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75)
마존현세강림기-1076화(1074/2125)
마존현세강림기 44권 (7화)
2장 관조하다 (2)
박유민은 미리 준비해 둔 표정을 꺼냈다.
이 자리에 나올 때부터 결국은 이 질문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
딱히 이용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박유민과 한세연도 친구니까. 강 진호가 없다고 하더라도 한세연은
박유민을 만나러 왔을 것이다. 그러 고는 즐겁게 대화를 나눴겠지.
다만…….
강진호가 있는 이상 이걸 묻지 않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게 왜……
강진호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 만, 박유민은 한세연이 강진호가 싫 어져 헤어진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리고 아마 지금도 그 마음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한숨 쉬지 말자.’
그리고 떨떠름한 얼굴도 해서는
안 된다.
한세연은 강진호를 모른다.
강진호와 그렇게 가까운 사이였음 에도 강진호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진호는 기본적으로 다정한 사람 이다.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그게 무슨 소리냐고 욕을 해 댈지도 모르지만, 박유민이 아는 강진호는 겉으로 보 이는 것과는 다르게 꽤나 섬세하고 다정한 사람이다.
그러니 박유민을 도와줬다.
박유민뿐만이 아니다. 지금 시점
에서 강진호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 을 모으면, 트럭 하나 정도는 너끈 히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하지만 반면에 냉정한 사람이기도 했다.
강진호는 기본적으로 울타리를 짓 고 사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울타 리 안에 들어와 있는 사람과 울타리 를 벗어난 사람을 완전히 별개로 취 급한다.
박유민과 강진호가 친구가 될 수 있던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강진호 가 단순한 변덕을 부려 박유민은 자 신의 울타리 안으로 데리고 들어온
것뿐이다.
‘물론 진호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적어도 박유민이 느끼기에는 그랬 다.
한세연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 역시 박유민처럼 강진호의 울타리 안에 있던 사람이다. 하지만 한세연은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스스로 그 울타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런 한세연을 강진호가 예전처럼 대해줄 것 같지는 않다.
아니, 나름 정이 있는 녀석이니 상황이 달랐다면 그랬을지도 모르겠
지만…….
‘상대가 나빠.’
머릿속에 최연하를 떠올린 박유민 이 나오던 한숨을 억지로 밀어 넣었 다.
최연하는 뭐랄까…….
여러모로 정말 압도적인 사람이 다.
미모야 두말할 것 없다.
하지만 강진호에게 있어서 그 미 모라는 건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이 다. 애초에 그놈은 여자의 미모라는 걸 제대로 평가할 줄도 모르니까.
최연하가 정말 압도적인 이유는
그 어이없는 저돌성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강진호는 고무공 같은 사람이다. 뭔가 찌르면 일단은 튕겨 낸다. 평범한 사람은 두어 번 튕겨 나가면 포기한다. 근성이 있는 사람 도 몇 번 더 튕겨 나가면 마음을 달리 먹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최연하는 그런 게 없다.
마음에 든 게 있으면 망신을 당 하든, 굴욕을 당하든 일직선으로 들 이댄다.
‘ 어마어마했지.’
돌이켜 보면 돌이켜 볼수록 대단 하다.
강진호와 처음 만났을 때도 최연 하는 톱스타 중의 톱스타였다. 그런 사람이 스케줄이 끝나자마자 강진호 가 있는 피자집으로 달려와서 혼자 서 피자를 철근같이 씹어 먹었다.
상식적으로 가능한 상황이 아니 다.
그때의 강진호는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아니었으니까.
지금이야 이것저것 손대는 중이라 고 들었지만, 그때만 해도 강진호는 갓 전역한 대학생일 뿐이었다. 물론 피자집을 운영하기는 했지만, 최연 하에게 피자집 사장이라는 직함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강진호의 재산이 얼만지는 박유민 도 모른다. 물론 박유민이 모르는 걸 당시의 최연하가 알 리가 없다.
그러니까 결론만 놓고 말하자 면…….
최연하는 강진호가 아무것도 없는 개털일 때부터 일편단심으로 강진호 에게 들이댄 여자다.
‘못 이겨.’
강진호도 사람이고, 사람인 이상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호의를 보이는 사람을 싫어할 리가 없다.
결국 최연하는 강진호를 차지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제 와 한세연이 그 둘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을까?
결과가 빤히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말을 한세연 에게 하는 게 별로 의미가 없다는 점이다. 결국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있는 법이니 까.
“ 진호?”
“응. 진호.”
“만났다며?”
“만나긴 했는데, 시간이 애매해서 제대로 이야기를 못해봤어.”
“영국에 가 있는 동안은 연락 안 했어?”
“좀 어색하지?”
하기야.
헤어짐을 선언한 쪽이 연락을 먼 저 한다는 것도 이상하긴 하다.
“진호야 뭐, 잘……
박유민이 머리를 긁었다.
“아니, 나도 요즘 진호가 뭐 하고 다니는 건지 잘 모르겠어. 예전에도 그런 면이 있기는 했지만, 요즘은 더 심해져서.”
“안 궁금해?”
“궁금?”
박유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딱히 궁금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뭘 하든 진호는 진 호니까. 뭘 하든 알아서 잘하겠지.”
“……여자가 남자한테 했으면 엄 청 오글거렸을 말인데.”
“내가 하니까 좀 나아?”
“더 오글거려.”
한세연이 못 볼 걸 봤다는 듯이 눈을 찡그렸다.
“너희는 진짜 사이가 좋은 거 같 아. 예전에도 느꼈지만, 진짜 신기하 다. 애초에 너랑 진호는 성격이 하
나도 안 맞잖아?”
“……그렇지?”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죽이 잘 맞아?”
“성격이 안 맞으니까 죽이 맞는 거겠지. 성격이 비슷하면 서로 재미 없잖아.”
“너희 진짜 이상해.”
박유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굳이 이런 대화를 끌고 나가고 싶은 생각 은 들지 않는다.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복학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더라. 이제 곧 큰일을 벌일 것 같던데.”
“친하다면서 아는 것도 없고.”
“……미안합니다.”
한세연이 슬쩍 박유민의 눈치를 본다.
박유민은 금세 한세연의 기색을 알아챘다. 어릴 적부터 단련된 눈치 는 이런 걸 놓치지 않게 만든다. 때 로는 불편하게까지 느껴지는 감각이 다.
“진호, 여자 친구 있다던데?”
“들었어?”
“어. 진호한테.”
박유민이 자신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대단하다, 강진호.’
한세연의 말대로라면 얼마 대화를 나누지도 못한 것 같은데, 그새 여 자 친구의 존재까지 밝혔구나.
이 얼마나 대단한 철벽남이란 말 인가.
“아는 사람이야?”
“어…… 안다면 알지.”
아니, 이제는 그 단계는 지난 정 도다.
얼마 전까지 박유민과 최연하의 관계가 그저 안면이 있는 사람 정도 였다면, 함께 CF를 촬영하면서 이 제는 ‘지인’ 정도로는 발전했으니까.
조금 더 나아간다면 친구의 여자 친구 정도겠지.
“누군데?”
박유민이 조금 뚱한 눈으로 한세 연을 바라보았다.
“그걸 왜 궁금해해?”
“너, 나랑 친구 아냐?”
“맞지.”
“진호랑 나는?”
“어……
대답이 궁해진다.
한세연이 거 보라는 듯 말했다.
“알아. 좀 어색할 수도 있지. 남 자와 여자가 사귀었다가 헤어진다는
게 그런 거니까. 그런데 나는 적어 도 아직 강진호랑 친구라고 생각해. 아냐?”
“……그렇겠지.”
“그럼 친구 여자 친구가 누군지 정도는 들을 수 있는 거 아냐?”
“그렇지.”
그걸 네가 듣는 게 딱히 좋을 게 없어서 그렇지.
“내가 아는 사람이지?”
“ 어?”
“맞지?”
박유민의 눈이 흔들렸다.
“이상한 눈 하지 마. 뒷조사한 거
아니니까. 내가 아주 모르는 사람이 면 니가 굳이 말을 안 할 이유도 없잖아. 들어봐야 모를 테니까.”
“거기까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어쨌든 아는 사람이라는 거네.”
“……그럴 거야.”
알겠지.
대한민국 전 국민의 반은 넘게 알 테니까.
“누군데?”
박유민이 어색한 얼굴을 했다. 하 지만 딱히 고민하지는 않았다. 어차 피 알게 될 일, 그가 미리 말해준다 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거다.
“최 연하.”
“응. 뭐 하는 사람인데?”
“ 배우.”
“••••••배우?”
“응.”
박유민은 보고 말았다.
지금까지 나름 평온함을 유지하던 한세연의 얼굴이 미묘해지는 것을 말이다.
한순간에 표정이 몇 번이나 변한 다.
“배우 최연하?”
“응.”
“내가 아는 그 최연하? 드라마에
나오는 그?”
« O W
“O’-
“……최 연하?”
박유민이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자꾸 물을 것 없어. 네가 아는 그 최연하, 영화배우 최연하, 얼마 전에 중국에서 드라마 찍고 오신 그 부 ”
“ 진짜?”
“응.”
박유민이 조금 안쓰러운 얼굴로 한세연을 바라보았다.
한세연은 놀라다 못해 살짝 넋이 나간 얼굴이었다.
‘그럴 만도 하지.’
박유민이 보기에 강진호의 여자 친구가 톱 배우라는 건 아무런 의미 도 없는 일이다. 강진호는 그런 걸 신경 쓰지 않으니까.
하지만 한세연의 입장에서는?
‘암담하겠지.’
상대도 상대 나름이다.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최연하 의 남자 친구를 뺐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을 테니까.
박유민이 살짝 동정하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잘 사귀고 있어. 엄청 사이 좋
아.”
그러니까 애초에 포기해라.
“진호도 보통은 안 그럴 텐데, 바 쁜 와중에서도 데이트하러 다니는 모양이더라.”
끼어들 여지도 없다.
“나도 몇 번 봤어.”
친구들한테도 소개하는 사이야.
빙글빙글 돌려 할 말을 다 해버 린 박유민이 턱을 괴고 한세연을 바 라보았다.
‘뭔 미련이 남아서……
솔직히 박유민이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다.
최연하가 문제가 아니다.
강진호와 헤어진 순간, 한세연과 강진호가 다시 잘될 확률은 제로에 수렴한다. 강진호의 스타일이 그렇 다. 미련은 남길지 모르지만, 후회하 지는 않는다. 지난 일은 지난 일이 라고 넘어가 버리는 사람이 강진호 다.
한세연에게는 애초에 기회가 없었 다.
“……좀 충격이다.”
“그렇겠지.”
“그런데 진호가 어쩌다 그 사람을 만나게 된 건데? 걔가 연예인을 왜
만나?”
“설명하자면 좀 복잡한데, 진호 여동생이 아이돌이잖아.”
“그렇지.”
“그 동생이 드라마 찍는 촬영장에 갔다가 처음 만났다는 것 같던데.”
“뭐가 그렇게 이어져? 진호 성격 에 예쁘다고 들이대지도 않았을 텐 데.”
“최연하 씨가 들이댔어.”
“••••••응‘?”
“최연하 씨가 들이댔다고.”
한세연의 얼굴이 멍해진다.
‘이해가 안 가겠지.’
박유민도 이해가 안 갔으니까. 저 게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니까 여기서 접자.’
한세연이 왜 자신을 만나려 했는 지 박유민은 알고 있다.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다시 뭔가를 엮어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한국을 떠나 있던 시간 동안 강진호는, 그리고 강진호를 둘러싼 상황은 너무도 많이 변해 있었다.
그러니 이쯤에서…….
“잘됐네.”
“ 으응?”
한세연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한세연의 얼굴을 본 박유민이 살 짝 움찔했다.
평범한 여자는 절대 최연하를 상 대로 싸움을 걸지 않는다. 상대가 안 되는 사람과 싸우려 드는 사람은 없으니까.
하지만 이 순간, 박유민은 한 가 지를 다시 깨달았다.
“예쁜 여자 친구도 생기고, 잘 지 내는 모양이네. 그럼 서로 부담 없 으니까 우리 같이 한 번 만날까? 예전처럼 셋이서 한 번 보고 싶은 데? 유민이, 네가 진호 불러줄 수 있지?”
얘도 평범한 여자는 아니었어.
생각해 보니 예전부터 똘기가 넘 쳤다.
“세, 셋이?”
“응.”
“아니, 굳이……
“왜? 못 만날 이유라도?”
“그런 건 딱히 없지만……
“잘됐네. 진호 스케줄 확인해서 한 번 보자고 해줘. 나는 시간 널널 하니까. 알았지?”
“어, 음••••••
박유민의 머릿속에 무표정한 얼굴
로 그를 바라보던 최연하의 얼굴이 떠올랐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그 얼굴이.
‘아니, 나보고 뭘 어떡하라고?’
이 자리에 나온 걸 후회하는 박 유민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