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91)
마존현세강림기-1092화(1090/2125)
마존현세강림기 44권 (23화)
5장 처리하다 (3)
별것 아닌 물음이었다.
예전이었다면 서로 심드렁하게 대 답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박유민의 귀에는 그 질문이 너무 의 미심장하게 들렸다.
하지만 강진호는 아닌 모양이었
“그냥 지냈어.”
태연한 말투.
고저 없는 목소리.
평소의 강진호다. 아니, 평소보다 는 조금 가라앉아 있는 듯한 강진호 다.
‘이상한 느낌이네.’
박유민이 슬쩍 강진호를 곁눈질했 다.
만약 강진호와 둘이 만났다면, 박 유민은 이 목소리를 듣고 혹시 강진 호에게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를 고민했을 것이다. 최근 그가 강진호 를 만났을 때는 잘 들을 수 없던,
예전의 목소리니까.
하지만 한세연에게는 어떨까?
어쩌면 이 목소리는 한세연에게 있어서는 그저 익숙함일지도 모르겠 다.
“그게 뭐야? 아무것도 안 했어?”
“군대 갔다 오고……
강진호가 살짝 고개를 틀었다.
“음, 글쎄…… 그 뒤로는 딱히 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정확하게 말하면 한 일은 많지만, 한세연에게 말해도 될 만한 일은 없 다.
“여동생은 잘 지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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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잘 지낸다?’
최근에는 집순이로 전직한 듯한 강은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활발하게 활동하는 게 잘 지내는 건지, 아니면 집에서 편히 쉬는게 잘 지내는 건지 애매하다.
“그런 것 같은데?”
일단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그게 뭐야? 자기 동생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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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강진호가 살짝 침음을 흘리자 한
세연이 피식 웃었다.
“여전하네.”
추억이 돋아나는 느낌이다.
강진호는 예전에도 이랬다.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사람. 빤한 게 빤해지지 않는 사람.
그렇기에 관심이 가고, 그렇기에 눈에서 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살짝 침묵이 이어지자 박유민이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입을 열었 다.
“너는 이제 복학해?”
“그래야지.”
“그럼 진호랑 같이 다니겠다?”
“그렇지. 같은 과니까. 딱 학년도 같잖아.”
한세연이 유학을 다녀온 동안 강 진호는 군대를 다녀왔다. 같이 복학 한다면 같은 학년으로 같이 다니게 된다.
“아니. 나는 복학 안 해.”
하지만 강진호는 그럴 생각이 없 는 모양이었다.
“복학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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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졸업장 안 따려고?”
“그래.”
“그럼 뭐 하려고?”
강진호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 다.
“정확하게 뭘 한다고 말하기는 애 매한데, 복학할 생각은 없어.”
“야, 요즘 세상에 스펙이 얼마나 중요한데. 사람들이 괜히 그 졸업장 하나 따려고 몇 천만 원씩 들이붓는 게 아니야. 취업할 데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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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에?”
“아니.”
강진호가 손을 내저었다.
“재경은 아냐. 그리고 취업이라고 말하기도 좀 애매해. 그런데 하려는
일이 딱히 학력이 필요한 일이 아니 라 복학할 생각은 없어.”
“••••••그래?”
한세연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부모님은 뭐라고 안 하시고?”
“글쎄, 아직 제대로 말을 해본 건 아니라서.”
“부모님은 싫어하실 텐데?”
“그럴 수도 있지.”
강진호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고 개를 내저었다.
“그렇다고 해야 할 걸 안 할 수는 없어. 설득해야지.”
한세연이 다시 입을 닫았다.
단절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단절이 어색함을 부른 다.
뭐가 달라진 걸까.
예전의 그들은 이렇게 셋이 모여 있기만 해도 즐거웠다. 할 말이 끊 기지 않았고, 아무도 웃지 않을 농 담만으로도 몇 시간을 보낼 수 있었 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 어색한 얼굴 을 감추는 데 필사적인 관계가 되어 버렸다.
강진호가 말수가 없어서?
그렇지는 않다.
예전의 강진호는 이보다 더 말이 없었다. 사람이 신명나게 이야기를 하면 ‘음’이라든가, ‘어’라는 말로 대 답해서 맥이 풀리게 만들던 사람이 강진호가 아니던가.
어색한 것은 강진호가 반응이 없 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의 사이에 쌓여 있는 시간이 어색함을 부르고 있었다.
살짝 침묵이 흐른다.
박유민이 눈을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했다.
‘저저……
피클을 들고 나오던 주영기가 박 유민을 보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저 가여운 인생.’
그러게 사이에 껴서 뭐 하는 짓 이란 말인가.
사람은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질 줄 알아야 한다. 주영기가 저 자리 를 주선했다면 강진호가 나타나는 순간에 집으로 도망쳐 버렸을 것이 다.
테이블에 피클과 접시를 내려놓은 주영기가 한세연을 힐끔 보고는 몸 을 돌렸다.
‘신경 끄자.’
저기는 마굴이다.
어설프게 관심을 가졌다가는 주영 기가 먼저 속이 터질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한세연이 슬쩍 톤 을 올렸다.
“너는 어떻게 사람이 영국에 가 있는데 연락이 한 번 없어?”
“군대에 있었어.”
“……그렇지. 군대에 있으면 연락 을 못하지.”
몸을 돌린 주영기가 자신도 모르 게 얼굴을 감쌌다.
‘저 미친 철벽남 새끼!’
저건 분위기 살인마다. 사람이 분
위기를 끌어 올려보겠다고 저리 열 심히 톤을 높이는데, 어떻게 한 문 장으로 분위기를 죽여 버릴 수 있는 가.
가운데 끼어 있는 박유민이 불쌍 해서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다.
“그럼 전역하고라도 연락 좀 하 지.”
“번호를 몰라서.”
“••••••아!”
주영기가 다급하게 카운터로 향했 다. 저 대화가 들리지 않는 곳으로 가야 한다. 아니면 저 어색함에 주 영기가 심장마비가 올지도 모른다.
카운터에 가 앉은 주영기의 눈에 박유민의 얼굴이 들어왔다.
‘애가 하얗게 질렸네, 질렸어.’ 그러니까 끼지 말라니까. 저게 무 슨 사서 고생이란 말인가.
“그럼 번호 있으니까 이제 연락할 거야?”
한세연의 말에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 연락?”
“응. 연락.”
“필요하면 하겠지.”
“필요 없으면?”
“필요 없으면 안 하겠지.”
“……그렇지, 그렇겠지.”
박유민이 손을 뻗어 콜라를 벌컥 벌컥 마셨다. 손이 조금만 더 떨렸 으면 컵에 담긴 콜라가 얼굴로 쏟아 졌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세연의 눈은 강진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 진호야.”
“음?”
“그럼 이제 연락 좀 해.”
한세연이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 었다.
“솔직히 좀 어색하잖아.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나도 말이 잘 안 나 와. 그런데 우리 이런 사이 아니었 잖아. 조금 더 자주 보고, 자주 말 하다 보면 예전처럼 잘 지낼 수 있 을 거야.”
강진호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예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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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왜?”
“응‘?”
한세연의 얼굴에 당황이 어렸다.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하고는 말을 이었다.
“예전하고는 상황이 많이 다른데,
굳이 예전 같은 관계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있나?”
“뭔 말이 그래. 일단 친하면 좋은 거지.”
“으 ”
”三『.
친하면 좋다.
그래, 그 말은 맞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건 그냥 좋은 말일 뿐 이라는 점이다.
예전과는 모든 것이 다르다. 그도 예전처럼 시간을 낼 수 없고, 박유 민도 예전처럼 여유롭지 않다. 그와 박유민은 모두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
다.
그런데 이제 와 그런 게 가능할 까?
“시간이 나면.”
강진호의 대답에 한세연도 한발 물러났다.
‘바뀐 게 없네.’
예전과는 다르다.
하지만 다르지 않다.
예전에도 강진호와 만나기 위해서 는 한세연이 먼저 연락을 하고 약속 을 잡아야 했다. 강진호가 먼저 그 녀에게 연락을 한 적은 손에 꼽을 정도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정도의 관계.
즐겁고 행복했지만, 돌이켜 보면 조금 이상한, 그런 관계였다. 추억은 어렴풋이 떠올릴 때는 즐겁지만, 세 세하게 들어가면 생각만큼 즐겁지는 않은 법이니까.
“연락이 어려워?”
“아니.”
“여자 친구 때문에?”
덜컹.
여자 친구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박유민의 의자가 삐걱댔다. 박유민
이 고개를 들더니 주영기에게 소리 쳤다.
“여기 피자 언제 나와!”
“주문 이제 막 했잖아! 여기가 무 슨 즉석 피자 파는 데냐!”
“빠, 빨리 좀 줘!”
주영기가 고개를 내젓고 말았다.
말도 안 되는 억지지만, 지금 박 유민을 탓하고 싶지 않다. 어색함을 풀기 위해서라면 앞에 놓인 접시라 도 씹어 먹고 싶겠지.
안쓰럽다, 안쓰러워.
강진호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 건 아냐.”
“그래?”
한세연의 손가락이 꼼지락댄다.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려 애쓰는 것 같지만, 강진호가 온 뒤로 얼굴 색이 몇 번이고 변하고 있었다.
“여자 친구 최연하 씨라며?’’
“응.”
“유민이한테 들었어. 내가 물어서 들은 거니까 뭐라고 하지 말고.”
“왜?”
“……왜냐니?”
“왜 내가 박유민한테 뭐라고 해?”
“아니, 그런 말이 아니라……
강진호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한다. 그 표정을 볼 때 마다 한세연의 가슴이 답답해져 온 다.
“그냥 그런 거 있잖아. 내 이야기 가 남의 입에서 나오는 건 별로니 까.”
“ 괜찮아.”
“으응.”
그와 동시에 박유민이 추임새를 넣었다.
“아…… 그런데 그거 다른 데는 이야기하지 말아주라. 아무래도 연 예인이니까.”
“걱정하지 마.”
박유민의 말을 자른 한세연이 강 진호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
“어때?”
“뭐가?”
“최연하 씨, 좋은 사람이야?”
“좋••••••은?”
강진호의 무표정한 얼굴이 처음으 로 미묘하게 변했다.
박유민은 강진호가 대답을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렇게 물으면 안 되는 건데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 주체가 명 확하지 않다. 강진호에게 좋은 사람
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그냥 인간 최연하가 좋은 사람이냐고 묻는다 면?
“••••••좋은?”
강진호가 버벅인다.
‘그럴 만도 하지.’
애정으로 보정을 아무리 해도 ‘그 렇다’라는 대답이 나올 수가 없다.
박유민이 재빨리 강진호의 버그를 풀어주었다.
“지, 진호야, 너한테 좋은 사람이 냐고 묻는 거야.”
“아, 그럼 좋은 사람이지.”
“그래?”
한세연이 포크로 빈 접시를 살짝 긁는다.
“다행이다. 톱스타들은 자존심이 세다고 해서 걱정했어.”
“왜?”
“왜긴. 친구잖아. 친구 여자 친구 가 좋은 사람이면 나도 좋은 거지.”
“음, 그러네.”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세연 이 말없이 강진호를 가만히 바라보 았다.
그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는 주영 기가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돌렸
다.
‘못 보겠다.’
세상에서 저리 어색한 자리는 또 없을 것이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심력이 소모되는 느낌이었다.
애초에 강진호를 저런 자리에 끌 어낸 사람이 잘못된 것이다. 평소에 도 사람 속을 터지게 하는 데 일가 견이 있는 놈인데, 그걸 저 어색한 사람이랑 붙여놓…….
그 순간이었다.
주영기의 눈이 부릅떠졌다.
가게 앞 유리문 뒤로 커다란 밴 이 와 서는 게 보인다.
‘저, 저거?’
밴의 문이 드르륵 열리더니, 그 안에서 너무도 익숙한 여자가 내리 는 모습이 주영기의 눈에 똑똑히 들 어왔다.
‘오, 오지 마!’
여기 이미 충분히 지옥이라고!
왜 거기에 마녀까지 난입을 하는 거냐! 대체 무슨 꼴을 만들려고!
밴에서 내린 여자.
최연하가 또각또각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걸음걸이로 문을 향해 다가 온다.
유리문을 통해 주영기와 시선이
마주친 최연하가 입꼬리를 한 껏 올 리며 웃는다.
‘도망가라, 유민아.’
살고 싶으면 도망가!
여기 이제 지옥 된다.
짤랑!
경쾌하게 문이 열리며 최연하가 안으로 들어온다. 순간, 가게의 모든 이들의 눈이 최연하에게 집중되었 다.
“어? 여.기. 있.었.어오?”
주영기는 어쩌면 최연하의 연기력 이 소문보다 훨씬 못할지도 모르겠 다는 생각을 하며 눈을 질끈 감아버
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