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ent of the Demon Master RAW novel - Chapter (1095)
마존현세강림기-1096화(1094/2125)
마존현세강림기 45권 (2화)
1장 대치하다 (2)
할 말을 잃은 한세연이 멍하니 최연하를 바라보았다.
정말 그녀를 참기 힘들게 만드는 것은, 쉴 새 없이 천박하기까지 한 독설을 쏟아내는 최연하의 모습마저 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림이 된다 는 점이었다.
한세연이 했다면 천박함이 되었을 일이, 최연하가 하면 당당함이 된다.
불공평해도 이렇게 불공평할 수가 없다.
“알아들었어?”
“뭐, 알아들었든 아니든, 나는 할 말 다 했어. 그러니까 다시 볼 일 없었으면 좋겠네.”
몸을 돌려 나가려는 최연하를 한 세연이 불렀다.
“저, 저기……
“ 웅?”
최연하가 살짝 의문이 찬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만큼 얻어맞고도 할 말이 남았 다?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거예 요?”
“너 진짜 멍청하네. 그만큼 듣고 도 몰라?”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한세연이 말을 더듬었다.
완전히 질려 버린 상황이지만, 이 건 묻지 않을 수가 없다.
“굳이 이렇게 안 하셔도 되잖아 요.”
“왜?”
“아니••••••
한세연이 입을 오물거렸다. 생각 이 쉽게 말로 정리가 되지 않는다.
“그냥 예쁜 척, 착한 척만 하셔도 되는 거잖아요. 어차피 그쪽 말대로 제가 뭘 해도 안 되는 거라면, 그냥 조금 참으면 다 좋은 거잖아요.”
“하••••••
최연하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눈으로 한세연을 바라보았다.
“ 야.”
“ 네?”
“……내가 웬만하면 그냥 무시하 고 넘어갈 텐데, 그래도 이것도 인
연이니까 한마디 해준다. 너, 똑바로 잘 들어.”
“……예.”
“너 주제 좀 알아야 돼.”
한세연이 고개를 들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가만히 드러누워서 남이 입에다 뭘 넣어주길 기다리면서 살다가는 평생 니가 원하는 건 입에 안 들어 와.”
“저 그런 적 없는데요?”
“웃기고 있네.”
최연하가 입에 비웃음을 머금었
“너, 살기 편했지? 적당히 이쁘니 까 가만히 앉아 있어도 애들이 와서 ‘우와우와’ 해주고, 친한 척하고, 내 가 굳이 말 안 해도 애들이 니 눈 치 보면서 분위기 맞춰주고.”
“ 아니••••••
“진호 씨야 특이하게 보였겠지. 남들은 다 너한테 맞추려고 애쓰는 데, 너한테 관심 안 보이니까. 어? 이게 그건가? 나한테 이런 남자는 네가 처음이야?”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 맞을걸?”
최연하가 단호하게 한세연의 말을
끊었다.
“정확하게는 그런 거지. 처음에야 몰라도 친해지고 또 가까워지면, 사 귀면, 둘이 같이 자면…… 결국에는 이 남자도 나한테 맞추게 될 거다. 그러니까 조금만 참자.”
“그런데 안 변했지? 그게 짜증 났을 거고.”
“그런 게 아니라……
“이상한 말 가져다 대지 마. 결국 은 하나야. 그냥 니 마음대로 안 해 주고 너부터 챙기지 않았으니까 짜 증 난 거 아냐? 그걸 못 참은 거
고.
“저는……
“ 야.”
최연하가 짜증을 담은 얼굴로 말 했다.
“너, 별로 안 이쁘거든?”
“나같이 생긴 애도 배역 한 번 따 보겠다고 감독 비위 맞추고, 온 동 네 돌아다니며 인사하고, 머리 조아 려 가며 살아. 그렇게 살았으니까 안 그래도 되는 위치까지 온 거고. 그런데 너는 뭔데? 니가 뭐 그리 잘났어?”
아무 말을 할 수 없다.
최연하가 하는 말이 한세연의
상
황과 완전히 맞아떨어지는
건 0
[니
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도 없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고?
이게
제
일 안전하니까. 이게 제일 나으니까. 미안한데, 나는 그 꼴같잖은 자존심 이라든가, 체면 지키려고 속 터지는 거 참고 사는 사람 아냐. 그냥 내가 좀 추해지고 르게 별것도 고 이쁜 척, 다가 놓치지
말지. 나는 너하고 다 아닌 자존심 지키겠다 착한 척, 억울한 척하 말아야 할 것 놓치고
징징 짜는 사람 아냐. 아니!”
최연하가 깊게 심호홉을 했다.
“이게 내 자존심인 거야. 안 뺏기 는 거. 내가 가지고 싶은 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손에 잡고 놓지 않는 것. 그리고 감히 다른 사람이 거기 다가 눈독도 들이지 못하게 만드는 거.”
최연하가 화사하게 웃었다.
그 웃음이 너무 아름다워 보여서 헛웃음이 날 정도였다.
“그러니까 헛짓거리는 적당히 해 줬으면 좋겠네. 나는 진호 씨 옆에 찰거머리처럼 붙어서 안 떨어질 거
니까. 눈앞에 자존심 챙기다가 바보 된 애가 보이는데, 내가 같은 짓 하 겠어? 걱정하지 마. 니 전 남친 내 가 아주 잘 데리고 살 테니까. 그럼 바이바이.”
최연하가 미련 없다는 듯 몸을 돌려 화장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 다.
한세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 고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 하는 여자야, 대체?”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사람 이다.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화장실에서 나오자 최연하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최연하 씨는?”
“가셨어.”
“피자 주문하셨잖아.”
“밴에다가 피자 다 싣더니, 손 흔 들고 가던데?”
할 말은 다 했다는 건가?
한세연이 허탈한 얼굴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
사람 이렇게 박살을 내놓고는 아 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냥 가버렸 다는 거네. 자신이 여기 남아서 무
슨 말을 하든 아무 상관 없다는 듯 이 말이다.
종잡을 수가 없다.
배짱이 차고 넘치는 건지, 아니면 너무 쪼잔해서 답이 안 나오는 건 지.
확실한 건 지금의 한세연이 감당 하기에 그녀는 너무 벅찬 여자였다.
“피자 먹어, 피자.”
“어, 응••••••
한세연이 손을 뻗어 피자를 자신 의 접시로 옮겼다.
하지만 이걸 입에 넣고 싶은 생 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안 그래
도 위가 아픈 자리였는데, 최연하에 게 정신없이 얻어맞은 이후로는 식 욕이 완전히 달아나 버렸다.
포크로 피자를 이리저리 헤집던 한세연이 고개를 들어 강진호를 바 라본다.
쭈우우욱.
강진호의 입에서 피자 치즈가 길 게 늘어졌다.
살짝 인상을 찌푸린 강진호가 자 리에서 일어나려 한다.
“야야!”
하지만 박유민이 그런 강진호의
어깨를 눌러 앉혔다.
“나중에 해라, 나중에! 시어머니 짓 하지 말고, 진호야. 우리 여기 놀러 왔잖아.”
“화력이 조금 부족……
“알았으니까 나중에 하라고! 내가 너랑 여기 오면 놀러 오는 건지, 감 사 오는 건지 모르겠다! 제발 좀!”
u O 으 ’’
—.
강진호가 영 불만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변한 게 없네.’
아니, 많이 변했다고 해야 하나?
모르겠다.
지금의 강진호가 어떤지, 그리고 과거의 강진호가 어땠었는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 기 모든 게 불확실해졌다. 예전의 그녀는 정말 강진호를 알고 있었을 까?
“저…… 진호야.”
“ 웅?”
“최연하 씨는 어떤 사람이야?”
“음?”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의도를 잘 모르겠는데.”
“그냥 묻는 거야. 보니까 엄청 예 뻐서, 어떤 사람인가 싶어서.”
“어떤 사람이라……
강진호가 살짝 고민하는 눈초리를 했다.
한 사람을 말로 정의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강진호에 게는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강진호의 고민이 깊어지자 한세연 이 말을 덧붙였다.
“너한테는 어떤 사람인데?”
“ 나?”
“응. 너.”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강진호가 할 말은 하나밖에 없다.
“그냥 편해.”
“••••••아!”
강진호가 살짝 의자에 등을 기대 고는 말을 이었다.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냥 같이 있으면 편해.”
박유민이 심각한 눈으로 강진호를 바라보았다.
‘ 편해?’
최 연하가?
그 최연하가?
박유민이 머릿속으로 최연하를 떠 올려 보았다.
‘아니, 이거……
어쩌면 최연하와 가장 안 어울리
는 말이 편함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매치가 안 되는데?
“ 편하다고?”
한세연이 말하기 전에 박유민이 선수를 쳤다.
“응.”
“어떤 점이?”
강진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 o 으.”
— TH
•
침음을 흘리던 강진호가 미간에 세로줄을 만들고는 입을 열었다.
“전화 자주 안 한다고 구박한다든 가, 자기가 놀 때 시간을 내라고 협
박한다든가, 어디 다른 데 가서 다 른 여자랑 눈 마주치면 눈을 찔러 버리겠다든가…… 뭐, 그런 불편한 점은 있는데……
많이 불편해 보이는데?
엄청 많이 불편해 보인다, 진호 야.
“그래도 같이 있으면 편해.”
박유민은 미묘하게 얼굴을 일그러 뜨렸지만, 한세연은 강진호의 말이 뭔지 알 것 같았다.
‘그게 다른 거구나.’
최연하는 강진호에게 자신을 맞춘
최연하가 스스로 말했듯이, 강진 호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자신이 변 하려고 한다.
하지만 한세연은 그러지 못했다.
언젠가는 강진호가 변해줄 줄 알 았다. 무뚝뚝하고, 눈치 없고, 애정 이라고는 전혀 보여주지 않는 남자 지만, 친구가 아닌 연인 사이가 되 면, 그리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강 진호가 자신에게 전념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걸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이 있다는 게, 자신보다 더 중요 하게 생각하는 친구가 있다는 게, 그리고…….
‘못 이기겠네.’
최연하가 그렇게 자신만만한 이유 를 알 것 같았다.
외모?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라면 큰 역할을 했 겠지만, 강진호에게는 외모 같은 건 의미가 없다. 최연하보다 한세연이 몇 배는 더 예쁘더라도 강진호는 달 라지지 않을 것이다.
강진호는 그런 사람이니까.
최연하는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자신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고 있다. 그렇기에 강진호와 자신의 사 이가 굳건하다고 믿을 수 있는 것이 다.
그저 바라고 기다리기만 한 한세 연과는 다르게.
여기에는 끼어들 수 없다.
‘조금 아프네, 이거.’
크게 바라고 시작한 일은 아니다.
하루아침에 강진호가 그녀를 달리 볼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의 틈이면 된다.
실수로 끊어버린 인연이 이어질
만큼 조금의 틈만 있다면, 노력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 틈은 이제 없다. 처음 부터 없었는지, 아니면 있던 틈을 최연하가 틀어막아 버렸는지는 모르 겠지만, 이 두 사람의 관계를 한세 연이 무너뜨리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 진호야.”
“ 응?”
“앞으로 연락할게.”
“응?”
“연락 먼저 하라는 소리 안 할게. 너 어차피 안 할 거잖아. 원래 그러
니까.”
박유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연락 안 하지. 맞지. 연락하는 일이 없지.”
한세연이 빙그레 웃는다.
“대신에 내가 연락하면 전화받아. 전화 못 받으면 톡이라도 해줘. 알 았지?”
“음, 그래.”
강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됐다.
한세연이 빙그레 웃었다.
‘언니, 하나 배웠어요.’
최연하의 말이 맞다.
가만히 누워서 입을 벌리고 있는 건 의미 없는 짓이다. 그런 식으로 는 어설프게 익어 떨어진 감이나, 너무 익어 반쯤 상해 버린 것들만 떨어지는 법이니까.
원하는 게 있다면 나무를 타고 올라야 한다.
미끄러지더라도 몇 번이고 말이 다.
‘지금이야 못 끼어들지!’
한세연의 눈에 불이 켜졌다.
‘그런데 사람 일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 거거든요? 잘살다가도 하루
아침에 갈라서는 게 남자랑 여자예 요. 얼마든지 기다린다, 얼마든지!’
“……너, 눈이 무섭다?”
“아? 그래? 눈에 뭐가 들어가서.”
가볍게 눈을 비빈 한세연이 지금 까지와는 다른 쾌활한 목소리로 이 야기했다.
“피자 먹자, 피자. 여기 피자 맛 있네.”
“……먹지도 않았잖아?”
“시끄러워. 먹어!”
접시에 담긴 피자를 손으로 집어 한 번 크게 베어 물면서 한세연이 눈을 빛냈다.
‘여기서 물러나면 예전이랑 다를 게 없지.’
좋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하며 한 세연이 미소를 지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