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81)
마존현세강림기-1082화(1080/2125)
마존현세강림기 44권 (13화)
3장 돌진하다 (3)
“인정하고 싶지만, 저는 난잡합니 다.”
위긴스가 담담하게 말했다.
“너무 많은 것을 익혔습니다. 저 는 검을 익히고, 마법을 익혔습니다. 한때는 그게 다른 이들보다 앞서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저 걸림돌에 불과 합니다.”
듣는 이들이 다들 고개를 끄덕였 다.
두 가지를 할 수 있는 사람은 한 가지를 할 수 있는 사람보다 유용하 다.
하지만 그건 동등한 능력을 갖추 었을 때뿐이다.
100의 숙련도를 가진 한 가지에 비한다면, 100의 숙련도를 가진 두 가지는 확실하게 우월할 수밖에 없 다.
하지만 100의 숙련도를 가진 한
가지를 상대로 80의 숙련도의 가진 두 가지라면 어떨까?
이건 처음과 느낌이 다르다.
두 가지를 익혔다는 것의 강점은 한 가지를 익힌 사람과 계속 발을 맞추어 나갈 때나 의미가 있다.
검과 마법을 모두 완벽하게 익혀 낸다면 검을 익힌 이보다 우월하다. 하지만 하나만 파도 끝이 보이지 않 는 무학의 길을 둘 모두 걷는다는 건 타인의 몇 배나 되는 수련을 감 당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가능할지 모른다.
위긴스 역시 천재.
타인은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재 능의 소유자니까. 하지만 그도 사람 이라면 반드시 언젠가는 벽에 부딪 히기 마련이다. 하나의 벽을 넘는 데도 인간의 정신력이 한계까지 소 모되고, 심지어 심마까지 겪는 게 무학이 다.
그런데 두 개의 무학을 익히면서 동시에 벽을 넘는다?
그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위긴스도 당연히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천재라는 족속들은 대부분이 그렇 다. 머리로 계산하고 이해하기 전에
본능적으로 먼저 알게 된다. 이 벽 을 넘는 게 지금의 그로서는 불가능 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바닥부터 아득바득 기어 올라온 둔재는 알지 못한다. 둔재에게 있어 서 벽이란 언제나 계산이 되지 않는 존재니까. 넘을 수 있는지, 넘을 수 없는지 알 수 없다. 그러니 언제나 전력을 다해 들이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긴스에겐 아니다.
그는 안다. 계산이 서지 않는 것 도 이해해 버린다. 논리로는 설명되 지 않는 것을 감각만으로 이해해 버 린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그가 마 주한 벽은 그의 노력만으로는 돌파 할 수 없다는 걸 말이다.
“넘을 수 없는 벽을 보게 된 사람 이 해야 할 선택은 하나뿐입니다.”
“멈춰 섰나?”
“아니요. 돌아가는 겁니다.”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무학이라고는 한들 결국 인간의 격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조건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목 표는 로드와는 조금 다를지 모릅니 다. 로드는 무의 강함에 전부를 걸 었지만, 저는 인간으로서 강해지고
싶었습니다.”
위긴스가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말을 이었다.
“그전에는 잡기 취급하던 여러 가 지를 익혔습니다. 한 분야에서 끝까 지 갈 수 없다면, 여러 분야의 많은 것을 익히는 것으로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도달한 곳이 이곳.
팔방미인 소리를 듣고 가장 도움 이 되는 자라는 소리도 들을 수 있 었지만, 전력이 되지는 못한다.
‘ 미묘하지.’
위긴스는 웃고 말았다.
총회에서 그의 위치는 더없이 미 묘하다. 바토르와 장민에 이은 자리 정도는 차지할 수 있지만, 바토르나 장민처럼 강대한 전력으로는 여겨지 지 않는다.
그렇다고 방진훈보다 나은가?
최근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아직은 방 진훈보다 강하다는 자부심이 있지 만, 방진훈은 지금 이 순간도 강해 지고 있다. 머지않아 그의 강함이 방진훈의 강함을 감당할 수 없는 순
간이 올 것이다.
레이스 도중 발을 다쳐 등 뒤에 서 쾌속으로 달려오는 이가 추월하 는 것을 기다리는 심정이다.
방진훈만이 아니다.
머지않아 마염들 중에서도 그를 추월하는 이가 나올 것이다. 발전을 지켜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 지만 그 발전이 자신을 추월할 때는 또 다른 느낌이다.
위긴스는 자신이 가르친 이들이 자기를 추월했다며 기뻐하고 웃을 수 있는 호인이 아니었다. 남이 발 전한다면 자신도 발전해야 한다. 상
대의 성장을 순수하게 기뻐할 수 있 을 때는 자신 역시 그 격차를 유지 하며 발전하고 있을 때뿐이다.
소인배나 할 생각이지만, 이게 위 긴스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렇기에 묻는다.
이 벽을 뛰어넘게 해줄 수 있냐 고.
그리고 이제는 강진호의 대답을 기다릴 때였다.
강진호가 가만히 위긴스를 바라보 다 입을 열었다.
“내가 그렇게 해주기를 원하나?”
“……물론입니다, 로드.”
“어떤 일을 겪는다고 해도?”
“얼마 전이었다면…… 대답이 달 랐을지 모르겠습니다.”
강해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딱히 강해지지 않는다고 해도 큰 상관은 없다고 여겼다. 그 가 원하는 것은 무력의 강함이라기 보다는 개인의 강함. 원탁보다 더 큰 곳을 휘두를 수 있게 된다면, 그 역시 과거보다 더 강해진 것이니까.
자신을 속인 게 아니다.
정말 그렇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단지 그것 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게 되었다.
‘치고 나가는 이들이 보이니까.’ 바토르는 강해졌다.
엉망이 된 몰골로 강진호에게 얻 어맞은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게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바토르 는 정말 어마어마하게 강해지고 있 는 중이다.
다만, 바토르까지는 괜찮다. 그는 원래 위긴스보다 강했으니까. 그와 는 조금 다른 종류의 사람이다. 무 에 모든 것을 걸고 그저 한결같이 나아가는 짓 같은 거……. 그는 하 지 못하는 일이다.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인간
들이 결국 정점에 선다.
바토르처럼, 강진호처럼.
그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오히려 방진훈 쪽이다.
‘말로는 못하겠지.’
그가 방진훈에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같은 건.
‘이상한 일이지.’
열등감을 느낄 이유 같은 건 어 디에도 없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그는 모든 면 에서 방진훈보다 우월하다. 지성, 능 력, 가진바 무력, 그리고 소소하게 재력이라든가 외모 같은 면에서조차
방진훈에게 뒤질 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을 끄는 인화력이라면 확실히 방진훈에게는 조금 밀릴지도 모르겠 다. 하지만 그건 이곳이 동양이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라면 밀리긴커녕 배는 앞설 것이다.
그렇기에 목에 들이밀어진 칼날이 된다.
결코 뒤지지 않을 거라 생각하던 이가 슬금슬금 다가오는 느낌. 저러 다 말겠지 하고 고개를 돌렸다가 다 시 돌아보면 생각 이상으로 성큼 다 가와 있을 때의 그 초조함.
추월당하고 싶지 않다.
어린아이의 치기 같지만, 지금 위 긴스의 등을 떠미는 것은 그 순수하 기 짝이 없는 치기였다.
“그전에 하나 물어도 되겠습니 까?”
“물어.”
“지고 싶지 않다는 감정 하나만으 로 억지를 부리는 게 무인으로서 합 당한 일입니까?”
다른 이들은 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럼 강진호는?
강진호의 고개가 갸웃한다.
역시나 이건 강진호에게는 어울리 지 않는…….
“이해를 못하겠는데?”
“그러면 괜찮……
“원래 무인이라는 게 다 그런 놈 들 아닌가?”
“••••••예?”
위긴스가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억지를 부리지 않을 거라면 회사 에 취직하는 쪽이 훨씬 이득이겠지. 너만 해도 마음만 먹으면 웬만한 대 기업의 중역 자리 같은 건 일도 아 닐 텐데? 아니면 네 회사를 차려도
되고.”
그렇지.
확실히 맞는 말이다.
“애초에 그런 합리적인 생각을 못 하니까 이러고 있는 것 아닌가. 다 들 마찬가지겠지.”
“대답이 됐나?”
위긴스가 미소를 지었다.
“충분합니다, 로드. 저를 강하게 만들어주십시오. 해야 하는 일이 있 다면 뭐든 다 하겠습니다. 이 벽을 뛰어넘고 더 강해질 수만 있다면, 지렁이라도 씹겠습니다.”
강진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각오는 좋지만, 방향이 틀렸다.”
“ 예?”
“멍청한 소리를 해 대는군. 강해 지는 방법 같은 건 없다.”
“아니, 반대지. 방법은 누구나 알 고 있다. 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지. 모자라면 채우고, 과하다면 버린다. 그러고 나서 나아간다. 그뿐이다.”
위긴스가 살짝 몸을 떨었다.
바토르는 자신에게 모자란 것을 강진호에게 받았다. 내력이라고 하
는 그것. 그 덕분에 바토르는 더 강 해졌다.
그렇다면 위긴스는?
“버려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알고 있군.”
“ 하나••••••
위긴스가 손을 떨었다.
그가 지금 움켜쥐고 있는 것은 그의 평생을 지탱해 온 것들이다. 그런데 무엇을 버릴 수 있단 말인 가.
“로드, 저는……
“약한 자는 선택하지 못한다.”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게 뭔지는 너도 알고 있겠지.”
위긴스가 입을 뻐끔거렸다.
버려야 할 것?
검, 마법? 아니면…….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가 가 장 먼저 버려야 할 것은…….
“……자존심입니다.”
위긴스가 고개를 숙였다.
“너는 벽에 부딪힌 게 아냐.”
위긴스가 격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 정도 벽은 넘을 수 있다. 다 만, 홀로 넘을 수 없던 것뿐이지.”
위긴스가 살짝 얼굴을 일그러뜨린 다.
“나 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나의 강함이 아니다. 그런 어쭙잖은 생각 을 안고 오를 수 있을 만큼 이 길 은 만만하지 않아. 강해지고 싶다면 진홁탕에 처박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오물을 핥는 것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위긴스가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멍한 얼굴로 바닥을 바 라보았다.
평범한 이들은 이해하지 못할 광 경이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 모습
을 지켜보는 이들은 다들 지금 위긴 스가 무엇을 겪고 있는지 알 것 같 았다.
“……말 몇 마디로 저래도 되는 겁니까?”
방진훈이 매우 불만스럽다는 얼굴 로 웅얼거렸다. 평소였다면 방진훈 을 타박했을 바토르도 짜증이 난다 는 얼굴로 맞장구를 쳤다.
“나는 죽어라고 처맞고도 못 뚫었 는데.”
“그건 이사님 탓이죠.”
“뭐, 인마?”
주먹을 들어 올린 바토르가 한숨
을 쉬며 주먹을 내린다.
‘영 마음에 안 드는데……
지금 위긴스는 자신을 넘어서고 있다.
화두 (話頭).
불가에서는 실마리에 이르는 것을 화두라고 한다. 실마리에 이른다는 것이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릴지 모르 지만, 실마리를 잡는다는 건 노력하 면 언젠가는 해결에 도달한다는 뜻 이다.
저만한 경지에서 강해진다는 건 눈을 가리고 사막 한가운데 사람을 떨어뜨리는 것과 같다.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안다는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한 것이다.
“불쾌한 느낌이군.”
“방해하고 싶은데……
심드렁하게 보고 있던 장민조차 살짝 짜증을 냈다.
“마존께서 하신 일이 아니었다면 날려 버렸을 거다.”
그리고 그 광경을 이현수가 흐뭇 하게 보고 있었다.
‘세상 어디를 뒤져 봐도 이런 곳 은 없을 거야.’
동료의 성취를 이렇게 대놓고 배 아파하는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눈물나게 솔직하고, 눈물나게 사 악한 곳이다.
확실한 건 이걸로 위긴스도 한발 앞으로 나아가게 될 거라는 사실이 었다.
그리고 남은 건…….
“ 나와.”
강진호가 고개를 돌리자 바토르와 장민이 옆으로 한 발 물러섰다. 가 운데 홀로 남은 방진훈의 얼굴이 시 커 메졌다.
“저요?”
“진짜 저?”
바토르가 방진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고는 빙그레 웃는다.
“가.”
방진훈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모습으로 수련장을 향해 나아 갔다.
그리고 한동안 비명 소리가 끊이 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