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88)
마존현세강림기-1089화(1087/2125)
마존현세강림기 44권 (20화)
4장 파견하다 (5)
한은솔의 눈이 주변을 빠르게 훑 었다. 근처에 코디와 스타일리스트 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한은솔이 손 짓을 해 그들을 내보냈다.
두 사람이 완전히 멀어지자 한은 솔이 최연하를 진정시켰다.
“제발 주변에 누가 있는지 좀 생
각을 하고 말을 해요! 제발!”
“왜! 뭐가 문젠데?”
“최연하가 풀메하고 애인 전 여자 친구 기죽이러 간다는 소문이라도 나봐요! 그게 무슨 쪽이냐구요!”
“쪽?”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은솔아.”
“예, 누나.”
“니가 남자라서 잘 모르는 모양인 데……
최연하가 콧김을 내뿜었다.
“여자에게는 쪽팔림보다 더 중요
한 게 있는 법이야!”
대장부의 기세로 그런 대사 치지 마시라구요!
내가 다 민망하니까!
한은솔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이 왜 이렇게 되어버렸지?’ 예전의 최연하는 이렇지 않았다. 물론 지금의 최연하가 예전의 최 연하보다 못하다는 건 절대 아니다. 예전의 최연하는 폭탄이라고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폭탄은 터지는 순간 끝나지만, 최연하는 잘못 건드 리면 삼 일 동안 터진다. 화약고에 불을 붙여도 그만한 화력으로 그 긴
시간 동안 터지지는 않을 거다.
확실히 예전보다 터지지 않는다는 점만으로도 지금의 최연하가 과거의 최연하보다 낫다는 건 확연하다. 다 만…….
‘뭔가 이상한 게 붙었어.’
예전의 최연하가 시크함의 상징 같은 여자였다면, 지금의 최연하는 시크한데 뭔가 푼수 같다.
‘강진호 씨랑 관련만 되면 나사가 하나 빠지는 느낌이라니까.’
한은솔이 다시 한 번 주변을 훑 었다.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불안하다. 될 수 있 으면 이런 모습 같은 건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 차라리 마녀로 남는 게 낫지, 푼수는 사양이다.
“뭘 어쩌실 생각이신데요?”
“아무것도 안 할 건데?”
최연하와 한은솔이 말없이 눈을 마주쳤다.
물론 먼저 터진 쪽은 한은솔이었 다.
“그럼 왜 가요!”
“이게 어디서 소리를 질러? 머리
털 다 뽑아버릴까 보다!”
“아악! 머리! 머리에 손대지 마세 요! 탈모 오면 죽을 때까지 저주할 거야!”
“……아!”
한은솔의 머리를 움켜잡으려던 최 연하가 손을 멈추고 살짝 물러났다.
최연하의 반응에 한은솔이 움찔했 다.
“왜, 왜요?”
“은솔아……
“네?”
“너, 머리가……
최연하가 더없이 안쓰러운 얼굴로 한은솔을 바라보았다. 최연하의 매 니저를 맡은 이래로 가장 온화하고 걱정이 담긴 눈빛이다.
“하, 하지 마세요! 이거, 스트레스 성이에요! 누나가 계속 스트레스 줘 서 그런 거잖아요!”
“그런 것치고는 좀 많이 휑한데?”
“아, 하지 말라고!”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최연하는 안쓰러운 얼굴을 거두지 않았다. 아 직 서른 살도 되지 않은 애가 머리 숱이 영 껄쩍지근하다.
“이게 누구 때문에 그런 건데!”
“유전?”
“유전 아니라구요!”
“진정해. 탈모는 죄가 아냐.”
“탈모 아니라고!”
한은솔이 눈물을 머금고 소리쳤 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가!
처음 최연하의 매니저로 들어왔을 때만 해도 한은솔은 머리숱이 너무 많아서 고민인 남자였다. 미용실에 가면 숱을 치는 데만 한세월이 걸리 는 남자였단 말이다!
하지만 최연하의 매니저를 맡으면
서
‘아니. 생각하지 말자.’
탈모의 가장 큰 적은 스트레스다. 그리고 과거 그의 삶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를 극심히 증가시 킨다. 좋은 것만 보고 살아야지, 좋 은 것만.
“여하튼 제발 사고는 치지 말아주 세요.”
“내가 애냐? 사고 치게?”
“애도 아닌데 촬영하자고 온 스텝 을 쫓아내요?”
“걔 걸음걸이가 마음에 안 들었 어.”
“그게 말이에요, 그게?”
최연하가 눈을 살짝 좁혔다.
“너, 요즘 막 기어오른다? 클라이 밍 선수로 전업했니?”
“크홈.”
한은솔이 살짝 톤을 낮췄다. 확실 히 조금 과하기는 했다.
“여하튼 그런 줄 알아. 내일 확실 하게 준비해.”
“……예. 그럼 이제 촬영하실 거 죠‘?”
“빨리 시작하자고 해. 나도 준비 할 거 많으니까.”
‘니가 이따 찍자고 했잖아요!’
할 말은 많지만, 차마 할 수 없었
다. 한은솔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 며 감독에게로 뛰어가려는 찰나.
“그리고 너는 내일 병원 가보고.”
“ 대답은?”
“고오 ~맙습니다.”
진짜 눈물나게 고맙네, 아주 그 냥.
“여기다.”
이현수가 살짝 긴장한 눈으로 게 이트를 바라보았다.
“여기에 들어가면 영국으로 간다 는 겁니까?”
“게이트의 원리에 대해 다시 설명 해 줘야 하나?”
“괜찮습니다. 어차피 들어봐야 알 아듣지도 못하니까요.”
“그 정도는 알아들어야지.”
‘그 정도는’이라…….
이현수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마법이란 학문은 비정상적으로 방 대하다. 처음 마법에 대한 이론을 배울 때, 새로운 전공과목이 하나 더 생기는 정도를 생각했지만, 실상 은 전혀 달랐다.
배움의 갈래 중 ‘마법학’이라는 분류가 새로 생긴 것 같다.
그 안에 마도 공학이 있고, 마법 물리가 있고, 마법 화학이 있고…….
‘뭐, 말이 되는 게 하나라도 있어 야지.’
수천 년의 세월 동안 마도사라는 것들이 쌓아 올린 방대한 학문에 혀 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현수도 어디 서 뭘 배우고 익히는 것에는 재능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위긴스라 는 훌륭한 스승에게 배우고 있음에 도 아직 수박 겉핥기 수준을 벗어나 지 못했다.
“사부님이 평생에 걸쳐서 도달한 곳인데, 그걸 제가 바로 이해해 버 리면 사부님이 초라해지지 않겠습니 까‘?”
“걱정할 것 없다. 아는 것과 할 수 있는 건 다르니까. 애초에 마법 은 실천 학문이다. 머릿속에 아무리 많은 지식이 있어도 활용할 수 없으 면 그냥 멍청이일 뿐이지.”
사제 간의 대화에 칼이 담겨 있 다.
“제자가 멍청이라 좋으시겠네요.”
“너는 아직 멍청이는 아니다. 정 확하게 말하자면, 마법이라는 측면
에 있어서는 멍청이가 될 자격도 없 다고 봐야지. 쯧쯧, 혹시 원탁에 가 면 내 제자라는 말은 하지 마라.”
“창피하십니까?”
“아니, 나는 괜찮다. 다만, 네가 허언증에 걸린 놈 취급을 받을까 걱 정이 돼서 그런다.”
“……아주 감사합니다, 사부님.”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다.
“가자.”
“……예.”
시원하게 나온 위긴스의 목소리에 비해 이현수의 목소리에는 영 힘이 없었다.
‘부려 먹히겠지.’
그도 눈치가 있는 사람이다. 위긴 스와 마스터 간에 대충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 모를 리가 없다. 아마도 이현수 자신을 노동력으로 제공했겠 지.
이현수가 단호한 얼굴로 발을 내 디뎠다.
생각해 보면 뭐 그리 다를 것도 없다. 한국에 있다고 해서 일을 안 하는 건 아니잖은가.
일이 좀 과도할 수는 있지만, 어 차피 과도한 일을 처리하는 건 여기 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현수가 빛무리 속으로 들어갔 다.
‘ 으음.’
몸이 붕 뜨는 듯한 감각이 느껴 진다. 미묘한 불쾌감.
‘이렇게 이동하는 건가?’
처음 해보는 경험이라 걱정이 앞 선다. 일단…….
“ 나와.”
“••••••네‘?”
“도착했어. 나와.”
이현수가 멍한 얼굴로 앞으로 걸 었다. 그의 앞에 달라진 공간이 펼
쳐졌다.
‘뭐가 이래?’
아니, 명색이 게이튼데 뭔가 좀….
왜, 그런 것 있지 않은가. 영화에 서 보면 이공간을 날듯이 통과한다 든가, SF 영화에서 워프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처럼 배경이 쭉 늘어진 다든가.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앞을 봐 라. 마스터가 계신다.”
“틱!”
이현수가 기겁을 하고 앞을 바라 보았다.
강진호나 위긴스에게는 마스터가 익숙하거나 편한 대상일지 모르겠지 만, 이현수에게는 더없이 높고 불편 한 존재였다.
“안녕하십니까!”
이현수가 허리를 구십 도로 꺾었 다.
마스터가 그 광경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동양식의 인사는 영 익숙해지지 가 않는군. 내가 다 부담스러울 정 도야.”
“아••••••
“탓하는 게 아니니 그런 표정 지
을 것 없네. 자네는 몇 번 본 것 같 은데?”
“예전에 회담 자리에서 뵈었습니 다.”
“흐음, 그랬지.”
마스터의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딱히 대단한 인상을 받지는 못한 것 같은데.’
총회의 소속으로 그런 자리에 나 왔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저 젊 은이가 총회라는 무시무시한 곳을 대표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원탁이 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강진호의 파격성이 때문이기도 하
겠지만, 자신의 능력이 없다면 불가 능한 일이다.
하지만 마스터는 당시의 이현수에 게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다. 그때 마스터의 정신은 온전히 위긴스와 강진호에게 쏠려 있었으니까. 이현 수에게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기억 이 나질 않는다.
하기야…….
굉장한 인상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순식간에 지워졌겠지. 강진호와 만 나고 비무까지 했으니까.
“그래, 자네가 나를 도와줄 인재 인가?”
“ 인재라기까지는……
“일단은 그 유창한 영어가 마음에 드는군. 사실 조금 걱정했는데 말이 야.”
“익혀야 할 것은 대충 익히고 있 다고 생각합니다.”
“ 호오?”
마스터가 미소를 지었다.
오만하지는 않지만, 자신감은 확 실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저런 태도는 나 오지 않는다.
‘내 앞에서 말이지.’
옆에는 위긴스도 있다.
원탁에서 내로라하는 젊은이들도 위긴스의 옆에서 감히 저런 말을 하 지는 못한다.
오랜 시간을 함께 지냈으니 위긴 스의 능력에 대해서도 웬만큼 파악 이 끝났을 텐데, 그럼에도 저리 말 할 수 있다는 건 확고한 자심감이 있다는 뜻이었다.
‘과연 자신감만큼 실력도 있을지.’ 마스터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 다.
“일단은 가세. 손님을 여기에 오 래 세워두는 것도 예의는 아니겠지. 먼저 차 한잔 대접하지.”
“감사합니다.”
이현수가 고개를 푹 숙였다.
마스터가 싱긋 웃고는 몸을 돌렸 다.
그의 옆으로 위긴스가 따라붙었 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등 뒤로 소리 가 새어 나가지 않게 실드를 쳤다.
“인상은 어떠십니까?”
“동양인의 인상 같은 건 묻지 말 게. 이게 참 조심스럽단 말이야. 사 실 내 입장에서 동양인은 다들 비슷 해 보여. 얼굴만 보고 인상을 논하 기는 힘들지. 그런데 이 말을 입 밖
으로 꺼내면 또 인종차별이다 뭐 다……
“확실히 민감한 질문이군요.”
“굳이 대답해야 한다면, 저 자신 감이 마음에 드는군. 자신감만큼 실 력도 있다면 좋겠지만 말이야.”
“그건 오늘부터 확인하시면 될 겁 니다.”
“……오늘? 인수인계와 교육의 과 정을 거쳐야 하지 않겠나?”
“저놈에게 그런 건 필요 없습니 다.”
마스터가 의아한 눈으로 위긴스를 돌아보았다.
위긴스가 씨익 웃었다.
“걱정 말고 일단은 맡겨보십시오. 저놈이 처리해 놓은 것을 다시 확인 하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적당히 넘 기시고, 수련하러 가시죠. 저도 한시 가 바쁜 몸입니다.”
마스터가 뚱한 눈으로 위긴스를 바라봤다.
“자네, 혹시 성격이 이상해졌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나?”
“딸이 요즘 그 말을 입에 달고 살 더군요. 뭐, 예전보다는 낫다는데, 어떻습니까?”
“……자네 딸이 이상한 남자를 남
자 친구라고 데리고 오지 않기를 빌 겠네.”
한 방 맞은 위긴스가 뭐 씹은 얼 굴로 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