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8)
마존현세강림기-108화(108/2125)
마존현세강림기 5권 (8화)
2장 — 고민하다 (3)
“통신 보안, 이병 강진호입니다.”
– 오, 진호야. 휴가 잘 보내고 있냐?
“예.”
– 사고는 안 쳤지? 운전 안 했 지?
“예. 안 했습니다.”
— 운전을 하는 것까지는 괜찮은데, 갖다 박지만 마라.
“안 하겠습니다.”
— 그래. 세아 씨는 잘 있고?
— 담에 형이랑 같이 휴가 나가서 세아 씨랑 밥이나 한 끼 먹자
“그럼.”
— 마! 진호야! 인마!
강진호는 전화를 끊고 고개를 저 었다.
조원구 병장은 사람으로는 괜찮은데 장난기가 너무 심해서 탈이었다.
딩동!
벨이 울리는 소리에 강진호는 현 관으로가 문을 열었다.
“좋은 아침입니다, 강진호씨.”
“일찍 오셨네요.”
“제가 하는 일이 그거니까요. 들 어갈까요?”
“아뇨. 제가 나가죠.”
강진호는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 갔다.
“가까운데 적당한 곳이 있나 모 르겠네요.”
“조금만가면 아버지가 하는 카페가 있으니 그리로가시죠. 방금 출 근하셨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네, 그러죠.”
강진호는 조규민과 함께 걸어서 카페로 향했다.
조금 걸어 카페 안으로 들어가자 아버지가 반갑게 그들을 맞았다.
“진호 왔니? 오, 규민 씨. 오랜만 입니다.”
“그간 별고 없으셨습니까?”
“자식 놈이 군대 간 것 말고는 괜 찮습니다.”
조규민이 빙그레 웃자 강진호가 입을 열었다.
“둘이 해야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용한 자리 있을까요?”
“……보다시피 다 조용하다.”
손님 하나 없는 카페를 둘러본 강진호의 머릿속에 이 카페에 투자한 투자금이 떠올랐다.
“괜찮은 겁니까?”
“저, 점심시간이 되면 사람이 많 아. 지금은 막 오픈해서 그런 거야.”
“그런 것 치고는 너무 조용한데•…”
“아냐, 정말이야.”
발뺌하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조금 떨려 나오는 것을 보아 이 카페에 투자한 투자금은 이미 사라졌다고 보는게 맞을 것 같았다.
“원두 안 갈고 뭐해요!”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리니, 어머니가도끼눈을 뜬 채 주방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머! 진호 왔니?”
“ 예.”
같은 사람이 내는 같은 목소리건 만 어떻게 이리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하는 조규민이었다.
“안쪽에 회의실용으로 만들어놓은 룸 있으니, 그 안으로가거라.”
“ 예.”
“아침이니 커피지?”
“아메리카노 주세요.”
“규민 씨는요?”
“같은 걸로 하겠습니다.”
“멋진 맛을 보여 드리죠.”
아버지의 허세를 웃음으로 넘기며 회의실로 들어간 둘이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았다.
“일단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서는 준비를 해뒀습니다. 강남재경병원 VIP실을 확보해 두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 다만……
조규민이 여지를 남기자 강진호가의아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수녀님의 신분이다 보
니 본인의 허락이 없으면 문제가 있 습니다. 지금 있는 병원은 카톨릭 계열이고, 교구에서 지정한 병원입니다.”
“음……”
“성심 보육원의 문제로 교구와 마 찰이 있으셨던 모양입니다.”
그럴 만도 하다.
수녀로서 아이들에게 봉사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지만, 모든 생 활이 보육원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은 교규 입장에서는 허락할 수 없는 일 이었다.
더구나 교구 소속이 아닌 보육원
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니 본인의의사가 중요합니다. 원장님을 설득하는 일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네.”
강진호는 처음부터 그 일은 자신 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다만, 병원 쪽은 저희가도와드 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육원에 대한 부분은도와드리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오해하시는 모양인데요.”
“예‘?”
강진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
다.
“저는 한번도 재경에서 보육원을 돕는 방향으로 움직여 달라고 한 적 이 없습니다. 병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좋은 병원이 있는지를 물은 것이지, 재경에서 환자에 대한 치료를 담당해 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
“일체의 비용은 제가 댑니다. 개 인적인 친분과 관계로 이러한 일을 하게 만든 것은 사과드립니다. 하지 만 제가 워낙이 이런 부분에 무지한 관계로 어쩔 수 없었다고 말씀드리
고 싶네요.”
“그런 말씀 마십시오. 황정후 회장님께서 제게 지시한 것은 강진호씨에 대한 지원입니다. 겨우 그런 일도 못해서야 되겠습니까?”
그 회장의 지시로 회사의 사원이 자신을 지원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 어 있다고 생각하는 강진호였지만, 굳이 그런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황정후가 강진호에게 집착하는 이 유를 모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강진호에게도 재경의 지원이 필요하다. 재력적인 측면이 아니라 정보적인 측면에 있어서 재
경 이상의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런의미에서 하나 더 부탁드리 고 싶은데요.”
“예‘?”
조규민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조심해서가세요.”
조규민이 강지환에게 공손히 인사를 하고는 카페를 빠져나갔다.
“무슨 일이 있냐?”
“별일 아닙니다.”
“너는 휴가 나온 놈이 바쁘기도
하구나.”
“그러게요.”
“앉아라. 커피도 제대로 못 마셨을 테니, 아버지가 제대로 한 잔 타 주마.”
강진호는 빙긋 웃고 말았다.
예전에 택시 기사를 할 때에도 유 쾌하셨던 아버지지만, 요즘 카페를 하고 나서부터는 정말 사람이 밝아 졌다는 것이 실감이 날 정도였다.
“예.”
강진호는 창가에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버지가 커 피를 손에 들고 왔다.
“향부터 맡아봐라.”
잔을 코에 대자 진한 커피향이 올 라온다. 웬만한 전문점에서도 맡을 수 없을 만큼 짙은 향이었다.
“괜찮지?”
“고생하셨네요.”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이 정도의 커피를 만들어내기까지 커피에 대해 문외한이던 그의 아버지가 얼 마나 고생을 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그런 말은 맛을 보고 나서 하는 것 아니냐?”
아버지의 재촉에 강진호는 커피를
한 모금 머금었다. 입안에서 맴도는 커피향이 진하다.
“……쓰네요.”
“쯧.”
아버지는 커피 맛도 모르는 원시 인을 보는 눈으로 강진호를 나무랐 고 강진호는 슬쩍 고개를 돌렸다.
사실 그의 혀는 그리 민감하지 못 한 편이다. 전문점의 커피와 프렌차 이즈 커피에서 다른 점을 찾지 못하는 그에게 아버지가 원하는 급의 감 상을 듣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맛있지?”
“……예.”
“됐다, 이놈아!”
“아뇨. 정말 맛있어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쓰기는 했지 만, 입안에서 느껴지는 커피향이 진 하고 강하다는 것만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이런 걸 풍미라고 하는 건가?’
확실히 아버지가 만든 커피가 고 급이라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이걸 만들려고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냐?”
“고생하셨을 것 같네요.”
“그래. 원두부터 시작해서 블렌딩
까지 하나하나 배워 나가면서 공을 들였지. 네 어머니는 쓸데없는데 돈 쓴다고 얼마나 타박을 하는지.”
그 말을 하면서 슬쩍 주방 쪽의 눈치를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안쓰 러웠다.
“돈도 엄청 깨졌지. 네가 벌어온 돈을 그렇게 써서 미안하기는 하다 만.”
“아닙니다.”
“그래도 진호야.”
“ 예.”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투자를 하
고 공을 들여야 한단다.”
아버지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에게는 아 무것도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이 카페를 내기로 했을 때는 그냥 다른 곳에서 커피를 받아 왔지만, 막상 내가 카페를 해보니 그런 식으로는 안 되더구나. 커피를 파는 사람이 커피에 대해 모르는데 어떻게 장사가 잘되겠니.”
“맞는 말씀입니다.”
“공부를 하고, 투자를 하고, 커피 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갈 기세로 공을 들여야 한다. 인생도 마찬가지
란다. 네가 어렵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에 투자하고 공을 들이 거라. 그래야 길이 열린단다.”
강진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아버지의 말이 맞았다.
‘회피했나……
딱히 피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잘 알 만한 사람들이 많 다고 생각했기에 그들에게의지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확 실하게 알 수 있었다.
강진호 스스로 알아보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피상적인 정보만을 얻게 될 뿐이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다
른 사람이 떠먹여 주기를 기다릴게 아니라 강진호가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감사합니다.”
강진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버지 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응‘?”
영문을 모른 아버지가 강진호의 행동을 뜬금없어 했다. 그냥 그가 배운 것을 이야기해 준 뿐이고,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조금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뿐인데, 강진호의 반응이 너무 즉각적이다.
“아니, 내 말은……
“큰도움이 되었습니다.”
“ 으응?”
“그럼 저 잠시 들를데가 있으니 나가볼게요.”
“그, 그래라.”
강지환은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강진호를 보고 입맛을 다셨다.
“뭔가 벌집을 쑤신 기분이 드는데……
뭔가 알 수 없는 찝찝함에 강지환 이 혼란스러워할 때, 그의 혼란을 바로잡아 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플로어 청소 안 해요?”
“가, 갑니다! 여보!”
강지환이 빈 커피 잔을 들고 주방으로 부리나케 뛰어갔다.
쌔애애앵!
귓가로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강진호는 집중 해서 금동이를 몰았다.
향하는 곳은 성심 보육원.
이제는 자연스럽게도로를 뒤집으 며 성심 보육원에도착한 강진호가 금동이를 대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옵아.”
강진호를 발견하고 뒤뚱뒤뚱 다가
오는 아이들을 양팔에 끼고 강진호는 앞으로 전진했다.가는 와중에 다리에 아이들이 달라붙었지만, 최 대한 아이들에게 힘이가지 않게 조 심해가며 슬금슬금 앞으로 간 강진호가 박유민을 불렀다.
“어디냐?”
“ 으응?”
주방에서 양파를 깎고 있던 박유 민이 반쯤 눈물을 머금고 나와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연락도 없이.”
“연락은 무슨.”
보육원에 오는데 언제부터 일일
이 말을 하고 왔다고 새삼 연락까지 한단 말인가. 강진호는 아이들을 바 닥에 내려놓고는 입을 열었다.
“복귀 준비해라.”
“응‘?”
“곧 해결할 테니까, 미리 구단에 전화해 놔. 언제쯤 복귀할 거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내일쯤 되면 조규민 씨가 구한 보육 교사들도 출근할 거다. 일단 삼교대를 맞춰놨으니까,니가 시간 대 다시 조정해라.”
“아니, 진호야. 일방적으로 일을 그렇게 해버리면……
“바쁘다. 일단 그렇게 알고 있어.” 강진호가 그 말을 남기고 다시 뒤 뚱거리며 입구로가더니, 달라붙는 아이들을 떼어내고는 밖으로 나갔다.
박유민은 그런 강진호를 보며 솔 직한 감상을 내놓았다.
“……그런 건 전화로 말하면 되 지, 진호야.”
그의 친구는 여전히 대책이 없었다.
밖으로 나온 강진호는 금동이를 잡고 병원을 향해 핸들을 돌렸다.
‘우물쭈물하는 건 나와 맞지 않아.’
천하의 적천마존이 별것도 아닌 일에 고민하고 있었다는게 더 우스 운 일이었다.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강진호가 깊게 발을 들이려 하지 않았을 뿐이다.
아버지의 말이 맞다.
상황을 해결하려면 그저 옆에서 훈수를 두고 있어서는 안 된다. 직 접 발로 뛰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쌔애애앵.
병원으로 향하는 강진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