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80)
마존현세강림기-1081화(1079/2125)
마존현세강림기 44권 (12화)
3장 돌진하다 (2)
쾅
뼈가 으스러진다는 게 이런 기분 일 것이다.
그저 날아드는 주먹을 팔뚝으로 막았을 뿐인데, 전속력으로 돌진하 는 덤프트럭을 막아 세운 듯한 감각 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도 잠시. 끔찍한 고통이 조금 이어지더니, 팔의 감각이 사라 져 버린다.
하지만 고개를 내려 팔의 상태를 확인할 여유 같은 건 없다.
팔을 뭉개 버린 주먹이 빠르게 회수되더니 다시 내질러진다.
‘큭!’
뭔가 생각할 틈도 없다.
날아드는 주먹의 속도가 사고의 속도를 초월하고 있었다. 본능적으 로 손을 들어 막아내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리고 그것조차 완전하지 않다.
쿠웅!
주먹을 막아낸 손이 속절없이 뒤 로 밀려나며 턱에 틀어박힌다. 순간 적으로 세상이 암전한다.
“끄윽!”
아득하니 날아간 정신이 돌아옴과 동시에 끔찍한 격통이 턱을 덮친다.
‘어디?’
정신은 돌아왔지만, 감각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 정확 하게 어떤 상태인지 알 수가 없다. 조금 더 시간이 홀러서야 볼에 와닿 는 딱딱한 바닥의 감촉이 느껴졌다.
‘쓰러졌……
반사적으로 팔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킨다.
“아, 아직!”
“ 그만.”
위긴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건 대련이 아니다. 손 한 번 뻗 어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얻어맞은 걸 대련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저는 아직 더 할 수 있습니다.” 위긴스가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하지만 강진호는 차가운 눈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스무 번.”
“죽이려고 마음먹었으면 스무 번 은 더 죽였다.”
으득.
이 사이로 들어간 입술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뜯겨 나간다. 입안으로 비릿한 피 맛이 느껴졌다.
차이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강진호. 현세 에 강림한 마왕이다. 그 압도적인 힘을 몇 번이고 자신의 두 눈으로 목격하지 않았는가.
강진호가 마음만 먹으면 위긴스 따위는 순식간에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5분은 버틸 수 있을 거 라……
그렇게 믿었다.
강진호와 위긴스의 격차는 그 정 도라고, 진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노 린다면 5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제대로 된 상처 하 나 남기지 못하겠지만, 버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맞붙어본 강진호와 그의 격차는 상상을 초월했다.
‘검조차 쓰지 않았는데……
강진호는 검수.
검을 들었을 때와 검을 들지 않 았을 때의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강 진호가 진심으로 누군가와 맞싸울 때는 언제나 검을 들었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의 두 손은 비어 있다.
검수가 검을 버리고 상대한다는 건 상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 다. 악의는 없겠지만, 지금의 강진호 가 보는 위긴스는 그 정도라는 의미 였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스치지도 못했다.
상상할 수도 없는 굴욕감. 뼈가 으스러지는 것도 이리 고통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무인으로서의 자존심 같은 건 이 미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명예보다는 실리.
명성보다는 이득.
그리 생각하고 살아온 지가 벌써 십 년이 넘었다.
하지만 새삼 알게 된다. 아무리 폭력과는 관계없는 삶을 살아가고, 폭력을 덧없다 느끼는 이라도 자신 이 감당할 수 없는 폭력에 무릎을
꿇는 순간 느끼는 굴욕감이라는 건 조금도 적어지지 않는다.
피가 거꾸로 도는 것 같은 감각 이다.
“위긴스.”
“……예, 로드.”
강진호가 가만히 위긴스를 바라보 다 입을 열었다.
“너는 뭐지?”
“무인인가, 그렇지 않은가?” 위긴스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당장 대답하고 싶다. 나는 무인이 라고, 이 늙어버린 가슴에도 아직
무인으로서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고 말이다.
하지만 그 대답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대체 무인이라는 것은 뭔가.
무학을 익힌 자?
산을 뛰어넘고, 강을 한달음에 건 너는 자?
기운을 이용해 평범한 이들은 도 달할 수 없는 곳을 발을 디딘 자?
모두 아니다.
적어도 위긴스의, 그리고 강진호 의 기준으로 무인이라는 건 강해지 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자
다. 강해지기 위해서 다른 것을 포 기할 수 있는 자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지금의 위 긴스는 정말 무인인가?
대답할 수가 없다.
스스로도 내릴 수 없는 답이 그 저 내부를 갉아먹는다.
가만히 위긴스를 바라보던 강진호 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은 무인인 것 같군.”
낮은 목소리다.
“하지만 약해.”
“요행을 바라지 마라.”
위긴스가 고개를 들었다.
“강해지는 데 다른 방법 따위는 없다. 제 발로 걷지 않고 누가 옮겨 줄 수는 없다. 차에 탄다고 해도 액 셀은 제 발로 밟아야만 하는 법이 다.”
“ 하나••••••
“약하다면 선택할 수밖에 없지.” 강진호는 더없이 단호했다.
“잠을 줄여. 먹는 시간을 줄여라. 생각에 빠져 있는 시간도, 씻는 시 간도 줄여.”
“양립이라는 건 그런 거다. 강해
지고 싶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것도 놓고 싶지 않다면, 다른 것을 희생 할 수밖에 없다.”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천하기는 너무도 어려운 말이다.
반백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로지 무학 하나만을 보고 살아왔다. 무인 들이 걷는 길은 일반인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하다.
오로지 강해지겠다는 일념 하나만 으로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게 무인의 삶이다.
적당히 삶과 무학의 밸런스를 맞 춘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시대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무학 에 할애하는 정도를 줄이는 순간, 주변은 앞서 나간다. 잠시 쉰 것만 으로 다른 이들은 몇 발짝 앞서간 다.
그리고 그 몇 발짝이 때로는 돌 이킬 수 없는 간격이 되어버리는 게 무인의 삶이다.
그런 삶을 수십 년이나 지속해 왔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것
을 포기하고, 인간이라면 당연히 겪 어야 할 일들을 미뤄두며 오로지 무 학 하나만을 보고 달리고 또 달리는 삶.
이 나이가 되어 그 삶을 지속한 다는 건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이 다.
그래도 위긴스는 버텼다.
버티고 또 버텼기에 여기까지 올 라올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가혹하기 짝이 없군.’ 위긴스가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그럼에도 자꾸 실소가 나오는 것
은 눈앞에 선 사내가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상할 수도 없는 고행의 길.
어떤 길을 걸어왔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는 길을 걸 어서 마침내 저곳에 도달한 이가 눈 앞에 있다. 아마도 위긴스가 걸어온 삶의 수십 배, 수백 배는 더 가혹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강진호는 나아간다.
‘조금을 봐달라고.’
우는소리가 목 끝까지 차올랐지 만, 위긴스는 튀어나오려는 말을 억 눌렀다.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는 순
간, 위긴스는 더 이상 무인으로서 살아갈 수 없게 된다.
아직은…… 아직은 아니다.
“그렇다면 로드.”
U 으 »
“o’ •
“조금 더 가혹하다면, 더 강해질 수 있겠습니까?”
“글쎄.”
“•…”네?”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한다.
“좀 미묘한데.”
보통 이럴 때 이런 말이 나오나? 강진호가 가만히 위긴스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육탄전이 약해.”
“아니. 육탄전이라기보다는 근접 전. 거리를 주지 않고 싸우면 제대 로 검을 휘두르지도 못해.’’
아니, 그야…….
내가 익힌 무학이 그러니까. 검은 중거리 병기고, 마법은 원거리 병기 니까!
“변명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위긴스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고소하다는 듯 그를 보고 있는
이사진들과 이현수가 보인다. 이현 수의 깨소금 터진다는 얼굴을 보고 나니 부아가 치민다.
“조금은 변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만, 애초에 서양에는 권사라는 불합 리한 클래스가 없습니다.”
“ 없어?”
“예! 엘더 나이트도 다들 무기를 들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보니……
강진호가 기억을 돌이켜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 같군.”
“당연한 겁니다. 무기를 들고 싸
우는 게 무기를 들고 싸우지 않는 것보다 강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굳이 무기를 들지 않는다 거나, 짧은 무기를 들고 싸우는 일 을 할 필요가 없잖습니까. 사실 검 사라는 것도 이쪽에서는 꽤나 희귀 한 족속들이란 말입니다. 현대에 들 어서 그 패용의 편의성 때문에 늘어 나긴 했지만, 원래대로라면 창을 활 용하는 쪽이 훨씬 범용성이 높습니 다.”
갑자기 시작된 강의에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납득이 간다.
‘군대의 논리로군.’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 과거의 군대에서는 검 따위를 사용하지 않 았다. 병사라면 당연히 창을 든다. 서로 무기를 써본 적이 없는 이들에 게 검과 창을 주고 겨루게 한다면, 검을 든 이는 창을 든 이에게 접근 조차 하지 못한다.
“그러니 저는 근접전에 약할 수밖 에 없습니다. 제가 무학을 익히던 곳에서는 제가 오히려 근접전을 펼 치는 편입니다.”
“더 가까운 거리에서 박투를 해본
적은 없다는 뜻이군.”
“보통은 그 거리를 허용하지 않습 니다.”
위긴스가 검을 들어 아래를 내리 그었다.
1미터 정도 앞에 그어진 선.
“여기가 제 거리입니다.”
위긴스가 어깨를 으쓱한다.
“가진바 역량의 한계인지는 모르 지만, 저는 이 거리 안에서는 속수 무책입니다. 그리고…… 자만이라고 말하셔도 할 말은 없지만, 저는 이 거리 안으로 누군가 들어오지 못하 게 만드는 데 평생을 바쳤습니다.
로드처럼 간단하게 그 안에 들어와 버리는 사람을 만나면 그냥 목을 내 놓을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한 변호가 아니다.
이건 관점과 자신의 무학에 대한 설명이다.
“근접전을 강화하기보다는 차라리 근접하지 못하게 하는 쪽에 걸겠다 는 거로군.”
“정답입니다.”
“그걸 못하고 있다는 게 문제겠 지.”
위긴스의 수염이 살짝 떨렸다.
확실히 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
왜냐면 강진호가 검을 들고 그가 익 숙한 형태로 싸워준다고 하더라도 지금보다 사정이 나을 거라고는 죽 어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는 제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 였다고 생각합니다.”
강진호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위긴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도달했습 니다. 발전이 더뎌지는 순간을 말입 니다.”
그럴 것이다.
누구나 그 벽에 도달하기 마련이 니까.
이건 단순히 무학에만 적용되는 이치가 아니다.
배움과 수련, 공부가 발전으로 이 어지는 기간은 영원하지 않다. 끊임 없이 노력해 온 인간이라면 반드시 도달하게 된다. 해온 것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나아갈 수 없는 순간이.
그때 선택하게 된다.
발버둥을 쳐서라도 도전할 것인 가, 아니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멈출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은 도전한다.
포기하는 게 아니다. 보통은 도전 한다. 그게 자신의 한계라는 걸 인
정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벽은 한 번 넘는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몸의 피가 말라붙을 것 같은 고 통을 이겨내고 벽을 넘으면 더 큰 벽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그것마저 뛰어넘으면 또 더 큰 벽이 앞을 가 로막고 있다.
인간은 그때야 비로소 절망을 느 낀다.
지금까지 해온 것 이상의 노력과 고통을 몰아넣어서 얻는 대가는 겨 우 한 뼘의 전진. 대가는 너무도 미 약하고 바쳐야 할 것은 너무도 많
그리고 어느 순간에는 결국 마주 하게 된다. 노력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을 말이다.
위긴스가 호수 같은 눈으로 강진 호를 응시한다.
“저는 넘을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