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94)
마존현세강림기-1095화(1093/2125)
마존현세강림기 45권 (1화)
1장 대치하다 (1)
그 서늘하고도 오만한 눈빛을 보 는 순간, 한세연은 직감했다.
이 사람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 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었다.
눈에서 싸늘함과 독기가 느껴진
한세연은 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 는 데 전혀 재능이 없다. 그런 한세 연조차도 최연하의 눈을 보는 순간 싸늘함을 느낄 정도였다.
다시 말해…….
최연하는 한세연에 대한 적의를 숨길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한세연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둘만 있는 공간에서 최연하와 대 치한다는 것은 경험해 보지 않은 이 들에게는 상상도 못할 만큼 커다란 압박이었다.
한세연이 입술을 깨물었다.
그래서 뭐?
지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는데?
쉽게 떨어지지 않는 입을 억지로 뗐다.
“생각하는 것과는 굉장히 다르시 네요?”
“그래요?”
표정과는 달리 최연하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어떤 점이?”
“굳이 말로 하자면……
한세연이 똑바로 최연하를 보며 말했다.
“치졸한 점?”
최연하가 웃는다.
아주 재미있다는 듯이 환히 웃는 다.
“똑바로 봤네요.”
“인정하시는 거예요?”
“안 할 이유라도?”
최연하가 이렇게 나와 버리자 한 세연이 되레 할 말이 없어졌다.
살짝 머뭇거린 한세연이 배에 힘 을 주고 말을 이었다.
“안 그럴 줄 알았거든요.”
“ 뭘요?”
“그래도 나름 톱스타시잖아요.”
“뭐, 그렇게 말해주는데 제가 부
정하기는 민망하네요.”
뻔뻔하다.
확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꾹꾹 억눌렀다. 여기서 화를 내버리면 한 세연만 바보가 된다.
“그렇게 잘나신 분이 저같이 평범 한 사람한테 이렇게 치졸하게 나오 실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아, 그러셨구나.”
최연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치 원생을 다독이는 선생님처럼 말이 다.
“이상하네? 내가 특별하게 뭔가를 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 왜 그렇게
느끼셨는지 모르겠네?”
“그래요? 연기 잘하신다고 하던 데, 너무 빤하네요.”
“음, 그렇게 느끼셨으면 제가 더 열심히 해야겠네요. 노력해서 만족 시켜 드릴 수 있게.”
한세연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최연하라는 사람도, 그리고 최연 하가 보여주고 있는 여유도.
무엇보다 자기는 이미 승자라고 생각하고 사람을 내려다보는 것 같 은 저 자세도.
그리고 이미 승자라고 생각하는
게 딱히 틀린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 더 사람을 열 받게 만든다.
“제가 그쪽이었으면 좀 더 여유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이미 여유는 차고 넘쳤다. 하지만 이 말 말고는 지금 한세 연이 할 수 있는 게 없다.
“아, 그래요? 아쉽네, 그쪽이 내 가 아니라서.”
최연하가 빙그레 웃고는 고개를 까딱했다.
“그런데 어쩌죠? 나는 그쪽이 아 니라 이런 식으로밖에 못하는데?”
한세연이 낮게 한숨을 쉬었다.
“제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요.”
“아니, 괜찮아요. 얼마든지 하세 요.”
“자신 없으신 거 아니에요?”
“네?”
최연하가 고개를 갸웃한다. 한세 연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 다는 눈치다.
한세연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 다.
“제가 그쪽 입장이면 굳이 저 같 은 거 신경 안 썼을 것 같거든요.”
“아, 그래요?”
“네.”
한세연이 쐐기를 박았다.
“그런데 그렇게 치졸하게 나오시 니까, 조금 걱정돼서요. 진호 여자 친구로서 별로 자신이 없나 봐요.”
“왜? 그쪽에 뺏길까 벌벌 떠는 걸로 보이나 봐?”
“조금요. 뭐, 제가 오해한 거겠 죠.”
최연하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그 러나 한세연은 표정 하나 흩트리지 않고 그 광경을 똑똑히 지켜봤다.
한참 동안 웃은 최연하가 입가에 서 손을 떼고는 한층 더 서늘해진
눈으로 한세연을 노려보았다.
“뭐가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 네?”
“나는 그쪽이 진호 씨를 뭐 어떻 게 할 수 있다고는 조금도 생각 안 해요.”
“ 아니••••••
“그쪽이 더 잘 알지 않나, 그거? 내가 굳이 왜 이러는지 주저리주저 리 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은데?”
한세연이 입을 다물었다.
맞는 말이다.
최연하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
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 다. 실제로 최연하를 본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오기로 버티고는 있지만, 최연하 와 마주 서 있다는 것만으로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니까.
이런 사람에게는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그럼 왜 그러시는 건데요?”
“저기,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 데…… 사태 파악을 못하는 건 내가 아니라 그쪽이에요.”
“••••••네?”
최연하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이 집 안에 커다란 금덩어리 를 뒀다고 해요. 그런데 그 금덩어 리가 너무 크고 무서워서 홈치지는 못하고 기웃거리다가 돌아갔다고 치 자구요.”
“뭔 소리예요?”
“그럼 신고 안 해요?”
한세연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훔쳐 가야만 죄가 아니거든? 함 부로 만지려 드는 것도 죄고, 기웃 거린 것도 죄야.”
최연하의 말투가 바뀌었다.
“이러지 않을 줄 알았다고?”
코웃음을 친 최연하가 싸늘한 눈 으로 한세연을 노려본다.
“나오는 대로 지껄이네.”
“네?”
최연하가 한세연 쪽으로 한 발 다가갔다. 한세연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려다가 다리에 힘을 주 고 버텼다.
“여유? 여유 같은 소리 하고 있 네.”
“야, 나는 성질이 지랄 맞아서
‘아, 나는 괜찮아. 너 하고 싶은 대
로 해봐. 어차피 내가 이길 테니까’ 이런 것 못해. 드라마 찍어? 현실에 그런 게 어딨어? 엿 같으면 엿 같 은 거지.”
확 변해 버린 최연하의 말투에 한세연이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얼 굴이 확 달아오르고, 눈꺼풀이 제멋 대로 떨린다.
“어디 주제도 모르고 남의 남자 친구한테 기웃대고 있어. 뭐? 자신 이 없어? 어이가 없네, 진짜. 머리 채 다 뜯어버릴라.”
“세, 세상에……
한세연의 입이 슬 벌어졌다.
이게 최연하라고?
아니,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TV 속에서 보이는 연예인의 모습 은 그저 이미지일 뿐이다. 청순가련 하다고 소문난 연예인이 스캔들이 터지면서 본성이 드러나는 일쯤이야 너무 흔해서 화젯거리도 되지 못하 는 세상 아닌가.
최연하가 성격이 나쁘다는 말은 너무 많이 돌아서 루머 취급도 못 받는다.
게다가 지금까지 한세연이 눈으로 본 모습만으로도 최연하가 좋은 사 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명백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래도 돼?’
그래도 최연하는 연예인 아닌가.
연예인을 공인이라 말하는 것은 조금 오버스럽기는 하지만, 연예인 은 공인 이상으로 조심해야 하는 이 들이다. 공인에게 스캔들이나 나쁜 이미지는 작은 타격으로 끝날 수 있 지만, 연예인에게 스캔들이나 나쁜 이미지는 커다란 타격이 될 수 있으 니까.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생각해서 조심해야 하는 게 연예인이 아닌가.
그런데…….
으쓱한 골목에서 험한 언니를 만 나서 삥 뜯기는 기분이다.
무시무시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 는 최연하를 보고 있자니, 식은땀이 삐질삐질 난다.
“그, 그렇게 말해도 돼요?”
“왜? 너는 나오는 대로 지껄여도 되고, 나는 필터링 해야 돼? 미안한 데, 언니는 입에 필터가 없다. 십 년 동안 온갖 사람들이 필터 채우려 다 실패한 게 내 입이야. 근데 니가 무슨 수로 내 입에 필터 채울래?”
한세연은 확실하게 알았다.
이 여자는 대화가 안 통한다.
“진호는 알아요?”
“ 뭘?”
“당신 성격 이런 거.”
최연하가 피식 웃었다.
“그냥 하는 짓이 꼴같잖은 줄 알 았더니, 얘 성격까지 나쁘네. 야, 너 어디서 공주 대접 좀 받은 모양이 다? 세상 물정 모르고 나대네.”
한세연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최연하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한세연의 귀에는 이 말 이 ‘네가 어디서 이쁜 척 좀 하고 다닌 모양인데, 내 앞에서 이쁜 척
은 주제넘지 않아?’라는 말로 들렸 다.
그리고 그 말이 맞다.
한세연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최 연하와 비교할 수는 없으니까.
“왜? 모르면 가서 꼰지르기라도 하게?”
“못할 것 같아요?”
“해.”
“••••••네?”
최연하가 입가에 한껏 비웃음을 담았다.
“하라고. 왜? 판 깔아주니까 못하 겠어?”
“이!”
같잖다는 듯 한세연을 내려다본 최연하가 팔짱을 끼며 허리를 폈다.
“모를 것 같아? 너 정말 진호 씨 전 여자 친구 맞아? 어떻게 여자 친구였다는 애가 사람을 그렇게 모 르지? 그 사람이 속여 먹을 수 있 는 사람 같아?”
반박할 수가 없다.
강진호가 최연하의 성격을 모른다 는 건 말이 안 된다. 강진호는 속일 수 없는 사람이다.
“자기 여자 친구 성격도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알지. 당연히 알지. 너처럼 지 전 남자 친구 성격이 어 떤지도 모르는 등신이 흔하지는 않 으니까.”
“……뭐라구요?”
“등신.”
한 음절, 한 음절 끊어서 확실하 게 다시 말해준 최연하가 한세연을 쏘아붙였다.
“꼭 있지. 얼굴 조금 이쁘게 태어 났다고 주변에서 다 자기를 위해줘 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내가 억 지를 부리고 투정을 부려도 다들 오 냐오냐해 주니까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
한세연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명치를 찔린 느낌이다.
“뭐, 나쁘다는 건 아냐. 예쁘게 태어난 것도 재능이고 능력이지. 그 런데 아서라. 너는 그거 믿고 나댈 정도는 아니야. 적어도 나 정도는 되어야 부작용이 없지. 너는 어설프 게 나대다가 본전도 못 찾을 테니 까.”
“말 다했어요?”
“아니. 한참 남았어. 그러니까 끊 지 말고 들어.”
싸늘한 최연하의 일갈에 한세연이
움찔했다.
“네가 어디서 등신짓을 하든, 푼 수 짓을 하든 나는 아무 상관 없어. 니 인생에 조언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망했으면 좋겠으니까.”
“그런데 내 남자 주변에서 깔짝대 는 꼴은 못 봐. 이건 뺏기고 말고의 문제가 아냐. 나는 니가 그 눈으로 진호 씨 보는 것도 불쾌하고, 친구 니 뭐니 하는 같잖은 변명으로 사람 불러내는 것도 불쾌해. 그리고 니가 진호 씨 건너편에 앉아 있는 것도 싫고, 심지어는 니가 진호 씨랑 같
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도 짜증 나 거든?”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지?
아니, 생각이야 할 수 있다, 생각 이야.
머릿속에서 저런 생각을 하는 사 람이야 꽤 될 것이다.
하지만 그걸 당사자 앞에서 저렇 게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는가.
여러 의미에서 어마어마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진호 씨 주변 에서 알짱대지 말아줬으면 좋겠네.
사람이 상도의라는 게 있는 거잖아. 헤어져 놓고 미련 남아서 눈물 찔찔 짜면서 다시 연락하는 애들이야 흔 하지만, 그래도 상식이란 게 있으면 새 여친 생긴 남자한테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겠어?”
최연하가 빙긋 웃었다.
“그러니까요, 한세연 씨.”
“내가 굳이 부연까지는 잘 안 하 는 타입인데, 한세연 씨가 워낙 말 귀를 못 알아먹는 거 같으니까 다시 정리해 드릴게요. 잘 들으세요.”
최연하가 차갑다 못해 얼어붙을
것 같은 눈빛으로 싸늘하게 일갈했 다.
“머리채 다 뽑히고 싶지 않으면, 내 남자 주변에서 알짱대지 마. 경 고는 이게 마지막이야.”
한세연의 팔뚝에 소름이 돋아났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