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86)
마존현세강림기-1087화(1085/2125)
마존현세강림기 44권 (18화)
4장 파견하다 (3)
흘러내린 땀에 눈이 따끔하다.
팔다리가 후들거리고, 입안에서 단내가 난다.
불쾌하기 짝이 없는 감각이겠지 만, 강진호는 지금 이 순간 이 감각 에 몸을 완전히 맡기고 있었다.
‘얼마 만이지?’
고통과 뒤섞이지 않은 피로를 온 전하게 느끼는 게 말이다.
꽤나 오래된 감각이다.
돌이켜 보면 이 세계로 돌아오고 나서부터는 육체에 온전히 전념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딱히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육체를 단련하는 과정은 이미 지 난 삶에서 충분히 겪었다. 그리고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근력이라 는 건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근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힘 이상을 내공으로 이끌어낼 수 있으 니까.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육체의 힘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 련은 의미가 없다. 지금 그의 몸에 근육을 조금 더 붙인다거나 몸을 좀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해서 더 강해 질 수는 없으니까.
애초에 그가 넘어야 하는 것은 힘이나 속도 같은 게 아니다. 조금 더 본질적인 것. 그리고 형이상학적 인 것이다.
꾸우욱.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다르겠지.’
본질적인 것을 놓치고 있었다.
그는 이 적루를 들고 수도 없는 전투를 치렀다. 싸우고 또 싸우고, 승리하고 또 승리했다. 그 모든 경 험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하지만 그의 육체에는 그 승리의 기억이 새 겨져 있지 않았다.
‘왜 놓쳤지?’
그는 강진호다.
그리고 중원에 있던 그 역시 강 진호다.
하지만 확연히 다른 것.
지금 그의 육체와 중원에서의 육 체는 완전히 다르다.
기억이라는 것은 머리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불의 뜨거움을 아는 육체는 머리보다 빠르게 불을 피하 고, 칼의 날카로움을 아는 육체는 머리가 지시하기도 전에 몸을 뒤튼 다.
강진호는 과거의 기억을 생생히 가지고 있다. 그가 적천마존이 되기 위해서 쌓은 경험도, 더없는 경지에 올랐을 때의 감각도 모두.
하지만 그의 육체는 21세기를 살 아가는 강진호의 육체다.
이 육체에는 과거 그가 겪은 경 험이 남아 있지 않다.
꾸우우욱.
강진호의 손이 적루를 부러질 듯 움켜쥐었다.
정기신(精氣身)의 합일(合一) 같 은 거창한 말을 늘어놓고 싶은 생각 은 없다. 문제는 좀 더 단순하다. 경험과 기억으로 성장한 그의 머리 를 육체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아니, 따라잡지 못한다는 것과도 조금 다르다.
말하자면 톱니바퀴가 미묘하게 어 긋나 있다.
그가 가진 기억에서 강진호가 느 낀 감각은 모두가 과거의 육체로 비
롯된 것이다. 하지만 지금 강진호의 육체는 과거 그의 것과는 명백하게 다르다.
팔의 길이, 다리의 길이, 그리고 그 가진바 탄력과 단단함까지.
따지고 들면 비슷한 부분을 찾아 내기가 힘들 정도다.
그 미묘한 차이가 강진호의 발목 을 잡아왔다.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한 이유?
‘싸우지 못했으니까.’
과거의 삶이었다면 금세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 싸 우는 순간이 끝도 없이 이어졌으니
까.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했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했다.
하지만 이 세계로 돌아오고 나서 는 목숨을 걸 만한 싸움을 그다지 겪지 못했다.
이런 미묘한 감각의 문제는 평소 에는 벌어지지 않는다. 톱니바퀴가 미묘하게 어긋나 있어도 저속으로 돌아갈 때는 어찌어찌 돌아가는 법 이니까.
출력을 최대로 높이고 최속으로 톱니를 돌릴 때, 그 어긋남이 전체 로 퍼져 나가 마침내 파국을 맞게
되는 법이다. 강진호에게는 그 최대 의 출력으로 싸울 기회가 절대적으 로 부족했다.
덕분에 지금까지도 이 위화감을 눈치채지 못한 것이다.
“흡.”
강진호가 마기를 있는 대로 끌어 올렸다.
아랫배 깊은 곳에 위치한 단전이 불에 타는 것 같다. 내력을 뽑아내 고 또 뽑아낸다. 겉으로 흘러나온 마기가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더!’
이걸로는 부족하다.
기본적으로 그는 무인.
걸을 때, 숨 쉴 때, 심지어는 생 각할 때마저 자연스레 마기를 끌어 올린다. 그 미약한 마기마저도 지금 은 방해다. 육체에 남아 있는 마기 를 모조리 뽑아내고, 기운이 없는 육체만을 남겨야 한다.
하지만 뭐랄까.
“모순이군.”
강진호가 이죽거렸다.
최근까지 강진호는 과거의 그 강 대하던 내력을 되찾기 위해 발버둥 을 쳤다.
그렇게 발버둥치고 발버둥친 결과
숨 쉴 때마다 외기를 받아들여 자연 스레 마기로 전환하는 법을 익혔다. 덕분에 그는 내력을 물 쓰듯 사용할 수 있는 경지에 올랐다.
지금도 그렇다.
마기를 뽑아내자마자 몸 안으로 자연스레 외기가 홀러 들어온다. 육 체는 강진호가 생각하기도 전에 밀 려 들어온 외기를 마기로 전환하여 그의 단전으로 밀어 넣는다.
머리는 기운을 빼려 하고, 몸은 기운을 채우려 한다.
재미있는 일이다.
몸 안으로 밀고 들어오려는 외기
를 틀어막고, 마기를 한 방울도 남 김없이 뽑아낸다.
끔찍한 기분.
내공을 잃어버린 육체는 갈 곳을 모른다. 검을 들고 있는 팔은 천 근 보다 더 무겁고, 목 위에 달려 있는 머리가 덜컥거리며 흔들린다.
‘이거구나.’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함이다.
내력이 없는 강진호의 육체는 그 균형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있었다. 물론 제대로 서지 못한다든 가, 걷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다. 인 간으로서는 문제가 없지만, 무인으
로서는 끔찍할 정도의 밸런스다. 인간의 몸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아무리 가만히 있으려고 해도 가 만히 있을 수 없다. 숨을 쉬면 폐가 부풀고, 숨을 멈춰도 심장이 뛴다. 심지어 심장이 멈추고 숨이 멈춰도 세포가 움직이는 걸 막을 수 없다.
무란 통제에서 시작하는 법.
통제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슬 아슬한 수준까지 통제한다. 가장 먼 저 통제해야 할 것은 자신의 육체 다.
너무도 당연한 것. 그렇기에 놓친 것.
‘알고 있었는데……
지금의 강진호는 발이 바닥에서 떠 있는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사람은 발을 땅에 붙여야 걸을 수 있다.
하늘을 오시하는 무학도, 땅을 가 르는 무학도… 결국에는 육체에서 시작하는 것. 육체를 완전히 통제하 고 단련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무 학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먼저 단련해야 하는 것은 자신의 육체.
무학을 펼치는 토대다.
전신이 덜컥거리는 끔찍한 불쾌감
이 몰려왔지만, 강진호는 되레 환희 에 떨었다.
찾아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위긴스가 그런것처럼 그 역시 화두를 잡았다.
가야 할 곳을 안다는 건 그 무엇 보다 중요하다. 강진호쯤 되는 경지 에 오른 이에게는 노력이라는 것은 대단할 것도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방향.
어디로 가야 목적지가 나오는지만 안다면, 언젠가는 도달한다.
강진호의 입가에 참을 수 없는
미소가 흘러나왔다.
‘더 강해져야 한다.’
전력으로 적루를 휘두른다.
우드드득!
무게와 속도를 이기지 못한 근육 과 관절이 비명을 지른다. 팔이 반 대로 뒤틀리는 듯한 고통이 뇌를 찔 러 댄다.
부우우웅!
하지만 강진호는 멈추지 않고 검 을 휘둘렀다.
육체에 각인시킨다.
이 감각을 육체에 각인시켜야 한
후드드득.
땀이 비처럼 바닥으로 떨어진다. 옷을 흠뻑 적신 땀이 열기를 이기지 못하고 오러처럼 증기를 뿜어낸다. 그럼에도 더 많은 땀이 배어 나와 몸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손이 찢어지고, 몸이 더 움직이지 않을 때까지 강진호는 검을 휘두르 고 또 휘둘렀다.
강진호가 조금은 힘겨운 얼굴로 발을 내디뎠다.
턱.
계단에 가닿는 발의 감각이 이상 하다.
‘이런 건 오랜만인데.’
다리가 덜덜 떨린다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일은 없다. 수련을 마 치는 순간, 빠져나간 내력이 다시 채워지며 육체를 통제하기 시작했으 니까.
하지만 지금 이 감각은 확실히 평소와 다르다.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연체동물이 되어버린 것 같 다. 그리고 그 위에 플라스틱으로 된 갑옷을 입혀놓은 느낌이다.
바닥에 닿은 다리에는 힘이 하나 도 없는데, 커다랗게 깁스를 해놔 무릎이 꺾이지 않는 느낌이라고 해 야 할까?
기괴한 감각 덕분에 계단에서 구 르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회주가 계단에서 구른다면, 아마 1년쯤은 전설적으로 회자되는 일화가 되겠 지.
턱, 턱.
겨우겨우 계단을 내려온 강진호을 본 카페 사장이 후다닥 달려 나와 머리를 숙인다.
“회주님, 퇴근하십니까?”
“ o ”
이런 것 좀 하지 말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다.
“퇴근길에 커피 한잔 어떠십니 까‘?”
거절하려던 강진호가 생각을 바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스로 부탁하지.”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이번에는 대충 해도 돼.”
“에이, 그럴 수야 있습니까? 회주 님이 드시는 건데.”
“정말이야.”
“……일단 알겠습니다.”
강진호의 반응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은 사장이 미심쩍다는 시 선을 보내고는 커피를 내리기 시작 했다.
“여기 있습니다.”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담긴 커피 를 받아 든 강진호가 고개를 돌렸 다.
“시럽 있나?”
“시럽이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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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司三
“아, 예. 여기 있습니다.”
시럽 PT를 내민 사장이 의아하다 는 둣 고개를 까딱였다. 강진호는
평소에 시럽을 넣지 않는 편이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
쭈우우욱.
강진호가 길게 시럽을 짜 넣고 가볍게 커피를 흔든다.
“오늘은 조금 달……
쭈우우우욱! 쭈우우우욱! 쭈우우 우우욱! 쭈우우우우욱!
“뭐, 뭐 하시는!”
거침없이 시럽을 펌핑해 커피 반, 시럽 반의 완벽한 비율을 맞춘 강진 호가 만족스럽다는 듯 커피를 바라 본다.
그러고는 커피를 가볍게 쪽 빨아
들인다.
그의 얼굴이 오만상이 다 찌그러 진 몰골로 변한다.
“다, 달 텐데.”
“……당분이 필요해.”
그럼 설탕을 퍼먹어, 인마!
남이 내린 커피로 뭐 하는 짓이 야! 그게 커피냐? 사료지!
강진호가 시럽 반, 커피 반의 저 세상 음료를 들고 비틀비틀 걸어 건 물을 빠져나간다. 그 모습을 보며 사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분이라니 까.’
붕붕이에 오른 강진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운전해도 괜찮을까?’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혹여 문제 가 생긴다면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 사고가 나도 강진호는 별일이 없겠 지만, 다른 사람이 휘말려 들 수도 있다.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은 딱 질색이다.
‘일단은 운전을 해보고 안 되겠다 싶으면 세워야지.’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다.
전신에 힘이 하나도 없는 이 느 낌은 정말 오랜만이다.
내공은 만능이 아니다. 아무리 내 공이 있다고 한들 빠져나간 체력을 회복시켜 줄 수는 없다. 더 빠르게 회복하는 걸 도울 수는 있어도 이 나른함과 무력감은 어쩔 도리가 없 다.
이런 기분을 느껴보는 게 얼마 만이던가.
딱히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오히려 뭐라고 해야 할까,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뭔가를 했다는 충 족감이 든다.
‘한동안은 몸을 좀 혹사시켜야겠 어.’
잡념도 사라지고, 정신이 맑아진 다. 여러모로 확실히 도움이 되고 있다. 강진호의 생각이 틀리지 않다 면, 이런 수련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도 분명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쪼오오옥.
한입, 입에 머금는 것만으로도 절 로 비명을 지르게 하는 당분, 그 자 체인 커피를 쭉 들이켠 강진호가 얼 굴을 일그러뜨리고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이응?”
전화기가 빛을 발한다.
액정을 확인한 강진호가 전화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