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79)
마존현세강림기-1080화(1078/2125)
마존현세강림기 44권 (11화)
3장 돌진하다 (1)
“이래야 주인이지.”
바토르가 으르렁대듯 말했다.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들었어. 이 리저리 계산이나 해 대고, 이리저리 계략이나 써 대고. 그건 주인답지 않지.”
“같은 생각이다.”
“애송이들 따위 아무리 강해져 봐 야 애송이일 뿐이다. 그런 녀석들을 키워낸다고 달라질 건 없지.”
강진호는 대답 없이 바토르를 바 라보았다.
“다만, 내 수련장을 마음대로 쓴 건 납득할 수 없는데.”
“그래?”
강진호가 피식 웃었다.
얼마 전까지의 강진호였다면 여기 서 바토르의 이해를 구하려 했을 것 이다.
사정은 꽤나 있다.
일단 기본적으로 강진호에게 할당
된 수련장은 총회의 건물 지하에 있 다. 이현수의 나름으로는 가장 시설 이 좋고, 가장 편리한 수련장을 강 진호에게 배당한 것이겠지만, 강진 호에게는 그리 좋은 일이 아니었다.
지하라는 특성상 할 수 있는 수 련에 한계가 있다.
그리고 다른 것보다 총회의 건물 에서 가깝다는 게 문제였다. 강진호 가 전력으로 마기를 내뿜으면 그만 한 건물 따위야 다 뒤덮어 버리고도 남는다.
그럼 총회가 순식간에 마비될 것 이다. 마염들조차 버티기 힘들어하
는 강진호의 마기를 사무직들이 버 틸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결과적으로 그 수련장은 때깔만 곱지, 사용할 수 없는 수련장이었다.
그렇기에 적당한 수련장을 물색하 다가 바토르의 수련장으로 온 것이 다. 평범한 수련장을 사용했다가는 수련장 자체가 박살이 날 수도 있으 니까.
평소라면 이러한 사정을 일일이 이야기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딱히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네 수련장 같은 게 있나?”
“•••••♦음‘?”
강진호가 입꼬리를 더 말아 올렸 다.
“총회의 모든 건 내 것이다. 그러 니 이것 역시 내 수련장이지.”
“••••••허?”
바토르의 입이 웃는다. 하지만 바 토르의 눈은 조금도 웃고 있지 않았 다. 오히려 더 붉어졌을 뿐이다.
멧돼지가 달려들기 전 앞발질을 하는 것처럼, 바토르 역시 지금 금 방이라도 달려들고 싶다는 의사를 눈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아니면……
강진호가 검을 잡고 아공간에 밀 어 넣었다.
“덤벼.”
바토르가 허리를 쭉 폈다.
이거다.
말 같은 건 중요하지 않다. 말을 하는 와중에도 살을 에일 듯한 살기 가 그에게 뿜어지고 있었다.
정면에서 살기를 받는 것만으로 모세혈관이 터지고, 머리가 지끈지 끈해 온다.
‘심살(心殺)이란 건가?’
살기는 살기일 뿐, 결코 물리력을
가지는 힘이 아니다. 살기로 사람을 죽였다는 건, 살기로 사람의 육체에 위해를 가했다는 게 아니라 살기를 받은 놈이 심장마비로 죽는다는 뜻 이다.
하지만 그 위의 경지는 있다.
무형의 기운을 유형화해서 뿜어내 는 경지.
흔히 심검(心劍)이라 칭하는 경지 다.
몰아치는 살기를 받아내는 것만으 로도 바토르의 육체가 손상되고 있 다. 신이 강림한 육체를 가진 바토 르가 이 정도라면 웬만한 이는 지금
전신의 핏줄이 터져 죽었을 것이다.
이만한 힘.
감히 대적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 힘.
그렇기에 바토르의 피가 끓어오른 다.
“주인.”
강진호가 턱을 치켜든다.
“나는 주인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하지만 그게 주인보다 약한 채로 살 겠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겠 지?”
“그런 놈이라면 진즉에 죽였겠 지.”
“크흐, 그래.”
바토르의 눈이 완전한 혈광으로 물든다.
“검을 꺼내라.”
“글쎄.”
강진호가 이를 드러냈다.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후회하게 해주지!”
바토르가 검붉은 마기를 줄기줄기 내뿜으며 강진호에게 달려들었다.
강진호도 전력을 다해 달려드는 바토르를 보며 웃고 말았다.
총회 내에 수많은 무인이 있지만, 지금의 강진호를 자극할 수 있는 무
인은 바토르 외에는 없다.
방진훈은 아직 강진호의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위긴스는 잡기 에는 능하지만 가진바 전투력은 감 히 바토르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리고 장민은 무리다.
그가 바토르보다 더 강하다고 해 도 마찬가지다. 그는 결국 마인. 마 인인 이상 강진호를 상대할 수 없 다. 강진호가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도 문제고, 마인은 상위의 마인에게 힘을 크게 쓰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장민이 장
민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강진호가 지시한다고 해도 장민은 강진호에게 진심으로 달려들 수 없다. 전력을 다하는 수준은 바 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목숨을 빼 앗을 기세로 달려드는 것은 불가능 하다.
그렇기에 바토르다.
오직 바토르만이 지금 강진호가 느끼고 있는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 어줄 수 있었다.
“크아아아아아앗!”
바토르의 주먹이 광속으로 내질러 진다.
단순한 찌르기.
하지만 그 찌르기에 담긴 위력과 속도를 본다면 그 누구도 저걸 단순 한 찌르기가 부르지 못할 것이다. 웬만한 전차에서 쏘아지는 포격 이 상의 힘이 저 주먹에 담겨 있다.
현명한 대처는 피하는 것.
그리고 틈을 노리는 것이다.
하지만 강진호는 피하지 않았다.
우드득.
움켜쥔 주먹에 마기가 폭발적으로 밀려 들어간다. 과도한 마기를 쑤셔 넣은 주먹이 검다 못해 칠혹같이 물 들어 버렸다.
그렇게 날아오는 바토르의 주먹을 정면으로 맞상대한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주먹과 주먹이 맞부딪치면서 귀를 찢는 폭음이 터져 나온다.
“큭!”
강진호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헛 바람이 터져 나왔다.
바토르와 정면으로 맞상대를 하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그의 힘, 그리 고 그의 외공, 거기에 바토르가 폭 발적으로 끌어 올린 마기가 조화된 다면, 바토르의 일격은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파괴력을 낳는다.
냉정하게 생각해 봐도 이만한 힘 에 정면으로 맞상대할 수 있는 자는 홍왕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강함은 힘만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다.
속도와 기술, 그리고 내력을 활용 한다면, 강진호는 상처 없이 바토르 의 목을 잘라 버릴 수 있다.
하지만…….
강진호의 얼굴이 절로 미소를 짓 는다.
참을 수 없는 즐거움.
주먹 끝으로부터 어깨 끝까지가 격렬한 격통을 호소한다. 근육이 모
조리 터져 나가고, 뼈가 모조리 으 스러진 것 같은 감각. 조금만 힘에 서 밀렸어도 감각대로 됐을 것이다.
그 격렬한 통증을 느끼면서 강진 호는 귀신처럼 웃어 댔다.
이거다.
그래, 이거다.
머리를 아무리 굴려봐야 답은 나 오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을 하고 명상을 한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 는가.
적천마존이 그토록 강해질 수 있 던 이유?
간단하다. 수도 없는 실전을 겪었
으니까.
죽는 게 당연한 전장에서 살아 돌아왔다.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와 싸우 고도 그 목을 잘라냈다.
끊임없는 전투와 생명을 위협하는 부상.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서서 끝도 없이 죽음을 겪어왔기에 적천은 강 해질 수 있었다.
지금 강진호에게 부족한 것?
이 일격을 막으면서 과거의 감각 이 살아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다.
강진호는 너무도 빠르게 강해졌
다.
그렇기에 이제는 적당히 어울릴 만한 상대도 찾기 어려워졌다.
‘더 강해져라.’
그렇다면 만들어내면 된다.
강진호가 위협을 느낄 만한 상대 를.
“으아아아아아아아!”
바토르가 다시 한 번 주먹을 휘 두른다.
권압(奉壓)만으로 뼈가 저릿저릿 해지는 위력.
자신의 얼굴로 날아오는 주먹을 보며 강진호가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진심으로 날뛴다고 하더라도 바토 르는 버텨낼 것이다.
그게 너무 즐거워 참을 수 없는 강진호였다.
“……이상으로 피고의 증언을 마 치겠습니다.”
강진호가 가만히 고개를 들어 천 장을 바라보았다.
그의 귓가로 조금은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로드, 무인으로서 수련에 집중하 는 것은 분명 좋은 일입니다. 하지 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않습니까?”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내렸다.
그곳에는 전신을 붕대로 감고 있 는 바토르가 소파에 엉덩이 끝만 겨 우 걸치고 있었다. 엉망이 된 얼굴 을 보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못 버티네.’
살짝 오버했다.
아니, 살짝이라기는 조금 과했지. 까딱하면 바토르를 죽일 뻔했다.
강진호의 고개가 천천히 돌아가
창밖을 바라본다. 그의 눈에 반쯤 폐허가 되어버린 산 중턱이 들어온 다.
‘에……
저것도 조금 과했다.
이현수가 거금을 들여 만든 수련 장은 아주 박살이 났다. 덕분에 지 금 이현수의 표정은 마치 뭐라도 씹 은 것처럼 뚱하게 변해 있었다.
“바토르 님은 총회의 소중한 전력 입니다. 조금 더 귀하게 대해주십시 오.”
« o ”
M..•
강진호가 주춤했다.
확실히.
그래도 나름 이사 직을 맡고 있 는 사람인데, 저만큼을 때려놓으면 문제가 생기겠지.
하지만 이 격한 상황 속에서도 그를 변호해 주는 이가 있었다.
“헛소리하지 마라, 위긴스. 나는 지금 기분이 매우 좋다.”
“……그거 병입니다, 병.”
“네놈은 진정한 무인이 아니로 군.”
“그런 게 진정한 무인이면, 저는 안 하겠습니다.”
“한심한!”
위긴스가 고개를 내저었다.
‘입만 살아서는.’
전신에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얻어맞은 사람이 저리 쌩쌩할 수가 없다. 사실 저 붕대도 치료를 목적 으로 감은 게 아니다. 전신에 붕대 를 감은 게 푸르딩딩하게 물든 것보 다는 훨씬 보기 좋으니 감아둔 것에 불과했다.
‘사람을 패도 어떻게 저렇게 패 나.’
평범한 사람을 저렇게 패도 일단 은 징역이다. 그런데 그 바토르를
저 꼴로 만들려면 얼마나 패야 한단 말인가.
두들겨 팬 강진호를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그렇게 맞고도 살아 있 는 바토르를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회주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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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호가 손을 살짝 들어 위긴스 의 말을 끊었다.
“조금 머리에 피가 몰렸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저 정도는……
“바토르.”
“말하라, 주인.”
“내가 잘못한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바토르가 단호하게 말했다.
“주인이 검을 썼다면 말이 다르겠 지. 하지만 맨손으로 상대한 주인을 이겨내지 못한 것은 나의 잘못이다. 권사가 검사에게 주먹으로 지고도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고 징징대는 건 목에 칼을 박고 죽어야 할 일이 지.”
위긴스도 더 할 말이 없는지 입 을 닫아버렸다.
“과하다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 군.”
강진호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내가 과하게 강한 건가?”
“아니면 너희가 과하게 약한 건 가?”
이사들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 다.
그 누가 말을 하더라도 무인에게 있어서 ‘약하다’라는 말은 세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모욕이었 다.
“불합리하다고 느끼면 강해지면
된다. 내가 과하다는 말을 하고 싶 다면, 나를 꺾고 나서 지껄여라. 여 기는 총회다. 회사가 아니야.”
위긴스가 긴장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저 말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 뒤에 숨의 있는 의미다.
“무인계에서 강함은 그 무엇보다 우선한다. 쓸데없는 잡기로 모자란 강함을 채우려 하지 마라. 더 강해 지면 된다.”
“……명심하겠습니다.”
“위긴스.”
“예, 회주님.”
“내일은 너다.”
위긴스가 마른침을 삼켰다.
강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앞으로는 반드시 보고해야 할 것 만 보고해. 남은 것은 너희가 적당 히 알아서 처리해라.”
강진호가 밖으로 나가 버리자 남 은 이사들이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 다.
“이건 대체……
“뭐긴.”
바토르가 히죽 웃었다. 아니, 정 확히는 웃으려다가 입안이 터졌는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이제 너희도 나 같은 몰골이 된 다는 거지.”
뭐가 뭔지는 몰라도 심상치 않은 광풍이 총회를 덮쳐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