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83)
마존현세강림기-1084화(1082/2125)
마존현세강림기 44권 (15화)
3장 돌진하다 (5)
우우우우우웅!
마법진이 하얀빛을 뿜어냈다.
‘재미있는 광경이란 말이지.’
마스터는 이 게이트야말로 현대에 서 마법이 가지는 위치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마법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에게
게이트란 혁명적인 것이다.
어떤 교통수단을 활용해도 몇 시 간은 넘게 걸리는 거리를 한순간에 이동할 수 있다. 게이트가 바깥세상 에 퍼지면 물류와 교통의 혁명이 일 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말이지.’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만한 게이트를 만들고 열기 위 해서는 마법에 통달한 두 사람이 양 쪽에서 마나를 주입해야 한다. 적어 도 위긴스 정도는 되는 마법사가 말 이다. 그리고 그만한 마법사는 전 세계를 뒤져도 채 열 명을 넘지 않
는다.
다시 말하자면, 게이트를 이동 수 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에 열 명밖에 없는 희귀한 인재를 게이트 옆에 박아두고 열쇠로 써야 한다.
물론 그렇게 해서라도 수익을 창 출할 수 있으면 좋겠지.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게이트에 서 전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마나 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마나의 소 모량은 이동하는 거리와 이동하는 양에 비례한다.
한두 사람을 이동시키는 정도야
별 어려움이 없지만, 트레일러 두어 대 분량을 이동시킨다면 제아무리 마스터도 마력이 고갈되고 만다.
‘빛 좋은 개살구.’
딱 그거다.
그리고 현대에서 마법의 가지는 위치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법은 본디 기적을 행하는 힘이 다.
불을 피울 수 없는 곳에서 불을 피우고, 물이 없는 곳에서 물을 만 들어낸다. 인간이 신의 영역에 다다 르기 위해 선택한 금도(禁道)가 바 로 마법이었다.
하지만 이제 마법은 그 가치를 잃었다.
과학이 마법을 완벽하게 대체하니 까. 마법보다 유용하고, 마법보다 범 용적이다.
결국 현대의 마법이라는 건 그저 사람들을 놀래키는 마술 이상의 의 미를 가지지 못한다.
어쩌면 무인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빛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위긴스 가 마스터를 보며 손을 내밀었다.
“얼굴이 그리 좋아 보이시지 않습 니다? 아니면 제가 오는 게 반갑지
않으신 겁니까?”
“반가울 리가 있나. 귀찮을 뿐이 지.”
“마스터도 예전보다 조금 과격해 지신 것 같습니다.”
“ 덕분일세.”
위긴스가 피식 웃었다.
이곳에서는 총회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다른 종류의 편안함이 있었다. 그 편안함이라는 것도 대부분은 마 스터의 존재 때문이지만.
둘은 별말 없이 마스터의 집무실 로 향했다.
“앉게나.”
“예.”
“ 홍차?”
“감사합니다.”
홍차를 내준 마스터가 맞은편에 앉으며 가만히 위긴스를 바라보았 다.
“이상한 점이라도?”
“이상하지 않은 점을 찾는 게 빠 르겠지. 자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 올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저도 딱히 반박할 말이 없습니다.”
위긴스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마스터와 위긴스는 둘 모두 마검
사.
마검사는 굉장한 희귀 클래스다. 마검사를 지망하는 이들의 수도 굉 장히 적을뿐더러, 제대로 된 마검사 라고 지칭할 수 있는 수를 따지면 그보다 훨씬 더 줄어든다.
마스터와 위긴스를 기준으로 한다 면 단둘.
굉장히 넉넉한 잣대를 가져다 댄 다 해도 다섯을 넘지 않는 수준이 다. 다시 말하자면, 위긴스에게 있어 보고 배울 수 있는 마검사는 예전부 터 지금까지 마스터가 유일했다.
하지만 위긴스는 마스터의 제자가
아니다. 그에게 무학에 대한 가르침 을 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이트로서 원탁의 업무에 대한 가 르침은 받았을지언정 무인으로서 마 스터에게 배운 것은 없다고 해도 과 언이 아니었다.
“무슨 바람이 불어 그런 말을 하 는 겐가?”
“딱히 새로운 마음을 먹었다기보 다는…… 안에 차 있던 것을 버린 것뿐입니다.”
“버려?”
“ 예.”
위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을 버렸습니다. 로드께서 그러시더군요. 버려야 할 것이 있다 면 버려야 하고, 채워야 할 것이 있 다면 채워야 한다. 그래서 버렸습니 다.”
“한동안 동양에 가 있더니, 이상 한 말만 늘어놓는군.”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마스터가 그런 위긴스를 보며 고 개를 내저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마 스터의 기준으로는 젊은 혈기가 느 껴졌는데, 지금의 위긴스는 그도 상 대하기 껄끄러울 정도로 느물거린 다.
“한국에서 못된 것만 배워 왔구 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리 마스터께 부탁을 드리는 거겠 지요.”
마스터의 입가가 씰룩였다.
“자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 지는 알고 있나?”
“예, 마스터. 당연히 알고 있습니 다.”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사제지간을 맺기에는 너무 멀리 돌아오기는 했지만, 저만한 제자도 흔치 않습니다.”
“관두게, 징그러우니까. 제자라면 조금 뽀송한 맛이 있어야 하는 법이 지, 시커먼 늙다리를 어디다 쓴다고 제자로 받는단 말인가.”
“……평소에는 아직 젊다고 하셨 잖습니까?”
“그거야 그냥 하는 말이지.”
위긴스가 살짝 충격받은 얼굴로 몸을 움츠렸다.
“홍차나 들게나.”
“ 예.”
홍차를 한 모금 머금은 위긴스의 얼굴이 부드럽게 풀렸다.
“좋은 모양이로군.”
“딱히 음식이나 마실 것을 따지는 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고향의 차라는 건 이상한 감흥을 불 러일으킵니다.”
“그런 말을 하는 순간, 노인이 되 는 걸세.”
“실례했습니다. 그냥 홍차 맛입니 다.”
마스터와 위긴스가 마주 보며 낄 낄 웃었다.
“말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겠 지‘?”
“……굳이 안 될 이유가 있습니 까?”
“자네를 가르치는 건 그리 유쾌하 지 못한 일이지. 하지만 그건 중요 한 게 아냐. 더 중요한 건 네가 자 네에게 가르칠 게 딱히 없다는 거 지.”
마스터가 가만히 위긴스를 보며 말했다.
“자네는 자네의 일가를 세운 사람 일세. 내가 조금 앞서 있다고는 하 나, 그리 대단한 차이는 아니지. 그 런데 내가 자네에게 뭘 가르치겠는 가‘?”
“작은 것이라도 좋습니다.” 위긴스가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은 그 조금이 필요합니다. 먼저 길을 걸은 선인으로서, 그리고 제가 존경하는 무인으로서 제게 길 을 알려주십시오.”
“이해를 못하겠군.”
마스터가 등을 깊이 소파에 파묻 는다.
“설사 그렇다고 해도 자네의 주변 에 나 이상의 강자가 즐비하지 않은 가. 그런데 굳이 내게 가르침을 구 할 필요가 없을 텐데? 뭣하면 자네 의 회주에게라도……
“그래서는 의미가 없습니다.”
“음?”
“해답은 제 안에서 찾아야 합니 다. 이 벽을 넘는 게 제 목표라면 저도 그리했을 겁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제 안의 것들을 정립해야 합니다.”
“……나를 적당한 참고서로 활용 하겠다는 거로군?”
“기분 나쁘시다면……
“아니, 그건 아니지. 기분 나쁠 건 없지. 후인에게 참고가 될 수 있 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야. 내가 걸은 길을 인정받는다는 뜻이 니까. 다만……
마스터의 눈에 우려가 어린다.
“쉽지 않을 텐데?”
“당연히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 만 저는 해내야 합니다.”
“흐음.”
마스터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불이 붙은 모양이로군.’
당연히 그럴 것이다. 과거 위긴스 에게는 자극이 될 만한 이가 없었으 니까. 그가 자신에게 품는 감정은 경쟁심이 아니라 그저 동경일 뿐이 다.
나이트 르보가 지속적으로 그를 견제했지만, 위긴스는 나이트 르보
를 자신의 상대라 생각한 적이 없었 다. 바꿔 말하면…….
‘재수 없을 정도로 프라이드가 높 지.’
나이트 르보가 비록 그 꼴이 되 었다고는 하나, 나이트들 중에서는 손에 꼽히는 검사였다. 그런 이조차 위긴스를 자극할 수는 없었다는 뜻 이다.
“꽁지에 불이 붙었나?”
표정이 굳는 걸 보니, 정곡이 찔 린 모양이다.
마스터가 유쾌하다는 듯 웃었다.
“할 마음이 든 네 녀석을 보니 왠 지 나도 들뜨는군. 심정적으로야 도 와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지만
마스터가 고개를 내저었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어째서입니까?”
“시간이 없어.”
마스터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래 봬도 나는 원탁의 마스터란 말일세. 그리고 자네는 원탁을 떠난 몸이지. 안 그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원탁을 나간 이를 위해서 시간을 할애한다는 건 내게 불가능
한 일일세.”
적어도 원탁의 소속이기라도 하다 면 어떻게 방법을 마련해 봤을지 모 른다. 하지만 지금의 마스터의 입지 로는 업무를 밀어내고 그 시간을 위 긴스에게 할당한다는 게 불가능했 다.
그리고 그건 원탁의 발전에 아무 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아쉽더라도…….
“아, 그런 문제라면 괜찮습니다.”
“응?”
“설마 제가 그런 것도 생각하지 않고 이런 제안을 드렸다고 생각하
지는 않으시겠죠?”
생각했는데?
“아니, 뭐, 물론 아니지만……
위긴스가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한 다.
“그 문제는 제가 해결해 드릴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지금 마스터께 편중되는 업무의 양을 줄여 시간을 확보해 드리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 까?”
“그렇지. 다만, 나는 다른 나이트 들에게는 일을……
“나이트가 아닙니다. 이쪽에서 처 리하죠.”
마스터가 눈을 크게 떴다.
위긴스가 그런 마스터의 반응을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쪽에 보여주기 어려운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업무라면 분담 해 드리겠습니다. 남은 시간을 저를 위해 써주십시오.”
“업무라고는 해도 자네가 그걸 직 접 하겠다는 건가? 수련으로 벽을 넘으려면 모든 걸 걸어도 모자랄 텐 데‘?”
“무인으로서 벽을 넘는 것도 중요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격을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존심은 버렸지 만, 그렇다고 무에만 집중하는 인간 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으음.”
“그리고 딱히 제가 한다고 말씀드 리지는 않았습니다.”
“응?”
“이 상황에 관해서는 저 이상의 인재가 있습니다. 커리어 자체가 일 인으로 집중된 집단을 만들어내는 데 최적화된 자가 말입니다.”
“……떠넘기겠다고?”
“ 설마요.”
위긴스가 빙그레 웃었다.
“그도 마침 시스템을 갖춘 업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연수를 하려던 참입니다. 원래는 기업체로 갈 예정 이었습니다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런 분야에서는 원탁이 배는 나을 겁니다. 외부의 사업체와 무인계를 연결하는 법을 배우는 데 원탁 이상 의 곳이 있을 리 없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러니 이건 윈윈입니다. 저는 배워서 죻고, 마스터께서는 시간을 확보하는 동실에 원탁의 체계를 정 비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를 얻게 되고, 인재는 자신이 모르는 다른
업무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이보다 완벽한 일이 없지요.”
“어쩐지 좋을 대로 가져다 댄 느 낌이네만. 그리고 다른 거야 그렇다 치고, 그만한 인재를 원탁으로 돌리 고 자네가 자리를 비우는 걸 회주께 서 허락한단 말인가?”
“네. 좋을 대로 하라시던데요.”
이제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위긴스도 총회에 가더니 사람이 좀 이상해진 느낌이고, 자기 쪽 인 재를 원탁으로 보내 좋을 대로 쓰게 만드는 강진호도 이상하기 짝이 없
다.
‘하기야……
애초에 이들에 대한 이해는 포기 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차라리…….
“그럼 이렇게 하지.”
“ 예.”
“내일 회주님과 그 인재라는 사람 과 함께 원탁을 방문해 주게. 아무 래도 납득시켜야 할 사람이 몇 있는 것 같으니 말일세.”
“일정을 맞춰보겠습니다.”
“그리고……
“ 예?”
마스터가 살짝 우려된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 인재라는 사람은 정말 좋을 대로 써먹어도 되는 사람인가?”
“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 니다.”
“••••••응?”
위긴스가 미소를 지었다.
마스터가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악한 미소였다.
“그만큼 단련된 인간은 어디에서 도 찾아볼 수 없을 겁니다. 로드와 는 다른 의미로 사람을 뛰어넘었죠. 업무에 관해서는 저도 한 수 접습니
다.”
“……무척 기대가 되는군.”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한 사람 의 운명이 결정 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