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72)
마존현세강림기-1073화(1071/2125)
마존현세강림기 44권 (4화)
1장 찾아내다 (4)
“그런 사람 아닙니다.”
조규민이 살짝 긴장한 눈으로 황 정후를 바라보았다. 전화를 받고 있 는 황정후가 평소와는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총리의 전화라니……
물론 황정후가 총리와 전화를 하
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재계의 사자.
총리가 아니라 대통령이 따로 연 락을 한다고 해도 딱히 놀랄 것이 없는 사람이 황정후 아닌가.
조규민이 긴장하는 이유는 황정후 가 총리의 전화를 받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황정후가 총리의 전화를 받는 이유가 다름 아닌 강진호에 대 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믿어도 되겠습니까?]“어느 부분에서 걱정을 하는 건지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강진 호라는 사람은 결코 그런 사람이 아
닙니다. 총리님께서 걱정하시는 일 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마음 편히 먹으시지요.”
[그게 참 말은 쉽습니다만, 저도 입장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라…….]“이해합니다.”
황정후가 고소를 머금었다.
“전화 주신 이유, 잘 알 것 같습 니다. 제가 따로 강진호를 한 번 만 나보죠.”
[감사합니다, 회장님. 이게 참 염 치가 없어서…….]“다만 한 가지는 유념해 주십시 오.”
[예. 말씀해 주십시오.]“이래야 하는 이유는 이해합니다. 하지만 강진호라는 사람은 제게도 아직 불편하고 조심스러운 사람입니 다. 그 이유는 아시겠지요?”
[물론입니다.]“그쪽에서는 정권에서 자신의 과 거 행적을 조사하고 제게 연락을 했 다는 사실을 반기지 않을 겁니다. 사실 그걸 누가 좋게 생각할 수 있 겠습니까?”
[아, 그 부분은…….]“예, 이해합니다.”
황정후가 빙그레 웃고는 말을 이
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는 게 있 습니다. 총리님 입장에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겠지요. 하지만 강진호는 그런 식으로 상대해야 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고무공 같은 사람입 니다.”
[고무공이요?]“예. 고무공이죠. 가만히 놔두면 움직이지 않고, 움직여 봐야 기껏 불어오는 바람에 따라 굴러다닐 뿐 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힘 을 주어 누르려고 하면, 그 이상의 힘으로 튀어 오르죠.”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강진호가 걱정되신다면, 그를 그 냥 내버려 두십시오. 그럼 아무 일 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그럼 꼭 부탁 드리겠습니다.]“걱정 마십시오.”
황정후가 전화를 끊고는 고소를 머금었다.
“쯧쯧, 사람하고는.”
조규민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정부가 강진호 씨를 견제하기 시 작한 겁니까?”
“그런 모양이다.”
황정후가 손을 뻗어 담배를 쥐고 는 한 개비 꺼내 입에 물었다. 조규 민이 재빨리 라이터를 꺼내 황정후 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었다.
“ 후우우우.”
깊게 연기를 뿜어낸 황정후가 미 묘한 표정으로 소파에 등을 기댔다.
“늦든 빠르든 결국에는 시작될 일 이었지.”
“그렇습니다.”
총회는 날이 갈수록 그 활동 영 역을 넓히고 있다. 강진호가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의도와는 상관없 이 총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영향력
을 확대하는 중이다.
영남회와 총회가 통합되면서 한국 의 무인계가 일통되었고, 이제는 내 부 정비 과정을 거의 마무리 지은 단계다.
정비가 끝나면 남은 것은 팽창밖 에 없다. 그리고 총회가 팽창하면 필연적으로 권력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일은 총회와 정계가 충돌한 일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렵겠지 만…….
‘도화선이 될지도 모르지.’
원래 거대한 사건은 사소한 트러
블에서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괜찮겠습니까?”
“ 뭘?”
“정권이 진심으로 견제하기 시작 한다면, 총회도 버텨내기 어려울 텐 데요.”
“그렇게까지 멍청하지는 않아.”
황정후가 피식 웃었다.
“정치라는 건 그런 거야. 명확한 게 없지. 밖에서 보기에는 너무도 간단해 보이는 문제를 가지고 대한 민국에서 제일 잘났다는 놈들이 모 여서 몇 년씩 끙끙 앓아대지. 이유 가 뭔지 아나?”
“잘 모르겠습니다.”
“한 번 시행해 버린 일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야.”
“ Q.”
..•
“아니면 말고가 통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지. 총회도 마찬가지야. 총회 의 존재를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어 떻게든 총회의 영향력을 줄여야 한 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어설프게 건드렸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그만큼이나 총회는 미지수지.”
황정후가 고소를 머금었다.
굳이 조규민에게는 말할 필요가 없지만, 정권이 총회를 건드리기가
애매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총회는 이미 정권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이 한국으로 침략을 감행했을 때, 군과 총회가 협력한 것이 그 좋 은 예이다.
‘이중걸이었던가?’
총회의 전임 회주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아주 오랜 시간 동 안 결코 서두르지 않으며 느긋하게 총회를 세상과 엮어냈다. 스며드는 것조차 느끼지 못할 속도로 말이다.
덕분에 지금에 와서는 한국과 총 회를 완전히 분리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
한 곳에서 자라난 암 덩어리는 아무리 커도 절제해 버리면 그만이 지만, 전신으로 전이된 암은 손쓸 방법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총 회를 완전히 배격하기 위해서 어디 부터 손을 대야 할지 황정후조차 감 을 잡을 수 없다.
“골치가 아프겠지.”
황정후가 나직하게 웃었다.
내부적 사정도 여의치 않지만, 외 부적 사정을 고려하면 더욱 복잡해 진다.
“영국에 갔던 일이 잘된 모양이
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최상의 결 과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최상이라……
황정후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영국 정부가 직접 연락을 해온 이상, 총회를 상대하는 것에 부담이 몇 배는 더 증가되었을 것이다.
“진퇴양난이군.”
총리의 입장을 생각하니, 황정후 가 다 속이 갑갑해지는 느낌이다. 몸 안에 커다란 암세포가 자라고 있 는데, 그 암세포를 떼어내면 자신도 죽는다.
이때, 할 수 있는 건 적당히 항암 제를 사용하면서 암세포가 더 커지 지 않기를 바라는 것뿐이다. 총리가 지금 총회를 적당히 견제하면서 그 들이 손을 더 뻗어오지 않기를 바라 는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 보면 참 쓸데없는 고민 아닙니까?”
“ 으응?”
황정후가 고개를 들어 조규민을 바라보았다.
“강진호 씨는 정계에 관심이 전혀 없을 텐데 말입니다. 굳이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그쪽을 건드릴 생
각은 없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느냐?”
조규민이 고개를 들었다.
황정후의 말에서 다른 느낌을 받 았기 때문이다.
“회장님께서는 다르게 생각하십니 까?”
“다르게 생각한다기보다는……
황정후가 쿡쿡 웃었다.
“그게 자기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서 말이야.”
“예?”
황정후가 어깨를 으쓱했다.
“내가 그 녀석을 재계로 끌어들이
기 위해서 얼마나 사탕발림을 했는 지 기억하느냐?”
“ 그야••••••
당연히 기억한다.
어떤 의미로 본다면 꽤나 필사적 인 과정이었다. 하지만 강진호는 단 호하게 황정후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때 그놈이 뭐라고 했지?”
“아, 그게……
지금은 너무도 빤하게 들리는 말 이지만…….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하셨습니 다.”
“나는 그게 거짓말이라고 생각하
지 않는다.”
황정후가 조금 가라앉은 얼굴로 담배를 입가로 가져갔다.
조금의 씁쓸함이 느껴지는 얼굴이 었다.
“강진호는 정말 평범하게 살고 싶 었던 거겠지. 하지만 그건 강진호에 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평범하지 않 은 사람이 평범하게 살 수는 없는 법이니까.”
조규민은 고개를 끄덕여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강진호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해 하기 힘든 말이지만, 강진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강진호는 사건에 휘말려든다.
돌이켜 보면 강진호가 스스로 원 한 일은 하나같이 평범한 일이었다.
대학을 간다든가, 아버지를 도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든가, 황정후와 조규민의 입김이 있기는 했지만, 피자집을 개업해 장사를 한 다든가.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반드시 사건 이 벌어졌다.
그 결과?
‘한국 무인계를 일통하고 회주 자
리에 앉아버렸지.’
그러더니 이제는 해외의 무인계가 강진호를 견제해 오고, 정계가 그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그렇지.”
황정후가 어깨를 으쓱했다.
“자네 말이 맞아. 강진호는 정계 같은 건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있 겠지. 굳이 일을 키울 필요가 없으 니까. 적당한 안전과 적당한 벌이로 자기가 떠맡고 있는 식구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면 굳이 뭔가를 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 거야.”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게 본인의 의사대로 되 는 게 아니란 말이야. 지금도 보게. 총리는 물론 지금 당장은 강진호를 건드리지 않을 거야. 골치 아플 테 니까. 하지만……
황정후가 미묘하게 웃었다.
“총리의 임기가 얼마나 되더라?”
“……짧겠죠.”
“지금의 총리가 윗사람을 잘 설득 할 수 있다면 한동안은 평화를 유지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정권은 바뀌 기 마련이지. 정권이 바뀌지 않는다 고 하더라도 사람의 성향이라는 건
다 같을 수 없는 법이야. 강경파가 집권하는 순간, 반드시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지.”
“확실히……
고개를 끄덕이던 조규민이 뭔가 깨달았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아, 그럼 강진호 씨 쪽도?”
“알고 있겠지.”
황정후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 다.
“지금은 알기 싫어도 알 수밖에 없을 거야. 기호지세라는 거지. 강진 호가 총회의 회주가 되어버린 이상 은 결국 자신의 의사대로만 살 수는
없지. 그리고……
조금 고민하는 듯하던 황정후가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아니지. 이건 아직 이야기 할 만한 게 아니야.”
가볍게 손뼉을 쳐 분위기를 환기 시킨 황정후가 태연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일단은 총리에게 연락이 와 잘 둘러대 놨다는 말을 그쪽에 전해줘. 그럼 알아서 굴겠지. 선물로는 좋은 술 한 병 보내라고 해.”
“알겠습니다, 회장님.”
조규민이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황정후가 새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이건 굳이 할 만한 말이 아니겠 지.’
강진호의 성향은 극명하다.
지금까지의 강진호의 행동 패턴을 따라가 보면 그의 행동은 한 가지 원칙을 따르고 있다.
위험의 배제.
강해지는 것도, 총회를 키우는 것 도 결국은 자신과 주변에 다가올지 모르는 위협을 제거하는 것에서 출 발한다.
그런 강진호가 정권을 위험으로
인식한다면?
“ 흐음••••••
황정후가 머리를 긁었다.
“보고 싶지 않은 느낌이로군.”
어느 쪽이든 좋은 결과는 아닐 것이다.
강진호는 극단적이다. 그 극단성 이 좋지 않은 쪽으로 발휘된다면 어 떤 결과가 나올지는 황정후로서도 쉽게 예단하기 힘들었다.
“끄응.”
결국 그렇다면 결론은 빤하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도록 황정후가 중재를 해야 한다.
“늙은이를 부려 먹는군.”
그럼 어디부터 약을 쳐야 하나.
“내가 이 고생을 하는 걸 그놈이 알아줘야 하는데.”
황정후가 한숨을 내쉬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딱히 알아주 지 않아도 상관없다. 말년에 그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즐거움 을 느끼고 있으니까.
“자, 그럼 누구부터 만나볼까?”
황정후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 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쪽저쪽에 모두 손을 대려면 한 동안은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