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77)
마존현세강림기-1078화(1076/2125)
마존현세강림기 44권 (9화)
2장 관조하다 (4)
“오라비!”
현관으로 쪼르르 달려오는 강은영 을 보며 강진호가 피식 옷었다.
‘강아지가 따로 없네.’
이것도 몇 년은 한 것 같은데, 딱 히 반응을 보여주지 않음에도 몇 년 이나 이 상황을 유지한다는 건 대단
한 일이다.
“오라비, 밥은? 응?”
강은영이 강진호를 위아래로 홅어 본다.
“ 왜?”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언니랑 싸웠어?”
“……아니다.”
“뭔가 싸한데?”
강은영의 의심의 눈초리로 강진호 를 바라보았다. 강진호가 낮게 한숨 을 쉬었다.
“어머니는?”
“아빠랑 데이트 갔는데?”
“••••••그래?”
사이가 좋으시다.
“요즘 뭐랄까, 자식들이 장성하고 나니까 자기 삶을 찾으신다고 해야 하나?”
으 Q..W
…•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어머니의 관심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끼는 건 아니 다.
‘자기 삶이라……
최근 들어서는 무척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첫 번째 삶에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강은영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강진호가 운명을 뒤튼 덕분에 아 버지도, 어머니도, 그리고 강은영도 자신의 행복을 찾고 있었다.
‘운명을 뒤틀었다라……
강진호는 미묘한 느낌을 느끼며 방 쪽으로 향했다.
“밥은 먹었어?”
“괜찮아. 안 먹었으면 차려주려 고‘?”
“라면 있어.”
“……고맙다.”
“정 원한다면 끓여주는 정도까지
는 할 수 있다. 내가 오라비니까 이 정도는 해준다.”
“……아니, 괜찮다. 나도 손 있 어.”
강진호가 피식 웃으며 방으로 향 했다.
샤워를 마친 강진호가 침대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최근 들어서는 잘 하지 않던 일 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의 수련은 더 이상 인위적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육체의 단련으로 시작된 수 련은 명상의 단계를 지나, 이제는
명상으로도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금의 강진호에게 있어서 명상이 라는 건 자신을 다스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다스림’이 필 요했다.
얼마 전부터 강진호의 뇌리를 지 배하는 명제는 단 하나였다.
– 왜 과거와 같을 수 없을까?
얼마 전까지 강진호는 이 사실에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너무도 당연
한 해답이 있으니까.
세상이 다르다.
중원은 힘이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었다.
법이 존재하고, 황실이 존재하고, 관이 존재하지만, 중원을 살아가는 이들은 멀고 먼 법과 황실보다는 가 까운 힘의 지배를 받았다.
그렇기에 이것저것 신경을 쓸 필 요가 없었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강해지 면 된다. 강해지기만 하면 모두가 따라온다. 굳이 마교의 단속 같은 골치 아픈 일을 생각할 필요도 없었
다.
힘이 전부가 되는 세계.
그게 중원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현대의 한국이다.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곳이 다르 면 살아가는 방식 역시 달라질 수밖 에 없다.
이곳은 힘을 앞세우는 것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분명 강진호는 그리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의 생각이 뒤흔들리고 있었다.
정말 그런가?
정말 이 세상은 힘만으로는 살아 갈 수 없는가?
그저 힘이 부족했던 건 아니고?
부정할 수 있나?
강진호의 마음이 가라앉았다.
‘ 명백하다.’
과거 중원에서 그가 힘만으로 세 상을 지배할 수 있던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마교가 가진 힘이 국가가 가진 힘을 초월했기 때문이다.
설사 중원에 대한 나라의 지배가 느슨했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충분 한 힘을 가졌다면 마교가 중원을 지 배하기 시작한 시점에는 마교에 대
한 대대적인 공격에 나서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땠던가.
그들은 침묵했다.
명백히 마교가 나라의 법을 어기 고, 자기 마음대로 중원을 휘두르고 있었음에도 관군은 제지하지 않았 고, 금군은 말 머리를 외적들을 향 해 돌렸다.
‘외적이라……
우스운 이야기다.
배 한복판에 적이 있음에도 필사 적으로 바깥에 있는 적을 찾는다. 상대할 자신이 없으니 인정하고 받 아들이는 것이다.
그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두말할 것 없이 마교의 힘이었다.
그러면 지금은?
지금의 강진호는 그때의 강진호와 무엇이 다른가.
지적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차이가 무 엇인지 강진호는 너무도 잘 알고 있 었다.
‘ 약해.’
나약하다.
진짜 강자는 휘둘리지 않는다.
중원에서의 강진호가 제멋대로였 음에도 군림할 수 있던 이유는 그
누구도 강진호의 강함에 도전할 엄 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강함이라는 것은 선과 악을 초월한다.
마교라는 끔찍한 이름을 가진 집 단으로 중원을 지배할 수 있던 건, 마교의 힘이 그 악명을 누를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다.
모든 악조건은 힘 하나만으로 억 누를 수 있다.
그리고 강진호가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배신당하고 중원의 합공에 패 한 이유는 무엇인가.
수라기를 중원에 뿌리려고 해서?
목숨처럼 그를 따르던 친위대와 떨어졌기 때문에?
청마가 그를 배신했기 때문에?
아니다.
‘약했으니까.’
이겨내지 못했다.
강진호가 더 강했다면 청마는 배 신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 어떤 불합리를 겪는다 해도, 설 사 강진호가 마교를 이끌고 타오르 는 화염 속으로 뛰어든다고 하더라 도 막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나약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 어떤 이도
감히 그에게 대항할 엄두를 내지 못 할 정도로 강하지 못했다.
마교가 목숨을 걸고 강진호를 따 른 이유는 그가 잔인했기 때문도, 강압적이었기 때문도 아니다. 그렇 다고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누군가를 이끌어 나간 것도 아니다.
그저 강함.
다른 어설픈 수식어가 붙지 않는 순수한 강함의 힘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세상에서는? 뭐가 다른가?
강진호가 원탁을 복속시킬 수 있 던 이유는 그가 엘더 나이트들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엘더 나이트에게 그가 패했다면 총회는 거기서 끝이 었다.
그가 일본의 침공을 막아낼 수 있던 이유도 단순하다. 만약 홀로 쳐들어오는 이들을 모두 압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 못했다면, 바다 위에서 그들을 상대한다는 생각은 할 수 없었다.
홍왕과의 격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는?
영남회를 무리 없이 복속 시킬 수 있던 이유는?
총회를 단숨에 집어삼킬 수 있던
이유는?
아니, 그전에…….
원래대로라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어야 할 그의 가족들을 지켜낼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이었던가.
대답은 하나밖에 없다.
강진호가 강했기 때문이다.
강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강진호 는 브레이크 없이 달려왔다. 때때로 고뇌하고, 때때로는 고민했지만, 그 고뇌가 강진호의 속도를 늦추지는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강진호는 선택 의 기로에 놓이기 시작했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 기해야 한다.
어째서?
‘강하지 않아서야.’
진정한 강자는 선택할 필요가 없 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모두 가질 수 있으니까. 선택이라는 것은 둘 다 가질 수 없는 자가 취하는 짓일 뿐이다.
이 상황이 말하는 것은 간단하다.
강진호의 ‘강함’이 세상의 ‘강함’ 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강진호가 자신의 가족만을 지키던 작은 세상에서 강진호의 강함은 압
도적이다. 그렇기에 아무것도 고민 할 필요가 없다. 원하는 것이 있다 면 가지면 되고, 막는 자가 있다면 죽이면 된다.
그 세상에서 강진호가 해야 할 것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를 정하는 일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부족해.’
강함이 부족하다.
그가 상대해야 할 것은 더 이상 작지 않다.
아니, 오히려 너무 강대하다고 봐 야 한다.
홍왕계도, 신니치카이도, 그리고 국가마저도 지금의 강진호로서는 버 겁기 짝이 없는 상대다.
권력의 힘이 그를 눌러 올 때, 그 는 힘으로 항거하지 못했다.
훙왕계가 그를 죽이려 들었음에도 도망치는 것이 최선이었고, 일본이 그의 땅을 흙발로 짓밟으려 했음에 도 단죄하지 못했다.
강함이 부족하니까.
나약하니까.
강진호가 그들 모두를 짓밟을 수 있을 정도로 강했다면, 그의 대처는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지금 그를
괴롭히는 모든 상황은 결국 강진호 의 나약함으로부터 비롯된다.
더없는 나약함.
비웃음이 나올 정도로 약해 빠졌 다.
강진호가 가만히 눈을 떴다.
하지만 그의 눈은 평소와는 다르 게 한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발버둥 쳤다.
그렇다고 해서 강진호가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스스로가 예전만 큼 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두뇌가 부족하기에 그를 대신해
머리를 써줄 사람을 옆에 앉히고, 전력이 부족하기에 가진 것을 아낌 없이 베풀었다. 그러면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라면 받아들이기를 주 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채우고, 채우고, 또 채운 다.
그럼에도 부족하다.
너무 부족해서 갈증이 끊이지 않 을 정도다.
모든 것의 원인은 하나. 그렇다 면…….
—힘이 필요한 거겠지?
강진호가 눈을 감았다.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도 그의 안에 있는 적천(赤川)은 사라지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그와 적천은 다른 사람이 아니니까. 이중인격 같은 것도 아니 다. 적천마존은 그가 살아간 다른 길일 뿐이다. 애초에 다르지 않은 것을 분리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죽이고 또 죽인다고 해도 되살아 난다. 강진호가 죽는 그 순간까지.
적천은 결국 힘을 갈구하는 강진
호의 다른 모습이니까.
강진호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간 다.
이 갈증.
해갈되지 않는 이 갈증의 이유.
강진호는 알고 있다.
‘내가 강해지면 된다.’
더.
과거보다 더.
적천마존은 더 이상 오를 데 없 는 힘을 쌓았음에도 아무것도 지키 지 못했다.
그가 지켜야 했던 것은 오로지 하나.
자신의 목숨.
생존이라는 목적 하나에 모든 것 을 바친 적천마존은 마지막 순간 자 신의 염원이었던 ‘생존’마저 지켜내 지 못했다.
나약하기 짝이 없다.
어느 틈엔가 그리 생각하고 있었 다.
적천마존을 따라잡을 수 있다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새로 태어난 몸으로는 얼마나 아 득한 시간을 걸어야 닿을 수 있을지 감도 잡히지 않을 만큼 지고한 경 지.
당시의 강진호 따위는 손가락 하 나로 눌러 죽일 수 있을 압도적인 무력.
그 힘을 되찾는 것만으로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 했다.
이곳은 나약하니까.
하지만 이제는 안다.
현대는 중원에 비해 절대 나약하 지 않다. 아니, 평범해 보이는 겉모 습 뒤에 숨어 있는 악의는 과거의 중원을 간단하게 능가할 정도였다.
진득하게 손을 뻗어오는 권력. 그리고 그를 죽이려 드는 폭력.
그 모든 힘에 맞서서 자신을 관 철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나보다……
그 적천마존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빤한 결론.
너무도 빤한 결론임에도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
강진호가 천천히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나는 강해진다.’
지금보다 더.
과거보다 더.
손안에 틀어쥔 수많은 것들 중
하나도 홀리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고, 강해지고, 더 강해진다. 마침내는 힘만으로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을 그때까지.
강진호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 다.
‘손을 뻗으려면……
별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두운 하 늘을 강진호는 새벽이 밟아올 때까 지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