 지 금처럼 편의를 봐줄 일은 없다는 뜻 이었다.
“양지로 나오면 좋은 것 아니겠습 니까?”
“좋은 일이지. 그래, 좋은 일이 야.”
석동수가 미소를 지었다.
“이보게.”
“예.”
“어차피 이런 자리니 가식은 서로 배제하고 이야기하지. 나는 빠르고 깔끔한 것을 선호하니까.”
“저 역시 그쪽을 선호합니다.”
“사실 우리는 딱히 반대할 필요가 없지. 자네들이 보내준 자료에 따르 면, 자네들 가진 돈이 어마어마하더 군. 깜짝 놀랐어.”
“미미할 뿐입니다.”
“자네들이 미미하다면, 5대그룹 빼고는 다 나가 죽어야지.”
“하하.”
이현수가 낮은 웃음으로 석동수의 말을 얼버무렸다.
너무 과도한 겸손은 되레 비례인 법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대답을 하지 않는 쪽이 낫다.
“그만한 이들이 양지로 나오겠다 는 말은 이제부터 세금을 내겠다는 뜻이 아닌가. 그만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면, 맨발로 뛰쳐나가서라도 환영해야겠지.”
“하하, 감사합니다.”
“그런데 말일세.”
“••••••예?”
석동수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단 말이 야. 자네들이 사업체랍시고 내놓은 것을 보면 하나같이 출처가 구려. 그렇지?”
“그런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 관님을 찾아뵌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현수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음지에서 살았지만 이제는 양지 를 지향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떳떳 하게 살지 못했기에 이제라도 떳떳 하고자 합니다.”
“반쯤 발을 걸치고?”
“……무슨 말씀이신지?”
“한국 무도 총회라는 곳, 아주 재
미있는 곳이더구만. 구린내가 너무 지독해서 숨을 못 쉴 정도야.”
이현수는 대답 없이 빙그레 미소 를 지었다.
“뭐, 좋아. 시대의 어둠이라고 해 두지. 듣자하니 그 무인계라는 곳이 한국에만 존재하는 곳은 아니라니 까. 하지만 듣자하니 좀 우습더군.”
“어떤 부분이 말입니까?”
“사람을 가지고 놀려는 부분이.” 석동수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자네들이 하는 말을 가만히 들어 보면, 지금까지 법망을 피해가며 저 지르던 일은 그대로 저지르면서 가
지고 있는 돈만 깔끔하게 세탁해서 양지로 끌어내고 싶은 모양이던 데……
“조금 오해가……
“그게 아주 자주 보던 수법이지. 조폭 새끼들이 돈세탁을 한답시고 하는 짓이란 말이지. 뒤로는 온갖 짓거리를 하는 놈들이 겉으로는 멀 쩡한 사업체 하나 차려서 ‘나는 회 장이요, 나는 사장이요’ 이런 짓거 리를 해 대지. 아는가?”
이현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적의는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석 동수의 목소리에서 치기가 느껴진다
는 점이다.
“나더러 그런 걸 용인하라고?”
석동수의 목소리가 점점 더 고조 되어 간다.
‘이거, 조금 골치 아파지는데.’
닳고 닳은 노회한 정치인을 상대 하는 건 차라리 쉬울 수 있다.
노회한 정치인들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다. 그저 자신이 엮인 일에서 얼마 나 큰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고심할 뿐이다.
생각한 것 이상을 뜯기는 경우는 있지만,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결과를 다르게 만드는 자는 이상 론자였다.
그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을 위해서는 이익을 배반한다.
‘장관쯤 되는 사람이 이런 순진한 소리를 하다니.’
이건 조금 계산과 달랐다. 아니, 그의 계산과는 크게 달랐다.
‘왜?’
이현수는 작은 위화감을 느꼈다.
‘장관쯤 되는 이가 신념을 가진다 고?’
듣기에는 훌륭한 일이다. 하지만 이현수는 이 상황이 절대 그런 훈훈
한 경우가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이현수의 머리가 맹렬하게 회전하 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