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74)
마존현세강림기-1075화(1073/2125)
마존현세강림기 44권 (6화)
2장 관조하다 (1)
“……형, 무슨 일 있어요?”
“응?”
“아니, 갑자기 컨디션이 확 나빠 보여서요.”
“아••••••
“아니. 뭐, 그런 게 아니라…… 피지컬은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상황 판단력이 너무 떨어졌어요. 잡 생각이 많은 것 같은데, 집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죠?”
박유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일은 무슨. 일 있으면 내가 이야 기했지. 그런 거 숨기는 사람도 아 니고.”
“형, 플레이오프 얼마 안 남았어 요. 알죠?”
“알지.”
최정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박유민 을 바라보았다.
‘이럴 형이 아닌데……
박유민이 게임에 가지는 열정은
최정우로서는 감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이건 그저 열심히 한다 수준이 아니었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는 시간을 제외하 면 남는 모든 시간을 게임을 하는 데 쓰는 수준이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시간만 때우는 것도 아니다.
한 게임, 한 게임에 쏟아붓는 열 의가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를 불허 할 정도였다.
그만한 노력과 열의가 있으니 적 지 않은 나이임에도, 새파란 아이들 과 싸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박유민이 조금 이상 해졌다.
동일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뭔가 나사 하나가 풀린 느 낌이었다. 처음에는 생활적인 측면 에서만 문제가 생겼는데, 이제는 게 임 플레이도 영 예전 같지 않다.
“형, 이러면 진짜 안 돼요. 이번 에 형이 제대로 해줘야 저희 우승한 다구요.”
“걱정하지 마. 정말 그런 거 아니 니까.”
“너무 열심히 해서 지친 거 아니 에요? 휴식 좀 해야 하는데? 형 오
후에 휴식할 때도 게임할 거죠?”
“아…… 나 오늘 약속 있어서 지 금 나가봐야 돼.”
최정우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였 다.
“잘 생각하셨어요, 형. 사람이 좀 쉬어야죠. 이번에 푹 쉬고 나면 기 분 전환도 될 테니까 훨씬 나을 거 예요. 저녁에도 좀 쉬세요. 제가 감 독님한테 말해서 형 컴퓨터 잠가놓 을 거예요.”
“오버하지 마.”
“진짜라니까요.”
박유민이 피식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나 다녀올게. 감독님이 찾 으시면 외출했다고 말해줘.”
“예, 형.”
박유민이 밖으로 나가자 아이들이 최정우에게 다가왔다.
“형, 유민이 형 무슨 일 있는 것 같은데요?”
“니들이 봐도 그렇지?”
“저는 유민이 형이 마우스 잡고 멍하게 있는 거 처음 봤어요.”
“그러니까.”
최정우가 살짝 걱정이 된다는 얼 굴로 박유민이 나간 문을 바라보았
다.
박유민이 어떤 사람인가.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격려나 충고 한마디 없이 그저 자기가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그들의 수면 시간을 줄여 버린 사람이다.
연습을 많이 한다고 해서 모두가 연습하는 사람을 따라 하지는 않는 다.
‘하지만 그렇게 죽을 듯이 연습하 는 사람의 실력이 쭉쭉 느는 걸 옆 에서 보고 있으면, 잠자는 시간도 아깝게 느껴질 수밖에 없지.’
예전부터 박유민은 그런 사람이었
다.
다른 사람이 연습에 열의를 보이 지 않는다면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 을 것이다. 사람이란 언제나 리듬이 있고, 때로는 게임이 풀리지 않는 날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게 박유민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정말 별일 없었으면 좋겠는 데……
나도 다 됐네.”
박유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연습에 있어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박유민에게 있어 프라이드였 다. 실전에서 패할 수도 있고, 자신 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상 처받지 않는다.
물론 한 번의 패배로도 속에서 불이 나는 것처럼 화가 나지만, 그 렇다고 해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지 는 않았다.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받 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납득 할 수 없다. 그렇기에 한계까지 자
신을 몰아붙이며 연습을 한다.
그게 프로게이머로서 박유민이 살 아온 방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도무지 연습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에는 다른 동생 들에게 걱정을 끼치고 만 것이다.
“후……
박유민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번 플레이오프는 그에게나 팀에 게도 무척이나 중요했다. 팀의 입장 에서는 그동안 한 번도 하지 못한 우승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고,
박유민 개인으로는 프로게이머로서 다시 한 번 정상에 설 수 있는 기 회다.
인생으로 따지자면, 커다란 터닝 포인트나 다름없다.
프로게이머의 세계는 험난하다.
어설프게 연습 시간만 때운다면 실력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다. 지금처럼 집중하지 못하 는 시간이 계속된다면, 이번 플레이 오프에서 박유민이 좋은 활약을 할 일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집중하지 못 하는 이유가 있었다.
“당황스럽네.”
누군가 지금 박유민의 모습을 봤 다면 정신없다고 손사래를 쳤을지도 모른다.
시선은 쉴 새 없이 주변을 훑고 있고, 다리는 진동기라도 찬 듯이 달달달 떨리고 있었다. 손은 음료수 잔을 들었다 놓기를 기계적으로 반 복하고 있다.
박유민도 지금 자기가 어떤 모습 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그도 어쩔 수가 없었다.
박유민의 시선이 앞에 놓인 스마 트폰의 액정으로 향했다. 액정에 뜬
시계가 6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올 때가 됐는데……
하긴 예전부터 10분 정도 늦는 건 예사였지.
그래서 매번 제시간에 나오는 강 진호와 둘이 기다리고…….
그때, 카페의 문이 열리고 한 사 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고개를 이리 저리 돌려 안을 확인하던 여자가 박 유민을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는다.
“아••••••
그 웃음을 본 박유민이 어색하게 손을 들었다.
여자가 가벼운 걸음으로 박유민이
있는 곳까지 다가와 테이블 건너편 에 앉았다.
“너, 하나도 안 변했다?”
“••••••그래?”
“그래. 나는 혹시 못 알아볼까 봐 걱정했는데, 정말 한눈에 알겠더라.”
“너는 좀……
“조금 어색하려나?”
여자가 환히 웃는다.
예전과는 다른, 염색한 머리카락 에서 낯설음과 익숙함이 동시에 느 껴졌다. 박유민이 눈앞의 여자, 한세 연을 바라보며 낮게 한숨을 내쉬었 다.
‘텐션 높은 건 여전하네.’
거의 2년 만에 보는데도 어제 만 나 친구처럼 굴고 있었다. 덕분에 박유민이 느끼는 어색함을 꺼내볼 여지조차 없어져 버렸다.
“언제 들어온 거야?”
“얼마 안 됐어.”
“다시 안 돌아가고?”
“배울 거 다 배웠는데 뭐. 나중에 는 몰라도 한동안은 돌아갈 일 없 어. 학교도 마저 다녀야 하고.”
“복학하는구나.”
“빤한 소리 한다. 오랜만에 봤는 데, 다른 할 말 없어?”
박유민이 어색하게 웃었다.
한세연의 페이스에 맞추는 건 박 유민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그가 강 진호에게 편함을 느끼는 이유는 강 진호와의 친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속도가 박유민의 속도와 맞기 때문이었다.
시작하자마자 풀 액셀을 밟으며 달려 나가는 한세연의 속도는 박유 민에게 너무 빠르다.
“어차피 연락을 안 한 것도 아니 잖아.”
“실제로 보는 거랑 문자는 다르 지.”
한세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기다려 봐. 나 목마르니까 일단 마실 것 좀 주문하고.”
“그래.”
한세연이 자리를 뜨자 박유민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변한 게 없네.’
며칠 전부터 그가 게임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든 이유가 저기에서 주문 을 하고 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니,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 난다.
강진호가 있고, 그가 있고, 한세 연이 있던 시절.
추억이란 좋은 면만 남아서 화려 하게 치장된다고 하더니, 지금 돌이 켜 보면 그때가 무척이나 즐거웠던 것 같다.
‘꼭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을 텐데 말이야.’
특히나 박유민에게는 더더욱.
커피를 받아 든 한세연이 자리로 돌아왔다. 주문을 하고 음료가 나오 기까지의 시간 동안 자리로 돌아오 지 않는 게, 지금의 한세연과 박유 민의 거리를 나타내 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기야 어색하겠지.’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있기는 하 지만, 2년 만에 얼굴을 본다면 가족 과도 어색하기 마련이다. 한세연이 어색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태연함을 가장하는 건, 박유민이 느낄 어색함을 덜어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마이페이스기는 하지만 나름 배려가 있던 사람이니 까.
“어떻게 지냈어?”
자리에 앉자마자 한세연이 태연하 게 말을 해온다.
“어…… 딱히 네가 있을 때와 그 렇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아
무리도 다시 게이머 생활을 하다 보 니까. 그냥 자고 일어나면 게임하고, 지치면 자고의 반복이지.”
“재미있어?”
“일은 재밌어서 하는 게 아냐.”
“흐응?”
한세연이 재미있다는 얼굴을 했 다.
“얼굴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데…… 성격은 엄청 변했구나, 너?”
“웅?”
“예전이었으면 듣는 사람이 먼저 힘이 쭉 빠지는 말부터 했을 것 같 은데.”
딱히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박유민도 자신이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니까. 예전이었다면 말을 하 기 전에 그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 의 기분을 거스르지는 않는지를 다 섯 번은 더 생각했을 것이다.
“좋아 보인다.”
“ 응?”
“좋아 보인다고.”
한세연이 그렇게 말하며 빙긋 웃 었다.
그 얼굴을 바라보던 박유민이 한 숨을 푹 내쉬었다.
‘정신이 없네, 진짜.’
상성이 안 맞다.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찔러 들 어오는 저 화법은 박유민에게는 쥐 약 같았다. 한세연을 만난다는 게 부담스러운 이유 중 하나다.
박유민이 헛기침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너는 어떻게 지냈어?”
“말도 마. 진짜……
한세연이 손사래를 친다.
“해외 생활이 그렇게 힘든 건 줄 알았으면 나갈 생각도 안 했을 거 야. 한국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
누가 가라고 한 것도 아닌데, 자 기가 갔으면서.
“2년 전에 나를 만나면 정말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어.”
“유학 가지 말라고?”
“아니!”
한세연이 단호하게 말했다.
“유학은 가도 되는데, 영국으로는 가지 말라고. 거긴 사람 먹을 음식 이 없어.”
무척이나 현실적인 이유다. 하지 만 듣자마자 공감이 가는 이유이기
도 했다.
“현지인들은 나름 잘 먹는다는 데.”
“ 비싸.”
한세연이 분노를 토해내듯 말했 다.
“먹을 만한 음식이 없는 게 아니 라니까. 먹을 만한 건 비싸. 싼 건 맛이 없어.”
“고생했다……
“그런 데서 잘 버티고 돌아온 나 를 칭찬해 주고 싶다. 정말 장난 아 니었어.”
너스레를 떠는 한세연의 얼굴을
보니, 정말 쌓인 게 많다는 느낌이 었다.
“그래도 덕분에 스펙은 제대로 쌓 은 거 아냐?”
“그렇긴 하지.”
한세연이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으 쓱했다.
대화가 중단됐다.
한세연은 생각할 거리가 있는지 입을 열지 않았고, 박유민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아니, 할 말이 없 다기보다는 지금부터는 박유민이 말 을 할 차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내가 어떻게 지냈는가 같은 건
궁금하지 않겠지.’
한세연의 관심사는 그런 게 아니 다.
한세연이 왜 찾아왔는지, 박유민 은 알고 있었다. 이제는 박유민이 아니라 한세연이 말을 해야 한다.
슬쩍 박유민의 눈치를 한 번 살 핀 한세연이 어색한 얼굴로 입을 열 었다.
“유민아.”
U 0 W
흐.
“진호는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